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영주는 꽃향기가 지천이다. 초순에는 사과 꽃이 천지를 하얗게 물들이고, 중순 이후로는 화사한 연분홍 철쭉이 소백산을 천상의 화원으로 만든다. 선비의 고장 영주를 대표하는 트레킹 코스 ‘소백산자락길’은 지금부터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소백산 아래 자락을 한 바퀴 감아 도는 소백산자락길은 모두 12자락으로 구성된다. 충북 단양 쪽의 4~7자락을 제외하면 각 자락은 다시 2~3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한 구간이 짧게는 2km에서 긴 곳은 5.5km로 보통 걸음으로 40~150분 걸린다.
소수서원에서 출발하는 1자락은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을 비롯해 선비촌, 소수박물관 등 영주의 유교 문화를 두루 살펴보고 트레킹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서원은 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고려 때의 유학자 안향을 배향하고 유생을 가르치기 위해 ‘백운동서원’을 지은 것이 효시다. 퇴계 이황의 청으로 1550년에 명종이 ‘소수서원’이라는 현판을 내려 최초의 사액서원이 되었다. 이즈음 담장 아래 화사한 벚꽃 자리는 소풍 나온 꼬마들의 재잘거림으로 떠들썩하고, 따뜻한 봄날의 산책을 즐기는 가족과 연인의 발걸음도 가볍기만 하다. 서원 옆을 흐르는 죽계천은 고려 시대의 경기체가 〈죽계별곡〉의 배경이자, 퇴계 선생이 ‘죽계구곡’을 이름 지은 곳이기도 하다. 영주 지역 전통 가옥 12채를 한자리에 모은 선비촌과 소수박물관도 소수서원에 맞닿아 있어 입장권 하나로 세 군데를 돌아볼 수 있다. 옛사람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복원하고 재현한 선비촌은 어른과 아이에게 모두 흥미롭다. 한지 공예, 천연 염색, 짚풀 공예, 소달구지 체험, 목공예와 같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한옥 숙박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일반 관람을 마친 뒤 고택 7채를 개방한다. 소백산자락길 1자락은 소수서원 소나무 숲길에서 출발해 배점분교까지 가는 선비길(3.8km, 70분), 배점분교에서 죽계구곡을 지나 초암사에 이르는 구곡길(3.3km, 50분), 초암사에서 달밭골과 비로사를 거쳐 삼가주차장으로 가는 달밭길(5.5km, 150분) 총 3개 구간으로 나뉜다. 길은 평탄하며 구간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어 안내판을 읽으며 걷는 재미가 각별하다.
특히 퇴계 선생의 유일한 천민 제자였던 대장장이 배순의 이야기, 퇴계 선생이 아홉 굽이마다 이름을 붙이고 바위에 글을 새겼다는 죽계구곡 이야기가 서린 구곡길은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벗 삼아 호젓하게 걷는 맛이 일품이다. 각 구간의 기점인 소수서원과 배점마을, 삼가동까지 영주나 풍기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운행 횟수(8~14회)가 많지 않으므로 시간표를 챙겨두는 것이 좋다. 중앙선 희방사역(소백산역)에서 시작되는 3자락도 매력 있다. 3자락은 죽령옛길, 용부원길, 장림말길 총 3개 구간이 총 11.4km에 걸쳐 이어진다. 그중 첫 구간인 죽령옛길의 유래와 역사가 눈길을 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죽령길이 처음 열린 때는 서기 158년이며, 1910년대까지만 해도 경상도 각지에서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장사꾼, 공무를 수행하던 관원들이 이 길을 이용해 서울로 올라갔고, 길목마다 주막이며 객점, 마방, 짚신 가게가 즐비했다 한다. 그러다 5번 국도가 개통하면서 사람의 왕래가 없어졌고, 이후 트레킹 코스로 개발되었으며, 2007년에는 명승 제 30호로 지정됐다. 죽령옛길에는 주막거리가 4개 있었다. 희방사역 앞 ‘무쇠다리’ 주막거리, 과수원이 끝나는 곳의 ‘느티정’ 주막거리, 가장 규모가 작은 ‘주점’ 주막거리, 죽령 정상의 ‘고갯마루’ 주막거리가 그것이다. 희방사역에서 50분쯤 걸어 첫 구간의 끝 지점인 죽령마루에 오르면 출출한 배도 채우고, 막걸리 한 사발에 목도 축일 수 있는 죽령주막이 있다. 균형과 절제의 미학으로 칭송받는 천년 고찰 부석사와 연계하여 걷고 싶다면 11자락을 추천한다. 