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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가 좋다. 그럼에도 스리슬쩍 밀려오는 외로움에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면 나 자신에게 말한다. 사람은 원래 혼자야라고 말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괜히 있겠는가. 혼.자. 같은 거 그만해. 친구는 말했다. 혼자 있어도 보고 해야 함께하는 것도 그립고 감사하고 그런 거야. 내가 내뱉은 반박의 말은 공중을 한 바퀴 돌아서 공허와 함께 내 귀청을 울린다. 따지고 보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무언가를 입에 욱여넣는 것도 모두 혼.자. 한다. 애써 세상의 온갖 외로움을 뒤집어쓸 필요도, 잘 살고 있는 스스로를 다독일 이유도 없다. 그러나 나의 논리와 달리 내 속내와 사정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혼자인 나를 애처로이 바라보는 데에는 좀 더 내공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무심하다지만 내가 무엇을 하든 타인의 내리꽂히는 시선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나는 혼자서 즐길 거리가 많은 블루스퀘어로 한걸음에 달려간다. 또 하나의 '혼자라서 괜찮은' 핑곗거리를 찾아서. 블루스퀘어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94 / 1544-1591 / www.bluesquare.kr 블루스퀘어는 2011년 11월 뮤지컬과 콘서트 전문 공연장으로 문을 열었다. 다채로운 공연 문화를 선보이고 있던 중 2016년 7월 카오스 북파크를 개관하고 2017년 봄 스테이지 B와 솔로스 키친이라는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한남아트갤러리, 공방 투 핸즈 등 예술공간도 마련했다. 전천후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블루스퀘어는 짧은 이벤트도 연중 진행한다. 소소한 즐거움이 가득한 블루스퀘어, 방문하기 전 홈페이지에 들러 똑소리 나는 일정을 짜보자. 카오스 북파크나 한남아트갤러리 구경은 잠시 미루고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스테이지 B를 찾았다. 인터넷 사전 검색으로 확인한 이곳의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느 식당에서나 듣는 말이 있다. 몇 분이세요? 혼자요. 언제나 그렇다. 둘이든 셋이든 넷이든 간에 식당에서는 테이블 세팅을 위해 묻는 질문이다. 그러나 또 언제나 그렇다. 혼자일 땐 늘 민망함에 눈동자가 바닥을 향한다는 것. 당당한 척 원하는 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괜히 들여다본다. 이미 메뉴를 정했음에도 이리저리 뒤적이며 메뉴 공부에 몰입한다. 나 홀로 식당을 찾으면 으레 다 먹지 못할 만큼의 양을 주문하게 된다. 과시욕인지 미안함인지 궁금할 필요는 없다. 직원은 이미 메뉴판을 들고 주방으로 향하고 있으니. 스테이지 B 또 하나의 무대라는 의미의 스테이지 B는 슬로푸드를 지향하는 이탈리안 비스트로다.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브런치 메뉴를 제공한다. 메인요리 주문시 3,900원을 추가하면 미니샐러드와 아메리카노를 제공하는 세트 메뉴로 식사할 수 있다. 영업시간 11:00 ~ 22:00 휴무 매주 월요일. 문의 02-6399-7545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고 SNS용 사진촬영과 인생사진을 위한 다양한 각도의 셀피(selfie : self-portrait)까지, 브런치를 즐기는 동안 자리에 앉아 할 수 있는 혼자 놀기는 2시간이나 이어진다. 눈치 주는 직원도 없고 음식도 천천히 나오니 편안하다. 무엇보다 테이블이 많아 자리를 바로 내줘야 하는 상황은 일어날 일이 없을 듯하다. '이제 슬슬 책을 보러 가 볼까?' 일생 식곤증에 시달리는 나로서 위험한 행동은 밥 먹은 후 책 읽기다. 카오스 북파크의 으리으리한 서고에 짧은 감탄을 흘리고 책 몇 권을 생각 없이 들고서 눈앞에 보이는 카페로 향한다. 필로스. 졸음엔 역시 커피? 아니다. 상큼한 주스 생각에 메뉴를 살피다가 겉보기에도 건강함이 뚝뚝 떨어지는 음료수를 발견한다. 겉보기뿐 아니라 맛과 향도 건강한 주스 맞다. 카페 in 블루스퀘어 블루스퀘어 안에는 카페가 여럿이다. 블루스퀘어 직영 테라스 카페 필로스(3층), 티켓박스 옆 케이크 전문 카페 Cake Gallery(공연장 로비층)가 입점해 있다. 