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3월은 새내기 봄이다. 세상의 빛깔이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는 기점이다. 새내기 봄은 꽃의 도움을 받아 무채색 세상에 점점이 색을 입힌다. 3월의 봄꽃은 아직 가시지 않은 추위를 이겨내고 절절하게 꽃망울을 틔운다. 남들보다 빨리 꽃 마중하고파 남도로 향한다. 장흥에서도 남쪽 바닷가로 내려가 한재공원에 이른다. 득량만 바다가 내다보이는 언덕에 있는 한재공원은 국내 최대 할미꽃 자생 군락지로 유명하다. 약 10만 ㎡에 할미꽃이 자유롭게 피어오른다. 언덕 중턱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군락지를 돌아본다. 할미꽃은 흐드러지게, 화려하게 피는 여느 봄꽃과 달리 소박하게 꽃을 피운다. 땅에서 낮게 피어오르기 때문에 발걸음에 신경 써야 한다. 자칫하면 꽃을 밟거나 놓칠 수 있다. 걸음을 늦추고 허리를 낮춰 조심히, 세심히 할미꽃을 바라보자. 할머니 흰머리처럼 흰 털이 있고 할머니 허리처럼 꼬부라졌다고 할미꽃이라 불린다. 피자마자 할미꽃이고 시들어도 할미꽃이다. 보송보송 흰 솜털로 뒤덮인 꽃은 수줍은 듯 땅을 바라보며 피어난다. 흰 솜털 속에서 붉은빛 감도는 자주색 꽃잎이 반짝거린다. 한바탕 꽃구경을 한 뒤 공원 내 정자에서 잠시 쉬자. 멀리 바다가 내다보인다. “한식 지내러 왔다가 한재 고개 번덕지 풀밭에 엉덩이 붙이고 앉는다. 고살바위 주위로 진달래꽃이 불처럼 타오른다.” 한재공원 아랫마을 신덕리 출신 문인 한승원이 쓴 〈한재 고개〉 시구처럼 불타오르는 진달래꽃 구경은 덤이다. 장흥의 3월은 동백꽃도 아름답다. 지리산, 내장산 등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히는 천관산에는 20만 ㎡에 이르는 동백숲이 있다. 우리나라 최대 천연 동백 군락지며,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관리된다. 천관산자연휴양림으로 향하는 임도를 따라가면 ‘천하제일 천관산 동백숲’이라는 대형 표석이 나타난다. 표석 오른쪽에 2007년 국내 단일 수종 최대 군락지 기록을 기념하는 비가, 왼쪽에 ‘천관산 동백숲’ 노래비가 있다. “천관산 골짜기 동백꽃 보러 갔더니 비단 치맛자락 사방팔방 반짝이네. 정남진 동백꽃 붉은 사랑 곱고 곱다…”로 시작하는 노래다. 노랫말은 많은 환경 노래를 만든 시인이자 환경운동가 고 김황희가 썼다. 표석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전망대가 보인다. 이곳에서 동백숲을 한눈에 담아야 한다. 햇살 좋은 날이면 반질반질한 동백 잎이 끝없이 반짝거린다. 붉은 동백꽃만 아름답다 여겼거늘, 초록빛 동백 잎도 이토록 근사할 줄이야. 이곳에서 동백숲의 아름다움에 눈뜬다. 밖에서 보는 숲만큼 안에서 접하는 숲도 매력적이다. 숲에 들어서면 동백 잎이 무성해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상부 전망대에서 출발하면 내리막 코스로 돌아본다. 다시 출발점으로 가려면 그만큼 오르막길을 걸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자. 탐방로는 나무 데크로 된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 흙길이고, 졸졸 계곡물이 흐른다. 인위적으로 정돈하지 않은 원시림 분위기가 살아 있다. 숲을 걷다 보면 계곡이나 흙길에 무심히 떨어진 동백꽃에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천관산 동백숲은 우리가 흔히 보던 동백숲과 결이 좀 다르다. 이곳 동백숲은 주민들의 삶과 밀접하다. 수십 년 전 그들에게 동백나무는 생계용이었다. 마을에서 엿을 생산했는데, 이때 동백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했다. 동백나무로 숯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동백숲 내 가마터가 여러 곳 발견돼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다. 당시 무분별한 벌채로 숲이 훼손됐고, 보호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 주민들이 창립한 천관산동백숲보존회와 산림청이 앞장서 다시 짙푸른 숲이 됐다. 동백나무는 벌채의 흔적을 이겨내고 줄기를 키우고 잎을 피워 건강한 숲을 지켜간다. 장흥에는 유채꽃 명소도 있다. 장흥 출신 작가 이청준이 쓴 단편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이 되는 선학동마을이다. 임권택 감독이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천년학〉도 마을에서 촬영했다. 이 작가는 소설에서 “포구에 물이 차오르면 관음봉은 그래 한 마리 학으로 물 위를 떠돌았다. 