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년 전만 해도 고령 사람들은 겨울철 비상식량으로 산에서 도토리를 주웠다. 이를 가지고 묵을 만들기도 하고, 밀가루를 섞어 수제비를 해 먹었다. 하지만 요즘 고령에서는 도토리가 보양식 대접을 받는다. 소 등뼈를 넣고 푹 끓여낸 육수에 인삼, 대추 등 영양가 있는 재료를 듬뿍 넣어 푸짐하게 수제비를 만들기 때문이다. 흔히 먹던 간단한 음식을 보양식으로 재탄생시킨 장본인은 한 음식점 주인아주머니다. 웰빙 음식으로 다시 태어난 도토리수제비. 그 맛의 비결을 찾아보았다. 도토리는 15세기 초 《향약구급방》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도토리는 저의율(猪矣栗)이라고 표기했다. 이는 한자를 빌려 쓴 표기로, 저(猪)는 돼지를 뜻하는 '돝', 의(矣)는 조사 '의', 율(栗)은 '밤'을 표기한 것이다. 즉 '돼지가 먹는 밤'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돝의밤'은 '도토밤', '도톨밤'으로 변하면서 '도토리'가 됐다고 한다. 참나무과 열매의 총칭인 도토리는 상수리, 굴밤 등으로도 불린다. 졸참나무 도토리는 떫은맛이 나지 않아 날것으로 먹을 수 있고, 갈참나무 도토리는 타닌을 많이 함유하여 물에 담가 떫은맛을 뺀 다음 묵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도토리는 산짐승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여러 혜택을 베풀었다. 동네 아이들은 도토리를 장난감 삼아 소꿉장난을 했고, 껍데기가 두꺼운 것은 염주를 만드는 데도 쓰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도토리는 소나무와 더불어 대표적인 구황식물이다. 가뭄이나 흉년이 들었을 때 곡식 대신 도토리묵이나 빈대떡 등을 해 먹으며 생계를 이었다. 그렇게 민초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도토리가 현대인들에게는 건강 웰빙 식품으로 다시 찾아왔다. 의학적으로 도토리는 장과 위를 강하게 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며, 강장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당뇨, 암 등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체내에 축적된 환경 호르몬이나 중금속 등 유해 물질 배출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라는 아이들이나 여성들의 골다공증에도 아주 좋다. 그러나 타닌 성분 때문에 변비가 있는 사람들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렇듯 현대인들에게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도토리가 고령에서는 수제비로 탈바꿈했다. 몸에 좋다는 온갖 종류의 한약재와 만난 도토리수제비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든든한 보양식으로 굳게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30여 년 전부터 대구에서 단호박칼국수 식당을 운영하던 권정순, 김상훈 부부는 10년 전 건강상 이유로 권 씨의 친정인 이곳 고령으로 이사 왔다. 대원식당을 열고 감자수제비를 주 메뉴로 했던 부부는 어느 날 주변에 도토리가 많은 것에 눈이 갔다. 권 씨는 어릴 적 친정어머니가 자주 해주던 도토리묵이 생각났다. 꼬들꼬들한 묵 껍질을 떼어내 간장에 찍어 먹곤 했다. 그 순간 머리를 스친 것이 수제비다. 감자로 수제비를 만들고 있었기에 도토리로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이때부터 권정순 씨는 도토리수제비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토리가루로 수제비를 만드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전분과 섞어 반죽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렇게 반복된 실패는 9개월이나 계속됐다. 