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국립공원 을 품은 전북 부안군으로 여행을 간다면 백합죽과 바지락죽은 꼭 먹어봐야 할 별미다. 영양가 풍부하고 소화가 잘 되며 부담 없는 가격이라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에 잘 맞는 향토음식이다. 채석강에서 노을을 감상하고, 13개 코스에 달하는 마실길을 걷고, 내소사나 개암사를 답사하고, 새만금방조제를 드라이브하는 등 다양한 테마로 부안을 구석구석 둘러본 후 바지락이나 백합으로 요리한 음식을 마주하면 여행길이 마냥 행복하다. 예전 어머니들은 사랑하는 자식이 며칠씩 앓고 나서 입맛을 잃으면 쌀로 흰죽을 쑤었다. 간장 반 숟가락, 참기름 한 방울을 흰죽에 떨어뜨려서 먹으면 금방 기력이 돌아오는 듯했다. 흰 쌀죽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기억은 그렇게 시작된다. 고려시대부터 왕실과 양반가에서는 우유에 쌀을 갈아 넣고 끓인 타락죽(우유죽)을 먹었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궁중 내의원에서 음력 10월 초하루부터 정월까지 왕에게 타락죽을 올렸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타락죽은 칼슘을 많이 함유해 고관절 질환 예방에 좋은 식품으로 대접받는다. ‘타락’은 우유를 뜻하는 돌궐어 ‘토라크’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 먹은 죽의 종류는 40여 가지가 넘는다. 곡물, 열매, 고기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했다. 한식에서 죽의 비중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요즘 고급 한식 상차림에 나오는 죽은 외국인들에게 특별한 수프로 대접받는다. 부안군 변산반도는 동쪽을 제외한 3면이 바다와 접해 있다. 당연히 갯벌이 발달했고, 일찍부터 차진 갯벌에서 잡히는 조개류를 식재료로 활용한 음식들이 개발됐다. 백합죽과 바지락죽의 명성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처럼 조개류를 이용한 향토음식은 갯벌이 없는 고장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별미다. ‘피죽바람’이란 ‘피죽도 먹기 어려울 만큼 흉년을 불러올 바람’이란 뜻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모내기철에 오랫동안 부는 아침 동풍과 저녁 북서풍을 이르는 말’이다. 기력을 못 차리거나 날로 야위어가는 사람을 보고 ‘사흘에 피죽 한 그릇도 못 얻어먹었나?’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피죽은 피로 쑨 죽을 뜻한다. 일제강점기에 많은 곡식을 일본에 수탈당한 우리 백성들은 피로 죽을 끓여먹기도 했다. 피는 논에서 벼와 함께 자라며 벼의 생육을 방해하기 때문에 뽑아서 버리는 식물이다.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갖게는 하지만 영양가도 없고 배변을 힘들게 해서 피죽을 먹은 사람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와서 죽은 먹기 편하고 영양가 높은 별미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부안의 경우 갯벌에서 풍부하게 나는 백합과 바지락을 죽의 재료로 활용했으며, 죽 외에도 무침, 전, 비빔밥, 탕 등의 재료로 다양하게 응용했다. 특히 바지락은 대합, 모시조개 등과 함께 조개젓의 재료로도 훌륭하다. 먼저 부안의 백합 음식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변산반도 북쪽, 새만금방조제 안쪽에 계화도 라는 곳이 있다. 예전에는 섬이었으나 지금은 계화방조제 건설로 육지의 일부가 된 곳이다. 이 계화도 일대 갯벌이 백합의 보물창고였다. 워낙 고급 조개라서 날로 먹어도 좋은데, 이 지역 사람들은 백합을 ‘생합’이라고도 불렀다. 부안 지방의 결혼식에서 백합은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음식이었다. 백합 껍데기는 위아래가 딱 맞아서 한번 입을 다물면 좀처럼 열기가 힘들었다. 순결, 정절, 백년해로를 상징하는 조개였기에 ‘조개의 여왕’으로 불렸고, 혼례식 잔칫상에 올라 하객들의 입맛을 즐겁게 했다. 조선시대에는 임금님 수랏상이나 궁중 연회에 회, 찜, 탕, 구이, 죽 등으로 조리되어 문무백관의 미각을 일깨웠다. 