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은 봄의 정점과 함께하는 고장이다. 그 중심에 청보리밭이 있다. 한번이라도 보리의 초록 물결을 보았다면 궁금해지리라. 어째서 그리고 언제부터 이곳에 이렇게 널따란 보리밭이 자리 잡게 되었을까? 굳이 무언가를 해야 할 필요도 없다. 바람을 타고 춤추는 청보리 물결에 잠시 쉬어가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터이다. 서해안을 끼고 전북특별자치도에서 가장 남쪽에 자리한 고창. 아래로는 전남 영광과 경계를 이루며 위로는 전북 부안과 닿는다. 이렇게 바다를 한켠에 끼고 육지를 품은 고창의 청보리밭, 초록 들판을 원없이 걸어볼 참이다. 고창은 옛날부터 보리를 많이 재배했다. 보리농사가 잘 되기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하다. 고창의 옛 지명인 모양현(牟陽縣)의 ‘모’자는 보리를 뜻하며 ‘양’자는 태양을 뜻한다. 모양현을 풀어내자면 보리가 잘 자라는 고장이라는 뜻이다. 가장 무난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보는 여행'이기 때문일까. 어린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청보리밭을 찾는다. 군데군데 서린 어린시절의 추억을 그리기도 하고 청보리밭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봄이면 청보리로 일렁이는 학원농장은 가을이면 하얀 메밀꽃으로 채워진다. 학원농장에 속한 15만평의 농지에서 보리와 메밀을 수확한다. 봄이면 보리의 초록물결이, 가을이면 메밀꽃의 새하얀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수십 만평의 초록물결에 순간적으로 숨이 막힌다. 농장을 이처럼 가꾼 이는 기업체에서 이사까지 지냈던 진영호씨다. 어린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 1992년 낙향한 그는 잡목만 무성했던 야산 등을 개간해 지금의 학원농장을 만들었다. 학원농장이 관광농장으로 인가받고 정식으로 운영을 시작한 건 1994년이다. 그 이전에도 이 땅에서 보리 재배는 계속되어왔다. 차이점이라면 당시의 보리는 단순한 농작물이었다는 것. 학원농장과 주변 동네주민들의 보리밭까지 더하면 약 30만평에 달하는 청보리 물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좋은 풍광을 찾아다니던 사진가들이 봄을 대표하는 초록물결을 놓쳤을 리 없다. 1990년대 후반 사진가들에게 인기를 끌던 청보리밭은 2000년대 들어서야 관광지로 진화하기 시작한다. 축제가 열리기 전에도 봄이면 사람들은 청보리를 찾아 몰려들었다. 청보리축제가 생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청보리축제가 시작된 것은 2004년이다. 첫해 축제 한달동안 20만 명이 찾았다고 한다. 굉장한 인기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연초록의 고운 빛깔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보리는 10월말에서 11월초에 파종한다. 11월 말이면 잔디크기로 자라 성장을 멈추고 눈 속에서 봄을 기다린다. 이때 보리가 얼어 죽지 않게 밟아준다. '보리밟기'다. 겨울을 이겨낸 보리는 새봄과 더불어 무럭무럭 자란다. 4월 중순이면 이삭이 패기 시작하고 5월 중순 이후부터 누렇게 익어간다. 누렇게 익기 전, 4월에서 5월까지의 보리는 싱그러운 초록을 자랑한다. 아직 먹을 수는 없지만 보기만 해도 예쁜 것이 '청춘'과 닮았다. '청보리'라고 불리는 이유다. '청보리'는 보리의 다른 독립된 '종(種)'이 아니라 누렇게 익기 전, 푸릇한 한창 때의 보리를 뜻한다. 그리고 이때, 보리의 전성기에 맞춰 '청보리축제'가 열린다. 그러니까 우리는 보리의 청춘을 즐기러 가는 셈이다. 긴 겨울을 이겨내고 기어코 살아난 보리의 초록은 그래서 더 싱그럽다. 세월이 좋아져 지금이야 청보리가 예쁘다고 구경 가지만 배고픈 시절에는 아마 청보리가 하루라도 빨리 익길 바라고 기다렸을 것이다. 보리의 초록 물결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하는 5~6월은 바로 그 악명높은 '보릿고개'였다. 지난 가을 수확한 양식은 다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익지 않았으니 먹을 것이 귀했을 터다. 그럴 때 허기진 배를 달래며 아직도 푸릇한 보릿대를 꺾어 보리피리 불지 않았을까. 가냘픈 보리피리 소리가 안쓰러운 건 기분 탓일까. 올해는 지난 5월 중순까지 고창 청보리밭 축제가 진행됐다. 전국 각지에서 보리의 청춘을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아직 푸른 물결을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학원농장 관계자는 5월은 지나야 보리가 누렇게 익어간다며 이달까지는 청보리의 초록물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찾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고 청보리는 절정인 지금, 5월 중순 이후 좀더 여유롭게 청보리를 즐길 수 있는 때일지도. 바깥에서 바라만 보던 초록 물결 사이로 들어선다. 한 켠에 자리한 노오란 유채꽃이 분위기를 돋운다. 청보리밭 사이에 난 샛길을 걸어보는 것도 놓치지 말자. 부드러운 구릉에 자리한 초록물결이 시원하게 펼쳐진 청보리밭은 그만의 독사진으로도 좋고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간 배경으로도 빠지지 않는다. 어떻게 찍어도 그림이 되니 여기저기서 예쁜 척 하느라 한창이다. 소리도 없이 사라진 봄의 여운은 이곳 청보리밭 곳곳에 스며있다. 가냘픈 보릿대 피리가 전한다. 봄날은 간다고. 주변 음식점 -우진갯벌장어 : 갯벌풍천장어 /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고창읍 상월1길 7 / 063-564-0101, 563-3242 -산장회관 : 풍천장어구이 /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아산면 중촌길 20-5 / 063-562-1563 -아산가든 : 장어구이 /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116 / 063-564-3200 -우리회관 : 장어구이 /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71 / 063-564-4279 숙소 -그랜드모텔 :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고창읍 방장로 12 / 063-561-0037 -동백장호텔 :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아산면 중촌길 26 / 063-562-1560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 msommer@naver.com ※ 위 정보는 2018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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