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독 오도독 알 터트리는 재미에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도루묵찌개. 앉은 자리에서 대여섯 마리쯤은 거뜬한 노릇노릇 도루묵구이. 밥반찬이냐 술안주냐 고민하게 만드는 도루묵조림. 지금 강원도 동해에 가면 초겨울 별미 도루묵이 지천이다. 초겨울 동해바다의 진객 ‘알 밴 도루묵’은 10월에서 12월이 제철이다. 12월이 지나면 곰치, 도치, 장치 같은 놈들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줘야 한다.
도루묵의 본래 이름은 목어 또는 묵어다. 목(묵)어가 도루묵이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조선시대 선조 임금이 함경도 피란길에 목(묵)어라는 생선을 먹어보고는 하도 맛이 좋아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전쟁이 끝난 뒤 임금이 서울로 돌아와 다시 은어를 먹었는데 맛이 예전과 다르자 밥상을 물리며 “은어 대신 도로 목(묵)이라 하라”고 해서 도루묵이 됐다는 것이다. 싱싱한 생선을 올리려고 동분서주했을 신하들과 백성들의 노고가 결국 헛수고가 되고 만 셈이다.
‘아무 소득이 없는 헛된 일이나 헛수고’를 속되게 이르는 말 ‘말짱 도루묵’은 이렇게 해서 생겨난 관용구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정사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 그런데 만일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임금이 피란 도중 도루묵을 처음 맛보았을 때가 초겨울, 서울에서 다시 먹었을 때는 다른 계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온몸에 알이 꽉 들어찬 초겨울이야말로 도루묵의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다. 산란을 끝내고 난 후에는 이미 ‘그때 그 도루묵 맛’이 아니다. 도루묵은 차가운 물에 서식하는 어류다. 우리나라 동해를 비롯해 캄차카 반도, 사할린, 알래스카 등 북태평양에 주로 서식한다. 몸길이는 20~26cm, 등에 갈색 무늬가 있고, 몸통과 배는 은백색이다. 도루묵이 떼를 지어 동해에 나타나는 것은 산란을 준비하는 9~10월경이다. 이때는 수심 200~400m 바닥에 살다가 11~12월이 되면 알을 낳기 위해 수심이 얕고 해초가 무성한 연안 바위 쪽으로 이동한다. 우리나라 최북단 대진항에서 거진, 아야진, 양양, 속초, 주문진에 이르기까지 동해안의 크고 작은 항구들이 일제히 분주해지는 때가 바로 이 시기다. 수산물을 경매에 부치는 광경이나 활기 넘치는 수산물 위판장을 구경하는 것은 겨울 동해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고성군 거진항 위판장에도 11월이 되면 제철인 도루묵을 비롯해 고등어, 오징어, 도치 등 다양한 어류가 그득그득 쌓인다. 가장 인기 있는 생선은 역시 도루묵. 금방 잡아온 싱싱한 도루묵을 구입할 수 있다. 펄떡이는 고등어도 그 자리에서 손질해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해준다. 산지에서 바로 구입하니 신선도가 남달라 좋고, 착한 소비를 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 이맘때면 고성, 양양, 속초, 주문진 등 강원 중북부 동해안의 웬만한 횟집과 식당에서는 대부분 도루묵을 맛볼 수 있다. 북적이는 떠들썩한 분위기가 좋다면 속초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대포항으로 가는 것도 좋다. 대포항은 주로 회를 먹기 위해 찾는 곳인데, 횟집 거리 끝자락엔 노천에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석쇠에서 도루묵을 구워 먹는 집들이 많다. 도루묵을 이용한 대표적인 조리법은 끓이거나, 굽거나, 조리는 것. 손질은 어렵지 않다. 비늘이 없기 때문에 지느러미와 꼬리 정도만 떼어내면 된다. 도루묵찌개는 무를 냄비에 깔고 손질한 도루묵을 올린 뒤 고춧가루, 마늘, 파 등 갖은 양념을 넣어 끓인다.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칼칼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오도독 오도독 터지는 도루묵 알은 표면이 약간 진득한 점액질이라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노릇하게 구운 도루묵구이는 식기 전에 뜨거울 때 먹는 것이 맛있다. 젓가락으로 발라내지 말고 과감하게 손으로 들고 호르륵 호르륵 먹는 것이 방법. 고소한 살은 입 안에서 살살 녹고 탱탱한 알은 쫀득하게 씹힌다.
도루묵은 워낙 살이 부드러운 생선이라 잘못 건드리면 쉽게 깨지기 때문에 대개 석쇠가 아닌 그릴에 구워낸다. 석쇠를 사용하는 대포항의 노천식당들도 석쇠에 바로 굽지 않고 알루미늄 호일을 깔고 굽는다. 분위기는 석쇠 쪽이, 맛은 그릴 쪽이 낫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 팬에 무를 깔고 도루묵을 얹은 후 양파, 마늘, 대파, 조림장을 넣고 뭉근하게 조리면 밥도둑이자 애주가들에게는 최고의 안줏감인 도루묵조림이 완성된다. 도루묵을 먹으러 동해에 갔다면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 정도는 해줘야 한다. 거진항에서 북쪽으로 화진포, 대진,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해안도로가 제격이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한적하고, 우리나라 그 어느 곳보다도 멋진 해안이 연이어 펼쳐진다. 화진포는 동해안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해수욕장이다. 백사장 길이가 1.7km에 이르고, 넓이는 70m에 달한다. 한국전쟁 이전에 김일성 가족이 휴양지로 사용했던 화진포의 성(김일성 별장), 휴전 후 부통령 이기붕이 개인 별장으로 사용했던 이기붕 별장, 이승만 초대 대통령 별장 등이 가까이에 있다. 둘레 16km에 이르는 동해안 최대의 자연호수 화진포호는 갈대밭이 장관이다. 화진포호와 화진포해수욕장은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준서(송승헌)가 사랑하는 여인 은서(송혜교)를 등에 업고 해변을 걷는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주변 음식점 -제비호식당 : 도루묵찌개 / 강원 고성군 거진읍 거진항길 29 / 033-682-1970 -성진식당 : 강원 고성군 거진읍 거탄진로 99 / 033-682-1040 -금강산횟집 : 강원 고성군 현내면 대진항길 85 / 033-682-7899 -말랑이네집 : 강원 고성군 거진읍 거진항길 11-2 / 033-682-2613 숙소 - 소노벨델피노 : 강원 고성군 토성면 미시령옛길 1153 / 1588-4888 - 금강산콘도 : 강원 고성군 현내면 금강산로 416 / 033-680-7800 - 켄싱턴리조트설악비치 :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동해대로 4800 / 033-631-7601 - 일성콘도설악 : 강원 고성군 토성면 고성대로 47-24 / 033-636-0013 글, 사진 : 이정화(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0년 1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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