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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의 끝자락, 이맘때 농촌은 여름내 맑은 햇살을 머금고 황금빛으로 익은 벼를 베느라 일손이 바쁘다. 앞마당에 심은 옥수수와 고구마, 뒷산에 열린 밤은 틈 날 때마다 조금씩 거두어 추석에 찾아올 자녀 몫으로 남겨둔다. 수확과 나눔의 기쁨, 가을이 주는 가장 커다란 선물이다. 전북특별자치도 김제는 이토록 따스하고 정겨운 우리네 농경문화를 '지평선'이라는 무형의 지역문화유산과 연관 지어 매년 가을 축제를 연다. 조상 대대로 아껴온 천혜의 들판에서 자연의 산물을 오롯이 느끼는 화합의 장이다. 그 가치와 완성도를 인정받아 5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대한민국 대표축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제의 자랑거리, 지평선축제다. 올해 19회를 맞는 김제 지평선축제는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벽골제 일원에서 펼쳐진다. 벽골제는 백제 비류왕 27년에 처음 쌓아올린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제방이다. 백제와 통일신라, 고려와 조선시대를 지나면서 증축과 보수를 반복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는 원형과 기능을 상실한 채 그 흔적만 남았다. 본래 주변 하천의 물을 모아다가 농업용수를 공급했던 것만 보더라도 주요 경작지로서 김제의 오랜 위상과 역할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것은 오늘날이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만경평야의 드넓은 농지엔 해마다 품질 좋은 벼와 고구마, 감자, 인삼, 배추 따위의 작물이 자란다.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라 할 만 하다. 자연히 풍족한 쌀과 넉넉한 인심을 기반으로 한 농경문화도 발달했다. 벼를 키우는 노하우뿐만 아니라 노동의 피로를 덜어내는 농악,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 수확한 작물을 활용한 요리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벽골제는 이 모든 이야기를 품은 원류다. 그 곳에 가면 김제 농경문화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계절, 벽골제로 향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벽골제 가는 길엔 이미 가을이 내려앉았다. 하얗고 빨간 코스모스가 김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만경로와 벽골제로에 만발하다. 경관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코스모스길은 김제 초입부터 부안 가는 길목까지 뻗어 있어 '코스모스 400리길'이라 불린다. 올해는 축제 일정이 빨라 덜 피었다지만 오가는 길에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며칠 전만 해도 파랗더니 벼도 노랗게 익었다. 황금들판을 바라보는 두 눈은 어느새 '목적지 찾기'라는 본연의 임무를 잊은 듯하다. 축제장인 벽골제에 도착하면 주차 다음으로 하는 고민이 '어느 것부터 봐야할까'다. 일정표에 적힌 프로그램만 해도 종류가 엄청난데다 문화마당, 들녘마당, 생태마당, 쌍룡마당 등 구획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답은 없다. 발걸음이 닿는 대로 취향껏 즐기면 그만이다. 그러나 지평선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풍년기원 입석 줄다리기'와 '벽골제 전설 쌍룡놀이'는 꼭 챙겨보길 권한다. 5일에 걸친 축제기간 중 단 세 번만 선보이며, 그마저도 시간을 놓치면 꽝이다. 1. 풍년기원 입석 줄다리기 23일 오후 5시~6시(문화, 제방마당)/ 24일 오전 10시~11시(문화,제방마당)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남녀로 편을 갈라 매년 정월 대보름날 행한 대중민속놀이다. 남녀 대결이므로 거주지 상관없이 누구나 남자 편, 여자 편에 붙어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 볏짚 동아줄의 길이는 약 30m, 지름은 약 40cm에 이른다. 참가자들은 이 무거운 동아줄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기선제압도 불사한다. 과거에는 여자가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여겨 총각들을 여자 편에 세웠다는데, 이번 경기에서도 여자들이 승리했다. 남자들의 전략이 얼마나 힘을 발휘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줄다리기에 사용한 동아줄은 입석에 감아놓고 당산제를 지낸다고 한다. 2. 벽골제 전설 쌍룡놀이 22일 오후 5시~6시(문화마당)/ 24일 오후 2시~4시(문화마당) 벽골제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단막극이자 지역주민과 관람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대동 프로그램이다. 