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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전, 최근 마이웨이 등 전쟁 관련 한국영화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있었던 과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감동보다 먼저 슬픔이 심금을 울린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먹먹해진 가슴을 어찌할지 몰라, 기차로 갈 수 있는 한국의 최북단 '신탄리역'을 가봤다. 이름 없는 작은 산이 병풍처럼 뒤에 버텼고 작은 냇물이 마을을 두르며 흐른다. 평온한 이 마을에 애달픈 사연들이 반세기 동안 쌓인 곳 '신탄리역'이 있다. 겉보기에는 시골의 간이역처럼 아담하다. 그렇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가진 중단된 철로, 그 끝을 볼 수 있는 역이기도 하다. 신탄리역이 속한 경원선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살펴보자. 일제강점기 1914년, 일본은 223㎞에 이르는 경원선을 개통한다. 경원선은 서울과 원산을 잇는 철도로, 경의선과 함께 동서를 잇는 육지 교통의 중심이었다. 이 철로를 통해 일본은 우리의 각종 자원을 수탈했다. 이런 일본의 의도를 막고자, 공사 당시에는 의병의 저항이 거셌다. 그래서 측량자는 한복으로 위장하면서 작업했다고 한다. 경원선 개통으로 철원과 연천은 많은 물자와 사람이 오가는 도시로 성장. 게다가 철원에서 출발하는 금강산 전철이 생겨나면서 더욱 활기를 띠었을 것이다.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신탄리역이 우리나라의 최북단 종점이 된다. 현재 용산역~신탄리역 사이의 88.8㎞, 경원선 전체구간의 반도 못 미치는 철로만이 살아 있는 셈이다. 용산역에서 소요산역 사이는 수도권 전철 1호선으로 불리고, 나머지 소요산역에서 신탄리역 사이 구간이 경원선으로 통용되며, 통근열차가 운행한다. 이마저도 작년 7월 27일 신천의 초성철교 범람으로 교량 상판이 유실돼, 경원선 운행이 중단된 상태. 현재 복구공사가 진행 중이다. 신탄리역이 종점으로 불린 지 약 반세기 후, 경원선의 선로 복원공사가 시작했다. 신탄리역에서 5.6km 떨어진 철원군 대마리까지 연장되는 공사로, 경원선의 종점이 철원으로 옮겨진다는 것을 뜻한다. 서울에서 강원도 철원까지 철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겠다. 이런 긴 설명이 필요한 이유는 많은 사람이 경원선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 경의선의 경우 서울역에서 문산역까지 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길목이고 일산신도시와 서울의 주요 통로이기도 해 익숙하다. 그렇지만 경원선은 이용객 수가 적어서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문 편이다. 신탄리역 주차장이 무료로 개방돼 차량으로 온 관광객을 배려했다. 역내는 인적이 드물어 한산하다. 교량 유실로 운행이 중단돼, 이용객이 줄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민 외에도 군인과 고대산 등산객들로 붐볐을 역사의 풍경이 그려진다. 붉은 벽돌과 낮은 지붕의 역건물에서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역내도 개방돼 있어 바로 탑승장으로 입장이 가능하다. 볕이 잘 든 출구 왼편에 작은 쉼터가 마련됐다. 시가 담긴 액자가 몇 개 놓였다. 그 중 한 구절을 메모해왔다. 숨을 고르며 달리기를 중단하고 아늑한 고대산 품에 안기어 한 숨 쉬어가는 최북단에 앉은 신탄리역 - 조성좌의 '신탄리역' 중에서 두 대의 통근열차가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열차는 ‘CDC(Commuter Diesel Car)’라는 디젤기관 열차로 예전에 통일호로 불렸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2시간 걸리던 열차를 기억하는가. 바로 그 주인공이 바로 신탄리역에 머물고 있는 열차다. 여기서 보게 되니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통일호를 타고 부산에 갈라치면 퍼즐잡지 한 개를 풀고, 휴대용 카세트에 건전지를 몇 번씩 갈아줘야 했으며, 끝없이 펼쳐지는 창밖 풍경에서 해가 떨어지고, 뜨곤 했다. 역명판에는 이전의 역만 적혔고 다음 역은 없다. 