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표선면 중산간 지역에 자리한 가시리마을은 600년 목축문화가 살아 숨 쉬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 옛날 말을 키우던 제주 산마장(山馬場) 중 최대 규모를 지닌 녹산장(鹿馬場)과 조선시대 최고의 말을 사육했던 갑마장(甲馬場)이 있던 곳이다. 드넓은 초지와 오름이 어우러져 예부터 최적의 말 방목지로 꼽혀왔던 그곳에 지금은 옛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조랑말체험공원이 들어서 오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랑말체험공원은 조랑말박물관과 승마장을 비롯해 게스트하우스, 캠핑장 등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어 1박 2일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에도 소개된 조랑말박물관은 가시리 마을에서 농림부의 지원을 받아 직접 건립, 운영하는 곳으로 국내 최초 리립 전문 박물관이라는 뜻 깊은 타이틀을 갖고 있다. 리립 박물관이라고 해서 결코 가벼이 둘러볼 곳은 아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독특한 외관이며 각종 시설이 주변 환경과 묘한 동질감을 자아내며 더욱 멋스럽고 조화로운 느낌을 준다. 특히 오름을 본떠 만든 무채색의 원형 건물은 안에 무엇이 있을까, 보면 볼수록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내부 전시관은 제주의 토종말인 조랑말과 제주의 오랜 목축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전시된 패널들을 하나하나 섭렵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제주마' 전문가가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제주마는 제주 토종말인 조랑말의 공식 명칭이다. 예전에는 과실나무 아래를 지나다닌다 해서 과하마(果下馬), 토마, 재래종 말, 제주 재래마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왔지만 2000년부터 '제주마'로 통일해 부르고 있다. 제주마는 근대에 들어 자동차 문화에 밀려 급속히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국가유산청에서 멸종을 우려해 1986년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했다. 제주마는 목과 다리가 짧고 몸집도 작은 편이지만, 체질이 강하고 온순하며 지구력만큼은 세계 최고임을 자부한다. 전시관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제주마, 즉 조랑말의 기원과 역사, 습성과 쓰임새까지 훤히 통달하게 된다. 전시관 끝은 3층 옥상 정원으로 이어진다. 이곳에 오르면 넓은 초지와 올록볼록 솟아 있는 오름들, 드문드문 보이는 잣성(목장 경계용 돌담)과 거대한 풍력단지까지 주변 경관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맑은 날씨에는 저 멀리 서귀포 남쪽 바다와 한라산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천천히 옥상 정원을 한 바퀴 거닐며 자연이 연출하는 환상적인 풍경을 눈과 마음에 한껏 담아보도록 하자. 오래도록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전시관 반대편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카페로 꾸며져 있다. 마음(馬音) 카페, 조랑말박물관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곳에서는 공정무역 커피와 가시리마을에서 생산된 재료들로 만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파지 당근과 유기농 감귤 등으로 만든 조랑말주스도 맛있고, 재미난 모양과 이름을 가진 한라산용암빵, 말똥과자 등도 추천할 만하다. 수익금의 일부는 지역 사회에 환원하여 좋은 일에 쓰인다니 한층 기분 좋은 마음으로 쉬었다 갈 수 있다. 또 말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과 기념품들도 전시하고 있으며 일부는 구입도 가능하다. 박물관 입구에 건립 중인 아트숍이 완공되면 더 많은 작품과 문화예술 관광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말에 관해 열심히 공부했으니 이제 실전에 나서볼 차례. 조랑말체험공원 안에 확 트인 초원을 말 타고 달려볼 수 있는 승마 코스가 정비되어 있다. 따라비승마장이 조성되어 있는 마을 공동 목장은 조선시대부터 최고의 말들을 사육했던 갑마장이 있던 곳이다. 이곳에서 말과 교감하며 승마 체험을 할 수 있다. 승마 체험은 트랙을 도는 기본 코스(약 1.2km)와 초원 코스(약 2.5km, 약 3.5km), 외승 코스(약 13km)로 나뉘며, 가격은 1만~10만 원 선이다. 승마 체험 외에 말 관리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말똥 줍기, 솔질하기, 안장 채우기, 먹이주기 등 말과 교감을 나누는 특별한 체험이 가능하다. 