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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한구석에 도서관이 있다기에 의아했다. 이름도 구수하니 ‘농부네 텃밭도서관’이란다. 텃밭도 일구는 도서관일까? 텃밭 한가운데 있는 도서관일까? 궁금증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농사를 지으니 텃밭을 일군다고 할 수 있고, 논밭이 있던 자리에 도서관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이름 그대로 텃밭도서관이다. 하지만 여기엔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이 있다. 이름은 도서관이지만 책이 주인공은 아니다. 도서관 주변 자연과 온갖 놀잇감이 주인공이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신나게 놀 수 있는 곳, ‘잘 노는 게 힘’이라는 걸 알게 되는 곳이다. 광양시 진상면 청암리.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시골 마을이다. 그런데 주말이면 시끌벅적해진다. 텃밭도서관에서 놀려고 전국에서 찾아온 사람들 덕분이다. 주중에는 인근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단체로 찾아오기도 한다. 각 지역마다 도서관 시설이 잘 되어 있고, 스마트폰만 열면 온갖 책을 읽을 수 있는데 일부러 텃밭도서관에 책을 보려고 온 것은 아닐 터. 책이 있는 즐거운 놀이터가 바로 텃밭도서관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토끼를 쓰다듬고, 줄배를 타고, 나뭇잎으로 배를 만들며 논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정자에 앉아 수다를 떨거나 해먹을 타고 낮잠을 잔다. 아이도 어른도 두루 즐겁고 평화롭다. 그게 텃밭도서관의 매력이다. 텃밭도서관을 일군 서재환 관장은 농부다. 대대로 이곳에서 살아왔다. 서 관장이 어렸을 때만 해도 집에 읽을 만한 책이라고는 없었다. 그 세대는 대부분 그랬다. 서 관장이 청년이 되었을 때도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 경운기에 이동도서관을 차려 동네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학교 앞에 도서관을 차렸다. 1980년대 이야기다. 마을 아이들의 마음의 양식이 되어준 마을문고가 지금 자리에 텃밭도서관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10여 년 전이다. 마을에 아이들이 점차 줄어들자 기존의 도서관은 의미가 없어졌다. 대신 시골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것, 사라져가는 옛 놀이들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텃밭도서관은 줄배, 활, 굴렁쇠, 깡통말, 죽마, 널, 시소, 그네, 썰매를 비롯한 각종 놀잇감과 우물물 긷기, 펌프질, 토끼․소․닭․염소 먹이 주기, 마늘 캐기, 옥수수 따기, 매실 따기, 밤 줍기, 감자 캐기, 김장하기 등 체험거리가 무척이나 다양하다. 계절에 따라, 절기에 따라 내용이 추가되기도 한다. 농부 내외가 농사를 지으니 방문 시기에 이뤄지는 농사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손수 밥을 지어 먹을 수도 있고, 도서관 주변에 널린 야생초들을 한데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금은 한창 매실을 따는 시기. 텃밭도서관에서는 6월 10일 즈음에 매실을 수확한다. 시장에서 흔히 보이는 청매실은 장아찌를 담기에는 좋지만, 매실액이나 매실주는 익어서 매실 향이 날 때 담가야 더 맛있다. 농약을 따로 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맨손으로 매실을 따도 아무 걱정이 없다. 직접 딴 매실을 바구니에, 치맛자락에 담아 오는 아이들 발걸음이 가볍다. 집에 가져가서 장아찌를 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바구니를 내려놓은 아이들이 토끼장으로 달려간다.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풀을 받아먹는 토끼가 귀여워 다른 놀이를 하다가도 풀을 뜯어서 달려가곤 한다. 매실밭 입구에는 닭장이 있다. 닭장이라기보다 그냥 밭에다 울타리만 쳐놓은 모양새다. 찾아오는 이가 많으니 달걀도 요긴하게 쓰이고, 한여름이면 삼계탕 재료로도 쓰인다. 가장 흥미진진한 놀잇감은 연못에 있다. 수련이 핀 연못 위에 나무배가 떠 있다. 