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전망대에 오르자 드넓게 펼쳐진 풍광이 시원하다. 해발 1100m가 넘는 산등성이가 사방을 둘러싸고, 가운데 움푹한 곳에 마을이 형성되었다. 마을의 평균 고도는 400~500m, 면적은 여의도의 6배가 넘는다. 한국전쟁 당시 해안분지의 독특한 지형이 화채 그릇 같다고 외국 종군기자가 펀치볼이라 부른 데서 유래해, 지금도 해안면은 펀치볼이라는 별명이 더 익숙하다. 을지전망대 바로 아래 삼중으로 된 철책이 보이고 그 너머는 DMZ(비무장지대)다. 철책만 없다면 여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산의 모습이다. 남과 북, 어느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은 덕분에 DMZ는 야생동물과 원시림의 보고가 되었다. 금단의 땅을 평화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해본다. 1990년에 발견된 제4땅굴은 총 길이 2km 남짓, 군사분계선에서 1km 정도 남쪽으로 내려온 곳에 있다. 안보교육관에서 영상과 전시물을 둘러본 다음 땅굴 입구로 들어선다. 북한 측이 판 땅굴에 이르기까지 우리 측이 판 굴을 걸어서 들어가고, 제4땅굴에 이르면 미니 열차를 타고 내부를 둘러본다.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을 보려면 해안면 소재지에 있는 양구통일관에서 출입 신청을 해야 한다. 당일 신청하면 되고, 오후 4시까지 가능하다. 통일관 바로 앞은 양구전쟁기념관이다. 도솔산 전투, 펀치볼 전투, 피의 능선 전투 등 한국전쟁 당시 양구에서 벌어진 9개 전투를 재조명한 곳이다. 입구에 우뚝 선 9개 기둥은 각 고지의 높이와 전투 기간을 상징한다. 두타연은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을 거닐고 빼어난 계곡과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다. 트레킹이 시작되는 두타연갤러리에는 배우 소지섭의 사진과 의상이 전시되고 있고, 갤러리 앞에는 소지섭길 안내판과 소지섭의 손을 본뜨기 한 조형물이 있다. 몇 년 전 드라마 <카인과 아벨>을 양구에서 촬영한 것이 인연이 되어 DMZ를 배경으로 한 사진 에세이 <소지섭의 길>을 출판했는데, 그가 좋아하는 숫자 51에 착안해 총 51km ‘소지섭길’을 만든 것이다. 두타연도 그 코스 가운데 하나가 된 셈인데, 소지섭의 손(조형물)을 잡아보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는 한류 팬도 제법 있다고. 두타연 주차장에 도착하면 안내를 맡은 문화해설사와 함께 트레킹을 시작한다. 주차장 맞은편이 두타연이지만, 원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일부러 두타연 상류와 하류를 한 바퀴 돌아 두타연에 도착한다. ‘지뢰’ 표지가 양쪽에 붙은 흙길을 따라 걷다 보니 넓은 공원이 나온다.
여러 가지 조형물이 잔디밭에 듬성듬성 들어섰다. 발밑에 까만 콩이 널렸기에 의아했는데 콩이 아니라 고라니 똥이란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공원이 밤이면 고라니들 놀이터가 되는 셈이다. “아빠~ 도와주세요!”
천방지축으로 숲길을 앞서 달리던 아이들이 갑자기 아빠를 찾는다. 숲길 끝에 징검다리가 놓인 계곡물이 나타난 것이다. 봄을 지나 여름으로 향하는 숲에는 산철쭉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싱그러운 초록빛이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언덕 위 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 나무 데크가 이어진다. 데크에서 계곡 쪽으로 내려가면 폭포를 좀더 가까이 볼 수 있고, 출렁다리(두타교)를 지나 다시 두타연 쪽으로 올라가면 폭포를 맞은편에서 볼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니 폭포와 소가 발아래 있다. 옛날 두타사라는 절이 근방에 있었다 하여 이름 붙은 두타연은 소가 깊어 검푸르다. 폭포 위쪽은 물이 바위틈으로 굽이치는데, 그 형상이 한반도와 비슷하다. 두타연 상류와 하류를 아우르는 두타연길은 2~3km로 한 시간이면 충분하고, 출렁다리 아래쪽까지 다녀오려면 30분쯤 더 걸린다. 60년 동안 출입이 통제된 덕분에 두타연의 비경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다. 두타연 출입은 ‘사전예약’과 ‘당일출입’이 모두 가능하며, ‘사전 예약’은 방문전날 오후 3시까지 '양구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ygtour.kr )를 통해 가능하다. 두타연 출입자 모든 인원은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하며, 안내소에서 출입신청서와 서약서 작성 후 위치추적목걸이 착용 후 출입이 가능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양을 코앞에서 보고 싶다면 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로 가보자. 멸종 위기에 처한 산양을 보호하고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자연 암벽 지대에 만든 센터로, 산양 사육장과 야생동물 치료 센터, 조류장, 구조 산양 회복실, 산책로 등이 조성되었다. 사람이 다가가면 멀찍이 피하는 녀석도 있고, 아랑곳없이 풀을 뜯는 녀석이나 사람이 건네는 풀을 받아먹는 대담한 녀석도 보인다. 꽃사슴 사육장, 양구의 주요 야생동물을 박제해서 보여주는 야생동물 생태관도 있다. 박수근미술관에 가면 거칠게 깎은 화강암을 쌓아올린 건축물에서 작가의 화풍이 느껴진다. 