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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아래 주택가에 자리한 박물관이다. 2012년 서울시 건축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박물관은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이 겪었던 아픈 역사의 기록을 담았다. 전벽돌로 쌓아올린 건물은 규모로 압도하지 않고 화려함으로 치장하지 않는다. 매주 수요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수요시위가 열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자리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원, 일반 시민, 학생 등이 참여한다. 1992년 1월 8일에 시작한 시위는 2011년 12월 14일에 1,000번째를 맞았다. 그날은 평화비(소녀상)가 세워졌다. 소녀상은 비 오는 날에는 우비를 입고, 겨울에는 목도리도 두른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그 다음해인 2012년 5월 5일에 문을 열었다. 공간의 정신은 수요시위의 연장선상이다. 위안부 생존자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를 담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쟁과 여성 폭력이 없는 세상을 지향한다. 박물관 건립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994년 사료관 건립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1999년에는 서대문 인근에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알리는 작은 교육관을 만들었다. 박물관 건립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건 2004년이다. 정대협이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건립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안부 할머니 17명이 모은 정부생활지원금이 초석이 되었다. 처음에는 서대문 독립공원 내에 지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2009년 3월에 첫 삽을 뜨고도 공사를 중단해야 했다. 뜻밖에도 순국선열에 대한 명예훼손이 반대의 이유였다. 2011년 8월 성미산 자락에 부지를 매입한 후에야 비로소 얼개가 갖춰졌다. 건립비용은 ‘1만원 기부 릴레이 캠페인’ 등의 시민 기부와 모금활동으로 마련했다. 일본 시민도 동참했다. 건립위원회가 생겨나고 꼬박 8년이 걸린 과정이다. 때로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 당연하게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홍대입구역에서 채 1km가 안 되는 거리에 있다. 경성고 입구 교차로에서 성미산 방면 골목으로 접어든 주택가 길모퉁이다. 회갈색 전벽돌로 쌓은 담을 돌면 입구가 나온다. 담벼락에는 노란색 나비 모양의 종이에 적은 글들이 붙어 있다. 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의 자취다. 23세의 한 여성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짧은 글을 남겼노라 적었다. 대부분 위안부 할머니들을 응원하고 스스로 다짐하는 내용이다. 노랑나비는 정대협 활동의 상징으로 희망과 연대를 뜻한다. 나비의 날갯짓을 따라 모퉁이를 돌아서자 담 너머 건물이 조금은 또렷하다. 전체를 감싸는 짙은 외벽 색깔이 엄숙하다. 골목에서는 담장과 나무에 가렸던 부분이다. 벽돌로 지은 집도 조금 더 실감난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와이즈건축의 부부 건축가 장영철, 전숙희의 작품이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젊은건축가상을 받은 이들이다. ABC사옥, Y House, 이상의 집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으로는 서울시 건축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들의 건축은 규모로 승부를 걸지 않는다. 다채로운 건축문화 활동을 함께 전개해나가는 것도 특징이다. 박물관은 성미산 일대와 아무런 역사적 연고도 없다. 약 344㎡의 2층 주택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보통 사람이 살던 보통 사람의 집이다. 위안부 문제는 보통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 엄청난 사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좁은 골목 끝에 일상처럼 자리한 집과 짙은 회갈색의 첫인상은 절로 그 의미를 되새김질하게 만든다. 상징을 갖지 않은 공간의 상징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맞이방이다. 어두운 공간, 여정의 시작이다. 입구 오른쪽에서 티켓을 구입한다. 기존의 입장권과는 다르다. 티켓을 구입함으로써 한 분의 위안부 할머니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를 만나러 가는 과정이고, 그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의 삶을 들여다본다. 먼저 맞이방 벽에 있는 인터랙션 영상을 마주한다. 프레임 밖으로 날아오르는 나비다. 폭력과 차별의 벽을 넘어서는 날갯짓이다. 첫걸음은 거기서 다시 바깥으로 이어진다. 1층 전시실로 곧장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외부 공간을 체험하고 지하를 거쳐 지상의 건물로 올라오는 동선이다. 