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불편한 여행이란? ‘불편한 여행’은 일상의 편리함과 익숙함을 잠시 내려놓고, 낯선 환경 속에서 자신에게 집중해보는 새로운 여행 방식을 의미한다. 불편하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의 하루는 ‘여행’이라는 단어와 선뜻 연결되지 않아 보이지만 ‘디지털 디톡스*’, ‘건강한 고독**’ 등 새로운 라이프 트렌드와 맞물려 요즘 뜨는 여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 ‘디지털’과 ‘디톡스(detox, 해독)’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을 일정 기간 중단하거나 줄이는 행위를 통해 정신적, 신체적 휴 식을 추구하는 트렌드 ** 과잉 연결의 시대에 자발적 단절을 통해 자신만의 균형과 활력을 되찾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북한산은 서울특별시 북부와 경기도 고양시, 양주시, 의정부시에 걸쳐 솟은 해발 835m의 산이다. 한양(서울)의 북쪽에 솟아 있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하며, 주봉인 백운대를 비롯해 인수봉과 만경대를 묶어 삼각산(三角山)이라고도 불렀다. 북한산의 능선을 남쪽으로 이으면 산줄기는 더 길어진다. 도봉산(740m)과 사패산(551m), 그 너머 수락산(640m)과 불암산(509m)까지 한줄기로 연결됐다. 이는 곧 다섯 산의 머리글자를 딴 종주 산행의 고전이 됐다. 바로 ‘불수사도북 종주’다. 총 거리 약 45km, 누적 상승고도 약 4,000m, 등산객 평균 스무 시간 이상 걸리는 난이도 최상급 산행 코스다. ‘강북5산 종주’라고도 한다. 공릉동 백세문에서 출발해 다섯 산의 정상을 찍은 뒤 불광동 대호아파트로 하산하는 길을 정석으로 친다. 그렇다고 이 코스가 원칙은 아니다. 능선을 타고 다섯 산의 정상을 한달음에 오르는 것이 이 산행의 목적이다. 불수사도북 종주는 5년 전 여름에 처음 홀로 도전했다. 지하철이 다니는 새벽 5시에 집을 벗어나 6시경 불광동 장미공원을 들머리로 출발해 북한산부터 올랐다. 불수사도북 종주가 아니라 역방향인 ‘북도사수불 종주’였다. 역방향으로 출발한 이유는 단순했다. 불광동이 당시 살던 집과 가까워 산에 빠르게 진입하고 싶었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할 수 없었기에 북한산국립공원 입산 시간과 무관한 수락산과 불암산을 후반부에 배치했다. 하지만 그날의 도전은 사패산에서 일단락져야 했다. 북한산에서 사패산까지는 무탈하게 올랐으나 수락산 진입을 위해 의정부 시내를 관통하는 도중에 포기를 했기 때문이다. 절반 가까이 지난 지점이라 체력적으로 상당히 지친 상태였는데 의정부 시내로 내려오니 식당과 카페 등 모든 것이 유혹이었다. 마침 회룡역이 보여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 그렇게 나의 첫 강북5산 종주는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2025년 7월 6일 밤 10시, 나는 공릉동 백세문 앞에서 10리터 작은 등산 배낭의 끈을 단단히 조이고 있었다. 완주율을 높이기 위해 이번에는 산악부 출신의 친구가 동행했고, 불수사도북 종주의 ‘정석 코스’로 여겨지는 불암산부터 오르기로 했다. 깊은 밤에 출발한 이유는 북한산국립공원 입산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국립공원은 여름철의 경우 새벽 4시부터 출입이 가능하다. 이른 저녁에 출발하면 사패산 진입을 앞두고 입산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밤 11시, 공릉동 백세문을 등지고 빠른 속도로 산길에 붙었다. 불암산 정상까지는 약 5km. 한밤의 산은 고요했다. 불과 몇십 분 전까지 귓가를 울리던 소음도, 두 눈을 잔뜩 피로하게 하던 불빛도 전부 사라졌다. 남아 있는 것은 오직 내 발밑을 비추는 헤드램프의 작은 빛과 뒤따라오는 친구의 거친 호흡 소리뿐이었다. 비로소 나만의 작은 세상이 만들어졌다. 얼마나 고대하던 순간이었던가! 그러나 평온한 시간도 잠시. 출발한 지 10분도 안 돼 땀이 줄줄 흘렀고 옷은 죄다 젖었다. 마치 밥통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절기로 치면 내일이 소서(小暑)였다. 하필 날을 잡아도 이런 날에…. 하지만 여태 장마였다. 비를 피해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오늘로 종주 날짜를 잡은 것이다. 게다가 헤드램프 빛을 따라 코로 입으로 귀로 돌진하는 날벌레는 어찌나 성가시던지. 잠시 잊고 있었다. 무더운 한여름 밤 등산의 실체를! 탈수를 우려해 속도를 늦췄다. 강북5산 종주 첫 도전과 다름없으니 완주를 목표로 서행했다. 