종점이라는 거다. 이렇게 글자로 보게 되니 실감이 든다. 북쪽, 레일의 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신탄리역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풍경이나 이색적인 체험거리가 없다. 하지만 추억의 열차, 시골의 한적한 분위기 등 느리게 사는 미학을 다시금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사색하고, 소소한 옛 기억에 웃음이 절로 나는, 그런 공간이랄까. KTX 등 고속열차가 생김으로써 과거의 저편으로 넘어가, 나도 모르는 사이 주위에서 사라져버린 추억이 신탄리역 안에서 하나씩 되살아난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고, 어른에게는 살아 있는 사진앨범을 펼친 세상이다. 그렇게 철도를 따라 약 5분 정도 올라가면, 검은색과 흰색으로 구성된 중단점 표지판이 세워졌고, 그 뒤로 ‘철마는 달리고 싶다’가 적힌 글귀가 세워졌다. ‘정지’라는 표지판 앞, 철마와 그 속에 담긴 염원도 더 나가지 못하는 현실이 겨울처럼 차다. 이 근방의 레일과 그 아래를 받치는 나무에서 오랜 세월을 짐작할 수 있다. 나뭇결 사이에는 틈이 벌어져 위태롭다. 레일의 위로 사연이 담긴 글귀가 눈에 띈다. 통일을 기다리는, 희망하는 마음 그리고 안타까움이 드러난 글이 여럿 보인다. 레일의 끝 ‘철도중단점’, 분단의 슬픔을 표현한 유명 글귀 ‘철마는 달리고 싶다’를 실제로 마주했다. 녹슨 흔적, 실향민의 염원 등 분단의 비극과 긴장 때문일까. 가슴이 먹먹하다. 연장공사가 마무리되면 이 푯말은 좀 더 뒤로, 원산에 가까워질 것이다. 가슴 한편이 답답하고, 괜스레 한숨이 나온다. 이런 감정을 간직한 채, 연천을 떠나기는 조금 어렵다. 근처에 역고드름이라는 희귀한 현상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 가깝지만 걸어서 가기에는 무리다. 택시 또는 자가용을 이용하자. 수많은 관광지와 희귀한 현상을 보여주는 현장을 둘러봤지만, 연천의 역고드름처럼 간담이 서늘하면서, 기이한 현장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신탄리역에서 3번 국도를 타고 철원방향으로 가다 보면 ‘역고드름’ 표지판이 보인다. 작은 냇물을 건너, 왼편의 둑길을 가면 폐교량이 보인다. 그 오른편으로 돌아서 약 200m정도 직진하면 역고드름 표지판이 보인다. 비포장도로에서 빠지는 길이 두 갈래다. 오른편,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무시하자. 어디에도 관광지의 면모를 찾기 어려워 ‘잘못 들어왔나’ 싶은 순간, 멀리 영화 속에 나올 법한 반원의 터널 입구가 보인다. 그리고 하얀 형체가 보이는데, 고개만 내밀어 눈에 힘을 줘본다. 고드름인데, 그 풍경이 생선 아가리의 이빨처럼 날카롭고 사나운 느낌의 고드름이다. 이 폐 터널에 대해선 정확한 자료가 없다고 한다. 규모와 형태로 짐작해보면, 일제강점기 경원선 복선공사로 터널시공 중 일본의 패망으로 공사가 중단됐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평소, 피사체를 두고 여러 방향에서 찍어보고 다양한 설정으로 바꿔가며 촬영하지만, 자동모드에서 초점만 잡고 분위기만 담아내 후딱 밖으로 빠져나왔다. 천장에 매달린 고드름이 떨어질 것 같고, 터널에는 조명이 없어 어둡다. 괜한 상상이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신탄리역에서 먹먹해진 가슴은 온데간데없이, 간이 콩알만 해졌다. 여정의 분위기 전환은 성공인 셈이다. -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 ahn856@gmail.com ) [연천 가는 방법] - 자가용 * 의정부(3번국도) - 양주시청 - 덕계리 - 덕정리 - 동두천 - 소요산 - 초성리 - 한탄강 - 전곡 - 연천 * 서울(자유로) - 파주 문산 - 적성(37번국도) - 전곡 - 연천 - 대중교통 * 버스 3300번 성남 ↔ 연천 * 기차 서울 <새마을, 무궁화> 서울 [신탄리역 가는 방법] - 자가용 * 연천 - 3번국도 - 신탄리역 - 대중교통 * 버스 39-2번 : 전곡터미널 ↔ 신탄리역 39-3번 : 전곡터미널 ↔ 신탄리역 [역고드름 가는 방법] * 신탄리역 → 3번국도(철원방향 3.5㎞) → 역고드름 표지판 (우회전) [문의] 연천군청 문화관광과(031-839-2061, 031-839-2062) 신탄리역(031-834-8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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