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대한민국 구석구석은 2019년 8월 일주일 살아보기 여행 시즌2 <내가 처음 만난 일주일> 이벤트를 진행, 총 열 팀에 특별한 여름휴가를 선물했습니다. 체험 선정자들이 영월, 충주, 경주, 보성, 남해에서 보내온 생생한 여행기를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지난 6월, 42년간 이어왔던 공직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쉴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내가 인생 2막에 들어선 것이다. 이제는 속도를 늦추고 한눈도 팔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진행한 ‘일주일 살아보기 시즌2’ 이벤트에 선정되어 아내와 단둘이 남해로 떠나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새벽에 출발하려던 계획을 바꾸어 오전 7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조금 늑장을 부린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일주일 살기 여행이니까. 쉬엄쉬엄 안전하게 다녀오면 그만이다. 중앙고속도로를 시작으로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고속도로를 지나 다섯 시간 만에 남해에 도착했다. 우리가 일주일간 머물 숙소 이름은 보통의 집. 실제로도 간판 하나 없는 평범한 집이었다. 방에는 하얗고 뽀송뽀송한 침구가 깔려 있다. 하얀 벽지와 어울려서인지 깔끔해 보였다. TV, 에어컨 등 가전과 취사시설도 고루 갖춘 모습이다.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이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담으로 이곳 주인이 나와 같은 강원도 태백 사람이라고 했다. 동향이라 퍽 반가웠지만 머무는 동안 서로 얼굴 볼 시간은 거의 없었다. 우리 부부가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귀가하곤 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내 집처럼 편안하게 지내라는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생애 첫 게스트하우스가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첫날 저녁은 뜻밖에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초등학교 친구의 가족이 우리 숙소 근처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계셨던 것이다. 친구는 어제 딸, 며느리, 손주들과 함께 남해로 놀러 왔단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모를 일이다. 우리 부부의 여행 첫날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인연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우리 부부는 여행하는 동안 남해군에서 추천하고 홍보하는 곳들 위주로 최대한 많이 다녀보기로 했다. 남해의 관광지는 유명한 독일마을과 상주 은모래비치, 금산 보리암, 다랭이마을부터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미국마을, 남해편백자연휴양림까지 다양하다. 계획표에 하나둘 얹어보니 하루에 다섯 군데를 돌아다녀야 할 만큼 빡빡해졌다. 여행 셋째 날은 내 생일이었다. 전날 2만 보 넘게 걷고 지쳐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전 직장 선배로부터 생일 축하 메시지가 와 있었다. 곧이어 딸내미도 전화를 했다. 딸은 안부를 묻더니 사위와 손주의 축하 인사를 전해주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 3시부터 비 소식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오늘 실내 여행지는 바람흔적미술관 한 곳뿐이다. 삼동면 내산저수지의 한적한 언덕에 자리한 바람흔적미술관은 평면 공간, 입체 공간, 조각공원으로 구성된 예술마당이다. 미술관 뒤로 난 길을 따라 전시실로 들어서니 이순배 개인전이 한창이었다. 성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벽면에 가득했다. 그곳에서 우리보다 먼저 들어간 중년 여성 세 명과 마주쳤는데, 대화를 들어보니 그중 한 분이 그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서핑보드같이 생긴 얇은 캔버스에 그린 여섯 점의 창세기 그림이 전시회의 주요 작품이라는 설명을 얻어 들었다. 알고 보니 일행에게 그림을 설명하던 여성분이 이순배 작가였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함께 찍자고 요청하니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전시관 입구에서 파는 작가의 책도 한 권 구입했다. 집에 가서 자세히 읽어볼 생각이었다. 이 모습을 언제 보았는지 작가가 다시 찾아와 직접 책에 사인을 해 주었다.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전시회가 꼭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람흔적미술관 주변 숲길을 따라 벽화와 조형물을 감상할 무렵,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둘러 다음 장소인 남해편백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그 사이 비는 조금 잦아들었지만 피톤치드를 마시며 울창한 숲 사이를 산책하려던 계획이 완전히 어긋나고 말았다. 