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의 변신은 무죄인가. 담양의 관방제림 옆에 오랜 세월 방치돼 있던 남송창고와 죽제품 가공 공장이 지난 2015년 문화와 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름하여 ‘담빛예술창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관방제림 중간에 자리잡아 담양을 찾은 여행객들에게 필수 방문지가 되고 있다. 대나무와 메타세쿼이아의 정기에 더해 예술의 향기에도 취해보자.담빛예술창고의 탄생 비화를 듣기 전에 생명력을 잃은 농촌의 곡식 저장 창고 등이 관광명소로 거듭난 사례를 알아보자. 우선, 전북 완주군의 삼례문화예술촌이 대표적인 주자로 손꼽힌다. 2010년까지만 해도 예술촌 자리에는 양곡창고 몇 동과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주택 등이 있었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삼례읍이 나날이 생기를 잃어가자 주민들은 거사를 도모했다. 그들의 뜻을 하나로 뭉쳐준 구호는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이 즐거워해야 먼 곳에 있는 사람도 찾아온다는 뜻이다. 그렇다. 내가 싫어한다면 남도 좋아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들은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창고를 문화와 예술의 장소로 바꿔나갔다. 삼례 주민들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예술이 관광이다’를 모토로 내걸고 삼례문화예술촌 조성사업을 펼쳤다. 마침내 대형 창고들은 비주얼미디어아트미술관, 책공방북아트센터, 디자인뮤지엄, 김상림목공소, 책박물관, 문화카페로 변모했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전북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에도 널리 알려져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주민들은 오래된 감귤창고를 카페로 개조했다. 카페 내부는 도시 사람들도 놀랄 만큼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비법으로 숙성시켜 만든 감귤과자, 감귤크런치노, 댕유자에이드가 여행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다시 담빛예술창고로 돌아와 구석구석을 살펴보자. 예전에는 담양 여행이라면 죽녹원이나 메타세쿼이아길을 가장 먼저 찾아갔을 텐데 이번 여행은 다르다. 담양에 예술마당이 생겼다니, 그곳 방문이 최우선이다. 예술창고는 전면에서 봤을 때 붉은 벽돌담에 흰 페인트칠을 하고 그 위에 검게 쓴 한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남송창고(南松倉庫).’ 오랜 연륜이 풍겨나는 글씨체다. 건물 2동이 직각으로 만나고 있으며, 면적은 각각 330㎡(100평)쯤 된다. 층고가 높아서 내부로 들어가면 일부 2층 구조를 보인다. 과연 여기가 곡식을 저장했던 창고인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왼쪽 건물은 복합전시실, 오른쪽 건물은 문예카페(1층)와 문화체험실(2층)로 쓰이고 있다. 그 유명한 대나무 파이프오르간은 문예카페 안에 설치되어 있다. 창고 앞 잔디밭 오른쪽의 주택 벽면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창고 건물 뒤편으로 나가면 조각공원처럼 여러 작품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방문객들에게 말을 건넨다. 담빛예술창고 개관전에 참여한 작가는 이이남, 이병찬, 조대원, 성연주, 정운학 등 12인이다. 담양군문화재단의 진월지 씨는 “광주광역시 등 대도시로 나가지 않고도 군 단위 지자체에서 미술가들의 현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담양 사람들에게 큰 행운”이라고 말한다.전시실 안으로 들어서서 천천히 작품 감상의 묘미에 빠져든다. 담빛예술창고는 군 단위 미술관치고는 양평군립미술관 규모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문예카페와 조각공원, 그리고 관방제림의 거목들까지 자신의 정원인 양 품고 있어 생명력은 오래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복합전시실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받은 감동은 문예카페에서도 이어진다. 마침 대나무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진행되고 있었다. 파이프오르간은 워낙 고가이고 대형이다 보니 성당이나 교회 등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양곡창고를 개조한 카페에, 그것도 대나무로 만들었다니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다. 