그리고 자정 무렵, 해발 508m의 불암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석이 있는 거대한 바위 끝에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봤다. 도시의 명멸하는 야경을 바라보니 새삼 아주 먼 산에 올라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바람은 시원했고 며칠 전까지 서울 산 정상부에서 등산객을 괴롭히던 붉은등우단털파리, 속칭 러브버그는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낭만적인 감상도 잠시. 더 머물고 싶어도 정상에는 오래 있을 수 없었다. 땀이 식자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뛰면 덥고 쉬면 춥고. 어느 쪽도 달갑지 않았으나 위험한 쪽은 추운 쪽이었다. 여름에도 걸리는 것이 저체온증 아닌가? 서둘러 수락산을 향해 움직였다. 땀이 식고 마르기를 반복하니 온몸이 끈적거렸다. 더욱이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되자 다리는 굳은 듯 말을 듣지 않았고, 어두우니 발을 헛디디기도 했다. 까딱하다가는 다칠 수 있었다. 이럴 때면 마음속에는 물음표 하나가 슬그머니 떠오른다. ‘내가 정말 산을 좋아하나?’ 덥고, 습하고, 춥고, 힘들고, 고통스럽고, 성가시기까지 한데 왜 나는 또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한밤의 산을 말이다. 게다가 이번 산행은 무려 불수사도북 종주다. 하루에 산 하나도 오르기 벅찬데 다섯 산을 연달아 오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것도 소서를 하루 앞둔 날에 말이다. 아니지, 자정이 지났으니 오늘이구나! 분명 제정신이 아니다. 의구심이 가득한 상태로 수락산을 통과했고 어느덧 5년 전 넘지 못한 고비 앞에 이르렀다. 의정부 시내 구간이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곧 회룡역으로 오늘의 첫차가 다닐 것이다. 포기하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으나 친구가 있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우선 24시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김밥으로 요기를 했다. 목을 축이고 배를 채우니 다시 갈만한 상태가 됐다. 종주 2막에 해당하는 사패산 방향으로 걸어갔다. 문제는 졸음이었다. 이쯤 오자 미친 듯이 졸리기 시작했다. 밤을 꼴딱 새워 산 두 개를 넘었으니 어찌 피곤하지 않겠는가. 사패산으로 이동하는 길에 우리는 거리에 놓인 벤치에 각각 누워 15분 정도 눈을 붙였다. 문득 일전에 출전한 100km, 100mile 트레일러닝 대회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렇게 덥고 춥고 힘들고 졸렸지. 다시는 안 할 거라고 큰소리 펑펑 쳤는데 매번 같은 상황의 반복이다. 도대체 왜일까? 혹시 심심한가? 설마 마조히즘? 쏟아지는 잠을 달래가며 여명 속에서 사패산을 넘었다. 아침 산책을 하는 동네 주민들이 내심 반가웠다. 눈인사를 나누며 도봉산 신선대로 향했다. 나무 사이로 가는 빗줄기가 떨어졌다. 어딘가에 해가 떴을 테지만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산동네에서 이른바 ‘곰탕(안개가 끼어 뿌연 날씨)’으로 통하는 날씨다. 가까스로 신선대에 올랐으나 정상에서 기대할 법한 조망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이라면 다섯 산 중 북한산만 남았다는 것이다. 도봉산에서 우이암을 거쳐 북한산우이역 인근에 내려오니 오전 11시였다. 해가 떠도 중천에 떴을 시간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나온 듯한 직장인 무리가 보였다. 흙에 비에 땀에 온갖 더러운 것에 찌들대로 찌든 우리의 모습을 본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불편해할까? 어쩌면 부러울 수도 있다. 오래전 내가 출근하던 아침에 산으로 가던 누군가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봤던 것처럼. 국수 가게에 들어가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었다. 남은 거리는 이제 약 15km. 이윽고 오후 1시. 한낮의 열기와 함께 넘은 영봉 위에서 바라본 백운대는 모래성처럼 아득했다. 첩첩산중이라고 말하는 나에게 친구는 힘든 구간은 다 끝났으니 완주는 시간 문제라며 독려했다. 혼자였으면 진작 접었을 여정이었다. 마지막 정상인 백운대를 넘어 산성길을 타고 쉬지 않고 나아갔다.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등 북한산성의 성문을 지났다. 