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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아는 경주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도시’라고 말했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의 명소에 그치지 않는다’ 덧붙였다. 박해일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치유되는 느낌’이라 했다. 영화 <경주>는 장률 감독이 자신의 여행 기억을 더듬어 그린 작품이다. 그의 시선을 따라 고분과 찻집 사이를 거니노라면 조금 다른 경주를 발견할 수 있다. “집 앞에 능이 있으니까 이상하지 않아요? 경주에서는 능을 보지 않고 살기 힘들어요.” 공윤희(신민아 분)가 최현(박해일 분)에게 창밖 풍경을 보고 건넨 말이다. 극중 윤희의 집 앞에는 대릉원 일원인 노서리 고분군이 자리한다. 대릉원은 신라시대 왕과 왕비 등의 무덤 23기가 모여 있다. 신라 미추왕릉(사적 175호), 경주 황남리 고분군(사적 40호), 경주 노서리 고분군(사적 39호) 등 크게 7가지로 나뉜다. 천마총과 금관총 등 유명한 능도 포함된다. 모두 평지에 자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2000년에는 경주역사지구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신라의 천년 수도 경주가 가진 특징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대사다. 영화 <경주>는 조선족인 장률 감독이 연출했다. 그는 지난 1995년 지인 2명과 함께 경주를 첫 방문했다. 영화 속 춘화가 있는 찻집도 그때 찾았다. 그러니까 극중 최현의 여정은 곧 장률 감독의 경주 여행이다. 그는 무덤과 삶이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꿈과 현실의 경계선이 모호한 경주에 놀랐다. 처음 갔을 때도, 7년 후에 다시 갔을 때나 촬영하러 갔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윤희의 집 창밖이 그 단적인 사례다. 대릉원 옆 건물로 노서동의 청춘게스트하우스에서 찍었다. 게스트하우스 내 주인장의 방이다. 실제로 창문을 열면 능이 보인다. 물론 게스트가 묵는 다른 방에서도 마찬가지다. 창밖으로 전봇대와 전깃줄이 어지럽고, 그 너머로 능이 초록을 뽐낸다. ‘무덤과 삶이 자연스럽다’는 장률 감독의 말을 실감한다. 극중에 등장하는 찻집 아리솔도 멀지 않다. 청춘게스트하우스에서 500m 거리다. 촬영을 위해 섭외한 찻집인 양하지만, 실제로 장률 감독이 경주 여행 때 춘화를 본 찻집이다. 아리솔은 2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찻집이다. ‘심오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고, 그다음 주인이 ‘아사가’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률 감독은 ‘심오해’ 시절에 춘화를 발견했다. 현재는 ‘아리따운 소나무처럼 마음이 늘 푸르다’는 의미를 담은 아리솔이다. 세 번째 주인장인 조희정 씨가 2년 전 찻집을 인수하며 붙인 이름이다. 그녀는 10년째 국립경주박물관 해설사도 겸하고 있다. 20대 중반에 경주를 처음 찾았고, 홀린 듯 한 달을 머물렀단다. 스물여섯 살 이후로는 아예 경주에 터를 잡았다. 그녀가 건넨 첫마디가 극중 윤희의 대사를 닮았다. 그녀는 아리솔의 차 한 잔이 다도나 다례의 격식보다는 사람 사이를 잇는 매개이기를 바랐다. 영화 <경주>가 개봉된 뒤로 젊은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대체로 주인공이 앉았던 자리에서 황차를 주문해 마신다. 손님이 드나들 때마다 영화처럼 풍경 소리가 은은하다. 영화에는 소낙비 내리는 장면이 나온다. 비 오는 날 찾으면 한층 호젓한 정취를 누릴 수 있다. 창밖에 비 내리는 소리가 청아하다. 영화 <경주>는 아리솔 이전에 능포다원에서도 촬영했다. ‘능포’는 임금의 무덤을 뜻하는 능(陵)과 물가를 뜻하는 포(浦)가 합쳐진 말이다. 장률 감독은 아리솔에서 봤던 춘화를 그린 이를 수소문했다. 알고 보니 동국대 미술학과 김호연 교수의 작품이었다. 그를 찾아 다다른 장소가 능포다원이다. 김호연 교수와 부인 이일순 씨가 운영하는 찻집이다. 아리솔에서 남쪽으로 약 300m 떨어진 곳이다. 능포다원은 <경주> 촬영 이전부터 제법 소문난 찻집이다. 