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환의 택리지 에서는 나주를 ‘소경(小京)’, 즉 ‘작은 서울’이라고 표현했다. 금성산을 뒤에 두르고 영산강이 앞으로 흐르며, 나주천이 시내를 관통하고 남산이 받치고 있는 풍수지리가 서울(한양)과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이다. 한강이 서울을 풍성하게 채워 주었듯, 영산강은 나주를 기름지게 만들었다. 비옥한 나주평야가 펼쳐져 있지만, 나주는 갯마을이었다. 1976년 영산강하구언이 들어서기 전에는 바닷물이 나주까지 올라왔다. 영산포구에는 서해에서 길어 올린 해산물과 남도 들녘에서 거둔 곡식이 황포돛배를 타고 몰려들었다. 이렇게 모여든 물산은 나주에서 전국으로 다시 보내졌다. 그야말로 영산포는 남도 교류의 중심지였던 셈이다. 배로 실어 나른 물건이 가득 쌓인 영산창이 영산포에 있었다는 기록으로도 영산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살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한창 번성기 때에는 호남 및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어물배들, 객잔, 상인, 면포점, 정미업, 미곡상, 어물전, 정육장 등이 꽉 들어찼다. 일제강점기에는 백구두와 하얀 양복을 입고 한껏 멋을 부린 신사들이 드나들던 술도가도 많았고, 중국인들의 소학교도 있을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났다. 남도에서 제일 먼저 카바레가 문을 연 곳도 영산포라고 하니 사람과 돈이 모여드는 창구였음을 알 수 있다. 영산강 식도락 여행의 출발점인 영산포 홍어거리에는 그로테스크한 홍어 냄새로 가득하다. 마치 포구의 진한 향수가 전해지는 듯하다. 홍어 하면 흑산도나 목포, 광주를 떠올리는 이들에게 영산포와 홍어의 상관관계가 자못 궁금해진다. 고려 말 흑산도를 비롯한 전라도 섬에는 왜구의 침입이 잦았다. 늘 생명의 위협을 받고 살던 섬주민들이 강을 따라 뭍으로 거슬러 왔는데, 그곳이 바로 나주의 영산포였다. 특히 흑산도 주변 영산도에서 피신 온 사람들이 많아 마을 이름이 영산포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들은 육지로 왔음에도 어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흑산도 인근에서 고기를 잡아 배에 싣고 돌아왔는데, 더운 날이면 다른 생선은 썩어서 버릴 수밖에 없었지만, 홍어만은 먹어도 아무런 탈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삭힌 홍어는 영산포의 특산물이 된 것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 에는 “나주인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데, 탁주 안주로 곁들여 먹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영산강은 바다를 향해 흘러가면서 무수한 선물을 뿌려놓았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학문을 닦고 도학정신을 기리던 정자와 서원이 들어섰다. 자신의 생명을 아낌없이 베푸는 강의 정신을 본받아 몸을 닦고 나라를 다스려 백성을 평안케 하리라는 선비들의 높은 기상이 서려 있다. 영산포 아래 구진포에 이르러서는 장어라는 선물을 내놓는다. 강폭이 넓지 않아 강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곳이지만, 밀물 때마다 바닷물이 들어와 장어의 안식처를 만들어 주었다. 구진포의 장어는 고창의 것과 더불어 최고의 맛과 질을 자랑한다. 비록 강이 막히면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잔잔히 흐르는 강물에는 '호남의 젖줄'이라는 본질이 담겨 있다. 영산강이 흐르는 길에는 잃어버린 세월을 추억할 수 있는 근대문화의 모습과 남도인의 진한 음식 맛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행 추천코스
금성관 - 남고문 - 나주역 - 영산포 홍어거리 - 등대 - 미천서원 - 구진포 장어거리 - 영모정 - 천연염색문화관 - 복암리 고분군 - 황포돛배 체험장 - 나주영상테마파크
추천코스 플러스
-영산포 도보코스
영산포 홍어거리 - 등대 - 영산강 둔치길(도보 30분, 1km)
-구진포 도보코스
구진포 장어거리 - 영모정, 백호임제기념관 - 천연염색문화관 - 복암리 고분군(도보 1시간, 3.2km)
여행 Tip
영산포~구진포 자전거 트래킹
영산포 홍어거리에서 구진포 장어거리까지 걷는 데는 2시간은 족히 걸린다. 강변이나 철길을 따라 걷기는 하지만 미천서원 외에는 여행지가 없어 다소 지루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가 잘 나 있어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강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영산포 홍어거리
옛 영산포구가 있던 자리에 40여 곳의 홍어음식점과 도매상이 들어서 있다. 흑산도에서 돛단배를 타고 영산포를 오가던 시절, 홍어는 나주의 명물이 되었다. 뱃길에 생선이 상해 먹지 못하게 되는 일이 많았지만, 홍어만은 상했어도 먹고 배탈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영산포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먹기 시작했다. 홍어거리에 들어서면 퀴퀴한 홍어 냄새가 진동한다.
