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으슬으슬했던 기운도 약해지고 온종일 후끈하다. 봄이 떠나기 전, 안녕이라고 손짓 한번 해야겠다. 그러기 위한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경상남도 합천군과 산청군 경계에 솟은 황매산이다.황매산은 해발 1,108m로 꽤나 높고 큰 산이다. 규모에 걸맞게 나란히 솟은 봉우리, 천태만상을 보여주는 기암절벽 등이 변화무쌍한 풍경을 보여준다. 영남에서는 작은 금강산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가야산과 더불어 합천군의 2대 명산이며, 철쭉이 피는 3대 명산으로 소백산, 바래봉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우리나라 산은 계절마다 옷을 잘 갈아입지만 그중에서도 황매산의 사계절이 최고라며 합천군민들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봄에는 철쭉이 넓은 고원을 붉게 물들이고, 여름에는 골짜기마다 상쾌한 계곡이 휴식처가 되고, 가을엔 억새가 파도를 치며, 겨울에는 하얗게 뒤덮인 설경에 봉우리가 삐죽 솟은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계절을 가리지 않는 진정한 명산이라는 설명이다. 5월이 대한민국에 ‘여행여행’ 주문을 걸었나.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전국이 여행객들로 들썩들썩 거린다. 조금은 썰렁했던 고속도로 휴게소도 활기찬 분위기. 오랜만에 나들이로 들뜬 아이들과 부모가 간식거리를 챙기고, 예쁘게 단장한 연인들이 서로 챙겨준다.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등산복을 입었다는 것.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시원한 산바람, 따스한 햇볕이 공존하는 등산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황매산 입구에 도착. 참고로 황매산 해발 800m까지 도로가 놓여 있다. 차량을 통해 황매산 정상부근까지 이동할 수 있지만, 걸어서 모산재에 올라 능선을 타고 오는 이들에게 황매산은 더 큰 감동을 선사한다. 주차장에서 길을 따라 황매산 정상 고원으로 들어선다. ‘황매산’이 걸어놓은 마법이 기다린다. 진분홍색 철쭉이 듬성듬성 자리 잡았다. 잠시 후 펼쳐질 충격적 진분홍 풍경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일종의 몸풀기라고 할 수 있는 초입 풍경이다. 철쭉이라는 이름도 참 재미있다. 철쭉의 옛 이름 척촉(躑躅)은 ‘걸음을 더디게 하다’로 풀이된다. 걸음을 더디게 만든 이유가 무엇이 됐던 매력있는 식물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이미, 널리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면 클수록 좋은 풍경을 보여주는 능력목(木)임에 틀림없다. 황매산 해발 700~800m 사이로 두루 평원이 조성돼, 공원 분위기도 난다. 부담없이 거닐 수 있고, 능선이 중심을 지나기 때문에 시야도 시원하다. 구석구석으로 뻗은 여러 길과 다양하게 돌아볼 수 있는 구성을 가져, 꼼꼼히 보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일단 모산재방향으로 가다가 전망대쪽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계획, 크게 한 바퀴를 둘러보자. 황매산 능선 위, 양옆으로 시원하게 트인 풍경이 역시나 으뜸이다. 산허리를 살피고 조금만 밑으로 눈길을 옮기면 광범위한 진분홍이 시각적 충격과 감동을 준다. 그 색감이, 여태 보지 못했기에 낯설다. 정오의 햇빛이 얇은 꽃잎만 투과하면서 진분홍이 더욱 선명하게 밝아 보인다. 이것이 넓게, 두루 퍼져있으니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름처럼 발길을 사로잡는다, 강하게. 좀 더 가까이 와보라고 끌어당기니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철쭉꽃밭 한가운데다. 마음에 안 드는 사진이 자꾸 찍힐 때는 구도를 바꾸고, 설정을 바꾸고, 시간을 달리해보면서 최선의 결과물을 얻으면 된다. 하지만, 찍는 대로 마음에 든다면 그건 그것대로 고민이다. 대충 찍어도 만족스러운데, '예쁘게 더 예쁘게' 하다 보면 한 피사체를 두고 한 자리에서 100컷 넘게 찍는 것처럼 말이다. 쉽게 떼이지 않던 발걸음이 어느 정도 지나서야 편하게 떼인다. 하지만 누가 봐도 느린 발걸음이다. 겨우 당도한 곳은 구철쭉제단터, 바위산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모산재가 건너편에 있는 위치다. 구철쭉제단터에서 전망대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을 보면 수중매 주봉이 보인다. 호수에 비친 주봉이 마치 수면에 떠 있는 매화와 같다 해서 수중매라고 부른단다. 모산재에서 오는 사람들 탄성이 이 지점에서 끊임없이 터진다. 감탄사가 각양각색으로 연이어 들리니 절로 웃음이 난다. 방향을 돌려, 전망대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철쭉군락지의 한쪽 끝에서 서 있으면, 수십만 평 규모의 고원에 진분홍 주단이 깔린 느낌이다. 붉게 물든 자리에 침엽수, 기암괴석 등이 절묘하게 위치해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능선을 걷다 보면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을 만난다. 계단을 기준으로 왼편에는 철쭉군락이, 오른편에는 조금은 썰렁하지만 여태까지 살랑거리는 갈대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계단이 가파른 편이지만, 시원한 전경을 볼 생각에 쉼 없이 올라간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전경에 포근함이 담겼다. 누군가 이 전경을 두고, “활짝 핀 매화꽃을 닮았다”고 표현했을 것이다. 황매산과 매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 배경엔 황매산 유래를 둘러싼 여러 가지 설들이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 황매산을 풍요로움의 상징으로 풀이하는 설로,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황매산에서 지극한 정성으로 기도하면 1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대대로 내려오는데 황매산에 발길이 잦은 근원이라고 한다.
