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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해외여행을 갈 때 잊지 않고 챙겨가는 식재료, 식빵에 버터나 잼 대신 발라 먹어도 맛이 살아나는 회심의 재료, 비빔밥 만들 때 빠지지 않는 새빨간 겔 상태의 조미식품, 매운탕 끓일 때 없어선 안 되는 비장의 카드,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는 비빔면에도 들어 있는 액상 스프, 그리고 오징어포 포장지 속에도 꼭 따라다니는 이것은? 한국인들에게는 너무 쉬운 문제다. 그렇다. 정답은 고추장이다. 매콤하면서도 단맛이 돌아 달아난 입맛을 되찾아주고 우리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고추장을 맛보러 전북특별자치도 순창으로 떠난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란 ‘용을 그린 뒤에 눈동자에 점을 찍는다’는 뜻을 지닌 고사성어다. 중국 남북조시대 양나라의 화가 장승요라는 사람이 안락사 벽에 네 마리 용을 그린 뒤 주변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용에 눈동자를 그려 넣자 그림 속 용이 꿈틀거리며 승천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무더위에 입맛을 잃어버렸거나 장기간 해외여행 후 귀국해서 구수한 보리밥이나 때깔 좋은 산채비빔밥을 먹을 때 빨간 고추장 한 숟가락을 밥 위에 올린다. 그 순간 화룡점정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이 고추장이 없었다면 보리밥이나 산채비빔밥은 제 맛을 내지 못할 게 뻔하다. 팔도 고추장 중에서도 순창 고추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맛을 자랑한다. 장성한 자식이 모처럼 고향에 왔건만 넉넉지 않은 살림에 찬거리를 제대로 장만하지 못한 날, 우리의 어머니들은 고추장이며 된장에 박은 장아찌들을 앉은뱅이 소반에 차려주고 자식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고추장은 종류만 해도 여러 가지로 찹쌀고추장, 보리고추장, 매실고추장 등이 있다. 여기에 각종 채소를 박아 깊은 맛을 들인 장아찌라는 한국적인 반찬이 탄생했다. 마늘장아찌, 매실장아찌, 참외장아찌, 울외장아찌, 고들빼기장아찌, 감장아찌가 서민적이라면 더덕장아찌, 통굴비장아찌, 찢은굴비장아찌는 고급에 속했다. 된장에 박는 채소류도 콩잎, 깻잎, 오이, 마늘종, 무, 도라지, 고추 등 다양했다. 세월이 변해 ‘짜다’는 이유로 식탁에서 장아찌를 만나는 날이 많이 줄었지만, 한 점만 밥 위에 얹어 먹어도 멀리 달아난 입맛을 되찾는 데 여전히 효과 만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도 순창전통고추장마을에 가면 어느 가게로 들어서건 이런 장아찌들을 골고루 시식해볼 수 있다. 식혜 한 컵으로 짠 맛을 가셔낸 뒤 가족들 밥상에 올릴 장아찌를 이것저것 골고루 섞어 한 보따리씩 사간다. 순창장류축제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순창 고추장 맛의 비결을 설명한다. 우선, 순창은 고추장 담는 시기가 타 지방과 다르다. 대부분 음력 10월에 메주콩을 쑤어 겨울철에 메주를 띄우지만 순창에서는 처서 전후(양력 8~9월)에 고추장용 메주를 별도로 만든다. 장의 단맛을 내는 곰팡이는 온도가 높을수록 많이 번식하기 때문이다. 고추장은 음력 동짓달 중순에서 섣달 중순 사이에 담근다. 메주는 더운 여름철에 띄우고 고추장은 추운 겨울에 담가 저온 발효를 통해 신맛을 줄이고 감칠맛을 살린다. 또 간장용 메주로 고추장을 담지 않고 고추장용 메주를 별도로 만드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대를 이은 집이 많습니다. 또 물이 좋아요. 섬진강 상류의 지하 암반수 아닙니까? 찹쌀, 콩, 고추 등이 바로 이런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지요. 또 기후를 말하지 않을 수 없네요. 고추장 맛을 좌우하는 효모균이 잘 번식하는 지방이거든요.” 올해로 제14회를 맞는 순창장류축제는 10월 18일부터 10월 20일까지 3일간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에서 열린다. 