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간다. 더불어 마음도 깊어지는 계절이다. 여행하기도 좋은 날들이 이어진다. 우리가 가을여행에서 바라는 것은 봄이나 여름날의 그것과는 좀 다른 것이다. 가을엔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사색에도 좀 잠겨보고 싶다. 산자락에서 그윽한 시골 풍경과 함께 음악과 와인,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달 밝은 날을 골라 구미시 도개면 문수사로 간다. 구미에는 문수사가 두 군데 있다. 그중 산사음악회가 열리는 곳은 도개면에 위치한 문수사다. 도개 문수사는 이전부터 꽤나 유명세를 탔던 사찰이다. 일명 ‘반쪽짜리’ 절로 알려진 문수사 사자암이 명성을 더했다. 사자암은 암벽에 기댄 사찰로 절반은 자연 암벽으로, 나머지 절반은 일반적인 사찰 건물로 지어졌다. 문수사 대웅전에서 200m 정도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사자암을 만날 수 있다. 돌계단을 따라 천천히 5분쯤 올라가면 마침내 그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사자암까지 올라가는 길도 산책하기 좋게 잘 닦여 있다. 이름도 솔바람길이다. 산 전체는 물론 길 양옆으로 아름드리 소나무가 뻗어 있다. 계단을 오르기 힘겨운 사람들을 위해 평탄한 길도 마련되어 있다. 약간의 오르내림은 있지만 계단보다 걷기 수월하다. 참 친절한 암자다. 사자암이 사자암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사자암이 지어진 거대한 암벽에 커다란 사자 얼굴이 있기 때문이다. 풍화작용으로 생겨난 것이겠지만 마치 사람이 조각해놓은 듯 선명하다. 표정이 자못 근엄해 위엄마저 풍긴다. 위풍당당한 수사자의 얼굴 같다. 수사자의 얼굴 밑에 암사자처럼 보이는 작은 사자 얼굴이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엔 큰 사자 얼굴에 홀려 눈에 보이지 않던 작은 사자의 얼굴을 불현듯 발견하게 되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깜짝 놀라며 탄성을 지른다. 암수 사자가 위아래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듯하다. 사자암 입구를 암수 사자상이 지키고 있다. 사자암에 올라서면 도개면의 전원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을날의 누런 들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굳이 불자가 아니더라도 경치 좋은 곳에 들어선 고찰을 둘러보는 것도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산에 기대어 자연을 입은 사찰의 모습이 그대로 풍경 속에 녹아든다. 사자암 아래에는 셀프 차방이 있다. 원하는 만큼 차를 우려 마시고 하고 싶은 만큼 보시하는 방식이라 셀프 차방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불당도 불당이지만 차방에 들어가 보면 사자암이 암벽에 기댄 절이라는 것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차방의 한쪽 면은 암벽으로 되어 있어 신기하고, 다른 한쪽 면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장쾌한 전망을 그대로 차방 안으로 들여놓는다. 차방에는 여러 가지 차가 구비되어 있다. 생강나무 가지차, 뽕잎차, 발효차, 철관음 같은 차는 물론이고 커피믹스까지 갖춰놓았다. 거기에 사탕과 뻥튀기도 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다기를 제대로 갖춰 차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차라도 어떤 잔에 마시느냐에 따라 차맛이 달라진다. 종이컵에 마시는 차맛이 다르고, 머그잔에 마시는 차맛이 다르고, 작은 찻잔에 마시는 차맛이 다르다. 이곳에서는 찻집에 온 듯 스스로 정성스레 차를 우리고 작은 찻잔에 따르고 색과 향을 음미하며 차를 즐길 수 있다. 한쪽 벽에는 어른을 위한 명상 관련 책과 아이들을 위한 만화책도 꽂혀 있다. 정신없던 어른들이나 장난치던 아이들도 이 차방에 앉으면 돌연 차분해진다. 아이들은 한쪽에서 만화 삼매경에 들고 어른들은 조용히 차와 풍경에 젖는다. 매달 한 번, 보름달이 뜨는 날 전후로 문수사에서는 산사와인음악회가 열린다. 와인과 음악이 무료로 제공되는 문수사의 문화행사다. 음악회 날짜는 사찰의 상황과 날씨에 따라 매월 다르니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사자암 앞 깎아지른 절벽에 데크로 만들어놓은 무대와 객석은 여느 전망대 못지않은 풍경을 자랑한다. 산사음악회를 위해 만든 공간이다. 평소에는 암자를 찾은 사람들의 휴식처로 이용되다가 음악회가 열리면 그럴듯한 무대로 변신한다. 데크 전망대에서 멋들어진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데 여기에 음악과 와인이 보태지면 산 위에서 신선놀음을 하는 듯 호사스럽다. 가을밤 산자락에 울리는 음악 소리가 사람들을 깊은 서정으로 이끈다. 무료로 제공되는 와인도 너나없이 홀짝거린다. 그렇지만 격식을 차린 무대는 아니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여행 온 사람도 있지만, 인근 구미 시내에서 마실 나온 사람들과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참여하는 소박한 음악회다. 돈 들여 하는 공연이 아니다 보니 연주자들은 대개 아마추어이고, 공연을 돕는 사람들은 모든 자원봉사자들이다. 수준 높은 공연은 아니지만 다 같이 어울려 놀아보자는 데 의미를 둔다. 그래서 수준급의 통기타 연주가 이어지다가도 공연 중간중간 마을 사람들의 노래자랑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트롯 가수가 무대에 오르기라도 하면 객석은 들썩들썩 장단을 맞추느라 바쁘다. 그럴 땐 여느 시골의 장터 풍경 같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대가족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마당이다. 공연은 때론 고요하게, 때론 흥건하게 가을밤을 적신다. 음악과 와인, 달빛에 취한 사람들의 마음에도 한 자락 풍요로운 가을바람이 인다. 문수사 주소 : 경북 구미시 도개면 신곡4길 186 문의 : 054-474-0615
1.주변 음식점
싱글벙글 복어 : 복어요리 / 구미시 역전로 10 / 054-452-4515 대가야 : 닭백숙 / 구미시 인동가산로 446-17 / 054-471-5601 육림촌 : 숯불갈비 / 구미시 산동면 강동로 982 / 054-474-3030
2.숙소
구미관광호텔 : 구미시 금오시장로 12 / 054-451-2000 호텔금오산 : 구미시 금오산로 400 / 054-450-4000
http://hotelgeumosan.com/
휴먼트리펜션 : 구미시 무을면 안곡2길 38-44 / 054-482-3500
글, 사진 : 이송이(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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