카페 필로스는 북파크 내 자리해 책을 읽으며 머물러도 괜찮다. 단 음료를 들고 서고 쪽으로 가는 것은 자제하자. 북파크의 모든 책을 내 책인 듯 읽을 수 있으니, 책에 대한 예의 역시 내 책인 듯 대하면 좋을 것이다. 카페 필로스 070-7724-0698 / Cake Gallery 02-3394-6080 요 며칠 읽고 싶은 책은 딱히 없었다. 카오스 북파크는 분야별 구역이 잘 나뉘어 있다. 관심 분야로 다가가 마음에 드는 제목의 책들을 끄집어낸다. 책 읽기 좋은 조명 아래 푹신해 보이는 자리를 잡아 독서 삼매경에 빠져본다.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구입할 만한 책이 있어 계산대로 간다. 그곳이 어디든 '혼행'(혼자 여행의 줄임말)은 혼자이되 결코 혼자가 아닌 여행이다. 카오스 북파크는 책과 관련된 공간의 집대성이다. 도서관, 서점, 북카페, 아트숍, 아트갤러리까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책이 있는 공간을 모두 모아 놓았다. 이용하는 모든 이들이 좀 더 조용하게 얘기하고 움직이지만 도서관처럼 딱딱한 분위기는 아니다. 음료나 와인을 한 잔 하며 내 책처럼 읽을 수 있고 포근한 소파에 기대어 앉아 졸음 반, 독서 반에 놀이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모든 신간을 헌책처럼 다뤄도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일부러 흠집을 내는 사람도 마음도 없을 테지만, 그만큼 편안하게 종이의 질감을 천천히 느끼고 글자와 행간을 곱씹으며 잠시나마 소유해 봐도 된다는 얘기다. 책을 읽다가 진심 소유욕이 들면 계산대로 가 새 책을 구입하면 된다. 북파크 내 혼자 있기 더 좋은 공간 비밀은 아니지만 숨겨진 공간이다. 다락방 구조의 2층 나무 공간, 계단이 내려다보이는 바(bar) 형태의 독서대, 책장 앞 테이블과 의자 등은 눈에 쉽게 보인다. 좀 더 개인적인 공간은 과학서적 파트 옆 뉴턴룸과 다윈룸 책장 뒤쪽 틈새공간이다. 창으로 햇살이 스미고 포근한 쿠션이 의자에 놓여 있어 책을 읽다 꾸벅 졸기도 좋다. 가장 편안한 소파는 1층과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옆 창 앞이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장소지만 의자가 몇 개 없어 웨이팅이 길어질 수도. 영업시간 매일 11:00 ~ 22:00 휴무 설·추석 당일 문의 02-6367-2018 카오스 북파크 곳곳은 그대로 포토존이다. 여기저기에서 인증샷을 포함한 셀피를 찍으며 히죽거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윗분의 주문. 노트북PC를 챙겨오길 정말 잘했다 싶은 마음도 잠시, 혼자 있기 참 힘들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일은 일. 공간을 찾아 눈을 굴려보니 카페 필로스 앞 싱크대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노트북PC로 무언가를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하얀 싱크대를 개조한 테이블 아래 꽂개(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가 여럿이다. 개인적으로 북파크의 활용도가 더 높아지는 순간이다. 밥과 음료 빼고 다 공짜. 조금 걷고 싶은 생각에 북파크를 벗어나 블루스퀘어의 다른 공간들을 기웃거린다. 홈페이지를 살펴볼 때 정말 궁금하던 공간 하나가 바로 투 핸즈였다. 화가들이 운영하는 화방이다. 요즘은 금손이든 곰손이든 선 따라 색칠하면 그림 하나가 뚝딱 완성된다. 그 여세를 몰아 그림 그리기에 취미를 갖고 작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나 역시 관심이 많은 분야다. 시작은 늘 멀고 먼 이야기지만. 투 핸즈의 다양한 화구들을 보니 관심만 있을 뿐 시작은 없던 미술에 대한 열망이 몽글 피어오른다. 이곳은 재료를 판매할 뿐 아니라 누구나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테이블 위에 종이와 색칠을 할 수 있는 재료가 놓여 있다. 마법에 걸린 듯 자리를 잡고 나도 모르게 펜 하나를 집어든다. 하지만 그뿐, 뭐 하나 그릴 수가 없다. 굳어 있고 비어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화가인 주인이 다가와 이곳을 다녀간 이들이 남겨놓은 그림들을 꺼내 보여준다. 어느 정도 모이면 전시를 하려고요. 아름다운 마음이다. 어느 정도 모이기 전까지 나만의 낙서 한 장도 그 속에 포함되면 참 좋겠다. 투 핸즈 완전 즐기기 화방 안쪽에 작은 작업실이 있다. 패밀리 화가들이 각자 정해진 시간에 이곳으로 와 그림을 그린다. 때때로 그림 수업이 진행되기도 한다. 