배에 앉아 연못 양쪽으로 길게 매어놓은 줄을 잡아당겨 타는 줄배다. 아이들 두셋이 함께 타도 될 정도로 튼튼하다. 배를 타고 있는 동안은 별 위험이 없지만, 타고 내리다가 연못에 발이 빠지기도 한다. 수심이 아이들 허리춤 정도로 깊지는 않다. 연못가 느티나무와 감나무를 연결한 줄타기는 제법 아슬아슬해 보인다.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대여섯 살 정도만 돼도 건널 수 있다. 처음엔 겁을 내던 아이도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고는 용기를 내어 건넌 뒤 스스로 뿌듯해한다. 여기서는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것도 재미있는 놀잇감으로 재탄생한다. 다 먹은 분유통에 구멍을 뚫어 끈을 달아놓으면 올라타고 다니며 누가 빨리 걷나 내기도 한다. 쓸모없어진 현수막을 느티나무에 묶어놓으니 그 자체로 훌륭한 그네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내는 것도 서 관장의 몫이다. 아이들에게 풀피리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댓잎으로 작은 배를 만들어 연못에 띄워준다. “잘 노는 게 잘 사는 것”이라는 그는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구수한 광양 사투리로 써서 《오지게 사는 촌놈》이라는 책도 냈다. ‘오지게’는 ‘재미있게’라는 뜻의 사투리. 돈 많이 벌고,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경쟁하는 것보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최대한 재미있게, 즐겁게 사는 것이 행복이란다. 그래서 텃밭도서관을 찾는 이들에게도 책을 보여주기보다는 아이들을 많이 놀리라고 충고한다. 지난봄 텃밭도서관에 새로운 명물이 생겼다. 마당 한쪽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인 곳에 만든 하늘집이 그것. 제법 굵은 느티나무와 감나무 위에 지은 나무집이다. 서 관장이 어렸을 적부터 갖고 싶었다는 이 나무집은 《허클베리 핀》에 나오는 나무집을 연상시킨다. 건축을 공부한 것도, 건축 현장에서 일을 해본 것도 아닌데 그는 뚝딱뚝딱 만들고, 짓는다. 이 하늘집도 농사를 지어가며 손수 만들었다. 한 가족이 누우면 딱 좋을 만큼 아담한 방도 갖추었다. 벽지 대신 원목을 써서 나무 향이 진하고, 문을 열면 나뭇잎이 살랑거린다. 텃밭도서관은 도서관 서가에만 책이 있는 게 아니다. 2층 원두막에도, 정자에도, 사랑채에도 책이 있다. 물론 하늘집 선반에도 책이 꽂혀 있어 아무때나 꺼내 읽을 수 있다. 1박 2일 만에 아이가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텔레비전부터 켜던 아이가 책을 펼친다. 엄마아빠한테 놀아달라고 조르던 아이가 혼자 도서관 안팎을 모험한다. 사탕과 과자를 좋아하던 아이가 앵두를 따먹고 머위나물이 맛있다고 한다. 텃밭도서관에 건강한 웃음이 가득한 이유를 알겠다. [농부네 텃밭도서관] 주소 : 광양시 진상면 청도길 19-7 문의 : 017-606-5025, 다음 카페 ‘농부네 텃밭도서관’(cafe.daum.net/nongbuc)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옥곡나들목 → 58번 국도 → 진상면소재지 → 텃밭도서관 * 대중교통 서울→광양 : 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 1일 8회(08:20-20:10) 운행, 3시간 30분 소요 ※ 광양시내(시청 앞, 중마터미널 등)에서 10번, 34번 시내버스를 타고 진상역에서 하차. 진상역에서 도보 10분. 광양시 버스정보시스템 bis.gwangyang.go.kr, 061-797-2114 2.주변 음식점 매실한우 : 불고기 / 광양시 광양읍 서천1길 46 / 061-762-9178 삼대광양불고기집 : 불고기 / 광양시 광양읍 서천1길 52 / 061-763-9250 / www.sdbulgogi.com 옛날진지상 : 생선구이 / 광양시 발섬길 30 / 061-791-2122 영일관 : 꽃게장한정식 / 광양시 광영로 47 / 061-791-2231 3.숙소 모리스모텔 : 광양시 광영로 118-1 / 061-792-6496 타워모텔 : 광양시 광양읍 성북길 57-1 / 061-761-2410, 061-761-2411 남일모텔 : 광양시 광양읍 희양현로 8-4 / 061-762-3111 / www.namilhotel.com 알프스모텔 : 광양시 광장로 142-7 / 061-793-7474 - 글, 사진 : 김숙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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