바깥으로 나가는 문을 열자 군화 소리가 난다. 이제 쇄석길이 열린다. 건물 가장자리의 좁은 통로는 지하로 이어진다. 폭 1m 정도의 길은 쇄석, 인공자갈을 깔았다. 왼쪽은 검은색 소녀의 그림이, 오른쪽은 노인의 얼굴과 손 부조가 장식하고 있다. 방문자는 그 사이로 시간의 간극을 걷는다. 그녀들이 겪어야 했던 전쟁의 광기와 폭력의 역사다. 자갈의 울림이 좁은 공간에 번져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쇄석길을 지나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곁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 몇 점이 걸렸다. 이 또한 저릿하다. 지하 전시관은 멍석을 깔고 위안소를 재구성했다. 원래는 주택의 보일러실로 사용하던 공간이다. 입장할 때 받은 티켓의 사진 속 할머니 인터뷰를 상영한다. 이날은 홍강림 할머니의 증언이다. 1922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1938년 중국 봉천으로 끌려갔다 전한다. 그녀는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중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가지도 못하고 오지도 못하고….” 그 쓸쓸한 고백을 따라 그녀의 일생을 돌아본다. 음습한 지하방 한가운데에 털신과 구두가 방점처럼 가지런히 놓였다. 지하 전시관에서 2층으로 향한다. 지하에서 2층을 거쳐 다시 1층으로 내려오는 동선이다. 층계참의 벽은 콘크리트 벽돌이다. 폐허의 잔해처럼 부러 매끄럽지 않은 마감이다. 주택을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벽을 뜯었을 때 드러난 골격을 그대로 두었다. 그것이 마치 위안부 할머니들의 오랜 싸움의 역사처럼 느껴진다. 그 사이사이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진과 벽돌을 배치했다. 가슴속 응어리는 벽돌마다 문자로 남았다. 피 맺힌 음성이 계단을 따라 메아리친다. 그럼에도 계단을 올라갈수록 조금은 희망찬 메시지다. 똑같은 아픔이 누군가에게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라는 이름에 담긴 염원이다. 2층 전시공간을 마주하기 전에 류준화 작가의 <경계에 피는 꽃>이라는 작품이 걸렸다. 그는 여성들이 단순한 피해자로만 보이지 않기를 원했다던가. 그 경계 너머에서 꽃피울 삶에 대해 잠깐 생각한다. 2층 전시실은 전시 형태가 조금 더 분명하다. 1층의 천장이 2층까지 열려 있다. 그 좌우는 기부자의 벽으로 후원자들의 명단이 남았다. 둘레에는 역사관과 운동사관, 생애관 등의 전시공간이 자리한다. 역사관에서는 일본군 문서와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 첫 글귀는 ‘위안부’라는 용어다. 가해 남성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말이지만 역사적 개념을 드러내기 위해 따옴표로 표시한다고 적혔다. 그 아래에는 위안소출입증과 군인들에게 지급된 ‘돌격1호’라는 이름의 콘돔, 당시 일본군이 위안소에 갔던 내용을 기술한 일기장 등이 놓였다. 운동사관에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지금도 매주 수요일마다 계속되고 있는 수요시위의 현장도 재현했다. 평화비 소녀상도 자리했다. 생애관은 피해자들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제 2층 발코니로 연결된 추모관으로 간다. 추모관은 바깥에서 볼 때 박물관의 두드러진 외관이다. 빛과 바람이 지날 수 있도록 일부러 듬성듬성하게 빈틈을 두고 벽돌을 쌓았다. 그 벽돌마다 170여 명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얼굴과 이름, 사망날짜가 적혔다. 이름과 얼굴을 남기지 못한 피해자들은 검은 벽돌로 추모한다. 벽돌 사이 틈새에는 추모의 꽃들이 놓였다. 입구 옆에는 헌화후원금함이 자리했다. 후원금은 다음 방문객의 헌화를 위해 쓰인다. 그리 돌아 다시 1층으로 내려온다. 1층은 기획전시실에 가깝다. 세계분쟁과 여성폭력을 테마로 한 상설관이 있다. 참여의 공간도 마련했다. 박물관 앞뜰로도 나갈 수 있다. 마당에서는 박물관의 외관이 좀더 또렷하다. 총 4만 5,000장의 벽돌이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완성체를 이룬다. 어떤 바람들의 총합이다. 어느 벽돌 하나를 쉬이 대할까. 어느 죽음 하나를 쉬이 지나칠까. 굳이 해석하려 들지 않아도 숨은 뜻은 분명하다. 8년이란 지난한 시간의 노고다. 기부와 모금으로 한 장씩 쌓아올린 정성이고 연대다. 간절한 바람이고 염원이다. 무엇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고난의 발자국이다. 단숨에 드러나는 건축의 메시지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11길 20 문의 : 02-365-4016 https://womenandwarmuseum.net 1.주변 음식점 레뜨레깜빠네 : 피자․파스타 / 마포구 홍익로5길 46 / 02-336-3378 산띠 : 커리․탄두리치킨 / 마포구 와우산로23길 9 / 02-325-1779 2.숙소 호텔서교 : 마포구 양화로 130 / 02-330-7777 http://www.hotelseokyo.co.kr/asp/view/main/main.asp 스테이코리아 : 마포구 동교로27길 60-5 / 02-336-9026 http://www.staykorea.co.kr/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3년 6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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