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 하면 춘천을 떠올리지만, 상류 지역은 청정 고을 인제에 있다. 우리나라 걷기길 중에서 호젓하게 강변을 따르는 길이 몇 군데 있지만, 소양강둘레길처럼 오지로 이어진 길은 거의 없다. 소양강둘레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원시적 자연과 빼어난 강변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고요하게 심신을 정화하는 힐링 걷기로 제격이다. 소양강은 인제군 서화면 북쪽 무산(巫山)에서 발원한다. 설악산의 북천과 방천 등의 지류와 만나고, 합강정에서 내린천과 합류하면서 비로소 큰 강의 모습을 갖춘다. 합강정은 인제의 두물머리격이다. 소양강은 합강정에서 비로소 이름을 얻어 인제 시내를 구경하고 양구를 잠시 적시다가 춘천으로 흘러간다. 소양강둘레길은 행정안전부 공모 사업으로 선정되어 인제군이 야심차게 만든 걷기길이다. 길은 전인미답의 원시림과 강변 사이로 나 있어 풍광이 빼어나다. 현재 1코스 하늘길 9㎞와 2코스 내린길 2.1㎞가 나 있다. 내린길은 하늘길 중 험한 산길 구간을 강변길로 만든 일종의 지름길이다. 따라서 1구간 하늘길을 걷다가 2구간 내린길로 접어들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소양강둘레길의 출발점은 남북리의 자유수호희생자위령탑 공원이다. 인제 시내의 서쪽 끝 지점인 인제공설운동장에서 강변 쪽에 내려오면 보인다. 공원에는 주차장이 넓고 관광안내소에서 소양강둘레길 안내도를 구할 수 있다. 지도가 잘 나와 있으므로 꼭 챙기자. 공원을 나오면 ‘여기서부터 소양강둘레길 시작점입니다’라고 써진 커다란 입간판을 만난다. 길은 나서면 살구미교를 건너면서 소양강과 인사를 나눈다. 여기서부터 종착점까지 시종일관 소양강을 오른쪽에 끼고 걷는다. 다리를 건너면 전형적인 농촌 풍경을 간직한 살구미마을이 나온다. 살구미는 ‘사구미’란 말에서 나왔다. 마을 앞으로 경사진 모래가 언덕을 이루어 사구미(砂丘尾)라고 불렀다고. 사구미가 살구미로 바뀐 것이다. 강변 옆의 널찍한 밭에서는 감자꽃이 피고, 옥수수가 자라고, 고추가 익어간다. 강변에 늘어선 밤나무들은 파마한 듯 흰 꽃을 주렁주렁 매달았다. 살구미마을이 끝나는 지점에 화장실이 나온다. 여기서 도로가 끊기고 숲길이 시작된다. 숲길은 산비탈의 곡선을 따라 돌면서 나뭇잎 사이로 슬쩍슬쩍 강물을 보여준다. 지금은 갈수기라 강변 풍광이 보잘것없다. 장마 이후 8월에는 찰랑찰랑 아름다운 강물을 볼 수 있겠다. 10분쯤 가면 우거진 소나무숲 사이에 벤치가 놓여있다. 이곳이 춘양터다. 단오절이면 마을 처자들이 이곳에서 그네를 타면서 바깥 세계를 구경했다고 한다. 벤치에 앉자 수려한 소양강과 그 너머 인제 시내가 슬쩍 보인다. 춘향터에서 모퉁이를 돌자 들판 가득 개망초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마치 봉평의 드넓은 메밀밭에 온 기분이다. 개망초 군락 뒤로 굽이치는 소양강의 모습이 정겹다. 개망초 지대를 벗어나면 돌탑길을 만난다. 방사형의 높은 돌탑들이 죽 늘어서 있고, 성급한 코스모스 몇 송이가 꽃을 피웠다. 옛사람들은 길을 가면서 돌에 염원을 담아 하나둘 올렸고, 그것이 커다란 돌탑이 되었다. 돌탑을 지나면 호젓한 숲길이 이어지고, 하나둘 폐가가 보인다. 폐가는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온기가 남아 있어 그런지 정겹고 애잔하다. 슬레이트 지붕 위에 떨어진 밤꽃들이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폐가를 지나면 곧 성황당(서낭당)을 만난다. 굵직한 네 그루 소나무 아래에 소박한 당집을 꾸몄다. 성황당은 마을의 수호신 서낭을 모신 신당이다. 마을 어귀나 고갯마루에 원추형으로 쌓아 놓은 돌무더기 형태로, 그 곁에는 보통 신목(神木)으로 신성시되는 나무 또는 장승이 세워져 있기도 하다. 서낭신에게 절을 올리고 출발하면, 작은 계곡을 만난다. 갈수기인데도 제법 수량이 풍부하다. 잠시 계곡에 발을 담근다. 물은 생각보다 차갑다. 다시 길을 나서면, 빨간 슬레이트 지붕의 농가가 눈에 들어온다. 기존 폐가를 개조한 인제문인협회의 시산방(詩山房)이다. 유명 시인들의 시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아쉽게도 문이 잠겼다. 시산방 건물 옆에는 창고로 사용하는 흙집이 정답다.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이 궁금하다. 왠지 그들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가꾸었을 것 같다. 시산방에서 모퉁이를 돌면 널찍한 데크 쉼터를 만난다. 이곳이 하늘길과 내린길의 갈림길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소양강은 유유히 흐른다. 소양강둘레길 1코스 하늘길은 여기서 산비탈을 타고 올라가 원시계곡을 거쳐 해발 600m쯤 되는 칠공주터까지 올라갔다가 보트장으로 내려온다. 반면 내린길은 계속 강변을 타고 이어져 보트장을 만난다. 소양강을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내린길을 따른다. 구불구불 몇 굽이를 돌자, 갑자기 시야가 열리면서 탄성이 터져나온다. 그동안 나뭇가지 사이로 슬쩍 보이던 소양강이 한눈에 펼쳐진 것이다. 전망대는 넓은 데크로 만들어 조망을 즐기며 쉬기에 좋다. 소양강은 호수처럼 잔잔하고 멀리 종착점인 소류정과 군축교가 손에 잡힐 듯하다. 호젓한 숲길을 따르면 보트장 쉼터다. 여기서 하늘길과 내린길이 만난다. 옛날 미군들이 보트장에서 배를 탔다고 한다. 휘파람 불며 슬슬 길을 따르면 소류정에 닿는다. 소류정은 정자가 아니라 음식점 이름이라 좀 실망스럽다. 여기서 소양강둘레길이 마무리되고, 길을 좀 더 걸어 나오면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걷기가 끝났지만, 숨은 보물을 발견한 듯 마음이 설렌다. 소양강둘레길 주소: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비봉로44번길 113(인제체육관) 문의 :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083 코스 : http://www.koreatrails.or.kr/ 기타정보 강원도 인제군 홈페이지 http://www.inje.go.kr/ 1.주변 음식점 남북막국수 : 막국수, 수육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178번길 24 / 033-461-2219 마루가든 : 산채정식, 불고기정식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비봉로 31-3 / 033-461-3223 2.숙소 하추자연휴양림 : 강원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 187번길 8 / 033-461-0056 https://www.foresttrip.go.kr/indvz/main.do?hmpgId=ID02030018 하늘내린호텔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비봉로 43 하늘내린호텔 / 033-463-5700 파인밸리 가족호텔 : 강원도 인제군 북면 백담로 124 / 033-462-8955 http://pinevalleyhotel.com/ 글, 사진 : 진우석(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