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서울에 청계천이 있다면 공주에는 제민천이 있다. 제민천은 공주 구도심을 가로질러 충청도의 젖줄인 금강으로 흘러드는 작은 하천이다. 이곳에 형성된 마을은 오랜 시간 번성하다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된 1932년부터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제민천의 위상은 예전과 달라졌지만 하숙 마을, 잠자리가 놀다 간 골목 등 과거 부흥의 흔적은 여전히 천변에 남아있다. 최근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대가 재정비되고 독립 책방, 카페, 맛집 등 핫플이 생겨나면서 청춘 여행자들의 발길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제민천변을 걸으면 떠나온 고향이 생각난다. 적게는 한 걸음, 많게는 세 걸음 만에 건널 수 있는 실개천 주위로 대문 딸린 주택들이 다닥다닥 모여 정겨운 풍경을 만든다. 여기에 물고기 모양 벤치나 제민천 역사를 담은 각종 조형물이 세련미를 더한다. 반죽교와 대통교 사이, 그물처럼 뻗은 좁은 골목 담벼락에 익숙한 글귀가 보인다. @import url(//fonts.googleapis.com/earlyaccess/nanumpenscript.css); .nanumpenscript * { font-family: 'Nanum Pen Script', cursive; }.summary{ font-family: Nanum Pen Script; font-weight: 400; font-size: 27px; color: #000099; text-align: center; } .sub_title{ font-weight: 600; font-size: 2.0em;}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곳은 나태주 시인의 시를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전시한 시화 골목이다. 대표작인 <풀꽃>을 비롯해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바람에게 묻는다> <대숲 아래서> 등 수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쉬운 단어로 사랑을 노래한 짧은 시가 많아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나태주/이 가을에)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나태주/묘비명) 나태주 골목은 카페 바흐에서 세무서 방향으로 약 150m 남짓 이어진다. 샛길까지 포함하면 300m쯤 된다. 길 끝에는 나태주 시인이 지역의 문인과 관람객을 만나 담소를 나누거나 강의를 하는 풀꽃문학관이 있다. 1930년대 지어진 일본식 근대가옥이라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운이 좋다면 실제 나태주 시인을 만나볼 수도 있으니 성지순례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방문해도 좋다. 나태주 골목 반대편(제민천 동쪽)은 ‘잠자리가 놀다 간 골목’이다. 플라스틱 채집통을 메고 잠자리와 방아깨비를 잡으러 다니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재미있는 이름이다. 미로 같은 좁은 골목 안에 7080 벽화와 땅따먹기 놀이터가 있어 나태주 골목보다 한층 예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50년 전만 해도 이 골목은 농협, 극장, 은행, 병원, 사범대학 등으로 통하는 요충지이자 공주의 중심가로 활기를 띠었다. 세월이 흘러 발길이 끊기고 담벼락의 페인트도 벗겨졌지만,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다시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60년 역사를 간직한 한옥카페 루치아의 뜰, 창고를 개조해 만든 커피 창고 스튜디오는 새로워진 골목의 상징과도 같다. 지도를 접고 의도적으로 헤매다 보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1 나태주 골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카페 프론트는 제민천변을 테라스로 삼은 노천카페다. 국내에도 해외처럼 야외 테라스에서 차를 즐길 수 있는 노천카페가 많은데, 프론트처럼 메인 건물 내부에 좌석이 하나도 없는 곳은 매우 드물다. 대신 천변 곳곳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티타임을 가질 수 있다. 프론트의 대표 메뉴는 콜롬비아의 프리미엄 원두인 콜롬비아 나리노 수프리모를 로스팅 한 콜드브루다. 드라이하면서도 적당한 산미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콜드브루를 넣은 바닐라 라테도 인기가 높다. 