부석사에서 속두들, 소백산예술촌, 숲실, 사그래이로 이어지는 11자락의 첫 구간 과수원길은 사과 꽃이 만개한 과수원을 곁에 두고 걷는 90분 코스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물결치듯 일렁이는 소백산 자락을 바라보는 것도 잊지 말자. 관람객이 거의 빠져나간 늦은 오후, 텅 빈 경내에 머물러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고요를 깨고 해 질 녘 산사에 울려 퍼지는 불전 사물 소리가 가슴 깊이 벅찬 희열을 선사한다. 매월 둘째 토요일에 진행되는 ‘자락길 동무삼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것도 좋다. 매회 40명으로 참가 인원이 제한되므로 부지런히 웹사이트( www.sanjarak.or.kr )를 확인해야 한다. 4월의 자락길 동무삼기는 새로 조성한 8자락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였다. 차도를 따라 나 있던 종전 자락길 안쪽으로 산길을 낸 것. 5월 둘째 주에는 10자락을 함께 걷는다. 트레킹 뒤에는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에서 뜨끈한 물에 피로를 풀자. 노천탕을 비롯해 물놀이 시설과 바데풀을 갖췄고, 깔끔한 객실과 한식당도 이용할 수 있다. 지역 명물인 부석태로 만든 청국장과 한우구이, 인삼갈비탕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당일 여행 코스> - 소수서원→소수박물관→선비촌→1자락 트레킹→풍기온천 - 3자락 트레킹→풍기온천 - 부석사→11자락 트레킹→풍기온천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1자락 트레킹→소수서원→소수박물관→선비촌(숙박) 둘째 날 /부석사→11자락 트레킹→풍기온천
첫째 날 / 3자락 트레킹→풍기온천(숙박) 둘째 날 / 소수서원→소수박물관→선비촌→11자락 트레킹→부석사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영주시청 문화관광 http://www.yeongju.go.kr/open_content/tour - 소백산자락길 www.sanjarak.or.kr - 부석사 www.pusoksa.org - 선비촌 www.sunbichon.net
○ 문의 전화
- 영주시청 관광산업과 054-639-6603 - 소백산자락길 054-633-5636 - 부석사 054-633-3464 - 선비촌 054-638-6444
○ 대중교통 정보
[기차]
청량리-풍기, 하루 8회(06:40~21:13)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버스]
서울-영주,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0회(06:15~21:45)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10~20:40) 운행, 약 2시간 20분 소요. *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588-5979
www.ti21.co.kr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easyticket.co.kr
풍기시외버스터미널 054-636-384
○ 자가운전 정보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소백산국립공원 풍기·봉화 방면 우회전→소백로·신재로 따라 약 10km 이동 후 순흥교차로에서 부석·소수서원 방면 좌회전→소백로 따라 1.27km 이동→소수서원 주차장(1자락 출발점)
○ 숙박 정보
- 선비촌 : 순흥면 소백로, 054-638-6444 (한옥스테이)
www.sunbichon.net
-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 풍기읍 죽령로, 054-604-1700
http://taliaresort.co.kr
- 부석사가는길에 : 부석면 봉황산로 103, 054-634-0747
www.buseoksa.net - 산수방펜션 : 풍기읍 삼가로 140, 054-631-3332
www.sansubang.com
○ 식당 정보
- 죽령주막 : 산채비빔밥, 풍기읍 죽령로, 054-638-6151 - 한결청국장(인천식당) : 청국장, 풍기읍 인삼로, 054-636-3224 - 풍기인삼갈비 : 한우구이·인삼갈비탕, 풍기읍 소백로, 054-635-2382 - 횡재먹거리한우 : 등심·모둠구이, 풍기읍 소백로, 054-638-0094
○ 주변 볼거리
희방사, 희방폭포, 비로사, 인삼박물관
글, 사진 : 이정화(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의 모든 콘텐츠(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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