마침내 권 씨는 쌀가루, 밀가루, 전분 그리고 도토리가루를 적절히 배합하는 데 성공해 지금의 도토리수제비를 탄생시켰다. 반죽을 성공했으니 이제는 육수를 만들 차례. 감자수제비에는 멸치국물이 제격이지만 도토리수제비에는 영 맛이 나질 않았다. 제 맛을 내기 위해 권 씨는 돼지, 닭, 꿩, 꽃게 등 다양한 재료를 써봤다. 역시 결과는 실패. 그러던 중 예전 냉면 육수를 만들 때 사용했던 소 등뼈가 생각났다. 국물 맛이 꽤나 시원했기 때문이다. 권 씨는 큰 솥에 소 등뼈를 넣고, 몸에 좋다는 8가지 한약재도 함께 넣었다. 마침내 육수 만들기에 성공했다. 도토리수제비 육수는 너무 오래 끓여도 누린내가 나기 때문에 5시간 정도만 끓인다. 이제 도토리수제비를 맛볼 차례다.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고 버섯, 쇠고기, 인삼, 은행, 대추, 파, 잣 등 화려한 고명이 눈을 즐겁게 한다. 대추는 삼계탕에서 착안했다. 처음에는 호박씨를 넣었지만 잣이 더 나은 것 같아 잣을 넣었다. 소 등뼈와 한약재를 넣고 푹 삶은 육수에 몸에 좋은 고명이 잔뜩 들었으니 가히 보양식이라 할 만하다. 맛은 어떨까? 한 입 머금으니 일단 국물 맛이 깔끔하다. 말랑말랑 탱탱한 도토리수제비가 혓바닥과 장난질한다. 어금니로 꽉 깨무니 입 안에 쫄깃함이 확 퍼진다. 시식을 목적으로 점잖게 몇 숟가락 뜰 요량이었지만, 체면 불구하고 한 그릇 뚝딱 비워버렸다. 맛도 맛이지만 건강에 좋다고 하니 즐겨 찾는 손님들이 꽤 많다. 그 중 권정순 씨가 잊지 못하는 손님은 진주 사람이다. 장이 안 좋아 매주 대구의 병원을 찾아야 했던 그 손님은 우연히 이곳에서 수제비를 맛본 후 단골이 됐다. 그 손님은 수제비 한 그릇을 다 비워도 그다지 속이 부담스럽지 않다며 병원 갈 때마다 이 집을 찾았다. 그러기를 1년, 결국 그 손님은 더 이상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되었다. 이런 일화를 소개하며 권 씨는 장이 나쁜 사람, 속이 찬 사람들에게 특히 효험이 있다고 전한다. 도토리수제비는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권 씨 부부가 쏟아 부은 노력과 정성의 산물이다. 그래서 식당을 나가며 잘 먹었다고 인사하는 손님들의 말 한마디가 가장 큰 보람이다. 오늘도 부부는 그 보람을 위해 도토리수제비를 만들고 있다. 대원식당은 도토리수제비 외에도 콩나물해장국, 맷돌콩국수 등이 유명하다. 특히 두 개의 맷돌로 콩을 직접 갈아 만든 콩국수는 특유의 고소한 맛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여름철 별미로 제격이다.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88고속도로 고령IC(쌍림면) → 고령읍 방면 좌회전 → 고곡삼거리에서 합천 방면 좌회전 → 귀원삼거리 직진 → 대원식당 * 대중교통 서울→고령 : 서울남부터미널(02-521-8548)에서 1일 7회(10:08 12:00 13:20 14:00 15:00 16:45 19:00) 운행, 4시간 30분 소요 부산→고령 : 서부버스터미널(1577-8301)에서 1일 13회(07:05-18:40) 운행, 1시간 50분 소요 2.주변 음식점 대원식당 : 쌍림면 귀원리 / 인삼도토리수제비 / 054-955-1500 옛촌가든 : 고령읍 장기리 / 갈치정식 / 054-955-0986 고령명품한우 : 다산면 송곡리 / 한우갈비살 / 054-954-1132 디딜방아 : 쌍림면 고곡리 / 오리구이 / 054-955-7898 3.숙소 개실마을 민박 : 쌍림면 합가리 / 054-956-4022 www.gaesil.net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펜션 : 고령읍 지산리 / 054-950-6704 www.daegayapark.net 로얄장여관 : 고령읍 고아리 / 054-955-8660 알프스모텔 : 고령읍 쾌빈리 / 054-954-0130 글, 사진 : 정철훈(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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