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의아했다. 먼 길을 달려 전주까지 왔건만, 그 이유가 고작 콩나물국밥을 먹기 위해서라니. 한정식도 있고, 비빔밥도 있는데…. 하지만 '고작'이 '과연'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콩나물국밥을 한 술 떠서 입에 넣는 순간, 왜 전주 콩나물국밥이라고 하는지 깨달았다. 불필요한 잡맛이 느껴지지 않는 시원한 맛. 콩나물국의 비릿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담백하다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맛이 담겨 있다.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단순하지만 시원한 맛에 매료된다.
온갖 기교를 부려 요란하게 포장한 음식이 화려한 색감의 유화라면, 심산유곡의 청정수 같은 콩나물국밥은 자연스러움의 신비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수묵담채화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맛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에는 그 맛이 매우 특별하다는 걸 인정하게 되는 음식. 그것이 전주 콩나물국밥이 보여주는 진정한 맛의 경지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투박한 뚝배기에 육수, 콩나물, 썰이김치, 밥이 섞여 나오는 게 전부다. 찬이라야 김치, 깍두기, 새우젓, 오징어젓, 수란 등이 곁들여진다. 특별할 게 없는 상차림이다. 간편한 상차림 혹은 국밥이란 선입견에 '그 맛이 그 맛이겠지' 하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단순해 보이는 이 음식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깊고 시원한 맛이 담겨 있다. 맛을 보면 한정식, 비빔밥과 함께 전주의 3대 진미로 손꼽히는 이유를 알게 된다. 1920년대 취미 잡지인 《별건곤》에서는 전주 콩나물국밥을 서울 설렁탕, 평양 어복쟁반과 함께 서민들의 3대 명물 음식으로 꼽기도 했다. 콩나물국밥의 맛의 비밀은 육수, 콩나물, 썰이김치에 숨어 있다. 육수는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보통 멸치, 무, 대파, 홍고추, 양파, 다시마를 넣고 4시간 이상 끓인다. 하지만 음식점마다 육수 내는 비법이 한두 가지는 있게 마련이다. 이렇게 끓여낸 육수는 불필요한 맛이 전혀 없는 깔끔한 맛을 낸다. 콩나물국밥이라고 절대 콩나물을 넣어 육수를 우리지 않는다. 두 번째 비결은 콩나물이다. 전주 콩나물은 콩과 물 외에 다른 걸 일절 첨가하지 않는다. 콩나물은 어두운 곳에서 수시로 물만 주면 자란다. 일부 콩나물 공장에서는 빨리 키우기 위해 생장촉진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전주콩나물영농조합에서는 맛있는 콩나물을 키우기 위해 약물 대신 이틀에 한 번 통 속의 콩나물을 물속에 푹 담갔다가 휘저어 섞는 방법을 쓴다. 싹을 틔운 콩이 자라면서 내는 열을 식혀주고 산소를 공급해 콩나물이 고르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다. 삼백집 등 유명 콩나물국밥집에서는 전주콩나물영농조합에서 재배한 콩나물을 쓴다. 마지막으로 썰이김치를 빼놓을 수 없다. 전주 콩나물국밥에는 잘게 다진 김치가 들어가는 데 이것이 썰이김치다. 썰이김치는 갓, 무, 배추를 잘게 다져 잘 숙성시킨 젓갈을 섞어 만든다. 콩나물국밥을 끓일 때 적당량을 넣고 끓이면 국밥의 풍미를 더해준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삼백집식과 남부시장식 두 종류가 있다. 삼백집식은 뚝배기에 밥, 삶은 콩나물, 썰이김치, 육수를 넣고 펄펄 끓이다가 계란을 넣는다. 전주 콩나물국밥의 원조이자 가장 유명한 집이 삼백집이어서 삼백집식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뜨거워서 먹기 불편하지만 천천히 식으면서 구수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남부시장식은 뚝배기에 밥과 삶은 콩나물, 썰이김치를 넣고 뜨거운 육수를 부어서 말아 내는 방식이다. 뜨겁지 않아서 먹기 좋고 개운한 맛을 낸다. 남부시장식으로 유명한 곳은 왱이집과 현대옥이다. 전주는 어디를 가도 콩나물국밥집이 있다. 그 중 콩나물국밥을 대표하는 식당으로 삼백집, 왱이집, 현대옥을 꼽는다.삼백집은 '시원한 맛이 이런 거구나' 싶게 자극적이지 않은 깊고 담백한 육수 맛이 자랑이다. 무농약으로 재배한 콩나물과 잘 지은 밥을 말아 갖은 양념과 계란 하나를 넣어 끓여낸 삼백집 콩나물국밥은 60여 년 동안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른 곳과 달리 콩나물국밥에 반숙 계란 하나가 얹혀 나오는데, 국밥과 함께 섞여도 전혀 비린 맛이 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삼백집이란 이름은 창업자 이봉순 할머니가 국밥을 하루 삼백 그릇 이상은 팔지 않았다고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삼백 그릇이 다 팔리면 오전이라도 문을 닫았고, 이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간판 없는 국밥집을 삼백집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1970년대 고 박정희 대통령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당시 주인이었던 욕쟁이할머니 이봉순 씨가 대통령을 보고는 니놈은 박정희 대통령이랑 어찌 고로코롬 쏙 빼닮았냐? 옛다 이놈아, 계란이나 하나 더 처묵어라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서 '콩나물국밥'의 배경이 된 집이기도 하다. 왱이집의 콩나물국밥은 아삭거리는 콩나물의 식감과 개운한 육수에 청양고추의 매콤함이 더해진 맛이 일품이다. 육수와 별도로 짧은 시간에 삶아낸 콩나물은 비린내가 없다. 매운맛을 꺼린다면 순한 맛으로 주문하면 되지만, 어쩐지 왱이집 콩나물국밥은 매콤해야 제맛이 나는 것 같다. 그래서 모주를 곁들이면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모주의 달달함이 매운맛을 중화시키면서 시원한 맛을 배가시키기 때문이다. 모주는 원재료 막걸리에 찹쌀가루, 흑설탕, 감초, 생강, 계피, 대추, 인삼을 넣고 푸욱 끓여 만든다. 알코올은 거의 없다. 현대옥은 가장 젊은 취향의 콩나물국밥을 선보인다. 시원한 국물 맛은 기본이고 여기에 갖은 양념이 가미된 다양한 맛을 낸다. 삶아서 총총 썰어놓은 오징어사리를 국밥에 넣어 먹기도 하는 것이 특징. 오징어는 특유의 짭조름한 맛과 식감으로 국밥의 풍미를 더한다. 반찬도 긴 접시에 보기 좋게 담아 한결 깔끔하고 먹음직스럽다. 1.주변 음식점 삼백집 : 완산구 전주객사2길 / 콩나물국밥 / 063-284-2227 http://www.300zip.com/ 왱이콩나물국밥 : 완산구 동문길 / 콩나물국밥 / 063-287-6980 현대옥 : 완산구 화산천변2길 / 콩나물국밥 / 063-228-0020 2.숙소 르시엘호텔 : 덕진구 산정동 / 063-245-4848 http://xn--2w2b25ornc95q32f.com/ 네임호텔 : 덕진구 산정동 / 063-243-9900 라뉘호텔 : 덕진구 덕진동2가 / 063-253-5707 아리랑호텔 : 덕진구 금암1동 / 063-273-4193 http://0632734193.tshome.co.kr/ 린하우스 : 덕진구 산정동 / 063-244-5585 http://www.xn--sy2bu7n1ndjro50elnb.kr/ 호텔99 : 덕진구 우아동2가 / 063-246-5333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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