설화의 배경은 신라다. 단야라는 처녀가 붕괴 위기에 놓인 벽골제를 무사히 보수하기 위해 주변 하천에 살고 있던 사나운 청룡에게 스스로 먹혔다는 내용이다. 착한 백룡이 벽골제를 무너뜨리려는 청룡을 막아보려 안간힘을 쓰지만 끝내 패배하고 만다. 마을 주민들이 재현한 쌍룡놀이에도 백룡과 청룡이 등장한다. 두 용은 불 대신 연기를 내뿜으며 대립하는데, 이 과정은 청색과 흰색 도복을 입은 청년들의 태권도 안무로 표현된다. 대표프로그램을 섭렵했다면 축제장을 천천히 돌아보며 소소한 재미 포인트를 찾을 차례다. 전통축제라서 마냥 지루할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 지평선과 대지아트를 바라보며 가을에 젖는 것부터가 색다른 경험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지평선축제의 트레이드마크인 대지아트와 지평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가을 하늘은 이런 요소들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그런가 하면 전통마당은 벽골제 일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명인학당을 비롯한 여러 채의 한옥이 들어서 있어 운치가 남다르다. 낮에는 '웰컴 투 조선'이라는 제목으로 한복입기, 가채머리 얹기 등의 체험활동과 마당극 '신관사또전' 공연을 진행하며 야간에는 조명을 밝히고 걷기 좋은 산책길을 마련한다. 농경문화에 친숙하지 않은 아이들도 즐길 거리가 많다. 농경문화박물관과 농경사주제관은 조상들의 계절별 농경생활과 수리시설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생소한 농사용품까지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어 학습의 장으로 활용된다. 송아지에게 우유를 주거나 우유로 음식을 만드는 등 목장체험도 가능하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연을 만들고 제방 위에서 힘차게 날리는 아이들도 많다. 신나게 뛰어노느라 허기지면 아이 전용 음식점에서 새우볼이나 돈가스를 먹을 수도 있으니 금상첨화다. 먹거리가 빠질 순 없다. 먹거리마당에는 시골먹거리장터가, 공연마당 뒤 원평천 부근에는 세계먹거리부스가 들어서고, 들녘마당에서는 막걸리 페스티벌이 열리니 발걸음이 빨라지는 건 당연지사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시골먹거리장터다. 동·면단위로 나뉜 부스는 어림잡아 스무 개가 넘는다. 각 부스마다 취급하는 대표 음식도 모두 다르다. 버섯, 인삼 등 지역마다 많이 나는 먹거리가 따로 있어서란다. 막걸리까지 직접 만들어 파는 곳도 있다. 김제에서 생산된 쌀로 지은 밥과 손맛 담긴 반찬, 직접 담아 더 구수한 막걸리까지, 꿈에 그리던 한 상이다. 이외에도 수상카페, VR체험, 메뚜기잡기, 달구지 여행, 아궁이 쌀밥 짓기, 짚풀 공예 등 상설행사만 37개에 달해 하루 일정으로는 제대로 돌아보기 어렵다. 숙소를 잡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김제의 면면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그중에서도 드라이브는 반드시 추천하는 바다. 김제평야의 황금물결과 지평선의 일몰이 사뭇 다른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청년이나 외국인,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아이 동반 가족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대폭 확대된다. 외국인 전용 수도권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한편 권역별 셔틀버스와 주차시설, 휠체어 및 유모차 전용부스, 이동식 화장실, 쉼터를 늘려 이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 또한 홈페이지에서 축제장 진입로의 실시간 교통정보를 볼 수 있고, 축제장 전 지역에서는 무료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김제지평선축제 2017 -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부량면 (벽골제 일원) -문의 : 063-540-3031 http://festival.gimje.go.kr/index.gimje 주변 음식점 -중수원 : 해삼전복, 깐풍기, 굴짬뽕/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동서9길4 / 063-542-8012 -맷돌순두부 : 순두부찌개 /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복죽로 585/ 063-546-4604 숙소 -모악산유스호스텔 :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금산면 모악로 460-20 / 063-548-4401 http://www.moakyh.co.kr/ 제공 : 한국관광공사 ※ 위 정보는 2017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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