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각인되는 강렬한 맛의 도시, 대구로 맛 여행을 떠났다.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인천, 여기에 요즘은 세종까지 가세한다.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대도시, 즉 행정구역상 특별시와 광역시로 일컬어지는 곳들이다.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그곳까지 가려면 자동차, 열차, 비행기 등을 이용해야 한다. 교통수단에 오를 때면 여행의 기분에 살짝 들뜨기도 하지만, 출장 또는 집안의 경조사 등 업무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머무는 시간도 잠시. 긴 이동 거리와 비용을 생각하면 밥 한 끼라도 맛있게 먹고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막상 '뭘 먹지' 하고 생각하면 딱히 잡히는 곳이 없는 게 이들 대도시의 공통된 특징이다. 그런데 대구는 조금 다르다. 확실하게 꽂히는 게 있다. '맵다'다. 정신이 번쩍 나는 매운맛이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한입 물기가 무섭게 머릿밑이 가렵고, 두입 베어 무니 코끝에 송송 땀방울이 맺히고, 세 입째 입놀림에 등줄기를 타고 주르륵 땀이 흐른다'다. 그냥 매운 게 아니라 엄청, 아니 무진장, 요즘 애들 말로 '대박' 맵다. 대구 음식이 매운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적 특성인 분지 때문. 춥고 더운 날씨를 견디려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땀방울이 송송 맺히는 매운맛이 필요하단다. 중국의 쓰촨성(四川省)이나 인도·태국 같은 지역에서 매운 요리가 발달한 원인이 더위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편으로 먹을 것이 풍성한 곡창지대나 신선한 해산물이 많은 해안 지역과 달리 식재료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점을 매운 요리의 발달 이유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어느 라면 광고에 등장하는 문구처럼 '사나이 울리는' 매운맛. 매운 맛의 특징은 중독성이다. 한번 맛을 들이면 주기적으로 먹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인체 공학적으로 살펴보면, 혀가 매운맛의 자극을 받으면 뇌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 게 다 이런 메커니즘의 결과다. 엔도르핀을 부르는 중독성 때문에 매운맛이 대구 음식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매운맛의 강력한 자극 때문에 속 쓰림 등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요즘은 매운맛이 오히려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발표도 나오고 있다. 몸에 열을 발생시켜 감기와 같은 질병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주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암 예방까지 도와준다고 한다. 흔히 생각하기엔 변변하게 먹을 게 없다는 대구. 그렇지만 한 입, 아니 두 입만으로 온몸에 각인되는 강렬한 '맛의 도시'가 바로 대구다. 하염없이 빠져드는 대구의 불같은 신(辛) 메뉴를 소개한다. 찜갈비 한식의 정식 메뉴에 갈비찜은 있어도 찜갈비는 없다. 그런데 대구엔 갈비찜 대신 찜갈비가 명품 메뉴란다. 특히 동인파출소 인근엔 10여 개 전문점이 모여 동인동 찜갈비거리로 통한다. 찜갈비는 소갈비를 고춧가루와 마늘 등 갖은 양념을 듬뿍 넣고 시뻘겋게 끓여 낸 음식이다.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매운데 씹을수록 소갈비의 진한 맛이 우러난다. 압권은 찜갈비가 담긴 그릇, 다 찌그러진 양은 양재기다. 찜갈비보다 더 깊은 인상으로 남는다. 먹는 방법은 일단 술을 반주로 고기부터 먹는다. 그다음, 갈비의 맛이 녹아 있는 양념에 뜨거운 밥을 넣어 비벼 먹는다. 따로 볶음밥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비빔 자체로 소고기의 훌륭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봉산찜갈비(053-425-4203, 대구 중구 동덕로36길 9-18) 1인분에 1만8000원. 공깃밥 별도. 