찾아가는 법) 나주역에서 영산교를 건너면 홍어거리다
Tip) 영산포에서 구진포 장어마을까지 별도의 자전거도로가 조성되어 있다. 시간이 넉넉한 여행자라면 자전거를 타고 영산강을 따라 달리면서 강 유역의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영산포등대
영산포는 내륙 항구지만 한때 호남 최대의 포구로 이름을 떨친 조선시대 남해의 물류의 집결지였다. 영산강을 따라 드나들던 배들의 길을 인도했던 영산포등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륙 하천에 세워진 등대다. 호남철도 개통 이듬해인 1915년에 건립되어 영산대교에 새로 수위 측정 시설이 생긴 1989년까지 사용되었다. 당시 이 지역에서 볼 수 없었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 기본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어 역사적 자료로 가치가 있다.
입장료) 없음 주차료) 무료 주차) 강변도로 찾아가는 법) 영산교를 건너 우회전하면 등대가 보임
미천서원
조선시대 명현인 미수 허목의 도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서원. 정조가 선풍도골(仙風道骨)이라 휘호한 허목의 영정이 봉안되어 있었으나 도난당하고 현재는 모사본이 봉안되어 있다.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고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곳곳이 훼손되어 있어 안타깝다.
입장료) 없음 주차료) 무료 주차) 미천서원 아래 노인회관 앞 찾아가는 법) 영산포삼거리에서 다시면으로 가는 길목 철로 변
구진포 장어거리
영산강 하구가 둑에 막히면서 자연산 장어가 거의 잡히지 않지만, 구진포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이어서 예로부터 장어가 유명하다. 특히 구진포 장어는 미꾸라지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맛이 뛰어나다. 구진포삼거리를 중심으로 7~8곳의 장어집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 1940년대에 들어선 집들이라 비슷한 수준의 맛을 낸다.
찾아가는 법) 읍내삼거리를 지나면 기차마을로 들어가는 큰 안내표시가 보임
Tip) 구진포는 영산강 물길이 구부러지는 곳에 있는 나루라 해서 '구부나루'라 불렸다. 예전에는 영산강의 물이 앙암바위를 돌아 이곳에서 모여 다시 굽이친다 해서 회진포라고 불렀다.
영모정
나주 출신 문장가인 백호 임제가 글을 배우고 시작을 즐겼던 곳이다. 영산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지었다. 왼쪽 1칸은 온돌방, 오른쪽 2칸은 마루방이다. 본래 조선 중종 15년(1520) 귀래정 임붕이 창건해 귀래정이라 불렀다. 이후 명종 10년(1555) 임붕의 두 아들 임복과 임진이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재건하면서 영모정이라고 하였다. 영모정 아래에는 ‘귀래정나주임공붕유허비’와 ‘백호임제선생기념비’가 있다.
주차) 길 건너편 버스정류장 공터 찾아가는 법) 구진포삼거리에서 천연염색문화관 방향으로 5분
천연염색문화관
영산강과 바닷물이 합류했던 나주는 쪽과 뽕나무 재배에 적합. 천연염색의 최적지이자 전국에서 유일하게 중요무형문화재 염색장 기능보유자도 활동. 한국 천연염색 문화를 대표하는 천연염색의 요람. 상설전시장에는 천연염색에 사용되는 재료와 고운 물이 든 염색 천, 옷 등을 비롯해 염색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인형 등이 있다. 차를 타고 가정역까지 다녀올 수 있다.
