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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의 진부령 아래에는 해마다 이맘때면 입이 딱 벌어질 만큼 화려하게 피어나는 라벤더꽃이 보라색 벨벳 물결을 이루는 농원이 있다. 한 사내가 14년에 걸쳐 뿌린 눈물과 땀으로 이뤄낸 라벤더 농장 ‘하늬라벤더팜’이다. 하늬라벤더팜을 꽃밭이나 정원이 아니라 농장이라고 부르는 건, 라벤더 꽃을 키우는 게 ‘원예’가 아니라 아름다운 꽃밭을 만드는 게 가장 훌륭한 소출이 되는 이른바 ‘경관 농업’이기 때문이다. 화사하게 피어난 라벤더 꽃밭을 두고 ‘모종을 심어 길러내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한다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얘기다. 농장을 찾은 이들에게는 손쉽게 심어 조성한 꽃밭으로 보일 테지만, 화려한 라벤더 꽃밭은 고된 노동과 수없는 실패, 포기에 대한 망설임, 반복되는 조바심을 거쳐 이룬 성취다. 하늬라벤더팜을 일군 주인은 수시로 눈시울을 붉혔다. 목이 메어 말을 끊고 하늘을 올려다본 것도 여러 번이었다. 인생역정 얘기를 청해 듣고자 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꽃밭을 만들었는지만 들려달라고 건조하게 물었는데도 그랬다. 라벤더 농사는 쉽지 않다. 기후와 토질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유럽이나 일본에서 잘 자란다 해도 한국 땅에서 잘 자라는지는 심어봐야 안다. 적응 여부는 품종이 아니라 개체 차이에서 나온다. 그래서 해마다 잘 자라는 것들만 솎아내 꺾꽂이로 후계목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몇 대에 걸쳐 추려내고 또 추려내야 비로소 좋은 꽃밭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라벤더를 잘 기르려면 개화 전인 봄과, 꽃이 지고 난 늦여름이 더 중요하다. 봄 가뭄이 길어지면 그 해에, 늦여름에 비가 잦으면 이듬해에 꽃밭은 엉망이 된다. 그러니 꽃이 피기 전에도, 꽃이 피고 난 뒤에도 노심초사의 날들이 계속된다. 라벤더를 키우는 데 ‘땀’보다 ‘눈물’이 훨씬 더 많은 건 그래서다. 꽃이 좋을 때 농원을 찾은 이들은 눈앞의 꽃밭만 보지만, 그걸 키우는 사람은 꽃이 진 뒤에 바람을 기다리고, 차가운 겨울에는 눈을 기다린다. 기대보다는 노심초사의 조바심이 이처럼 화려한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이다. 경관 농업이란 팔레트를 들고 붓을 찍어 그림을 그리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의 색은 다른 색과 어우러질 때 더 아름다운 법. 보라색 라벤더는 붉은 꽃 양귀비, 갈색 호밀밭과 어우러져 더 돋보인다. 여기다가 농원 곳곳에 세워놓은 유럽풍 건물이 이국적 정취를 보탠다. 푸른 색감의 창과 크림색 벽으로 치장된 우아한 프로방스풍 건물과 장미가 흐드러진 뒷마당의 작은 정원을 둘러보다 보면 유럽의 어디쯤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라벤더 꽃밭을 찾아오는 이들은 모두 카메라를 들었다. 라벤더를 비롯해 양귀비와 호밀, 그리고 이국의 식물들이 기막힌 색감을 뿜어내니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을 찍은 완벽한 사진을 일컬어 ‘인생 샷’이라 한다던가. 그렇다면 여기서는 사진 찍기에 서툴러도 인생 샷 몇 장쯤은 너끈히 담아낼 수 있겠다. 라벤더 농원에는 식당도 숙소도 없다. 허브 제품을 파는 매장과 라벤더를 넣어 만든 몇 가지 음료를 파는 작은 야외카페가 고작이다. 식당과 숙소는 분명 ‘돈이 되는 일’일 텐데도 농장 주인은 “맛있는 음식과 쾌적한 잠자리를 만드는 일은 자신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가 자신 있다고 한 일은 단 하나, 매혹적인 꽃밭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그래서 하늬라벤더팜의 꽃밭은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 이듬해가 더 화려해질 것이고, 음식이나 숙소가 아니라 화사한 꽃밭을 좋아하는 이들을 불러들일 것이다. 하늬라벤더팜이 있는 강원 고성까지 간 김에 들를 만한 곳 몇 곳을 더 보태보자. 고성으로 가려면 넘어야 하는 진부령 아래 소똥령 마을에는 원시림의 숲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 ‘소똥령 숲길’이 있다. 괴나리봇짐을 메고 한양을 가던 고갯길을 다듬어 만든 편도 1시간 30분 남짓의 이 길에서는 청량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쉴 수 있다. 송지호해수욕장 남쪽 오호리 등대 아래 갯바위 지대에 우뚝 서 있는 서낭바위도 빼놓을 수 없다. 부채 같기도 하고 하트 모양 같기도 한 커다란 바위가 마치 와인 잔의 목처럼 가느다란 바위에 위태롭게 올라서 있는 형상이 신기하다. 송지호 남쪽 문암해변에는 더 기괴한 모습의 바위 해안인 ‘능파대’도 있다. 몇 번을 망설인 끝에 한 곳을 더 끼워 넣는다. 반암 해수욕장 뒤편 언덕에는 김득구 묘가 있다. 김득구는 198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WBA 라이트급 챔피언전에서 레이 맨시니와의 시합 도중 사망한 권투선수다. 그가 묻힌 묘는 몸뚱이 하나로 가난에서 벗어나려 했던 거진 출신 한 사내의 뜨거웠던 꿈이 새겨진 자리다. 그의 묘 앞에서, 비극으로 끝나고 만 치열했던 그의 꿈을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어떤 꿈은 융단 같은 보라색 라벤더 꽃밭을 일구어냈고, 어떤 꿈은 죽어서 개망초꽃 무더기로 피어나는 무덤이 됐다. 실현됐든 좌절됐든 꿈은 누구에게나 뜨거운 법. 그리고 때로 좌절된 꿈이 더 감동적이다. 하늬라벤더팜 -주소 :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꽃대마을길 175 -문의 : 033-681-0005 자세히보기 소똥령마을 -주소 :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소똥령마을길 82 -문의 : 010-6395-7506 자세히보기 송지호 해수욕장 -주소 :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심층수길 85 -문의 : 033-680-3357(고성군청 관광문화체육과) 자세히보기 출처 : 청사초롱 글, 사진 : 박경일(문화일보 여행전문기자) ※ 위 정보는 2018년 6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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