선학동은 날아오르는 학의 품 안에 안긴 마을인 셈이었다. 동네 이름이 선학동이라 불리게 된 연유였다”라고 썼다. 선학동은 소설 속 지명인데, 실제 배경인 산저마을이 영화 촬영 후 선학동마을로 이름을 바꿨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곳이기도 하다. 4월 말부터 5월 초에는 유채꽃이, 가을에는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장흥 대표 명소 중 하나인 정남진전망대에서는 득량만을 중심으로 고흥 소록도까지 내다볼 수 있다. 건물은 지하 1층에 지상 10층 규모로, 떠오르는 해와 황포돛배를 형상화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10층과 9층에 전망대와 카페가 있고, 나머지 각층은 북카페, 문학영화관, 추억여행관 등 테마관으로 조성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갔다가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각층을 돌아보면 된다. ‘육해진미’로 여행을 마무리하자. 장흥 땅과 바다에서 나는 대표 먹거리로 구성한 장흥한우삼합을 추천한다. 청정 자연에서 자란 질 좋은 한우, 장흥 대표 농산물인 표고버섯, 득량만의 싱싱한 키조개 관자가 모여 장흥한우삼합을 완성한다. 은은한 표고 향에 보드라운 키조개 관자, 육즙 진한 한우가 따로 또 같이 입안에서 매력을 발산한다.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을 비롯해 장흥 일대에서 삼합을 맛볼 수 있다. 〈당일 여행 코스〉 선학동마을→한재공원→정남진전망대→천관산 동백숲→장흥한우삼합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선학동마을→한재공원→정남진전망대→천관산 동백숲 둘째 날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정남진장흥토요시장→장흥한우삼합→보림사 ○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장흥문화관광 www.jangheung.go.kr/tour ○ 문의 전화 -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 장흥군 관광안내전화 061)860-0224, 0380(주간) 863-7071(야간) - 정남진전망대 061)867-0399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장흥,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7회(08:00~16:50) 운행, 약 4시간 40분 소요.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 이용, 회진시외버스터미널 하차. 한재공원까지 도보 35분(택시 7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장흥시외버스터미널 061)863-9036, 9059 ○ 자가운전 정보 남해고속도로→강진무위사 IC→영풍교차로에서 보성·강진 방면 왼쪽→순지교차로에서 천관산·관산 방면 우회전→어산교차로에서 대덕·관산 방면 직진→관흥삼거리에서 회진·금당도 방면 왼쪽→관흥회진로→금당도·회진 방면 왼쪽→회진로→덕산신상길→덕산1길 오른쪽 도로→한재공원 ○ 숙박 정보 -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다향소축 : 강진군 도암면 다산초당1길 7-5, 061)432-0360 · 한국관광 품질인증 이란? ☞ 숙박, 쇼핑 등 관광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품질을 국가에서 인증하는 제도로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되며, 다양한 사후관리를 위해 품질을 유지합니다. ※ 더 많은 품질인증업소 정보는 네이버, 다음 등에서 「한국관광 품질인증」 검색! - 천관산자연휴양림 : 관산읍 칠관로, 061)867-6974, www.foresttrip.go.kr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 장흥읍 우드랜드길, 061)864-0063, www.jhwoodland.co.kr - 호텔안 : 장흥읍 동교2길, 061)860-2900 ○ 식당 정보 - 삭금횟집 : 된장물회, 회진면 가학회진로, 061)867-5461 - 만나숯불갈비 : 장흥한우삼합·돼지갈비, 장흥읍 물레방앗간길, 061)864-1818 - 취락식당 : 장흥한우삼합, 장흥읍 물레방앗간길, 061)863-2584 ○ 주변 볼거리 이청준 생가, 제암산, 소등섬, 정남진천문과학관, 장흥동학농민혁명기념관, 정남진해양낚시공원 등 ※ 위 정보는 2020년 2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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