대구에는 삼대가 추억을 공유하는 맛집이 많다. 엄마 손잡고 가던 집, 이제 내 아이와 함께 가는 집이다. 그중에 이곳을 모르면 간첩이라 할 만큼 명성이 자자한 세 집을 찾았다. 65년 전 야끼우동이 태어난 중화반점, 백종원도 인정한 57년 전통의 미림, 분식계의 터줏대감 미진분식은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솔(soul) 푸드로 손님을 맞는다.
동성로 대구백화점 정문에서 맥도날드 골목을 따라가면 오래된 중국집이 하나 있다 . 중화반점이라는 한자 간판 아래 검은색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넓은 홀에 언제나 손님이 가득하다 . 1954 년에 개업한 이곳은 야끼 ( 볶음 ) 우동이 태어난 집이다 . 야끼우동은 ‘ 대구 10 미 ’ 에 선정된 대구의 대표 음식이다 .
이 집에서는 짜장면이냐 , 짬뽕이냐 고민하는 중국집의 흔한 풍경을 보기 힘들다 . 메뉴판에는 오랜 역사만큼 화려한 중국요리가 많지만 , 대부분 야끼우동을 주문한다 .
커다란 접시에 담긴 야끼우동이 나오면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 붉은 양념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면발 위로 오동통한 오징어와 새우 , 채소와 고기가 푸짐하다 . 면과 해산물 , 채소를 골고루 집어 한입 먹으면 매콤하고 달콤한 맛이 혀끝을 감싼다 . 통통하고 쫄깃한 면발 , 싱싱한 해산물과 채소가 어우러져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
주인장에게 이 집 야끼우동의 비밀을 살짝 물어봤다 . 좋은 재료를 쓴다는 이야기가 돌아온다 . 가장 좋은 등심을 사용해서 누린내가 없고 부드럽다든가 , 식초부터 단무지며 채소까지 1 등급만 쓰고 , 해산물도 그날그날 신선한 것을 고집한다는 이야기에 재료와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
뻔한 이야기 말고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 불 맛이라고 귀띔한다 . 이 집에서 쓰는 화로는 아버지 때부터 사용하던 옛날 화로다 . 요즘 화로는 흉내 낼 수도 없는 화력 덕분에 특별한 불 맛을 자랑한다 .
아끼우동을 개발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 아들이 대를 이어 야끼우동의 맛을 지켜간다 .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아버지가 해오신 맛을 고집한다 . 한번 먹으면 잊을 수 없는 맛으로 사람들이 대를 이어 찾게 한다 .
서문시장 국채보상로 건너편에는 창업한 지 57년 된 식당이 있다. 〈백종원의 3대 천왕〉돈가스 편에 나와 온 나라를 침샘에 빠지게 한 집이다. 방송에 나온 지 3년째. 여전히 밥 때가 되면 복잡하다.
돈가스는 비주얼부터 남다르다 . 제법 도톰하고 큰 돈가스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스를 끼얹어 침이 꼴깍 넘어간다 . 입맛을 자극하는 진한 소스에 케첩이 한 줄 그어진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
칼질하는 순간 어린 날의 추억이 눈앞에 스친다 . 30 대 이상이라면 생일이나 시험 잘 친 날 , 설레며 먹던 돈가스의 추억 하나쯤 있을 것이다 . 돈가스 한 점 포크로 찍어 입에 넣으면 추억은 더 깊어진다 .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먹던 옛날 그 맛이다 .
이 집 돈가스의 비결은 반세기를 이어온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드는 것 . 요즘은 고기 두드리는 망치도 있지만 여전히 소주병으로 고기를 두드리고 , 옥수수식빵을 체에 쳐서 빵가루를 내린다 .
소스도 57년 전 방식으로 만든다. 소스의 기본이 되는 루는 흔히 버터로 볶지만, 이 집 소스에는 버터가 들어가지 않아 느끼한 맛이 없고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소스 마지막에는 아버지가 처음 만든 씨 소스를 넣는다. 57년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지켜온 씨 소스라니, 문화재급 돈가스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군 부대 취사병으로 있던 아버지가 1962년에 문 연 미림을 아들 나성현 씨가 이어받은 건 21년 전. 신문사를 그만두고 아버지 일을 배우겠다는 아들을 한사코 말렸지만 , 조리사 자격증까지 따며 의지를 보여 설득했다 . 그런 아들에게 아버지가 돈가스보다 먼저 가르쳐주신 건 정성이다 . “ 음식은 정성 ” 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해준 말씀 덕분에 지금까지 아버지의 방식과 정성으로 돈가스를 만든다고 한다 .
동성로 미진분식은 40 년 이상 대구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분식계의 터줏대감이다 . 학창 시절 미진분식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 메뉴는 김밥 , 우동 , 쫄면 , 비빔우동이 전부지만 , 네 가지 모두 인기다 . 두세 사람이 오면 네 가지를 주문하는 것이 이 집의 흔한 풍경이다 .
미진분식이 정식으로 간판을 단 것은 1978 년이지만 , 장사를 시작한 것은 그 몇 년 전부터라니 40 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 지금은 본점은 아들이 , 228 점은 막내딸이 대를 이어 영업 중이다 . 228 점을 운영하는 이정미 씨는 소풍 가면 김밥이 맛있다며 친구들이 너도나도 먹어서 정작 자신은 몇 개 먹지 못했다며 , 어린 시절 엄마가 싸준 김밥 맛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
생면으로 끓인 우동도 옛날 우동 맛을 그대로 전해준다 . 다진 마늘과 생강 , 물엿 , 고춧가루 등을 잘 배합해서 만든 쫄면 양념장은 일주일 동안 숙성해서 고춧가루 풋내를 없애고 , 칼칼하면서도 깊은 단맛을 살린다 .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 엄마가 할 때 맛이 나네 ” 라고 하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기분 좋다는 이정미 씨가 그 솜씨를 물려받은 지 어느덧 13 년 . 매일 새벽 6 시면 멸치육수 끓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 통영 멸치 , 예천 쌀 , 영양 고춧가루 등 엄마에게 배운 대로 가장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은 기본이다 .
단무지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 “ 내 가족이 먹을 음식처럼 하라 ” 는 부모님 말씀을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모든 메뉴가 포장이 가능해서 포장하는 손님도 많다 . 중화반점 -주소 : 대구광역시 중구 중앙대로 406-12 -문의 : 053-425-6839 미림식당 -주소 : 대구광역시 중구 국채보상로93길 6 -문의 : 053-554-6636 미진분식(228점) -주소 :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2길 71 -문의 : 053-431-1120 주변 여행지 -근대골목투어 : 중구 달구벌대로 2029(의료선교박물관) / 053-661-2621(중구청 문화관광과) -동성로 : 중구 동성로 / 053-803-3881(대구시청 관광문화재과) -김광석길 : 중구 달구벌대로 2238 / 053-661-2191(중구청 문화관광과) 숙소 -공감게스트하우스 : 중구 중앙대로79길 32 / 070-8915-8991 http://blog.naver.com/empathy215 -구암서원 : 중구 국채보상로 492-58 / 053-428-9980 http://www.dtc.or.kr/ -엘디스리젠트호텔 : 중구 달구벌대로 2033 / 053-253-7711 글, 사진 : 유은영(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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