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취, 산마늘, 참나물, 취나물, 민들레, 두릅, 고사리, 야콘. 듣기만 해도 초록의 신선함이 물씬 풍기는 야채들로 도시락을 싼다. 김 대신 곰취로 밥을 말고 햄 대신 고사리를, 단무지 대신 야콘을 넣는다. 자연이 내어준 건강도시락을 싸서 한가로운 숲길로 들어선다. 코는 숲의 향기를 맡고, 눈은 한들거리는 나뭇잎을 따라가고, 귀는 바람에 열리고, 입은 향긋한 초록을 한 입 베어문다. 그야말로 오감이 즐거운 숲길을 걷는다. 혼자여도 영 혼자는 아니다. 영양은 깊다. 예부터도 그랬고 사방으로 고속도로가 뚫리지 않은 곳이 없는 지금도 그렇다. 서울에서 꽤나 먼 이 땅은 울진, 봉화, 청송과 이웃하며 깊은 골짜기를 이루었고, 태백에서 부산까지 한반도의 등줄기를 잇는 낙동정맥과 흐름을 같이한다. 하지만 깊어서 좋다. 멀어서 좋다. 요즘에야 무어든지 온통 빠르고 쉽게 할 수 있고 갈 수 있는 것들에 둘러싸여 살다보니 느리게 흘러가는 세월에 가끔은, 아니 종종 묻히고 싶어진다. 기대고 싶어진다.기차도 닿지 않고 서울에서 한 번에 가는 고속버스도 하루 다섯 차례가 고작이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찾는 사람도 적다. 그러니 얼마나 좋은가. 사람에 치이고 탈거리들에 지치는 팍팍한 땅을 벗어나 느린 것들만 불러들이는 한가로운 땅에 발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이. ‘아름다운 숲길’이 시작되는 대티골은 일월산 자락의 작은 마을이다. 집집마다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고, 되도록 모든 생활을 자연의 섭리에 거스르지 않고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자연치유생태마을이다. ‘대티골사람들’이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마을은 고요하고 소박하다. 굴피너와를 얹은 황토방도 보이고, 생활폐수를 자연 정화한다는 작은 연못도 보인다. 1년에 꼭 한 번은 작지만 어울림이 있는 마을축제도 연다. 축제에선 손두부를 만들고 차를 덖는다. 느림보 마을에선 체험거리마저 느리고 또 느리다. 두부 한 모, 차 한 잔을 얻기 위해 온전히 하루를 쏟는다. 대티골 권용인 씨 댁에서는 풀누리 소반도 선보인다. 무농약,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과 야생에서 채취한 재료로 차려낸 자연의 밥상이다. 시골 농가에서 차려내는 밥상이라고 하기엔 모양도 맛도 고급스럽다. 고급이란 비싼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만나 저대로의 것을 잃지 않고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조화다. 자연(自然)스럽다는 것, 스스로 그러하다는 것. 대티골 농가에 머물며 모든 것이 이미 스스로 그러함을 새삼 배운다. 대티골 황토방에서 하루를 묵고 아침엔 숲길 산책을 시작한다. 10여 km의 숲길은 하루 걷기에 딱 좋은 코스다. 대티골을 넘어 일월산 자락에 슬며시 안기면서 숲길이 시작된다. 들풀과 야생화, 금강송이 지천으로 너울거리며 사람을 반기는 생명 가득한 숲이다. 도시의 인파와 소음에 익숙하던 몸도 고즈넉한 숲에 들어서자 조곤조곤 자연이 내는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다. 바람이 나무를 흔들면 솨악솨악 숲이 일어났다 앉았다 하며 그 길 지나는 이의 마음까지 흔든다. 길 폭이 넓다. 일제강점기에 이 숲길은 물자를 수탈해 가던 국도로 이용되었다. 지금은 사람의 발길만이 간간이 오가는 고요한 숲길이 되었다. 숲길을 거니는 사람의 마음도 그 길처럼 고요해진다. 오르지 않으니 힘이 들지도 않는다. 걷다 보면 걷는 것조차 잊고 사람도 숲의 일부가 된다. 숲은 사람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요구하지 않는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름다운 숲길은 갈 때는 넉넉하고 편안한 길을,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대티골로 돌아오는 길에는 아늑한 오솔길과 계곡을 선사한다. 힘들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다. 숲이 보내오는 무한한 메시지를 들으며 그 어떤 음악보다도 좋은 자연의 음악 소리를 듣는다. 숲에서 걷다가 느끼는 배고픔은 그마저도 기분 좋은 허기다. 이때다. 힐링도시락을 먹기에 가장 좋은 때. 산나물로 밥을 싼 쌈밥 하나를 입에 넣는다. 곰취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숲을 통째로 먹는 기분이다. 숲내음, 자연의 향기가 안과 밖, 온몸 가득 번진다. 단무지 대신 아삭아삭 새콤달콤한 야콘이 씹히고, 향긋한 제철 나물들이 머리를 맑게 한다. 초록을 보고 먹고 마시고 느낀다. 자연의 밥상을 숲에서 받는다. 힐링도시락은 대티골의 엄마들이 만든다. 2인 이상이 3일 전에 주문하면 아름다운 숲길 걷기를 시작하며 힐링도시락을 챙겨갈 수 있다. 1인분 1상자에 1만 원이며, 제철 나물과 간장으로 양념해 여름에도 잘 상하지 않으니 배탈이 날 염려도 적다. 아이들에게 거부감 없이 나물과 야채를 먹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여름엔 얼음같이 차가운 계곡에 발을 담그고 앉아 도시락을 까먹자.먹을거리는 배고픔을 달래주는 것을 넘어 때로는 마음까지 훈훈하게 치유한다. 힐링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마음이 편안함을 느끼고 나를 옭아매던 생각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이 힐링이다. 한 번, 두 번 힐링을 느끼는 나만의 방법을 찾고, 또 한 번, 두 번 그러한 시도를 반복하다 보면 스트레스에 지치는 일상에서도 잠깐의 여유를 통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숲은 그렇게 스스로 자신을 살리는 연습을 해보는 귀한 체험의 장이다. 힐링이 별건가. 사람 발길 드문 마음 넉넉한 마을에서 하루를 지내고 숲에서 제철 나물과 야채로 만든 도시락만 까먹어도 이렇게 힐링이 된다. 대티골 힐링도시락 & 농가민박 주소 : 경북 영양군 일월면 용화2리 467 문의 : 054-683-6832 www.daetigol.com 1.주변 음식점 선바위가든 : 산채정식 / 영양군 입암면 영양로 883-17 / 054-682-7429 맘포식당 : 한우불고기 / 영양군 영양읍 서부리 308 / 054-683-2339 2.숙소 검마산자연휴양림 : 영양군 수비면 한티로 1050 / 054-682-9009 대티골 황토방 :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 467-14 / 054-682-7903 글, 사진 : 이송이(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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