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까지 울산과 이웃한 밀양에 살았다. 하지만 울산에 놀러간 적은 없다. 그때까지 옆 동네 사람에게조차 울산은 그다지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니었다. 공장이 많은 무미건조한 산업도시, 공업도시. 울산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그런 이미지였다. 그러니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글 김수진 사진 한국관광공사 DB 20여 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 울산에서 먼 수도권에 살게 된 지금에야 울산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2019년 7월 태화강 지방정원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내 기억 속 태화강은 ‘썩은 강’이라고 전해들은 설명에 멈춰 있었다. 그런 태화강에 국가정원이라니? 두 눈을 씻고 기사를 다시 확인했다. 사실이었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순천만 국가정원에 이어 우리나라 제2호 국가정원이 됐다. 울산 도심을 가로질러 동해로 흘러가는 태화강은 산업화 논리가 우선되던 시절 오염이 심각해 농업용수는 물론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의식에 공감한 지역사회가 2000년대 들어 태화강 살리기 운동을 진행했다. 그 결과 수질이 6등급에서 1등급으로 크게 개선되고 물고기와 새, 식물이 다시금 서식하게 됐다. 죽은 강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후 태화강은 국토해양부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 환경부 지정 ‘대한민국 20대 생태관광지’에 이름을 올렸다. 태화강을 중심으로 조성한 생태공원은 지방정원을 거쳐 국가정원에 지정됐다. 그야말로 10~20년 사이 태화강과 그 일대에서 천지개벽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났다. 난생처음 찾은 울산.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당연히 태화강 국가정원이다. 울산 도심의 태화강을 중심으로 조성한 84ha의 공원. 수치로 그 크기가 퍼뜩 가늠이 되지 않아 따져보니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11배가 넘는 규모다. 어마어마한 면적에 6개 주제, 29개 세부 정원으로 이뤄져 있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돌아볼지 고민이다. 이럴 때는 안내센터부터 찾는 게 답이다. 국가정원 주변에 주차장과 진입로가 여럿이다. 내비게이션에 ‘태화강국가정원안내센터’를 입력하고 바로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4층 규모의 안내센터는 안내데스크와 전시실, 전망대 등의 시설을 갖췄다. 친절한 안내데스크에서 국가정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정원 지도도 챙긴다. 전시실도 살짝 들러본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태화강의 과거와 현재, 태화강 생태관광 등의 전시가 이뤄진다. 해설사가 상주하므로 신청하면 전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태화강에 얽힌 이야기를 머리에 담고 나니 정원을 더 알차고 재미있게 돌아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가상현실(VR)체험 코너에서 겨울철에 태화강을 찾는다는 떼까마귀의 군무를 감상한다. 시간과 계절을 맞춰야만 볼 수 있는 장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실재처럼 생생하다. 해설사의 조언대로 4층의 하늘정원도 들른다. 야외 덱으로 꾸민 정원에서 태화강 국가정원을 한눈에 담아본다. 끝도 없이 펼쳐진 초록빛 세상을 보니 울산을 회색빛 도시로만 치부했던 선입견에 미안해진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생태, 대나무, 계절, 수생, 참여, 무궁화 총 6개 주제로 이뤄진다. 안내센터가 위치한 곳이 대나무정원이다. 자연스럽게 대나무정원부터 산책한다. 대나무정원은 십리대숲, 대나무생태원, 은하수길, 대나무테마정원 같은 세부 정원으로 구성된다. 태화강을 따라 4km가량 이어지는 십리대숲은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 중 하나이자 울산 12경에 포함된다. 일제강점기 때 잦은 홍수로 하천이 범람하자 이를 막기 위해 대나무를 심은 것이 유래라고 한다. 안내센터에서 나와 바로 십리대숲으로 들어간다. 대숲에 들어서자마자 온몸이 청량해지는 느낌이다. 길 양쪽으로 쪽쪽 뻗은 대나무를 바라보니 괜히 걷는 자세마저 곧아진다. 허리를 쪽 펴고 대나무처럼 곧은 자세로 걸음을 내딛는다. 대나무가 음이온을 대량 배출한다는 이론적 정보가 없어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 묵직하던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십리대숲 산책로를 걷는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다. 중간중간 쉬어갈 의자도 있다. 다리가 아파서가 아니라 죽림욕을 한껏 즐기고 싶은 욕심에 잠시 앉는다. 의자 위에 붙은 ‘대나무 낙서금지’ 안내판에 눈길이 간다. 