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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어휘력 때문인지 봄바람이 불어오는 소리를 표현하는 글자는 ‘살랑’뿐인 듯싶다. 가만 생각해보면 언제나 봄바람은 어느 날 문득, ‘살랑’하고 불어오지 않던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지났으니 이제 서서히 남도부터 봄이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겨울 끝자락이 봄으로 넘어가는 시간과 공간의 틈은 미세해서 이를 눈치 채기란 쉽지 않다. 차갑던 바람이 어느 순간 문득 푸른 신록과 콧등 땀으로 변신(?)했던 기억, 한번쯤은 있지 않던가. 그래서 봄날은 아쉽다. 겨우내 기다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면 이미 지나간 그 아련한 봄날. 그 모습은 우리네 청춘과도 닮았다. 사람들이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향긋한 봄바람뿐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 품어본 자신의 봄날에 대한 추억 때문 아닐까. 그 봄날이 일 년에 한 번씩 돌아와 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봄’은 사람들이 이미 품었던 봄날 혹은 앞으로 만날 봄날에 대해 끊임없이 알려주는 기특한 녀석이다. 우리는 봄바람에 실려 오는 향긋한 꽃향기에 언젠가 품었던 ‘나의 봄날’을 기억해낸다. 자, 봄에 대한 애상(愛想)은 이 정도로 해두자. 새해의 새봄이 이미 한반도 남도 땅에 불시착했기 때문이다. 아직 봄꽃은 이르다. 광양 매화나 구례 산수유도 4월은 되어야 활짝 피어날 것이다. 섬진강 줄기위로 흩날리는 화개(花開·지금의 하동)의 벚꽃도 좀 더 기다려야 한다. 겨울 꽃의 선두주자 동백(冬栢)이 있긴 하지만 이름에서 겨울을 가리기 어렵다. 봄이 막 기지개를 켜는 이 계절 ‘보는 재미’보다 ‘먹는 재미’를 택한 이유다. 맛기행의 주인공은 예술의 고장 경남 통영이다. 살랑, 봄바람 한 줄기에 통영 앞바다가 일렁인다. 얼어붙은 땅을 기어코 부수고 향긋한 쑥이 ‘쑥쑥’ 고개를 내밀 무렵 바다 아래에서는 도다리에 살이 오른다. 봄맛 절대강자, 도다리쑥국은 이름 그대로 봄철 먹을거리 도다리와 쑥을 넣고 끓여낸 국이다. 이번 통영 봄맛 여행은 도다리쑥국과 졸복국 그리고 멸치회가 주역(主役)이다. 멍게비빔밥·충무김밥·시락국·꿀빵 등 통영 별미도 빼놓긴 아쉽지만 눈 대신 혀로 즐기는 봄 여행이니 봄맛이 우선이다. 지금부터 통영으로 출발! ‘봄 도다리 가을 광어’라고 했던가. ‘봄 도다리 가을 낙지’는? 아차, ‘봄 주꾸미 가을 전어’도 있다.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 도다리의 제철은 봄이다. 쑥이야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도 봄을 상징하는 대표주자. 생명력 품은 알싸한 맛과 독특한 향으로 봄철 입맛을 돋워주는 일등공신이다. 무기질과 비타민까지 갖췄으니 건강에도 좋다. 다음은 도다리. 쑥이 쑥쑥 올라올 즈음 통영 바닷가에 사는 도다리들은 산란기를 끝내고 살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맛도 좋고 영양도 만점이다. ‘봄 도다리’가 유명한 이유다. 생김새는 광어와 닮았지만 도다리는 양식이 불가능하다. 오직 자연산이란 말씀. 봄의 육지 대표와 바다 대표가 만났으니 과연 어떤 맛을 낼까. 도다리쑥국이라는 이름의 조합만으로도 ‘봄!봄!’ 하고 외치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름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 도다리쑥국 한 그릇에는 봄의 향이며 맛이 오롯이 담겨 있다. 도다리쑥국의 개시로 봄의 시작을 가늠한다는 농은 괜한 말이 아니다. 자, 이제 귀하신 도다리쑥국 음미할 시간이다. 알싸한 쑥이며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아드는 도다리가 향긋하다.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봄 맛 품은 국물이 꿀꺽, 넘어가니 겨우내 굳어있던 몸 구석구석까지 봄기운이 퍼져간다. 옛날 통영 어머니들은 도다리쑥국을 보양식이라고 편식하는 아이들은 때려가면서까지 챙겨 먹였단다. 그렇다면 이 맛난 봄을 어디서 맛보면 좋을까. 서호시장(중앙시장)을 떠올렸다면 빙고! 