연주는 매주 화/목요일 2시, 주말/공휴일 3시에 시작되고 각각 30분씩 이어진다. 댓잎차를 한 잔 시켜놓고 책을 보면서 대나무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감상하는 맛이란 담양 여행이 아니고서는 누릴 수 없는 행복이다. 넓은 공간에 천장도 높으니 오르간 소리가 웅장하다. 연주 시간만큼은 어른들의 수다와 아이들의 잰 발걸음 소리마저 뚝 끊긴다. 짧게만 느껴진 대나무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감상하고 호기심에 카페 이 구석 저 구석을 기웃거리다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에 숨은 칠판 하나를 발견했다. '정부양곡보관현황'이라는 제목 아래 그려진 도표를 보고서야 이곳이 양곡창고였음을 새삼 깨닫는다. 칠판에 적힌 관리 장비 목록 중 곡온계, 수분측정기 등을 실제로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카페에서는 댓잎차, 댓잎커피 외에도 아메리카노, 녹차라떼, 주스, 스무디, 에이드, 샌드위치, 쿠키, 케이크 등을 팔고 있어 편히 쉬어가기 좋다. 문예카페 뒤편으로는 조각정원과 관방제림이 펼쳐진다. 대형 통유리창이라서 개방감이 뛰어나다. 읽던 책을 제자리에 꽂아두고 후원으로 나가면 무섭지 않게 생긴 호랑이 조각상이 인사를 건넨다. 긴 꼬리를 등에 얹었는데 꼬리의 끝이 소나무 형상이라 작품 설명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호랑이와 터 이야기’라는 글이다. “호랑이 꼬리에 터를 잡으면 천년을 안주할 수 있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 꼬리 부분에 소나무의 정기를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면서”라는 대목을 읽고 보니 ‘담양 땅이 호랑이 꼬리 부분인가’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호랑이 주변으로는 ‘담양의 개와 닭 이야기’, ‘야, 이놈의 여시야’ 같은 재미난 이야기를 담은 조각상이 몇 점 더 있다. 그 뒤로 추성경기장과 관방제림 둑길이 이어진다. 영산강을 따라 이어지는 이 둑길을 따라 쭉 걸으면 죽녹원 입구와 국수집이 몰려 있는 담양국수거리가 나온다. 또 죽향대로를 따라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시작된다.그 도로변에 호남기후변화체험관이라든가 요절한 가수 김정호(1952∼1985, 히트곡 <하얀 나비>, <이름 모를 소녀> 등)의 노래비와 동상이 있다. 담빛예술창고는 이래저래 담양 여행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것이 분명하다.담양이 정자문화의 고장이라 마지막 여행 코스는 고서면의 명옥헌과 남면의 식영정 등 정자 두어 군데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잡았다. 그런데 명옥헌 원림의 배롱나무는 꽃이 진 지 이미 오래고, 작은 연못에서는 소금쟁이들만 군무를 추고 있을 뿐. 그 허탈감을 동네 할머니에게서 감이며 늙은 호박 몇 개, 동부콩을 사는 것으로 달랬다. 식영정에서는 나무 냄새를 실컷 맡았다. 여름의 냄새 말이다. 정자 앞에 키가 훌쩍 커버린 나무가 많아 무등산을 보기가 어려웠다. 탁 트인 전망을 위해서라도 식영정 앞의 나무들을 키 작은 나무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오르내리는 돌계단도 장맛비가 내리는 날이면 무섭다. 노약자를 배려해 손잡이라도 만들어달라고 담양군에 요청하고 싶다. 담양 여행을 마치기 전 ‘담양10미’ 중 하나는 꼭 맛봐야 한다. 떡갈비, 창평국밥, 대통밥, 한정식, 죽순요리, 한과와 쌀엿, 숯불돼지갈비, 한우생고기, 담양국수, 메기찜과 탕까지 10가지 요리 중에서 죽순을 택했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에 사는 사람들은 죽순을 무침, 찜, 탕수육, 생선조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 먹는다. 담빛예술창고 주소 : 전남 담양군 담양읍 객사7길 75 문의 : 061-383-8240 1.주변 음식점 한상근대통밥집 : 대통밥 / 담양군 월산면 담장로 113 / 061-382-1999 전통식당 : 한정식 / 담양군 고서면 고읍현길 38-4 / 061-382-3111 죽향골식당 : 죽순생선조림 / 담양군 담양읍 추성로 1341 / 061-382-1278 2.숙소 담양리조트 관광호텔 : 담양군 금성면 금성산성길 202 / 061-380-5000 http://www.damyangresort.com/ 부호텔 : 담양군 담양읍 무정로 26 / 061-381-2200 http://boo-hotel.com/ 고택 한옥에서 : 담양군 창평면 돌담길 88-9 / 061-382-3832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7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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