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흘마을 입구로 이어진 산길 도로변. 차창 밖으로 언뜻 꽃무리가 스쳐 지나간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차를 돌려 세운다. 도로에 인접한 작은 연못 위, 수련이 가득하다.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해 분홍빛 꽃잎을 활짝 열어젖힌 수련들. 소박하면서도 화사한 미소로 늦봄을 배웅한다. 제주 동북부 중산간 지역에 자리한 선흘마을. 이곳에는 아는 이들만 찾아가는 작고 아담한 연못이 있다. 선흘반못이라 불리는 마을 연못이다. 마을 어귀 도롯가에 자리해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이른 더위가 찾아들기 시작하는 늦봄, 선흘반못이 수련으로 가득 찬다. 5월 초순부터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해 중순 무렵이면 연못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초록빛 둥근 잎 사이로 꽃잎을 활짝 피워낸 모습이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아이들을 연상시킨다. 검푸른 연못물 위에 솟아오른 수련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을 닮았다. 처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저마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것이 닮았고, 생긴 모양도 비슷하다. 수련과 연꽃이 다소 헷갈린다면 잎 모양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된다. 수련은 잎이 수면에 납작하게 붙어 있으며 한쪽 면이 깊게 갈라져 있는 반면, 연꽃은 마치 우산을 펼친 것처럼 둥글게 이어진 잎이 수면 위에 떠 있다. 연잎 위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면 스며들거나 젖지 않고 또르르 굴러다닌다. 물이 고여 있기 힘든 제주의 토양에서 선흘반못에 핀 수련꽃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이다. 덕분에 이맘때 선흘반못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수련꽃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든 사람들과 늦은 봄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이 선흘반못의 수련꽃을 즐기며 잠시 쉬어간다. 연못에 가로질러 놓인 다리를 건너며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연못을 천천히 돌며 여유로운 오후 한때를 만끽한다. 한적한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선흘반못은 제주를 찾은 여행자에게도 잠시 들렀다 가기 좋은 쉼터가 되어준다. 선흘반못 건너편에는 동백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해서 ‘동백동산’이라 이름 붙은 숲이 펼쳐져 있다. 숲은 옛적 이곳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었다. 숲에서 동백나무 기름을 얻고 나무들을 벌채해 숯을 구워냈다. 이를 통해 얻은 것들로 아이들도 키워내고 마을을 꾸려나갔다.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던 숲. 주민들의 삶터였던 동백동산이 2011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면서 이제 반대로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본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람사르 습지란 국제적인 협약을 통해 세계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습지를 지정, 보호해나가는 것이다. 제주에는 선흘리 동백동산과 물영아리오름, 물장오리오름, 1100고지 습지 등 4곳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다. 동백동산이 자리한 선흘1리 마을은 주민들이 함께 숲을 가꾸고 지켜나가는 노력을 꾸준히 해온 덕분에 2013년 세계 최초로 ‘람사르 마을’이란 의미 있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동백동산 숲길은 지대가 완만하고 평탄해 아이들이 걷기에도 무난하다. 선흘반못 건너편 동백동산 탐방안내센터에서 출발해 선흘분교가 있는 서쪽 출입구로 나오거나 다시 습지센터로 한 바퀴 돌아 나올 수 있다. 전체 탐방로 길이는 약 5km이며, 느릿한 걸음으로 2~3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숲길 입구에 들어서면 순식간에 다른 세계로 빠져든다. 초록을 머금은 숲은 눈길 닿는 곳마다 연한 새잎을 피워내고 이파리 무성한 나뭇가지는 하늘마저 가려버릴 기세다. 가지에 걸터앉은 새들이 맑은 소리로 지저귀고, 숲 너머에선 희미하게 노루 울음소리 들려온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자박자박 밟히는 낙엽이 신기하다. 동백동산의 5월은 가을과 봄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다. 바닥에 두텁게 깔린 낙엽 사이로 어린 새싹들이 삐죽이 얼굴을 내민 모습이 이채롭다. 시선을 위로 돌리면 금세 푸릇푸릇한 신록의 계절로 바뀐다. 곶자왈이라는 독특한 자연환경이 만들어낸 제주의 신비로움이 눈앞에 고스란히 펼쳐진다. 동백동산은 이곳 주민들의 아픔을 껴안은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얼마 걷지 않아 만나게 되는 도틀굴은 4.3사건 당시 토벌군을 피해 도망쳐온 주민들의 은신처였다. 지금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없지만, 철망 너머 입구만 봐도 그 당시 절박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좁은 동굴 안에서 몇날 며칠을 어떻게 숨어 지냈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땅 위로 기어가듯 뻗어 있는 굵은 나무뿌리를 넘고, 나무와 덩굴이 뒤엉켜 자라는 천연림 속을 한참 헤매다닌 사이 어느새 먼물깍 습지에 닿았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바로 그곳이다. 움푹 팬 용암 암반층에 오랫동안 물이 고여 만들어진 먼물깍은 제주에서는 보기 힘든 귀한 습지다. 고요하고 적막한 가운데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가 마치 나에게 보내온 자연의 선물 같다. 평온해진 마음을 안고 다시 길을 나선다. 동백동산 탐방을 마친 뒤 출출해진 배는 마을 입구에 자리한 향토음식점 ‘도르멍’에서 채워보자. 돼지고기볶음, 메밀전 등이 한 상 깔끔하게 차려나온다. 선흘리 동백동산 탐방안내센터 주소 : 제주시 조천읍 동백로 77 문의 : 동백동산습지센터(안내소) 064-784-9445 1.주변 음식점 토계정 : 토종닭샤브샤브, 한방녹두삼계탕 / 제주시 조천읍 교래3길 1 / 064-783-2297 http://cafe.daum.net/duck1950 청운식당 : 생선조림 / 서귀포시 성산읍 일출로 285 / 064-782-3912 해락원 : 토종닭전골, 토종닭옻전골 / 제주시 조천읍 비자림로 661 / 064-784-3378 2.숙소 베니키아호텔 제주 : 제주시 애월읍 애월해안로 554-10 / 064-799-3544 호텔레오 : 제주시 삼무로 14 / 064-754-7000 http://www.hotelleo.co.kr/ 베니키아 아이진호텔 : 제주시 신대로22길 4 / 064-745-0700 http://www.ijinhotel.com/ 글, 사진 : 정은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5년 7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