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여행을 떠나면 늘 고민하게 된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광고성 정보 속에서 진짜 ‘현지의 맛’을 찾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현지인 맛집’을 찾게 된다. 지구마을산책주식회사의 여행 상품은 바로 그런 마음에서 출발한다. 지역을 가장 잘 아는 현지인이 직접 기획하고 발굴한 ‘현지인 여행 코스’를 제안하며, 지도에 표시된 유명 관광지가 아닌, 발길 닿는 곳마다 살아 숨 쉬는 영천의 진짜 모습을 안내한다. 지역의 일상과 정서를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여행, 지구마을산책주식회사를 통해 숨겨진 영천의 매력을 만나보자. 대부분 사람들이 떠올리는 여행사는 여행 패키지 상품을 팔거나 항공권 발권, 호텔 예약 등의 대행 업무를 하는 곳이다. 영천에는 일반적인 여행사와는 조금 다른, 특별한 여행사가 있다. 심정미 대표가 운영하는 지구마을산책주식회사다. 조금은 엉뚱한 듯한 회사의 이름은 ‘영천의 매력에 풍덩 빠진다’는 뜻을 지녔다. 여행자에게 영천의 문화와 역사, 자연, 예술적 요소를 녹여낸 로컬여행 프로그램 제공을 목표로 한다. 지구마을산책주식회사가 특별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현지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여행상품을 개발해 운영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공정여행사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심정미 대표는 지구마을산책주식회사의 시작을 교육공동체 학부모들의 작은 모임에서 시작된 두레 회원들과의 만남을 꼽는다. 지구마을산책주식회사의 여행상품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 찍고 맛집에 들러 식사하는 여행이 아니다. 여행자는 현지인이 기획한 여행상품을 통해 자연스레 영천의 숨은 명소를 만나고 지역민의 삶과 문화,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현재 세 가지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원파인데이(One Fine Day)’는 영천에서 생산된 와인과 핑거푸드를 싸서 피크닉을 떠나보는 나들이 여행상품이다. 영천시는 1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있는 와인의 고장이기도 하다. ‘지구 어벤저스’는 최무선과학관을 방문해 보고 과학 캠프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체험해 보는 환경 관광상품이다. ‘나를 찾는 인성 여행’은 도잠서원에 방문해 효에 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여행상품이다. 여름의 어느 날, 지구마을산책주식회사를 통해 영천을 여행하는 투어 참가자들을 따라가 보았다. 오전 9시가 가까워지면서 투어 참가자를 태운 버스들이 속속 도착한다. 체험을 위해 블루썸와이너리에 마련된 공간은 어느새 왁자지껄한 소리로 가득 찬다. 먼저 준비된 프로그램은 그림책 <우주 농부>에 나오는 스마트팜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이다. 미래의 농업을 직접 경험해보고 작물 생장에 필요한 온도와 습도, 토양 수분, 빛의 양 등 환경 요소를 조절하는 스마트팜의 과학적 원리를 학습하게 된다. 아이와 함께 참가한 부모님 모두 체험에 임하는 표정이 진지하다. 심정미 대표는 테이블마다 다니며 어려워하는 체험객에게 해결 방법을 이야기해 준다. 금세 그럴싸하게 완성된 스마트팜을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살펴본다. 이어 진행된 체험은 ‘톡톡! 더위 탈출 포도 상그리아’다. 영천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주스나 와인에 제철 과일, 허브를 더해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상그리아를 만든다. 제철 과일로는 오렌지, 사과, 레몬, 그리고 허브는 로즈마리와 민트가 사용된다. 먼저 과일을 잘게 잘라 병 속에 넣고 포도 주스나 와인을 부은 후 탄산수로 청량감을 더한 뒤, 마무리로 허브까지 올려주면 상큼한 상그리아가 완성된다. 완성된 상그리아 병에 자기 이름을 쓴 스티커를 붙이니 아이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다. 환경에 대한 과학 체험으로 낙동강 수질검사와 청소배 만들기 체험이 마련됐다. 