감칠맛과 쫄깃한 식감으로 많은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은 부안 백합. 그러나 새만금방조제가 건설되면서 계화도 주변 바다에서는 사라졌고, 방조제 바깥쪽과 고창 등의 바다에서 조금씩 잡히고 있다. 식당 주인들은 “일부는 북한과 마주보고 있는 중국 연안 갯벌에서 잡힌 것을 수입해서 사용한다”고 털어놓는다. 이제 바지락 음식들을 맛볼 차례다. 바지락죽도 귀한 식재료를 적은 양으로도 푸짐하게 먹으려고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백합죽과 유사한데, 여기에 ‘건강식’이라는 이유가 하나 더해진다. 모 유명 바지락죽 전문 식당 사장은 “어린 시절 황달에 걸려 고생을 많이 했는데 어머니가 끓여주신 바지락죽을 많이 먹고 나았다”며 식당 문을 열게 된 동기를 들려준다. 바지락 등 조개가 간장 질환에 효험이 있다는 이야기는 상식이다. 유태종 박사의 《식품보감》을 보면 조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조가비를 가진 연체동물을 가리켜 조개라고 한다. 조개의 단백질 속에는 히스티딘, 라이신 등 아미노산이 많고 글리코겐이 풍부해서 영양식품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간장 질환과 담석증 환자에게는 조개류가 아주 좋은 식품이다.” 부안의 바지락죽 전문 식당들은 대부분 죽을 끓일 때 녹두를 넣고 인삼도 갈아 넣어서 영양가를 높이고 있다. 여럿이 식당을 찾는다면 죽만 먹기보다 바지락회무침, 우리밀바지락전, 바지락회비빔밥, 바지락탕 등도 골고루 맛보면 좋다. 부안 여행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백합죽과 바지락죽 등 별미 기행을 하기 전후로 변산마실길을 걷거나 적벽강과 수성당, 채석강과 격포항 등을 찾아가보자. 부안읍내 신석정문학관, 매창공원 등은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명소다. 부안마실길은 해안에 8개 코스, 내륙에 5개 코스가 개발되어 있다. 최단거리는 1코스(일명 조개미 패총길)로 새만금임시홍보관~변산해수욕장~송포갑문을 잇는 길이다. 5km 거리에 1시간이 소요된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야산길과 바닷길을 선택해서 걷는 코스다. 3코스(일명 적벽강 노을길)도 인기가 많다. 성천마을~하섬~반월마을쉼터~적벽강~격포항으로 이어지며 총 7km 거리에 2시간이 걸린다. 채석강 앞 수평선에 걸린 큰 섬은 위도이다. 한편 신석정문학관(063-584-0560)은 1930년대 초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한 신석정(1907∼1974) 시인의 삶과 문학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맞은편에 시인의 생가 ‘청구원’도 복원해놓았다. 시인의 대표작으로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임께서 부르시면>,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등이 있다. 부안문화원 뒤편 매창공원 은 부안 출신으로 조선 중기의 여류 시인이었던 이매창(1573∼1610)의 묘소에 참배하고 작품도 감상하는 곳이다. <이화우>, <월명암에서>, <임생각> 등 작품이 새겨진 시비가 공원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대표작인 <이화우>를 감상하며 부안을 떠난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노라 부안군 문화관광 063-580-4191 변산반도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63-582-7808 부안 변산마실길 (다음 카페) 1. 주변 음식점 변산명인바지락죽 : 바지락죽 / 부안군 변산면 변산해변로 794 / 063-584-7171 계화회관 : 백합죽 / 부안군 행안면 변산로 95 / 063-584-3075 원조바지락죽 : 바지락죽 / 부안군 변산면 묵정길 18 / 063-583-9763 2. 숙소 채석강스타힐스호텔 : 부안군 변산면 채석강길 33 / 063-581-9922 채석리조텔오크빌 : 부안군 변산면 격포로 196 / 063-583-8046 왕포리조텔 : 부안군 진서면 왕포길 30-12 / 063-582-3812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0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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