여객선터미널 맞은편에 자리한 서호시장은 통영의 대표적인 새벽아침시장으로 새벽일 나선 뱃사람들과 상인들, 그리고 여행객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도다리가 제철을 맞는 봄이면 시장통 대부분 식당들이 도다리 쑥국을 선보인다. 도다리쑥국을 하는 식당에서는 졸복국·멍게비빔밥 등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싱싱한 회를 맛보고 싶다면 중앙시장에서 직접 횟감을 골라 맛보는 것도 괜찮다.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회’를 맛볼 수 있다. 졸복국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먼저 졸복국을 아주 맛있게 맛볼 수 있는 방법부터 소개하려 한다. 잠시 통영 속살을 살펴보자. 사실 ‘맛’에 관해서라면 전라도가 선두였건만 통영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남해를 품고 있기 때문일까. 철마다 나는 해산물이 풍부한 통영에는 예로부터 부자 어부가 많기로 유명했다. 이는 곧 해산물이 풍부하다는 뜻. 푸짐한 해산물과 바닷가라, 감이 오는가. 맞다. 술이다. 애주가들에게 해산물만큼 끝내주는 안주가 또 어디 있을까. 통영의 풍부한 자연환경은 ‘다찌집’이라는 독특한 애주문화와 대라스(大+Glass) 주당들을 탄생시켰다. 다찌는 ‘다찌노미’라는 일본어에서 왔다고 전해진다. ‘술을 서서 마신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통영의 다찌는 이 고장의 특별한 술 문화라고 보는 게 맞는 듯 싶다. 앉아서 술을 마실뿐더러 술 주문에 안주가 딸려 나오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가 생긴 이유는 푸짐한 해산물 안주에 몰려든 외지인들이 술 대신 해산물 안주만 찾았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다. 다찌건 횟집이건 통영에서 한잔 거하게 했다면 졸복국의 진가를 느낄 자격은 갖춘 셈이다. 손가락만한 졸복은 생긴 것은 꼬마 복어 같다. 졸복의 내장을 깨끗하게 손질해 무와 미나리 등을 넣고 맑게 끓여낸 졸복국은 통영은 물론 전국 애주가들의 해장을 책임져온 기특한 음식. 깔끔하면서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통영을 포함한 남도에서는 ‘복국’이라 부르고 중부지방에서는 ‘복지리’라 부른다. 과음으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괴로운 속을 한 방에 해결해주니 그 맛에 반해 통영으로 이사가고 싶다는 주당들이 한 둘이 아니다. 참, 졸복국에 식초 한 방울 넣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복의 독성 때문이다. 새콤달콤 양념으로 무친 봄멸치도 놓치지 말자. 대신 초장을 듬뿍 찍어서. 배와 미나리 등 각종 야채와 고추장 양념이 더해진 멸치회는 비린맛이 거의 없다. 서호시장 근처에 자리한 동광식당(055-644-1112) 만성복집(055-645-2140) 분소식당(055-644-0495) 수정식당(055-644-0396) 등을 많이 찾는다. 봄 별미 도다리쑥국과 으뜸 해장국 졸복국은 물론 계절별미인 도다리쑥국, 삼뱅이(쏨뱅이) 매운탕이나 물메기탕 등도 맛볼 수 있다. 주변 음식점 도다리쑥국과 졸복국, 그리고 멸치회 말고도 먹을거리가 많은 통영. ‘맛’만 제대로 보려해도 1박2일로는 부족하다. 장어머리를 푹 고아낸 국물에 시래기와 장어를 갈아 만든 시락국, 향긋한 멍게향이 일품인 멍게비빔밥, 밥과 반찬을 따로 내놓는 충무김밥도 있다. 달큰한 맛이 으뜸인 통영 오미사 꿀빵도 놓치지 말자. 원조시락국(055-646-5973) 일번지할매충부김밥(055-643-8991) 뚱보할매김밥(055-645-2619)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숙소 통영버스터미널 근처와 통영항 근처에 한산호텔(055-642-3374) 나폴리모텔(055-646-0202) 등 숙박시설이 몰려있다. 수산과학관 뒤편에 자리한 지중해풍 외관의 가족호텔 클럽ES리조트통영(055-644-4600)도 멋지다.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 msommer@naver.com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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