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좁다랗게 이어진 오동동 ‘통술골목’ 으로 들어선다. 휘황찬란하게 빛나던 그 시절, 그때의 영화는 온데 간데 없고, 작은 규모의 통술집들 몇몇만 불을 밝힌 채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어느 통술집 안, 눈이 똥그래 질만큼 별난 광경이 목격된다. 볼락회, 해삼, 산낙지, 아귀수육 등 무려 20가지가 넘는 해산물이 술안주상으로 차려진 것도 모자라,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보기만 해도 군침도는 안주들이 계속 줄을 잇는다. 손님들의 배는 남산이요, 얼굴은 이미 잘 익은 ‘홍옥’ 이다. 그만 주라고 물리는 손님에게 주인아지매는 한사코 더 먹으라며 접시를 내민다. 내노라 하는 주당들마저 두손 두발 들게 만드는 곳. 마산 앞바다에서 나는 싱싱한 해산물과 푸짐한 인심이 모여 화‘통’한 술 문화를 만들어내는 ‘오동동 통술골목’ 을 찾았다.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 오동동 술타령이 오동동이냐 ….”
‘오동동 술타령’ 의 실제 배경지인 마산의 오동동. 오동동에 가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마산의 명물 ‘통술골목’ 을 만날 수 있다. ‘통술’ 은 한마디로 싱싱하고 푸짐한 해물 안주가 한상 통째로 나오는 술상이다. 마산 사람들의 인심을 꼭 빼닮은 통술집은 1980년대에 마산 자유무역항이 생기면서부터 오동동과 합성동, 문화동 등의 골목에 형성되었다. 당시 항에서 일하던 선원들은 근무가 끝나고 나면, 저녁을 먹기 전부터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식당들은 마산어시장이 가까이 있는 이점을 이용해, 싱싱한 해산물을 싸게 구입해 푸짐하게 안주로 내놓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통술의 유래다. 그때나 지금이나 통술집은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아도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삶의 애환을 한잔 술로 풀며 함께 울고 웃던 마산사람들의 ‘벗’ 과 다름없다. 옛날식 통술의 본거지 오동동. 구불구불 미로처럼 이어진 오동동 통술골목은 2008년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낡은 건물마다 벽화가 그려져 낭만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골목 구석구석 돌아본 후, 인심 좋기로 소문난 통술집으로 들어섰다. 약 10여평 남짓, 테이블은 단 5개. 작은 포장마차가 그대로 실내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면 규모가 짐작이 갈터.
“통술 안주가 몇 가지가 되는 건가요?” “글쎄예. 몇 가지나 될랑가 모르겠네.하나, 둘, 셋… 한 스무가지 될라나.”
20년째 통술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강림통술의 김신지(66세)사장님의 답이다. 정확한 숫자를 세고자 통술을 주문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들이 하나둘 상에 차려진다. 볼락회, 꽁치, 해삼, 멍게, 전어, 아귀수육, 조개, 산낙지는 물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오징어와 주꾸미, 갈치, 볼락 구이와 각종 조림까지…. 시작부터 술상이 비좁을 정도로 한상 가득 오른 푸짐한 해물안주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디 그 뿐인가. 접시가 비워지기가 무섭게 새로운 안주로 또 다시 가득 채워진다. 안주 세기는 일찌감치 포기다. 오죽하면 ‘술이 오래갈까 안주가 오래갈까’ 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싶다. 안주들은 육해공 모두에서 차출된 것이지만, 마산 어시장을 코앞에 끼고 있는 만큼 싱싱한 해산물이 단연 으뜸이다. 오동동에 이 통술거리가 발달한 이유도 싱싱한 해산물을 바로 공수해 올 수 있는 지리적 위치 때문이겠다. 통술집 대부분의 주인들은 하루도 안 거르고 어시장 가지예. 가서 싱싱한 놈으로 안주감을 골라예. 마산 사람들은 다 박사지예, 박사. 해산물 박사. 허니 우리는 또 얼마나 까다롭게 골라야겠어예.
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보다 많은 음식들을 챙겨주려는 인심좋은 아주머니덕에 가게 안은 언제나 단골로 시끌벅쩍이다. 통술 먹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통술을 시키면 푸짐한 안주와 함께 맥주 3병이 기본으로 차려진다. 가격은 4만원 선. 이후부터는 소주든 맥주든 술값만 지불하면 안주는 원 없이 먹을 수 있다.
맥주 3병에 1만원, 소주 한 병에 5000원 선이다. 빈속이라도 걱정할 필요없다. 퇴근한 뒤 출출할 때 와도 배부르게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이 먹는다고 눈치 줄 사람도 절대 없다.
