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에 자리한 세어도는 육지로부터 1.2km 떨어진 가깝고도 먼 섬이다. 섬과 육지를 잇는 교통수단은 서구청의 행정선이 유일하다. 덕분에 여행자는 오롯이 자신과 섬만 즐길 수 있다. 별다른 편의시설도 없다. 그저 섬으로 들고나는 파도와 여행자를 푸근히 맞아주는 36명의 섬사람들뿐이다. 그들과 함께 봄날의 섬을 누려보자. 세어도는 가늘고 긴 섬이라는 뜻을 지녔다. 1970년대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 섬은 지금보다 조선시대에 더 많은 사람들이 거주했다. 한양으로 향하는 배들이 60~70가구가 모여 살던 이 섬을 마지막 정박지로 삼았기 때문이다. 당시엔 섬에 주막까지 있었다고. 1960년대엔 또 다른 사람들로 섬이 북적였다. 연안부두 매립공사를 위해 이 섬에서 돌을 캐내던 300여 명의 인부들이다.이후 섬사람들은 산업화와 함께 다양한 어업과 농업을 새롭게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문제에 부딪혀 확산되지는 못했다. 그후 주민들이 하나둘 섬을 떠나면서 1970년대 어촌 모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어도에 전기와 물이 공급된 것도 오래되지 않았다. 1990년경부터 자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사용하다가 2007년이 되어서야 전기시설이 들어섰다. 발전기를 이용할 때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촛불과 호롱불에 주로 의지했다. 물은 지하수를 끌어올리거나 빗물을 받아 사용했다. 설거지며 빨래는 물론이고 식수까지도 지하수와 빗물을 써야만 했다. 지금은 급수탱크를 이용해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지만 시설은 여전히 미흡하다. 그만큼 물이 귀한 섬이다. 섬이 다시 북적거리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소문을 타고 오고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아무것도 볼 것 없는 것이, 그대로 특별한 볼거리가 되었다. 호젓한 섬에서의 시간이 바쁜 도시 생활자들에게 한없는 여유가 되고 있다. 세어도 여행은 선착장 입구 관광안내판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을 입구에서 섬 끝에 있는 전망대까지 거리는 1.5km이다. 하나뿐인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팔각정 앞 마을에 도달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규모다. 그 위쪽으로 마을의 유일한 최신식 건물인 마을회관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회관 앞에는 숲길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다. 길을 바라보고 오른쪽은 멀리 육지가 보이는 숲길, 왼편은 넓은 바다가 보이는 해안길이다. 어느 길로 들어서든 방향은 같다. 숲길 방향으로 길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당제를 지냈던 소나무 군락지를 만난다. 섬이 활기차던 시절,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마을 제사인 동제를 드렸다. 1990년 이후 주민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더 이상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지금은 소나무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나무 군락지 옆에 숲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나무들 너머로 바다가 보이지만, 깎아지른 절벽 때문에 바다로 향할 수는 없다. 2013년에 완공된 난간 덕분에 비스듬한 길을 안전하게 이어갈 수 있다. 숲에 갇힌 듯, 사방에 나무만 보이는 길도 있다. 하지만 몇 걸음 걷지 않아 전망대로 향하는 임도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두 번의 숲길이 임도 옆으로 둥글게 이어져 있다. 마을회관에서부터 전망대까지는 느리게 걸어도 40분 정도면 충분하다. 섬의 끝인 전망대 아래로 넓은 갯벌이 내려다보인다. 멀리 봉곳이 서 있는 인천의 다른 섬들도 보인다. 길은 다시 마을로 이어진다. 세어도 주변에는 작은 섬 2개가 있다. 하나는 선착장에서 보이는 삿갓처럼 생긴 키도, 다른 하나는 전망대 부근에 있는 소세어도다. 키도는 갈 수 없는 무인도지만, 소세어도는 길이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마을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세어도의 명소라 불리는 갈대밭 옆 '변소'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세어도 주민들은 선착장 부근에 마을을 형성해 모여 산다. 하지만 이 집터는 섬에서 유일하게 마을과 떨어져 있는 외딴집이다. 세어도를 다녀간 사람들이 하나같이 감탄하는 곳이다. 사그락사그락 갈대 소리 위에 멀리 출렁이는 파도 소리가 얹힌다. 이곳에서라면 가장 깊은 명상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문이 잠겨 있기 때문에 이용은 불가능하다. 건물들은 오래전부터 방치된 듯 보인다. 집터를 뒤로하고 짧은 소나무 임도를 지나면 출발지점인 마을회관에 도착하게 된다. 회관에서부터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데 필요한 시간은 2시간 정도. 세어도 주민들은 대부분 겨울철엔 육지에서 생활한다. 초여름이 되어서야 주민 모두가 섬으로 돌아와 제집에 든다. 때문에 주민들이 모두 돌아오지 않은 이즈음의 섬마을은 조용하다. 그래서 마을을 돌아보는 여행자의 발걸음은 소리조차 조심스러워진다. 마을엔 좁은 골목, 작은 텃밭, 닳고 닳은 집들, 고치고 고친 흔적까지 섬사람들의 삶이 곳곳에 묻어 있다. 갖가지 이름 모를 생선들이 바닷바람과 햇살을 받으며 빠득빠득 말라가고 있다. 농업용 사륜바이크도 집집마다 주차되어 있다. 마을 어귀 선착장으로 가는 길목에는 예전 마을회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무 현판부터 슬레이트 지붕까지 시간과 공간을 잊게 하는 모습이다. 건물 앞에 버려진 듯 놓여 있는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마을 옆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세어도의 유일한 산에 오를 수 있다. 사실 이름도 없는 작은 언덕이다. 정상에는 헬기장이 있다. 그 아래에 있는 해변은 갯벌체험장이다. 여름철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된 장소이다. 주민과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면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시 육지로 돌아가는 길, 선착장에서 만난 몇몇 주민의 이야기가 귓전에 남는다. 육지 사람들이 자주 오니 우리도 심심치 않고 좋아. 변함없는 어촌 풍경을 조용히 즐기기만 하고 가면 더 좋겠네. 텃밭에서 야채 좀 안 가져갔으면 좋겠고, 쓰레기는 가지고 나가면 좋겠어. 주민들은 변한 것이 없는데 마을이 자꾸 변하는 것만 같아. 아주 조금 걱정이야. 세어도 주민들의 마음이 드러나는 말이다. 작은 섬이니 지켜야 할 에티켓도 많다. 주민들의 말처럼 섬에서의 하루를 천천히 만끽하는 것으로 만족해주길. 무인도인 듯 마주치는 사람이 없어도 이 섬의 주인들이 어딘가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잊지 말기를. 다녀간 흔적은 정서진호 승선 명단에만 남겨두기를. 오래도록 세어도를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세어도 주소 : 인천시 서구 원창동 문의 : 인천서구청 032-560-5930, 세어도 어촌체험마을 032-831-1263 http://korean.visitkorea.or.kr/kor/bz15/where/where_main_search.jsp?cid=2547987
1.주변 음식점
세어도에는 식당이 없다. 당일 일정이라면 간단한 도시락과 마실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마을 이장이나 선장에게 문의해 마을회관 주방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2.숙소
전기와 수도 사용료를 지불하고 마을회관을 이용할 수 있다. 인원수에 따라 금액은 상이하다. 소형 텐트 등을 이용해 마을회관 앞 운동장에서 캠핑을 할 수도 있다. 단, 바로 앞이 마을이니 소음 등에 주의할 것. 숲에서는 취사 금지다.
글, 사진 : 김애진(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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