추억은 가슴에만 새기자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도,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인간의 심리를 배려한 걸까. 산책로 한쪽에 아예 낙서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살아 있는 대나무가 아니라 잘린 대나무를 여럿 세워놓고 펜까지 비치했다. 누군가 먼저 담아놓은 추억과 소원의 글귀가 가득하다. 정월 대보름 행사 때 달집과 함께 이 대나무를 태운단다. 나 역시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대나무에 실어본다. 대나무가 끝없이 이어지는 산책길을 지루해할 사람들이 있을까봐 포토존과 증강현실(AR) 체험 등 아기자기한 재미를 곳곳에 심어뒀다. 게다가 밤이면 십리대숲에 은하수가 내려앉는다. LED 조명과 대숲이 만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은하수길로 불리는 이 코스는 이미 울산 야경 명소로 입소문이 나 많은 사람이 찾는다. 특히 데이트 코스로 큰 사랑을 얻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2017년 100m 구간으로 시작한 은하수길은 2019년 5월 400m로 확장했다. 대나무정원만 돌아봤는데 어느새 시간이 훅 지났다. 아직 둘러볼 곳이 많은데 마음이 급해진다. 안 되겠다. 자전거를 빌리자. 대나무생태원 입구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일반 자전거는 물론 2인승, 어린이용, 마차형 등 다양하다. 1시간 기준 대여료가 1000원(마차형 자전거는 2000원)이다. 전동차 투어도 운영한다. 친환경 전동차를 타고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정원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으로 소요시간은 30분, 가격은 1인당 1000원이다. 대나무정원 옆으로 계절정원과 수생정원, 참여정원, 무궁화정원이 이어지고 안내센터에서 강 건너편에 생태정원이 위치한다. 구획이 선 긋듯 명확하게 나뉘는 게 아니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공존한다. 나도 자전거를 타고 물 흐르듯 달려본다.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고 지는 계절정원은 언제 찾느냐에 따라 향기와 빛깔이 달라진다. 라벤더가 피는 계절에 다시 찾고 싶은 욕심이 든다. 생태습지를 활용한 수생정원 옆으로는 시민, 학생, 작가가 직접 조성한 참여정원이 있다. 길 끝까지 달리면 무궁화가 꽃길을 이루는 무궁화정원도 만난다. 자전거를 타고 다시 안내센터 쪽으로 와 강 건너편 생태정원까지 간다. 생태정원의 중심이 되는 조류생태원은 여름에는 백로, 겨울에는 떼까마귀가 찾아오는 도심 속 최대 규모 철새도래지다. 철새가 돌아오는 시기에 더욱 빛나는 공간이다. 조류생태원 옆 은행나무정원은 지금은 조금 쓸쓸한 풍경이다. 욕심을 부려봤지만 하루에 돌아보기엔 보고 즐길 게 너무나 많은 태화강 국가정원이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그냥 떠나기가 아쉬워 강변 쪽에서 서성거리다 나룻배를 발견한다. 나룻배는 태화강에 다리가 없던 시절에 울산 남구와 중구를 잇던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하지만 다리가 놓이면서 나루와 나룻배는 사라져버렸다. 지금은 체험용 나룻배가 십리대숲과 태화강전망대를 오가며 태화강의 옛 정취를 되살린다. 1000원(왕복)을 내고 나룻배에 오른다. 목적지는 눈앞에 보이는 태화강전망대. 취수탑을 리모델링한 전망대는 4층 규모다. 1층과 4층에 야외 전망대, 3층에 회전형 전망 카페가 위치한다. 어느 곳에서 봐도 시원한 전망이 펼쳐진다. 태화강과 십리대숲이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3층 회전 전망 카페에서 태화강국가정원 여행을 근사하게 마무리한다. 오늘, 내 기억 속 울산은 다시 태어났다. 울산, 오늘부터 우린 1일! ✔ 주소 울산광역시 중구 신기길 40 ✔ 문의 052-229-3147~8(태화강국가정원안내센터), 052-229-7560~5(태화강정원사업단 정원운영팀) ✔ 홈페이지 www.ulsantaehwaganggarden.com ✔ 식당 - 고궁식당 : 정식, 전골 | 울산광역시 중구 학성로 95-1 | 052-245-2119 - 청한옥 : 냉면 | 울산광역시 중구 종가8길 35 | 052-294-3007 - 파란풍차 : 빵 | 울산광역시 중구 중앙시장길 2-9 | 052-242-0404 ✔ 숙소 - 어련당 : 한국관광품질인증 | 울산광역시 중구 산전길 61 | 052-297-5796 | eld.junggu.ulsan.kr - 경원BIZ모텔 : 한국관광품질인증 | 울산광역시 동구 녹수7길 58 | 052-233-2000 | www.e-hotel.co.kr - 하이호텔 : 한국관광품질인증 | 울산광역시 동구 바드래5길 11-6 | 052-944-1010 | hihotelps.com ✔ 여행 팁 봄에는 봄꽃 대향연, 여름에는 대숲 납량축제, 가을에는 가을 국향, 겨울에는 떼까마귀 군무 등 사계절 다양한 행사를 열어 특별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또 장애인, 노약자, 영유아 동반자 등 관광 취약계층을 위한 편의시설도 갖췄다. 휠체어, 유모차 대여 가능.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작성된 것입니다.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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