떡볶이 중독성이 워낙 강해 '마약 떡볶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다. '서울 사람들은 한 입 먹고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한마디로 눈물이 쏙 빠지는 매운맛이다. '물 반, 떡볶이 반'이라고 할 정도로 떡볶이가 매운 국물에 푹 빠져서 나온다. 매운맛이 부족하면 고추장을 더 풀어 먹으라고 대접 한 귀퉁이에 고추장을 더 발라 내준다. 웬만큼 매운맛에 익숙해 있어도 한 대접을 혼자 다 먹는다는 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 젊은 손님들은 부족한 모양이다. 군만두나 납작만두를 추가해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다. 여기에 매운맛 달래기용 '○피스' 음료도 기본 주문 메뉴. 신천궁전떡볶이(053-741-4158, 대구 수성구 국채보상로162길 72)에선 떡볶이 1인분 1000원. 군만두(10개) 1500원. 음료 1000원. 계란 2개 1000원. 복어불고기 우리 식재료 가운데 최고급을 꼽으라면 육고기에선 소고기, 바닷고기에선 복어를 꼽을 것이다. 그런데 대구 사람들은 묘하게도 복어에 매운맛을 듬뿍 입혀서 먹는다. 복어불고기는 뼈를 발라낸 하얀 복어 살을 고춧가루와 마늘 등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 팬에 볶아 낸 음식이다. '담백하고 순한 맛의 복어 살을 굳이 이렇게 뻘겋게 만들어 먹어야 하나'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래도 복어 요리의 색다른 접근 방법이 젓가락질을 재촉한다. 고춧가루와 마늘이 주재료여서 매운맛이 무척 강하다. 함께 들어 있는 콩나물과 버섯으로 입안을 달래지만 그 역시 양념이 짙게 배 있어 쉽지 않다. 영양고추와 의성마늘만을 쓴다는 미성복어불고기(053-767-8877, 대구 수성구 들안로 87) 1인분에 1만3000원. 2인분 이상 주문 가능. 무침회 이 단어도 묘하다. 찜갈비처럼 일반적으로 쓰는 단어의 배열을 뒤집어 대구만의 별난 메뉴로 만들었다. 회무침를 굳이 무침회로 칭하는 까닭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무침회는 데친 오징어나 소라 등에 갖은 채소를 넣어 매콤하게 무친 요리다. 내륙지방이기 때문에 싱싱한 회를 먹는 것이 어려워 생물이 아닌, 데친 횟감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채소는 주재료가 미나리와 무. 미나리는 5cm 간격으로 자르고, 무는 채 썰어 소금에 절여 놓는다. 물기를 제거한 무채와 미나리, 오징어, 소라를 한데 담고, 다진 생강과 다진 마늘, 고춧가루, 설탕, 참기름 등을 넣어 뻘겋게 무친다. 삼콤(매콤 달콤 새콤)의 조화가 기가 막히다. 한참 먹다가 밥을 시켜 회덮밥을 만들어 즐기기도 한다. 남도횟집(053-425-0914, 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165-5) 1만5000원~3만원. 따로국밥 매콤한 맛의 육개장을 대구 스타일로 재해석한 메뉴다. 매운맛의 중심인 빨간 고추에서 살짝 벗어나 마늘과 파를 듬뿍 넣어 풀어 냈다. 그래서 마냥 맵기보단 깊은 단맛이 국물의 맛을 단단하게 받쳐 주고 있다. 국과 밥을 한데 말아 내는 국밥이 아니라 이름 대로 '따로'국밥이다. 국물은 소뼈를 10시간 이상 푹 고아 베이스로 잡고, 선지를 넣어 건지를 넉넉하게 했다. 선지를 빼고도 주문이 가능하고 밥보다 면이 좋은 사람들은 국수를 따로 시킬 수도 있다. 따로국밥의 원조 격인 국일따로국밥(053-253-7623,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571)에선 한 그릇에 8000원. 그리고...상주식당 대구의 빨간 맛과는 거리가 있지만 대구의 으뜸 명소라 할 만하다. 추어탕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대구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1년에 열 달만 영업하고 두 달 이상(12~2월) 문을 닫는다. 고랭지 배추랑 미꾸라지 구하기가 힘들어서란다. 가마솥을 거쳐 뚝배기에 담긴 추어탕. 푹 삶은 배추우거지가 탕 그릇 가득하다. 살짝 한 숟가락 떠낸 위 국물 맛이 무척 순하다. 아래 국물과 섞어 우거지와 함께 입에 넣어 본다. 비릿함이나 흙냄새 없이 깔끔하다.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 부드럽다. 풋고추 다진 것과 초피가루를 넣어 제대로 맛본다. 알싸한 맛이 더해지니 맛이 제대로 살아난다. 우거짓국 같았던 첫 느낌이 완전히 사라진다. 한 그릇에 9000원. 053-425-5924.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598-1. 출처 : 청사초롱 글 : 유지상(음식칼럼니스트), 사진 : 청사초롱 박은경 기자 ※ 위 정보는 2020년 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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