초원에서의 하룻밤을 체험하고 싶다면 게르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해보길 권한다. 마치 몽골에 와 있는 것처럼, 박물관 옆 초원 부지에 몽골식 둥근 천막집 4동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게르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친환경 주거로 조랑말체험공원에 딱 어울리는 숙박시설이다. 특히 별이 쏟아질 듯 총총히 박힌 밤하늘은 그 어떤 호화스런 치장도 머쓱하게 만들 정도다. 고요한 가운데 멀리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와 이른 아침 문 앞을 또각또각 지나다니는 말발굽 소리가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을 몇 배는 더 실감나게 해준다. 게르 빌리지는 침대동 1동(싱글침대 4개)과 온돌 타입의 입식동 3동(어른 8명, 어린이 14~18명)으로 구성되었다. 취사시설이 잘 갖춰진 식당동, 폐전화부스를 활용해 만든 화장실과 샤워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게스트하우스 이용료는 1인 2만 원이며, 조식(6,000원)은 식당동에서 뷔페식으로 제공된다. 만약 캠퍼라면 게르 빌리지 옆에 조성된 캠핑장을 이용하면 된다. 조랑말캠핑장은 전문 캠퍼는 물론 초보 캠퍼도 자연과 더불어 즐길 수 있도록 개수대, 식당, 샤워장 등 여러 편의시설을 갖추었다. 요청하면 캠핑 장비도 모두 대여해준다. 한 발만 나서면 바로 자연과 마주하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밤에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모닥불을 피워놓고 오붓하게 둘러앉아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도란도란 나눠보면 어떨까. 때때로 조명시설이 갖춰진 야외무대에서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하니 사전에 스케줄을 체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캠핑장 이용료는 1팀 1자리당 1만 5,000원이며, 장비 대여료는 6만~10만 원이다. 조랑말체험공원은 부근에 가봐야 할 명소들도 많다. 공원 부지와 인접한 녹산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었던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다. 봄이면 노란 유채꽃이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 화사한 봄나들이 기분을 물씬 느끼게 해준다. 길가에 드문드문 주차할 공간이 있으니 마음에 드는 곳에 내려 기념사진을 찍어도 좋다. 예전 녹산장이 있던 자리에는 대한항공에서 운영하는 제동목장이 들어서 있다. 부근에 자리한 정석항공관에 살짝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 대록산(큰사슴이오름)과 따라비오름도 놓치기 아까운 명소들이다. 특히 봄철에는 대록산 아래 초지가 온통 유채꽃 천지가 되어 바람 불 때마다 노란색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매년 4월경 이곳에서 유채꽃축제가 벌어진다. 따라비오름은 부드러운 능선이 몇 개씩 겹쳐 있어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린다. 언제 가도 좋은 곳이지만 특히 억새가 어우러지는 가을 풍경이 으뜸으로 꼽힌다. [조랑말체험공원] 주소 :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 41 문의 : 070-4145-3456 홈페이지 : www.jorangmalpark.com 개관시간 : 오전 10시~오후 5시(4~10월은 6시까지), 매주 화요일 휴관 입장료 : 어른 2,000원, 청소년·어린이 1,500원 / 조랑말체험공원 통합 패키지(박물관 입장+승마 기본 코스+음료 1잔) 1만 2,000원
1.주변 음식점
나목도식당 :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 생갈비구이 / 064-787-1212 정의골식당 :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 토종돼지불고기, 좁쌀막걸리 / 064-787-2240흑한우명품관 : 서귀포시 토평동 / 흑한우, 한우구이 / 064-732-1486
2.숙소
해비치리조트 :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 064-780-8000
www.haevichi.com 샤인빌럭셔리리조트 :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 / 064-780-7000
www.shineville.com 타시텔레게스트하우스 :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 010-3785-1070
http://cafe.naver.com/bimtashidelek
글, 사진 : 정은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3년 2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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