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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하회마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고택 화경당 북촌댁 앞에 섰다. 반듯하게 선 솟을대문이 방문객을 맞는다. 대문은 집의 얼굴이다. 북촌댁의 첫 느낌은 정갈함이다. 주인의 세심한 손길이 집 구석구석에 미친 탓에 대문채와 주변은 깨끗하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 대청마루에 앉아 종손 류세호 씨에게 집의 역사를 듣는다. 북촌댁의 시작은 1797년(정조 21)이다. 류세호 씨의 8대조 류사춘이 작은 사랑채와 좌우 날개채를 처음 지었다. 집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류사춘의 증손자인 류도성이 1862년(철종 13)에 안채, 큰사랑채, 대문채, 사당 등을 지으면서다. 집의 내력을 알고 나니 천장을 가로지르는 대들보와 지붕을 받치고 선 기둥이 달리 보인다. 북촌댁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몸소 실천한 집안으로 유명하다. 류도성이 집을 증축할 때인 1859년 여름, 마을에 큰 홍수가 났다. 상갓집에 다녀오던 마을사람 수십 명이 홍수에 배가 뒤집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류도성은 집을 지으려고 준비한 목재로 뗏목을 만들이 마을사람들을 구했다. 일부 목재는 불을 붙여 강을 환하게 밝혀 밤에도 구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한다. 북촌댁은 다른 부자들과 달리 소작료를 적게 받았다. 이렇게 쌓은 인심 덕분에 동학혁명 때에도 북촌댁 만큼은 농민군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행동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류도성은 을사오적을 처단하라는 ‘청주오역소’라는 상소를 작성해 올렸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5명을 죽이라는 내용이었으니 류도성 자신도 목숨을 걸어야 했던 일이다. 권위란 스스로 쌓는 게 아니라 다른 이에 의해 높아지는 거라면 북촌댁을 두고 하는 말이겠다. 오랜 세월 이웃과 나라를 위했던 북촌댁의 선비정신은 이 집안을 향한 존경심으로 바뀌었다. 북촌댁은 사랑채, 안채, 별채, 문간채, 사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는 ㅁ자 형태지만 사랑채와 안채가 앞뒤로 배치되어 있는 게 독특하다. 큰사랑의 이름은 북촌유거로 할아버지가 머물던 공간이다. 대청마루와 큰사랑방, 누마루로 이뤄져 있다. 한눈에도 북촌댁의 가장 매력적인 건물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방안에서 창문을 활짝 열어 밖을 보면 근사한 풍경이 성큼 다가온다. 동쪽으로는 하회마을의 주산인 화산이 보인다. 북으로는 부용대와 낙동강을, 남으로는 병산과 남산을 마음 가득 담을 수가 있다. 백미는 창문을 통해 보이는 건물 뒤의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다. 이 소나무는 하회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낙동강 모양과 꼭 닮아서 유명하다. 어떻게 저런 오묘한 곡선을 타고 자랄까 싶을 정도로 휘고 또 휜 모습이다. 마치 담장 너머 보이는 낙동강의 물줄기를 일부러 닮으려 한 것 같다. 중사랑에는 화경당이란 편액이 걸렸다. 조선 최고의 명필로 알려진 한석봉의 글씨다. 이곳엔 아버지가 머물렀다. 작은사랑은 아들 방이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 항상 삼가라는 교훈을 담아 수신와라는 이름을 붙였다. 안채 안방은 유물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규모는 작지만 전시품들의 가치는 대단하다. 정조가 직접 내린 사슴가죽 문서함과 조선시대 화가 이징의 원본 그림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 외에도 인장과 흉배, 습도 조절을 위해 3면을 종이로 만든 관복장, 갓끈과 갓집, 화장대 등이 고이 모셔져 있다. 안방 외에 다른 방에도 집안의 보물은 많다. 임금이 내린 그림인 세화, 주인이 타던 가마, 독도와 간도까지 표기한 도성팔도지도, 정조가 직접 채점한 과거시험 답안지 등이다. 집을 처음 지은 조선 후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굴곡지고 험난했던 역사 속에서도 귀한 자료를 잘 보존해 왔다는 새삼 고맙고 놀랍다. 한옥을 지키는 일이 생각보다 고되고 힘든 과정의 연속이다. 류세호 님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원칙 몇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게 온돌이다. 북촌댁의 모든 방은 온돌이다. 관리 측면에서만 보면 보일러를 설치하는 게 훨씬 편하고 경제적이다. 그럼에도 온돌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이 먼 안동까지 왜 오겠어요. 한국의 전통 가옥에 머물면서 우리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서겠죠. 단 하룻밤이라고 해도 손님들이 제대로 된 집에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에 온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방을 군불로 데우면 사람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불을 땔 때 방 밑으로 스며드는 연기는 건물의 습기를 말리고 해충도 내쫓는다.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다. 북촌댁에 머무는 손님에게는 직접 집 소개와 문화재 해설을 들려준다. 이때 온돌의 구조와 원리도 함께 들을 수 있다. 온돌 문화가 생소한 외국인 손님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도 준비해놓았다. 그렇다고 북촌댁에 머무는 동안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공용 화장실과 욕실을 현대식으로 지어 사용하기 매우 편하다. 손님도 최대 3팀만 받는다. 조용히 머물다 가기에 좋은 조건이다. “저희 집 마루에 앉아 있으면 참 조용합니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작약 흔들리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니까요.” 주 소 :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북촌길7 문 의 : 054-853-2110, 010-2228-1786 홈페이지 : www.bukchondaek.com 글 : 이시우(여행작가) 사진 : 권대홍(사진작가) ※위 정보는 2019년 4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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