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마루에 앉아 지붕 위에 걸린 하얀 구름을 바라본다. 처마 곡선을 훑고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밤이면 창호에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에 마음을 적신다. 순천만 해룡성고택에는 아날로그 감성이 곳곳에 배어 있다. 편리함보다 정겨움으로, 지나온 세월만큼 넉넉한 인심으로 나그네를 품는다. 순천만에 바람이 분다. 갈대가 바람에 “샤라라락~”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지평선을 향해 달리던 태양은 갈대를 황금빛으로 치장한다. 갈대 사이에 몸을 감추고 있던 한 무리의 철새가 힘찬 날갯짓을 한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동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순천만 해룡성 고택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겨울 풍경이다. 순천만 해룡성고택의 역사를 이야기하려면 16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현재 고택을 운영하는 문창훈 씨의 14대조가 해남에서 순천의 전주 이씨 집안에 사위로 들어오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조부는 순천에 뿌리내려 살면서 갯벌 개척과 염전으로 부를 이뤄 순천만의 천석꾼이 되었다고 한다. 인심도 좋아서 고을을 찾는 나그네를 소홀히 대하는 법이 없었다. 이러한 인심은 후손에게 이어지며 집안 전통이 되었다. 지금도 주인장은 숙박객에게 아침식사로 녹두닭백숙을 내어준다. 고택이 지금의 모습으로 지어진 1776년 정조가 즉위한 해다. 7대조인 청계 문효광이 새로이 지은 이후 240여 년 동안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 세월을 품고 있으니 시간이 중첩되면서 만들어진 예스러움이 예사롭지 않다. 해룡성고택은 문효광의 호를 따 청계당(聽溪堂)이라 부르는 본채와 별채인 승지원(承志院), 그리고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는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본채 객실에는 진달래, 모란, 동백, 매화라는 꽃 이름을 붙였다. 승지원은 옛날 과객에게 방을 내주었다던 사랑채다. 너른 마당 위로 쏟아지는 따스한 햇살에 졸고 있는 백구 두 마리와 하얀 이불 빨래를 널어둔 마당의 풍경이 꽤나 정겹다. 황토체험방은 추운 겨울 따뜻한 방에서 쉬어가라고 주인장이 직접 지었다. 사방의 벽을 황토로 바른 뜨끈뜨끈한 온돌방은 외풍이 없어 온기가 가득하다. 앙증맞은 크기의 동그란 창을 포함한 세 개의 창을 통해 전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진달래 : 펜션형 객실이다. 3~4명이 나란히 누울 수 있는 너비에 길게 뻗은 직사각형 모양이다. 본채에 있는 객실 중 유일하게 싱크대를 갖춘 주방이 딸려 있다. 가스레인지와 넉넉한 크기의 냉장고, 밥상까지 구비해 간단한 조리가 가능하다. 욕실도 있어 원룸 같은 형태를 갖췄다. 모란 : 본채인 청계당의 안방이다. 진달래 방보다 조금 넓은 직사각형 객실이다. 형태나 크기가 진달래 방과 비슷하지만 객실 안에 주방과 욕실이 없다. 화장실은 정원의 현관문 옆에 있는 공용 화장실을 이용한다. 수용인원은 최대 4~5명. 단체나 대가족이 이용하는 경우 객실 내 문을 열어 동백과 연결해 넓게 사용할 수 있다. 동백 : 본채에 있는 객실 중 가장 큰 방이다. 모란 객실 두 개를 합친 크기다. 천장의 서까래와 대들보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한옥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 객실에 연결된 문으로 모란과 연결해 하나의 방처럼 사용할 수 있다. 주방과 욕실이 없어 정원의 별채에 있는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매화 : 황토구들방이다. 방의 한쪽 벽에 베개나 작은 침구를 넣어두는 벽장이 있는 구조다. 다락은 한옥이 가진 독특한 공간 중 하나다. 외부로 통하는 작은 쪽문이 나 있다. 쪽문을 열고 나서면 조그만 툇마루가 놓여 있다. 주방은 없지만 욕실이 있어 편리하다. 승지원 : 순천만 해룡성고택의 사랑채다. 과거 천석꾼 시절 지나던 과객에게 사랑방과 식사를 내어주던 인심 좋은 집안의 흔적이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거실이 나타난다. 거실을 중심으로 객실과 욕실이 붙어 있다. 가스레인지와 싱크대를 갖춘 주방이 있다. - 야생 차 만들기 체험 고택 주변에 서식하는 야생초를 이용해 차를 만드는 체험이다. 봄에는 미나리, 민들레, 쑥, 질경이를, 가을에는 칡 등을 재료로 전통차를 끓여 맛볼 수 있다. - 다례 체험 본채 옆에 다도체험실이 마련되어 있다. 계절마다 다른 야생초로 차를 끓여 마시며 간단한 차 예법을 배운다. 딱딱한 수업이라기보다 차를 마시며 대화도 나누는 힐링 타임이다. - 황토방 체험 해룡성고택과 조금 떨어진 마을 어귀에 황토방이 있다. 