“원래 이 통술거리가 소위 물 좋은(?) 곳으로 명성이 자자했어요. 서울로 말하면 명동쯤 될까? 지금은 사람들도 많이 빠지고 문닫은 곳도 많아요. 그렇지만 저희들처럼 여기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잊지 않고 늘 찾곤 하죠. 꼭 옛 동무를 만나는 느낌이랄까.”
마산 월포동에 산다는 차민권(35세)씨와 그의 일행은 대학생때부터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울적하거나 술한잔 생각날때면 어김없이 통술골목을 찾는다고 한다.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깊고 진한 추억거리란 소리다. 실로 오동동이 마산의 통술집 원조거리지만, 현재는 신마산에도 ‘통술거리’ 가 생겨나서 지금은 상권이 상당히 이동되었다. 허나 마산 오동동 통술골목 역시 통술집 14여곳이 오늘도 여전히 골목을 지키며 옛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마산의 명물 ‘통술거리’ 를 탄생시키는데 일등공신은 바로 마산어시장이다. 마산사람들의 질박한 삶을 대표하는 마산어시장은 신선한 재료에 인심과 풍물을 덧대 마산만의 독특한 ‘맛 골목’ 을 만들어냈다. 통술거리를 비롯해 화끈한 매운 맛의 아구찜 거리,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복국거리, 보양식으로 뛰어난 장어거리는 일찍부터 미식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모든 맛이 근원이 바로 마산어시장인 것이다. 마산어시장은 마산 앞바다와 통영, 거제 등지에서 갓 잡아온 싱싱한 자연산 횟감들이 살아 움직이는 횟집과 비릿한 생선 내음과 ‘아지매’ 들의 손님 부르는 소리가 오가는 발길을 붙잡는다. 어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발길이 닿는 곳이 횟집 골목이다. 손님의 주문에 따라 즉석에서 신선도 높은 생선을 그것도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고, 투박하면서도 인정 넘치는 경상도 사투리를 들으며 시장 특유의 걸쩍지근한 삶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 좋다. 어시장의 풍경을 압도하는 생선가게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신선도를 짐작할 수 있다는 생선의 눈이 투명하리만치 맑고, 아가미를 살짝 들춰보면 살아있는 듯 선명한 내장이 훤히 보이는 생선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맛 좋기로 소문나 다른 지역에서도 ‘진동생선’ 이라 하면 가격을 더 셈해 주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진동산 생선을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진동 사람들이 밤새 잡은 고기를 새벽에 내다 팔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른바 진동골목은 지금도 어시장에서 가장 알아주는 생선가게 골목이다. 팍 삭아야 제 맛이 나는 젓갈을 파는 젓갈 골목에 들어서면 먼저 메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토담집 방에서나 맡을 수 있는 퀴퀴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나는 젓갈동이들이 반긴다. 250년을 이어온 마산어시장은 마산사람들의 질박한 삶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사람냄새가 그리운 날, 마산어시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하나. 복국 오동동의 또 다른 별미는 바로 복어요리다. 새벽녘 애주가들이 시린 속을 풀기위해 들렀던 곳이 바로 복국골목이다. 복어는 단백질과 비타민B1, B2 등이 풍부하고 유지방이 전혀 없는 담백한 생선이다. 복어요리 특유의 시원한 국물 맛과 영양소는 숙취제거에 아주 좋은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음식이다. 각 복요리점이 저마다 복국 국물을 만드는 재료와 방법이 달라 골목 안에는 복국 맛이 같은 집이 하나도 없다. 그만큼 특색있는 맛이 난다. 둘. 아구찜 마산하면 ‘아구찜’ 이 자연스레 따라 붙은 것처럼 마산의 대표 음식으로 아구찜은 오래전부터 명성을 얻고 있다. 오래전 마산 오동동에 장어국을 팔던 혹부리 할머니가 어부들이 가져온 아구를 된장과 고추장, 마늘, 파 등을 섞어 찐 것이 마산표 아구찜의 유래. 입에 불이 붙을 정도로 매운맛이 오히려 입맛을 더욱 더 자극한다. 오동동에 아구찜 음식점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지금은 ‘아구거리’ 를 형성하여 현재 아구전문 20여개 업소가 성업 중에 있다. ◎ 오동동 통술거리 가는 방법 * 서울 · 대전 방향 - 대진고속국도 - 남해고속국도 - 서마산 IC/ 내서 IC - 마산 - 오동동 사거리 - 오동동 통술거리 * 부산 방향 - 남해고속국도 - 동마산 IC - 마산 - 오동동 사거리 - 오동동 통술거리 ◎ 오동동 통술 맛집 골목안에 14곳 정도가 영업중인데, 그중에서도 강림통술(055-245-2710), 유정통술이 유명하다. 신마산에도 오동동 통술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U투어정보팀 손은덕 취재기자( tossong@naver.com ) ※ 이 기사는 2012년 7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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