영천시 주변 여러 하천에서 떠온 물을 컵에 나눠 담고 리트머스종이와 시약을 이용해 수질을 검사한다. 검사 결과를 수질 환경 기준표와 대조해, 하천이 어느 정도의 수질인지 확인해 본다. 청소배는 쓰레기 포집망을 매달아 하천에 떠 있는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선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터와 함께 좌우에 회전 날개를 달아준다. 조종자의 의도대로 배를 움직일 수 있도록 블루투스 수신기도 장착된다. 스스로 만든 청소배가 제대로 움직이는지 확인하면서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블루썸와이너리에서 실내 체험이 끝나고 투어 참가자들은 버스로 첫 번째 방문지인 최무선과학관으로 이동한다. 영천 태생인 최무선은 고려 시대인 1376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화약을 개발해 여러 가지 화기를 만든 인물이다. 야외 전시장 입구에 서 있는 높이 약 9m에 달하는 기념비에는 高麗火砲科學의 泰斗 崔茂宣先生(고려 화포 과학의 태두 최무선 선생)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투어 참가자에게 자유롭게 최무선과학관을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과학관 관람을 마친 뒤에는 최무선영상체험관으로 이동한다. 최무선영상체험관 1층에는 화약 제조 가상체험을 할 수 있는 화통도감이 있다. VR 장비를 착용하면 고려 시대로 돌아가 화약을 제조해 보고 만든 화약을 이용해 적을 무찌르며 화약 무기의 위력을 체험할 수 있다. 2층에는 최무선과학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설인 4D 상영관이 있다. 앉아 있는 의자가 움직이고 특수 효과를 더해 오감으로 최무선에 관한 실감 나는 영상을 감상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한 두 번째 방문지는 캠핑인더선이다. 야외 캠핑장이지만 여름에는 야외 물놀이장 시설이 더해져 워터파크로 변모한다. 튜브처럼 공기를 주입해 만든 에어 수영장으로 수심이 깊지 않아 아이들도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누군가는 물놀이도 식후경이라 했다. 수영장에 도착하자마자 심정미 대표와 직원들은 분주하게 점심 준비를 한다. 오늘의 메뉴는 밥과 된장찌개, 채소를 곁들인 삼겹살 구이. 시원한 음료도 빠질 수 없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에는 오후 내내 신나게 물놀이를 즐긴다.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핀다. 지구마을산책주식회사에서 마련한 오늘 투어는 직접 만들어보며 느끼고, 보면서 배우고, 무더위까지 날려버리는 일정이다. ● 지구마을산책주식회사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대창면 금박로 1021, B호 - 문의: 010-2866-9061 - 운영시간: 09:00~17:00 - 휴무일: 부정기 (사전 예약 시 투어 진행) - 요금: 원 파인 데이(One Fine Day) 30,000원 지구 어벤져스 25,000원 나를 찾는 여행 20,000원 스마트팜 체험 4인 기준 80,000원(최소 인원 4인 이상 시 투어 진행) 지구를 키우는 작은 손 1인 기준 15,000원 - 최무선과학관 : 경상북도 영천시 금호읍 창산길 100-29 / 054-331-7096 / www.yc.go.kr/toursub/cms/ - 도계서원 : 경상북도 영천시 북안면 신평탑골길 93-59 / 054-330-6585(영천 관광안내전화) - 만불사 : 경상북도 영천시 북안면 고지리 857-5 / 054-335-0101 / www.manbulsa.org - 화랑설화마을 : 경북 영천시 금호읍 거여로 426-5 / 054-331-5613 / www.yc.go.kr/toursub/hwarang/ - 정든식당: 소고기·돼지고기 / 경상북도 영천시 대창면 금박로 1051 / 054-335-4109 - 영천새우칼국수: 새우칼국수·닭불고기 / 경상북도 영천시 임고면 포은로 483 / www.instagram.com/shrimpkal - 육마왕: 소고기·돼지고기 / 경상북도 영천시 충효로 62 / 010-8592-9295 - 더베스트호텔: 경북 영천시 금완로 84 / 054-333-3368 - 브라운도트호텔 영천점: 경상북도 영천시 금완로 78 / 054-335-7858 - 호시가풀빌라: 경상북도 영천시 대창면 임하길 61-11 / 010-7118-7722 / https://hosiga.com (글/사진) 오원호 여행작가 ※위 정보는 2025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