비를 맞으며 사진 몇 장 찍고 기념품 매장에서 편백나무 베개를 구입하는 것으로 짧은 일정을 마쳤다. 다음 목적지로 가는 길, 주차장에 유난히 차가 많은 식당을 발견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방금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커플에게 맛있는 메뉴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랬더니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여기 생선구이 유명해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에 한껏 들떴다. 아내는 내 생일 기념이라며 생선구이 멸치쌈밥을 시켜주었다. 1인분에 25,000원이나 하는 비싼 메뉴였다. 음식이 많이 남아 아까웠지만 맛은 굉장히 좋았다. 식사 후에는 지족해협 죽방렴과 다랭이마을, 미국마을에 들렀다. 원시적인 고기잡이 형태를 볼 수 있었던 지족해협 죽방렴과 바닷가 언덕에 계단식 논이 층층이 들어서 있는 다랭이마을은 지역 주민들의 삶의 방식을 알게 해주는 의미 있는 곳이었다. 벌써 여행을 시작한 지 5일이 지났다. 어제까지 남해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웬만한 구경을 마친 터라 오늘은 주변 도시인 순천과 하동에 가기로 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순천의 송광사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편백나무 군락이 반겨준다. 나무 기둥이 붉고 매끈한 것이 이전에 남해편백자연휴양림에서 보았던 나무보다 훨씬 늠름해 보였다. 편백나무 숲과 무소유길을 지나 법정 스님이 머물렀던 송광사 내 암자인 불일암으로 향했다. 구불구불 오솔길마다 보이는 나무, 돌계단, 대나무가 아름답다. 법정 스님의 귀한 말씀을 새긴 팻말도 눈에 들어온다.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만 남겨놓고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는 귀한 가르침을 되새기며 불일암 경내에 들어섰다. 암자는 작고 고요했다. 법정 스님이 생전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후박나무 아래는 법정 스님의 유골 중 일부가 묻혀 있었다. 불일암으로 올라오던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니 송광사가 나타났다. 합천 해인사와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한국의 삼보사찰로 불리는 곳으로 큰스님을 많이 배출했다. 국보 3점과 보물 13점, 천연기념물 17점, 지방문화재 10점 등 27점의 문화재를 보유한 천년고찰답게 경내가 웅장하고 볼 것이 많았지만 아담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바랐던 나는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송광사가 있는 조계산 자락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선암사도 있다. 건축물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선암사 입구에 있는 승선교는 화강암으로 만든 아치형 돌다리다. 다리를 건너면 신선이 되어 하늘을 오른다고 전해진다. 아내는 모델이 되어 마음껏 포즈를 취했고, 나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오후에는 하동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곳에서 하동야생차박물관과 칠불사를 가볍게 둘러보고 화개장터로 향했다. 마침 토요일이라 장터에 활기가 넘쳤다. 산나물과 산야초 등 먹거리가 특히 많았다. 우리 부부는 친구의 단골 가게에서 간식으로 먹을 찐쌀을 한 봉지 샀다. 쫀득한 게 심심할 때 먹기에 그만이었다. 친구가 저녁으로 사준 재첩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다. 그 맛을 우리의 우정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일주일 동안 이어진 남해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내 집처럼 쓰던 방을 정리하고 집주인을 만나 고맙다는 인사를 나눈 뒤 체크아웃을 했다. 숙소를 나와서 가장 먼저 빵집에 들러 빵을 조금 샀다. 첫날 바비큐를 대접해주었던 친구의 가족들에게 드리고 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식구 모두가 교회에서 예배 중이라 빵은 문고리에 걸어두고 인사는 메시지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남해에서 보낸 시간은 일주일은 짧고도 길었다. 남해 구석구석, 많은 곳을 다니며 아내와 함께 좋은 추억을 쌓았다. 우리는 함께 대화를 하고 식사를 준비하면서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일주일간의 이 특별한 여행이 내게 커다란 행운이었음을, 그리고 인생 2막을 여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후기 제공: 일주일 살아보기 여행 시즌 2 ‘내가 처음 만난 일주일’ 이벤트 체험 선정자 김영배 님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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