화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림 수업에 참여하고 싶다면 주인에게 문의하면 된다. 화방은 카페이기도 하다. 직접 만든 포도 진액은 정말 포도 한 송이를 꿀꺽하는 맛이다. 공연장에 들고 들어갈 수 있는 생수도 판다. 영업시간 11:00~22:00(상황에 따라 변동) 휴무 매주 월요일(명절 등 휴무일은 공연 여부에 따라 변동) 문의 02-797-4441 블루스퀘어에서 아직 못 가 본 공간이 있는데, 시간은 참 빨리도 흐른다. 그 와중에 배 속 시계는 정확하다. 혼행 목적지로 블루스퀘어를 택하면서 큰 힘이 되었던 곳은 바로 솔로스 키친이다. 많은 이들이 혼행을 오는 것도 같은 이유일 테다. 오리엔탈 음식 전문, 혼밥족을 위한 디자인, 간편하고 빠르게 식사를 할 수 있지만 높은 수준의 요리라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고민할 것도 없이 발은 이미 솔로스 키친을 향한다.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며 메뉴도 보고 인테리어도 보면서 공연 전에 먹어야지 기약했더랬다. 앗, 도착해 보니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게 아닌가. 빠른 주문을 위해 무인·유인 주문을 동시에 진행하는데도 사람들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공연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며 애써 태연한 척해도 식은땀이 흐르는 건 웬일일까? 무인 주문기가 신기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 드디어 내 차례. 그런데 갑자기 직원이 나타난다. 잠시만요. 죄송하지만 메뉴 몇 가지가 품절이라서요…. 진작 올걸…. 눈물을 머금고 일찌감치 찜한 메뉴는 포기하고 새우덮밥을 주문한다. 그나마 다행인 게 얼마 안 있어 우동만 남고 다 품절됐다는 것. 사람이 많다 보니 음식을 기다리며 자리를 잡는 것도 일이다. 공연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리라. 다음에 올 때는 좀 더 일찍 저녁을 먹어야지 다짐한다. 음식은 기대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푸짐한 새우와 채소, 입에 딱 맞는 소스, 곁들여진 반찬들까지 쉼 없이 입안으로 직행한다. 가끔 기대하지 않은 것에 받는 감동은 훨씬 크게 다가오는 법. 이제, 더 많이 감동할 시간이다. 솔로스 키친은 주방 앞에 바(bar) 형태의 식사공간과 복도 양쪽에 길게 나열된 테이블, 스탠딩 테이블이 있다. 날씨에 따라 출입구 밖 테라스 공간도 오픈한다. 바에서 식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포장판매(테이크아웃) 용기에 음식을 제공한다. 영업시간 화~금요일 12:00~22:00, 토·일요일 12:00~20:30 휴무 월요일 문의 02-6399-7544 뮤지컬은 정말 매력적이다. 영화나 연극과는 또 다른 형태의 감동을 주는 예술 장르다. 솔로스 키친에서 식사하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인파가 물밀듯이 공연장 안으로 들어선다. 공연장에는 생수만 들고 입장할 수 있다. 사진이나 동영상, 음성녹음도 모두 금지다. 내 어깨에 둘러멘 카메라에 직원의 시선이 몇 번 멈추고 사진은 찍을 수 없습니다를 입과 눈빛으로 계속 얘기한다. 공연이 시작될 때까지 혼자의 어색함을 견뎌야 하지만, 사위가 어두워지고 무대에 빛이 들어서면 공연장 안 모든 사람은 홀로 공연에 집중한다. 박수와 환호가 옆 사람의 존재와 무관하게 쏟아진다. 블루스퀘어의 공연은 기획마다 달라진다. 뮤지컬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콘서트와 공연을 연중 진행하니 홈페이지나 SNS를 참조하자. 뮤지컬 중간에 쉬는 시간(인터미션)을 포함해 3시간의 공연은 정말 황홀했다. 공연이 끝나고 빠져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감탄을 토해냈다. 낯선 이들의 웅성거림은 아는 사람들과의 대화처럼 느껴졌다. 혼자 즐긴 12시간의 여정. 블루스퀘어를 즐기기에 12시간은 너무 짧아 지나는 하루가 아쉽기만 하다. 돌아나오면서 중얼중얼, 솔직히 데이트하고 싶다. 그러나 언젠가 연인과 함께하는 블루스퀘어에서의 12시간을 기다리며 '혼자라도 괜찮은' 혼행은 앞으로도 직진 예정이다. 감동의 몫은 오로지 나에게 있으니까. 글, 사진 : 김애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0년 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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