영화배우 배용준이 쓴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에 먼저 소개됐기 때문이다. 책이 출간된 다음날부터 일본 여행객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홍삼황차도 일본 여행객들에게 한국적인 차를 대접하고자 만들었다. <경주>에서 일본 여행객이 최현을 배우로 오인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장면이나, 윤희에게 역사적 사죄를 하는 장면 등은 능포다원의 일화를 빌렸다. 황차와 망월사도 능포다원에서 얻은 소재다. 차와 함께 나오는 김부각이나 화전 또는 모시잎과 뽕잎, 견과류를 넣어 빚은 떡도 능포다원의 별미다. 무엇보다 김호연 교수의 춘화를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실내에 여러 작품이 걸려 있어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영화에 나오는 춘화 비슷한 그림도 여러 장이다. 10장 가까이 그려 그중 하나를 <경주>에 사용했단다. 영화 <경주>는 초반 2회를 능포다원에서 촬영했다. 그러다 이웃집 공사로 소음이 심해지자 촬영지를 아리솔로 옮겼다. 2회분 가운데 주인장 이일순 씨가 출연한 분량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영화에서는 편집됐다. 능포다원을 나와서는 대릉원 지구를 산책해도 좋겠다. 걸어서 다다를 수 있는 거리다. 능포다원 정면이 봉황대가 있는 노동리 고분군이다. 늦은 밤 윤희와 최현, 영민(김태훈 분)이 산책하던 길이다. 오른쪽으로는 윤희의 집이 있는 노서리 고분군이 가깝다. 그 사이로 난 봉황로를 걸으며 능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다만 극중 주인공처럼 능 위로 올라가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봉황로를 따라 남쪽으로 직진하면 길 건너 미추왕릉과 황남리 고분군이 있다. 능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백일홍을 마주하며 걷는다. 저녁 7시 30분에 야간 조명이 켜지며 낮과 다른 특별한 정취를 선사한다. 하지만 경주에 사는 이들에게는 그 또한 일상이다. 윤희의 친구 다연(신소율 분)이 폭주족에 놀란 최현에게 건넨 말이 경주 사람을 대변한다. “경주도 사람 사는 도시예요.” 영화 초반부 최현의 걸음을 따라가고 싶다면 보문호 일대를 걸어볼 일이다. 봄날 벚꽃이 아름다운 길이지만 여름날 수양버들도 운치 있다. 최현이 태극권을 하던 곳이 보문호다. 그 옆에서 같이 태극권을 하던 이가 김호연 작가란 사실도 흥미롭다. 약 8km의 산책로는 야간 조명이 어우러진 풍경도 볼거리다. 영화 속 맛집을 찾고 싶다면 ‘장독대’를 권한다. 최현이 윤희를 따라 참석한 술자리에 나온 집으로 청국장과 순두부를 잘한다. 최현이 윤희의 집을 나와 먹었던 칼국수는 팔팔손칼국수다. 한 그릇에 3,000원 하는 저렴한 맛집이었으나 지금은 사라졌다. 인근에 <경주>의 스태프들이 식사를 했던 '첨성대보쌈'이 있는데 그 아쉬움을 달랠 만하다. 참고로, 영화 <경주>는 신경주역이 출발점이지만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장소는 경주고속터미널에서 가깝다. 아리솔 주소 : 경북 경주시 봉황로 47-6 문의 : 054-771-7625 능포다원 주소 : 경북 경주시 원효로 91-3 문의 : 054-774-2178 대릉원 일원(노동리, 노서리, 황남리 고분군) 주소 : 경북 경주시 봉황로 일원(노동리, 노서리 고분군) 경북 경주시 태종로 일원(황남리 고분군) 문의 : 054-743-1925 1.주변 음식점 이풍녀 구로쌈밥 : 쌈밥 / 경주시 첨성로 155 / 054-749-0600 황남맷돌순두부 : 순두부 / 경주시 놋전2길 3 / 054-771-7171 황남빵 : 황남빵 / 경주시 태종로 783 / 054-749-7000 http://www.hwangnam.co.kr/ 경주원조콩국 : 콩국 / 경주시 첨성로 113 / 054-743-9644 2.숙소 이사금유스타운 : 경주시 보문로 465-24 / 054-745-1695 http://24k.or.kr/ 드림힐모텔 : 경주시 태종로791번길 22-2 / 054-749-6622 청춘게스트하우스 : 경주시 태종로727번길 31 / 054-744-0909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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