추운 겨울날 마을을 방문한 손님들이 따뜻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 황토방에서 체험하는 동안 건강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주소 전라남도 순천시 홍두길 136 문의 061-744-1760 홈페이지 www.순천만해룡성고택.kr 이용료 모란 주중 60,000원 / 주말 70,000원(4~5인실) 매화 주중 70,000원 / 주말 80,000원(4~5인실) 진달래 주중 70,000원 / 주말 80,000원(4~5인실) 동백 주중 80,000원 / 주말 100,000원(8~10인실) 승지원 주중 100,000원 / 주말 140,000원(8~14인실) 순천에서는 순천만을 걸어야 한다. 갈대밭 사잇길을 걷고,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철새의 군무를 감상한다. 눈을 뗄 수 없는 순천만의 석양은 세상을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인다. 훼손되지 않은 순수의 자연! 풍경 속 일부로 동화되어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 ✔ 자연탐방 여행코스 순천만국가정원 → 순천문학관 → 순천만습지 순천만국가정원 :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위해 조성했다. 아시아, 북중미, 유럽 등 11개국의 개성을 살린 세계정원, 여러 주제로 꾸민 참여정원, 습지센터 등으로 구성되었다. 여유로이 산책을 즐기며 예쁜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는 스폿이 많다. 정원을 다 둘러보는 데 3~4시간 걸린다. 순천문학관 : 순천과 인연 깊은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작가 정채봉을 기리기 위해 만든 문학관. 김승옥의 단편 ‘무진기행’의 배경이 순천이다. 무진은 가상의 도시다. 정채봉은 순천이 낳은 작가다. 동심을 신앙으로 여기며 ‘오세암’을 비롯해 여러 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남겼다. 책방쉼터에서 책을 읽거나 팽이치기 등 전통놀이도 즐길 수 있다. 순천만습지 :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다. 2645만㎡(800만 평)의 갯벌과 231만㎡(70만 평)의 갈대가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자연의 보고다.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를 비롯해 희귀 조류가 많이 찾아온다. 해 질 무렵 용산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순천만의 석양은 놓쳐서는 안 되는 풍경이다. 순천만 해룡성고택의 문창훈 대표는 순천에서 나고 자랐다. 형제들은 서울로 나가 생활하고 자녀들도 도시로 나가 살지만, 그는 평생을 고택을 지키며 살고 있다. 고택이 곧 그의 ‘삶’인 셈이다. 그런 까닭에 집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우리 집 뒤에 해룡산성이 있는데, 우리 집터와 해룡산성 터가 명당이에요. 고려 때는 왕비를 셋이나 배출했고, 우리 14대조도 땅의 기운을 받아 천석꾼이 되셨어. 그만큼 터가 좋아요, 여기가.” “여기 봐봐. 집에서 보면 주변이 빙 둘러싸여 있고 동남쪽에만 길이 트여 있잖아요. 거기서 불어오는 동남풍, 샛바람이 아주 신선하고 공기가 좋아요.” 문창훈 씨는 해룡성고택의 역사적 전통과 함께 순천만이 가까워 자연친화적인 위치가 참 좋다며 자랑한다. 이 집의 자랑은 또 있다. 예전부터 마을을 찾아온 과객, 집을 방문한 손님을 소홀히 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 집안에는 과객들을 위해 사랑방을 운영하며 식사를 제공해 온 전통이 있어요. 지금도 가풍을 지키려고 하죠. 그래서 아침에는 찹쌀과 녹두, 멥쌀을 넣어서 닭백숙을 해드려요. 술 드신 분들 아침에 그거 해드리면 맛있다고 잘 드시더라고요. 하여간 무료로 드려요.” 해룡성고택 주인이 내는 녹두닭백숙 맛이 궁금해서 하룻밤 묵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청태전을 처음 만든 곳으로 더 잘 알려진 장흥 보림사 옆에 우리 종가가 있어요. 청태전은 찻잎을 우리나라 전통방식으로 찐 다음 동그랑땡처럼 만들었다가 발효시켜서 먹는 차예요. 청태전 차에 붙이는 다부(茶賦·차노래글)를 쓰신 분이 몇 분 계세요. 한재 이목 선생하고 1800년대 초의선사가 유명하신데, 우리 할아버지도 쓰셨어요. 하하하. 그리고 순천에도 야생 녹차가 유명해요. 그래서 숙박하시는 손님들께 주변에서 나는 야생 녹차를 대접해드려요.” 순천만습지와 이웃안 고택에서의 야생 차라… 어떤 맛일지 호기심이 발동한다. 글 : 오원호(여행작가), 사진 : 김창호(사진작가)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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