전화) 061-335-0091 관람시간) 09:00~18:00,연중무휴 입장료) 없음 주차) 천연염색문화관 주차장 찾아가는 법) 구진포 장어거리에서 강을 따라 난 길로 5분 정도 가면 나온다.
복암리 고분군
다시면 복암리 회진마을 앞 영산강변의 논 옆에 4기의 고분이 형성되어 있다. 영산강 유역에서 발견된 대형 고분으로는 유일한 것이다. 이들 무덤은 영산강 유역의 토착묘제인 독무덤과 백제계 돌방무덤의 융합대체과정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다. 복암리고분에서는 금동신발, 철제관모, 각종 마구류 등 3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입장료) 없음 주차장) 없음
찾아가는 법) 천연염색문화회관에서 다시 역 방향으로 가다 보면 논 가운데 솟은 고분이 보임
영산홍가
홍어의 모든 맛을 즐길 수 있는 홍어 천국이다.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홍어정식에는 홍어삼합, 홍어찜, 홍어애탕을 비롯해 포, 튀김, 떡갈비 등 홍어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나온다. 특히 보리순을 넣어 끊인 애탕은 구수한 맛이 좋다. 홍어거리의 여느 음식점과는 달리 건물 인테리어도 고급스런 레스토랑을 연상케 한다.
전화) 061-334-0585 영업시간) 10:00~21:00 정기휴일) 없음
가격) 홍어정식 40000원(2인), 홍어애국 6000원, 홍어회비빔밥 7000원
찾아가는 법) 영산교 건너 홍어마을 안으로 200m가량 들어가면 영산홍가 간판이 보임
금성관
나주는 1896년 전국을 13도로 나누어 광주에 전라남도청이 설치될 때까지 천여 년간 남도의 중심지였다. 전라도란 전주와 나주의 앞글자를 따서 붙인 것이다. 금성관은 나주목 관아 중심이었던 나주목 객사 공간이다. 객사는 관찰사가 관할구역을 순행할 때 업무를 보던 곳이자, 중앙의 사신이 오면 묵던 곳이었다. 현재 금성관, 동·서익현, 망화루 등이 복원되어 있다.
관람시간) 09:00~18:00 입장료) 없음 주차료) 무료 주차) 금성관 옆 정수루 주변 주차창 이용 찾아가는 법) 읍내삼거리를 지나면 기차마을로 들어가는 큰 안내표시가 보임
영산강황포돛배
조선시대 영산강을 오르내리던 황포돛배를 타고 옛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황포돛배는 면포에 황토물을 들인 기폭을 달고 끊임없이 영산강을 누볐다. 흑산도, 영산도, 칠산도 등을 거쳐 영산포까지 홍어를 비롯해 소금, 미역, 곡물 등을 싣고 날랐다. 황포돛배 체험은 영산강 유역의 다야뜰에서 중천포 주몽 드라마 세트장까지 왕복 6km를 운항한다.
전화) 나주영상테마파크 061-335-7008 운항시간) 10:00~17:00(2대가 1시간 간격으로 운항, 매주 월요일 휴무, 이용료)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주차) 황포돛배 주차장
찾아가는 법) 죽산교 지나 첫 삼거리에서 우회전 후 영상테마파크 이정표를 따라가다가 영상테마파크 500m 전에서 우회전한다. 홈페이지) www.najuthemepark.com
나주영상테마파크
사극 세트장.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주몽’과 ‘바람의 나라’를 찍었던 사극 촬영 세트장. 14만㎡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세트장에는 고구려 궁궐을 비롯해 철기방, 주막 등 눈에 익은 촬영현장이 가득하다. 고구려 전통역사문화체험장으로 단순한 드라마 세트장을 넘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장이다.
전화) 061-335-7008 이용시간) 09:00~18:00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찾아가는 법) 죽산교 지나 첫 삼거리에서 우회전 후 이정표를 따라간다.
Tip) 영상테마파크 입장료에는 도자기, 천연염색, 죽물공예 등의 체험학습이 포함되어 있다. 여유롭게 촬영지를 둘러보고 재미난 전통문화도 체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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