박수근의 삶과 가족에 대한 전시물을 둘러보고 안쪽으로 들어서면 드디어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박수근의 작품은 작은 유화 한 점이 수억 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미술관을 개관할 당시 진품 유화는 한 점도 없었지만, 현재는 박수근 선생의 손길이 담겨있는 유품과 유화, 유채화, 드로잉, 판화, 삽화 등 여러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박수근미술관 덕분에 양구는 군인 도시에서 예술의 고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2012년 12월말에 문을 연 ‘양구 인문학박물관’은 양구에 또 한 번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1층에는 이해인 수녀, 정지용, 백석, 한용운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0인의 시인들에 대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조그맣게 시를 읽어보자. 아름답고 평안한 시구들이 안보, 지뢰, DMZ 같은 단어로 바짝 긴장했던 마음을 평화롭게 다독인다. 2층은 철학의 집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철학자 김형석·안병욱 선생의 삶과 사상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두 철학자 모두 평안남도가 고향이라 가까운 양구에 철학의 집을 연 것.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두 철학자의 명언을 읽으며 잠시 사색에 잠긴다. 양구는 한반도의 동서남북 각 끝 점이 교차하는 국토 정중앙에 있다. 국토정중앙천문대는 가상의 밤하늘 여행을 관람하는 천체 투영실, 천문학을 재미있게 알아보는 전시 교육실, 신비로운 우주를 관측하는 주관측실 등으로 구성되었다. 천문대 앞에 캠핑장이 조성되어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기 위해 찾는 가족 캠퍼들이 많다. 천문대에서 산길로 950m 올라가면 국토 정중앙 지점을 상징하는 휘모리탑이 있다.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 손을 잡고 다녀오기 적당하다. 두타연처럼 빼어난 비경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기기에는 광치계곡이 제격이다. 광치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서면 계곡을 따라 숙박동이 이어지고, 곳곳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짙은 나무 그늘 아래 낮잠을 청하거나 맑은 계곡물에 발만 담그고 있어도 세상사 근심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 대상시설 : 제4땅굴, 을지전망대 휴관일 : ~ 2024.9.30 예정 ※ 양구통일관 전시실 및 전쟁기념관 정상운영 ※ 평화공원조성공사, 신축공사로 인한 휴관 <당일 여행 코스> 안보 관광 코스 / 을지전망대→제4땅굴→양구전쟁기념관→두타연→국토정중앙천문대 문화·생태 탐방 코스 / 박수근미술관→이해인 시문학관→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광치계곡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을지전망대→제4땅굴→전쟁기념관→두타연→국토정중앙천문대→광치자연휴양림(숙박) 둘째 날 / 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양구생태식물원→이해인 시문학관→한반도섬→박수근미술관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양구군 문화관광 (두타연 출입 신청) www.ygtour.kr - 박수근미술관 033-480-7228 www.parksookeun.or.kr - 국토정중앙천문대 033-480-7256 http://yanggu.ticketplay.zone - 광치자연휴양림 033-482-3115 https://www.foresttrip.go.kr/indvz/main.do?hmpgId=ID02030095 ○ 문의 전화 - 양구군청 경제관광과 033-480-2193 - 양구통일관 033-480-7251 - 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033-480-2665 - 양구 인문학박물관 033-482-9800 ○ 대중교통 [버스] 서울-양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양구터미널까지 하루 33회(06:30~20:05) 운행, 1시간 40분이상 소요. 춘천-양구,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1회(07:10~22:00) 운행, 50분 소요. 양구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해안면까지 하루 4회(06:40~19:00) 운행. *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춘천시외버스터미널033-241-0285 www.chuncheonterminal.co.kr 양구시외버스터미널 1666-0335 ○ 자가운전 서울춘천고속도로 춘천 IC→46번 국도→배후령터널→추곡터널→양구읍→해안면→양구통일관 ○ 축제와 행사 정보 - 도솔산지구전투전승행사 : 매년 6월 중, 양구읍 레포츠공원 및 도솔산 일원 자세히보기 ○ 주변 볼거리 양구생태식물원, 양구선사박물관, 양구백자박물관, 한반도섬, 파로호, 후곡약수, 팔랑폭포, 팔랑민속관 글, 사진 : 김숙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4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의 모든 콘텐츠(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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