그리고 오후 5시, 드디어 하산했다. 정석 코스의 종점인 대호아파트가 아닌 불광동 삼천사로. 중간에 길을 잃고 헤맸다. 이로써 불수사도북 종주는 성공인 동시에 다시 실패로 끝났다. 다섯 산의 정상을 한달음에 올랐으니 완주한 것은 분명하나 대호아파트로 하산하지 못했고, 목표한 도착 시간에서 한참 늦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체된 원인은 여러 가지였다. 덥고 춥고 힘들고 졸렸다. 그래서 너무 많이 쉬었다. 다섯 산을 한꺼번에 오르기란 역시 쉽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알고 있었다. 머잖아 다시 이 산에 오르리라는 것을. 왜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북한산우이역 부근에 자리한 ‘우이동 산악문화 H·U·B’는 다양한 산악 체험이 가능한 산악문화복합공간이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16개봉을 등정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업적을 기리는 엄홍길전시관과 유익한 등산 상식을 접할 수 있는 산악체험관을 운영한다. 특히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에베레스트 등반 VR, 산악스키 VR, 산악자전거 VR, 클라이밍 VR 체험 프로그램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좋다. H·U·B는 히말라야(Himalaya), 엄홍길(Um Hong-gil), 북한산(Bukhansan)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다. 〈여행 정보〉 ○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북한산국립공원 https://bukhan.knps.or.kr - 고양시 문화관광 www.goyang.go.kr/visitgoyang - 의정부시 문화관광 www.ui4u.go.kr/tour/contents.do?mId=0101030000 - 노원구청 문화관광 www.nowon.kr/www/info/info1/info1_02.jsp - 경기역사문화유산원 https://gjicp.ggcf.kr/mediaObjects/94 - 우이동 산악문화 H·U·B www.hub8848.or.kr ○ 문의 전화 -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02)909-0497 -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031)828-8000 - 의정부시 녹지산림과 수목원팀 031)828-4652(사패산) - 노원구청 푸른도시과 02)2116-3966(수락산) - 노원구청 푸른도시과 02)2116-3943(불암산) - 경기역사문화유산원 031)231-8551 - 우이동 산악문화 H·U·B 02)994-8848 ○ 운영 정보 [북한산국립공원] - 운영기간 : 연중무휴(*봄철 산불방지 기간인 3~5월 일부 구간 입산 통제) - 운영시간 : 하절기(3~11월) 04:00~17:00, 동절기(12~2월) 04:00~16:00 - 입장료 : 무료 [우이동 산악문화 H·U·B] - 운영시간 : 10:00~18:00(*VR 체험 프로그램 17:30까지) - 휴관일 : 매주 월요일(단,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다음날 휴관) - 입장료 : 무료(*VR 체험 프로그램 유료) ○ 대중교통 정보 [전철] 수도권 전철 6호선 화랑대역 4번 출구에서 공릉동 백세문까지 1.2km, 도보 약 20분. * 문의 :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 서울시교통정보시스템 120, https://topis.seoul.go.kr ○ 식당 정보 - 길동우동 우이동점 : 길동우동·냉우동·비빔국수, 서울 강북구 삼양로 685, 02)903-2223 - 안성희 순대국&해장국 : 순대국·우거지뼈해장국·내장탕, 서울 노원구 노원로1길 67, 02)973-1230 - 모아식당 : 곤드레밥정식·코다리조림·김치찌개전골, 서울 은평구 불광로 90 118호, 02)356-5420 ○ 주변 볼거리 북한산성, 우이암, 인수암, 문수사, 은평한옥마을,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은평뉴타운도서관, 진관사, 진관사계곡, 삼천사, 삼천사계곡, 회룡사, 호암사 ※ 위 정보는 2025 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 사진 ,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 글 · 사진 : 장보영 여행작가 / 사진: 우이동 산악문화 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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