시럽이 골고루 섞이도록 오래 저으면 진한 바닐라 향과 단맛의 절묘하고도 고급스러운 조화를 느낄 수 있다. 디저트를 만들 때 착한 재료를 사용하는 점도 눈에 띈다. 음료, 케이크, 쿠키에 사용되는 밀가루, 보리, 달걀 등은 대부분 로컬 농부에게 직접 공수해온 것들이다. 설탕 대신 유기농 마스코바(비정제당)를 넣어 한층 건강한 맛을 낸다. 음료를 마시며 독서를 즐기고 싶다면 3층으로 올라가자. 건물 뒤편 외벽에 설치된 철제 계단을 따라가면 아기자기한 복층 공간에 다락방과 테이블을 갖춘 무인 책방, 블루프린트북이 나타난다. 프론트와 블루프린트북은 같은 회사에서 운영 중이라 음료를 가지고 책방에 들어갈 수 있다. 살살 문을 여니 은은한 재즈 선율이 먼저 반긴다. 분명 다락방에 사람이 있는데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음표가 빌 때마다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다. 책의 종류는 그림책부터 소설, 그림책, 에세이까지 다양하다. 주인이 상주하는 곳이 아닌데도 책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원하는 책을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 원하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들면 카운터에 놓인 수첩에 책 제목을 적은 뒤 직접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를 하면 된다. 1 제민천의 종착지인 금강 둔치에 나 홀로 화사한 섬이 있다. 유채꽃, 양귀비, 핑크뮬리, 코스모스, 해바라기 등 계절마다 다양한 꽃이 피는 미르섬이다. 이곳은 67년간 명맥을 이어온 ‘백제문화제’의 주요 축제장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지만 축제 기간에는 3,000원의 입장료가 발생한다.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도 한시적으로 이용이 금지되므로 축제장까지 5분 남짓 걷거나 순환 전동차를 이용해야 한다. 10월 초에 방문한 미르섬은 해바라기, 코스모스, 메밀꽃이 한창이다. 지난여름부터 만발했을 해바라기는 약간 시들었지만 코스모스와 메밀꽃은 가을꽃 대명사답게 파릇파릇하다. 축제 때문에 설치한 각종 오브제나 조명이 없더라도 유유히 걸으며 풍경을 즐기기 좋다. 미르섬 입구 반대편에는 공산성으로 이어지는 금강부교가 놓여있다. 걸을 때마다 널빤지가 출렁출렁 요동을 치는데도 교각 역할을 하는 나룻배들이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 허술해 보여도 1933년 금강철교가 놓이기 전까지 수많은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책임진 고마운 다리였다고 전해진다. 부교를 건너 공산성으로 내부로 진입하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성벽이 양팔을 활짝 벌려 올록볼록한 공산을 힘껏 끌어안은 모양새다. 축제를 위해 세운 무대와 미디어아트 시스템을 제외하면 분지처럼 너른 땅 위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공산성의 북문인 공북루 인근은 공산성에서 거의 유일한 평지로 백제의 두 번째 수도인 웅진성 왕궁지의 흔적을 잘 간직하고 있다. 2011년에는 645년에 만들어진 갑옷이 발견되기도 했다. 갑옷에 적힌 ‘정관 19년’이 제조시기를 증명한다. 그로부터 15년 후인 660년에 백제는 나당 연합군에 의해 멸망하고 만다. 사비성을 떠났던 의자왕이 끝내 웅진성에서 항복한 것으로 미루어, 이 갑옷이 백제 마지막 전투의 유물일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나온다. 공터 중앙에서 금강 너머 풍경을 한눈에 담아본다. 아파트, 병원, 모텔, 학교 등 건물이 빼곡하다. 도시는 성벽을 경계로 허물어진다. 이곳은 금방이라도 백제군의 함성이 울려 퍼질 것 같다. 시간이 다르게 흐른 것도 아닌데 성 안팎은 무척 다른 모습이다. 성벽을 따라 산책을 즐기려면 금서루(서문)에서 공복루(북문)까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보는 것이 좋다. 공산이 동고서저 지형이라 서쪽 길이 비교적 순하다. 미르섬과 금강철교가 한데 어우러진 장쾌한 풍경도 이 코스에서 만날 수 있다. 2 취재 : 양자영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1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mo{display:none;} @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mo{display:block;} .pc{display: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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