‣ 주변 풍경이 매화와 닮았다 해서 황매산이 됐다는 설로, 산 정상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마치 활짝 핀 매화 속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 큰 산이라는 뜻의 ‘너른 뫼’ 자가 한자어로 바뀌면서 ‘매’가 돼, 황매산으로 자리 잡혔다는 설이다. ‘너른 뫼’를 적용시키면 황매산은 ‘펑퍼짐하면서 두루 넓은 산’으로 풀이된다. 전망대에 오르면, 이 설이 유력한 유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균등하게 평탄한 고원이 아니라서 더욱 매력적이다. 해발 700~800m 사이로 높고 낮은 평지가 자연의 손으로 다듬어졌기 때문일까. 크게 곡선을 그리고 이어가는 능선도 이곳의 분위기를 더욱 포근하게 만드는 이유. 고원에 앉아 황매산 봉우리들을 보고 있자면, 해발 1,000m는 커녕, 400m도 안되는 작은 뒷동산처럼 보여 친근함이 더 한다. 이런 자리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장으로 쓰였다. 그러던 곳이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된 이유는 철쭉은 못 먹는 식물이기 때문.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황홀한 풍경의 원인이 ‘먹지 못해서’라니 실소가 새어난다. 전망대에 올라 주위를 살펴보면서 이곳 지리를 떠올려본다. 백두대간의 장엄한 기운이 한반도 등을 타고 내려온다. 힘이 떨어진 듯 마지막으로 크게 한번 솟으니, 그곳이 바로 황매산이다. 태백산맥의 최남단 황매산을 기점으로 합천군과 산청군이 사이좋게 자리했다. 북쪽으로 여맥이 이어져 월여산과 이어지며, 남쪽으로 유명한 고갯길 천황재와 전암산이 있다. 또한 황매산의 동쪽 지면은 황강의 지류 중 하나인 사정천이 발원하는 곳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한 번 진분홍 주단을 어루만진다. 노을끼가 감돌고 주단 위로 봄의 뒷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올해 봄은 이렇게 퇴장하는 듯 아쉽기만 하다. 반대편에서는 초록옷을 입은 여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기에 설레이기도 한다. 산으로 가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사계절 언제나 아름다운 황매산이 모범답안이다. 주변 음식점 -백운식당 : 대장경밥상 /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치인1길 13-23 / 055-932-7393 -향원식당 : 산채한정식 /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치인1길 9-1 / 055-932-7575 -약천메기탕 : 메기탕 / 경상남도 합천군 합천읍 충효로 113 / 055-933-8253 -새길한우명가 : 소고기구이 / 경상남도 합천군 합천읍 동서로 53 / 055-931-2793 -합천명품돼지 : 돼지고기구이 / 경상남도 합천군 합천읍 남정길 82 / 055-933-2900 숙소 -풍경좋은돌담집 : 경상남도 합천군 대병면 서부로 2300-7 / 055-931-4900 http://housestone.co.kr/ver2/ -합천 레이크뷰 펜션 : 경상남도 합천군 봉산면 노곡2길 176 / 055-931-3306 http://www.ihapchun.com/ -합천호 전망좋은펜션 : 경상남도 합천군 대병면 서부로 1905-52 / 055-933-2331 http://www.hapcheonho.com/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 ahn856@gmail.com ※ 위 정보는 2018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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