고추장마을 가장 안쪽에는 숙박시설(객실 20실)을 겸비한 장류체험관이 자리했다. 체험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하면 장류요리체험, 인절미 만들기, 전통튀밥 만들기, 전통고추장 만들기를 해볼 수 있다. 여기서 만들어보는 요리로 고추장불고기떡피자, 토마토 고추장떡볶이 등이 있다. 고추장마을 입구의 장류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장의 의미, 장류의 유래와 역사, 순창 장맛의 비법 등을 알려주는 전시실(장의 역사), 장을 담그는 재료에서부터 만드는 전 과정을 알려주는 전시실(장 담그는 날), 세계의 다양한 장(소스)과 비교하여 우리 장류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전시실(세계 속의 장) 등으로 꾸며졌다. 순창 고추장의 역사는 만일사를 찾아가도 알 수 있다. 회문산 남쪽 자락에 들어앉은 만일사는 백제 무왕 때 창건된 사찰로 이곳에 ‘순창고추장 시원지 전시관’이 있다. ‘산사에 웬 고추장 전시관?’이라고 의문을 품을 법도 한데 사연인즉 이렇다. 남원 운봉에서 왜구를 물리친 이성계 장군이 이곳 만일사에서 수도하던 무학대사를 만나기 위해 순창에 들렀다가 고추장의 전신인 ‘초시’를 맛보고 이를 잊지 못해 왕이 된 뒤에 순창현감에게 진상토록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고추는 임진왜란 무렵 한반도에 전파됐다. 고추장을 활용한 순창의 맛은 한정식에 올라가는 돼지불고기에서 느낄 수 있다. 반찬이 스무 가지가 넘는 상차림이 전라도 한정식의 명성을 고스란히 살려내고 있다. 순창이란 곳이 본디 산골인지라 해산물 등을 제때 공급받기 어려워 장아찌나 젓갈류가 상에 많이 오르는 것이 독특하다. 그렇더라도 모든 반찬이 순창의 고추장, 된장, 간장을 활용한 음식들이라 제각각 긴 여운을 남긴다. 돼지불고기는 순창 고추장에 버무린 다음 화력이 세면서도 오랜 시간 타는 연탄불에 구워내기 때문에 기름기가 쏙 빠져서 한번 젓가락이 가면 멈추기가 어렵다. 추가로 주문하고 포장해 가도 좋다. 순창 읍내 민속집(063-653-8880), 새집(063-653-2271), 옥천골한정식(063-653-1008) 등이 소문난 한정식집이다. 한편 고추장마을 입구의 성가정식당(063-653-3389)에 가면 매운 고추장으로 양념한 국내산 돼지갈비찜을 맛볼 수 있다. 이 집의 매운갈비찜은 보기만 해도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맵다는 평을 듣는다.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청색, 황색, 적색 파프리카가 매운맛을 어느 정도 중화시켜주고 적당히 식은 시래깃국이 얼얼한 입안을 달래준다. [순창장류체험관] 주소 : 전북 순창군 순창읍 민속마을길 55 문의 : 063-650-5432, http://www.janghada.com/ 순창군 문화관광과 063-650-1612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광주대구고속도로 순창IC → 순창보건의료원 앞 → 순창장류박물관 앞 → 순창전통고추장마을 → 장류체험관 * 대중교통 서울→순창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9:30-16:10) 운행, 3시간 20분 소요 전주→순창 :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20분~1시간 간격 운행, 1시간 30분 소요 2.주변 음식점 산호가든 : 매운탕 / 순창군 팔덕면 강천산길 29-34 / 063-652-5102 중앙회관 : 매실오리주물럭 / 순창군 순창읍 순창로 205-1 / 063-653-0880 옥천골한정식 : 한정식 / 순창군 순창읍 경천1로 78 / 063-653-1008 3.숙소 영빈장모텔 : 순창군 순창읍 순화로 222 / 063-653-6060 하얀파크펜션 : 순창군 복흥면 용지길 51 / 063-653-7718 맨하탄모텔 : 순창군 순창읍 대동로 41 / 063-653-6600 -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8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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