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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세수를 한다. 마스크를 쓰고 회사로 출근한다. 점심시간엔 단골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한 뒤 공원으로 간다. 퇴근 후에는 배달음식으로 간단히 저녁을 때운다. 며칠간 미뤄둔 빨래와 설거지를 한 뒤 샤워를 하고 잠이 든다. 평범한 하루 일과 중에도 우리는 필연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씻고 먹고 취미를 즐기는 모든 일상이 플라스틱과의 전쟁이다. 장을 보거나 택배가 오는 날이면 그 양은 더욱 늘어난다. 문득 궁금해졌다. 지구는 언제까지 내가 만든 쓰레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충격적인 기사를 봤다. 인간의 내장과 혈관에서 검출되었다고 보고된 마이크로플라스틱이 마침내 인간의 태반에서도 검출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죽은 고래 뱃속에서 6㎏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볼 때와는 감흥이 사뭇 달랐다. 근래 새롭게 발견된 플라스틱 암석처럼 플라스틱이 내 몸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졌다. 인간의 학명을 호모 마스쿠스(마스크를 쓰는 인간)에서 호모 플라스티쿠스(플라스틱과 일체화된 인간)로 바꾸자는 유머도 더는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플라스틱이 이승에 원한이 남은 귀신처럼 인간 곁을 맴돌며 복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너무 많아서다. 학계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인간이 생산한 플라스틱의 양은 약 89억 톤이다. 이대로라면 2050년까지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양이 330억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고 지속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을 찾으려는 노력은 각 지역의 제로 웨이스트 숍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에 올바른 소비 방법을 제시하고 제로 웨이스트 관련 문화 활동에 앞장서기도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뭔가 바꿔보겠다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탈(脫) 플라스틱을 위한 착한 소비,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그 첫걸음을 내디뎠다. 제로 웨이스트 숍 하면 가장 먼저 리필 스테이션이 떠오른다. 화장품, 세제 따위를 소분해 내용물만 판매하는 곳이다. 필요한 만큼만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다회용기 보관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주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숍인 늘미곡도 잡곡을 메인으로 한 소분 숍이다. 쌀, 서리태, 수수, 기장, 율무 등 호남평야 및 국내 각지에서 공수한 신선한 잡곡이 디스펜서 안에 종류별로 담겨 있다. 잡곡을 사기 위해서는 물건을 담아 갈 용기나 종이봉투를 지참해야 한다. 용기 지참 시 5% 할인도 되니 자원뿐만 아니라 돈도 절약된다. 소분 숍이지만 필환경 시대에 걸맞은 친환경 상품도 판매 중이다. 천연 통수세미, 국내산 면으로 만든 강화 소창 수건, 일반 쓰레기로 버릴 수 있는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스테인리스 빨대, 순면 생리대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천 번 재사용 가능한 건조기용 양모볼이나 늘미곡에서 직접 제작하는 밀랍랩처럼 난생처음 보는 신기한 제품도 있다. 이러한 친환경용품들을 늘미곡에서는 ‘나슬(Nasl)’이라고 부른다. 우주베크어로 자손, 후대, 후세를 뜻하는데, 우리나라 방언으로 ‘더 낫다’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작지만 커다란 공간, 늘미곡을 가꾸는 이는 삼십 대 초반의 젊은 사장 서늘 씨다. 기업에서 대기 환경기사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제로 웨이스트 숍을 오픈했지만 초반에는 가치관의 혼란을 겪어야 했다. “스테인리스 빨대가 왜 환경에 좋은지 이해를 못 했어요. 빨대 자체는 오래 쓸 수 있다지만 공정 과정에서 폐수가 많이 나오거든요. 하지만 내구성이 좋다는 점과 제품 자체에서 환경호르몬이 발생하지 않는 점을 생각하면 스테인리스가 일회용품보다 훨씬 낫다는 걸 깨달았어요. 산업 환경을 지키다가 일상 속 환경을 지키면서 인식이 변화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1명의 완벽한 제로 웨이스터가 되기보단 99명의 어설픈 레스 웨이스터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극단적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분리배출만 잘 해도 환경을 보호하는 거니까요. 잘 버리기만 해도 30%는 재활용이 가능하다는데, 그 30%를 제가 만든다고 생각하려고요.” ※ 늘미곡 -위치 :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선너머로 16 -영업시간 : 매일 10:00~19:00 -문의 : 070-4240-0225, 인스타그램 @neulmigok 오래된 건물과 노포가 즐비한 춘천 중심가에 빨간 벽돌로 단장한 예쁜 가게가 들어섰다. 낡은 벽에 또박또박 새긴 이름은 요선당, 강원도의 첫 제로 웨이스트 숍이다.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팝업스토어 기간을 거쳐 최근 시즌2 영업을 시작했다. 요선당의 전신은 지속 가능한 패션 라이프를 꿈꾸는 더 뉴 히어로즈다. 옥수수 섬유로 만든 친환경 양말 콘삭스, 자주 세탁하지 않아도 탁월한 항균력을 발휘하는 실버라이닝 티셔츠 등 여러 참신한 제품들로 이름을 알린 착한 기업이다. 지역사회 내에서 제로 웨이스트와 관련된 전시, 강연, 플로깅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더 뉴 히어로즈의 착한 생각은 요선당의 인테리어에도 잘 나타난다. 매장을 이전하거나 폐쇄할 경우 벽돌과 바닥재, 가구를 분해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접착제를 생략한 것이다. 바닥재 자투리조차 문짝의 재료가 되었으니 요선당 자체가 제로 웨이스트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부는 아담한 편이지만 진열대에는 저마다 독특한 사연을 간직한 상품들이 가득하다. 곳곳에 아껴쓰기, 나눠쓰기, 바꿔쓰기, 다시쓰기 문구가 크게 적혀 있어 구경하는 내내 주문처럼 되뇌게 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나눠쓰기 존이다. 그곳엔 아이가 고사리 손으로 기증한 공책과 소녀팬이 기증한 엑소 앨범 등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꼭 필요한 물건을 발견했다면 무료로 가져가도 좋다. 나눠쓰기 존은 팝업스토어 시절엔 볼 수 없던 새로운 공간이다. 과거 신문지로 만든 연필이나 찢어진 웻 슈트로 만든 열쇠고리 같은 대안 용품을 선보인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일상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을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다. 김은진 매니저는 요선당의 콘셉트를 아나바다로 정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가 영어라서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우리 식으로 쉽게 풀어서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환경을 생각한다면 거창한 것보다 아나바다같이 사소한 것부터 실천하는 게 아주 중요하거든요. 그 결과만큼은 절대 사소하지 않을 거예요. 여기선 물건 꼭 안 사셔도 돼요. 꼭 필요한 것만 사고, 그 본질이 다 할 때까지 사용해 주세요.” ※ 요선당 -위치 : 강원 춘천시 서부대성로44번길 10-21 -영업시간 : 화요일~금요일 13:00~17:30 -문의 : 인스타그램 @yosun.dang 취재 : 양자영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1년 4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mo{display:none;} @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mo{display:block;} .pc{display: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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