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6·25 전쟁 당시, 서울을 대신해 임시수도로 그 역할을 다했던 곳, 부산. 그 1,023일간의 흔적들을 찾아 떠나보려 해요. 책으로만 배웠던 역사의 현장들을 직접 살펴보니, 당시의 긴박했던 실상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청사부터 피란민들의 생활공간, 그리고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까지. 당시 사람들의 흔적은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도 부산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어요. ※ 피란 수도 부산의 흔적을 담은 여행지 추천 ※ - 임시수도기념관: 6·25 전쟁 당시 대통령 관저로 활용됐던 장소 -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구 경남도청): 정부 주요 부처들의 공관으로 활용됐던 곳 - 보수동 책방골목: 6·25 전쟁 당시 피란민들에 의해 형성된 헌책방 골목 - 유엔기념공원: 유엔군 참전 장병들을 안치한 추모 시설로,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 본래 경상남도지사 관저로 활용하고자 1926년에 지었던 건물이에요. 6·25 전쟁 시기, 부산을 피란 수도로 지정되면서, 이곳은 대통령 관저로 3년 동안 활용됐습니다. 1,023일간 우리나라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던 곳이죠. 기념관 곳곳을 돌아보며, 당시 이곳에서 일어났던 행사와 주요 사건들을 낱낱이 확인할 수 있었어요. 방문 당시 순식간에 흐려진 날씨가 간접적으로나마 당시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듯했습니다. 수복 이후 서울로 다시 돌아갔으나 1·4 후퇴 당시 이곳으로 다시 내려와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대통령 관저로 사용된 이곳에서 시대가 지녔던 묵직한 울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임진왜란 때 선조가 의주로 피란을 가면서 읊은 시인 ‘한양을 떠났지만 큰 계책이 있다’라는 구절에서 따온 ‘사빈당’. 집무실을 포함하여 각 방의 텅 빈 공간들이 전해주는 시대적 긴장감과 급박함이 깊게 와닿았어요. 분위기가 주는 몰입감 덕분에 작은 흔적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살펴보게 됩니다. 방은 ‘생각’, ‘증언’, ‘회상’이라는 단어들로 채워져 있었는데요. 그중 ‘증언의 방’에 놓여 있던 ‘특공대원 이정숙 할머니’의 증언과 백골부대원으로서 사용했던 물품들도 함께 살펴볼 수 있었어요. 증언에 고스란히 담긴 생동감과 기백 덕분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몰입할 수 있었답니다. 관저를 나와 뒤로 돌아가면 6·25 전쟁과 정전협정 이후 부산의 모습을 담은 전시관이 나타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시관 뒤에 위치한 ‘천막 피란학교’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도 교육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던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대통령 관저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 피란 수도 부산과 정전협정 이후의 모습을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임시수도기념관 - 주소: 부산광역시 서구 임시수도기념로 45 (부민동3가) - 운영 시간: 화~일 09:00~18:00 ※ 매주 월요일, 1월 1일 휴관 - 문의: 051-244-6345 6·25 전쟁 당시 임시수도 정부청사 건물로 활용되었던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입니다. 1925년 일제강점기 경남도청 건물로 사용되다가 전쟁 발발로 정부 주요 부처들의 공관으로 활용되었던 곳이에요. 건물을 지을 때 경남도청 이전에 대한 진주 시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병원 건물을 짓는다’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데요. 우리나라 근현대사 변화와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상징적인 곳입니다. 이곳은 이화여대, 고려대와 함께 3대 박물관으로 불립니다. 방대한 소장품 목록을 살펴보면, 그 명성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답니다. 무엇보다 국보인 ‘동궐도’ 진본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방문에 너무 큰 기대가 됐어요. 이곳은 크게 6·25 전쟁 시기의 건축물과 소장품으로 나누어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우선 3층으로 올라가면 건물의 원형 구조와 당시 사용된 자재들을 살펴볼 수 있었답니다. 시대별로 이곳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가늠케 하는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한자로 쓰인 ‘무덕관’의 경우 이곳의 부속 건물로, 6·25 전쟁 기간 국회의사당으로 활용되었다고 하네요. 아쉽게도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는 많지 않지만, 건물의 내·외관을 원형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존재 자체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수준 높은 소장품에서 달래볼 수 있었는데요. 창덕궁과 창경궁의 모습을 담은 국보 ‘동궐도’와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 의사 유묵' 등 기대가 되는 국가유산들이 많았습니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귀한 국가유산들을 눈앞에서 직접 마주하니 그 시대에 잠시 돌아간 듯 깊은 울림이 전해집니다.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 주소: 부산광역시 서구 구덕로 225 - 운영 시간: 화~일 09:30~17:00 (입장 마감 16:00) ※ 매주 월요일 휴관 - 문의: 051-200-8493 동상 뒤편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부평 깡통시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6·25 전쟁 당시 이 주변으로 피란민들이 몰려들며, 형성된 부산 도심의 풍경인데요. 과거는 치열했던 삶의 현장이었다면, 현재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매력적인 여행 코스로 변모했습니다. 6·25 전쟁 당시 미군 부대에서 나왔던 잡지와 책, 만화책을 팔던 노점이 보수동 책방골목의 시작이었습니다. 피란 시절, 학교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책의 수요와 공급이 맞물려 지금의 거리가 생겨났다고 해요. 1960~70년대에는 길을 따라 70여 개의 점포가 들어섰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었다고 합니다. 비록, 지금은 규모가 줄어 그 시절의 영광을 짐작하게 하는 골목만이 남았지만, 켜켜이 쌓은 책들 사이에서 보물 같은 헌책과의 만남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가져다줬습니다. 저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옛 고궁의 모습이 담긴 사진집을 구매하는 뜻밖의 행운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오래된 골목 사이로 새로운 변화의 바람도 느껴졌습니다. 그림책을 큐레이션 하는 독립서점과 캘리그래피 갤러리가 그 주인공인데요. 모두 이곳의 정체성을 계승하며 발전시킨 공간들이라 그 변화가 더욱 반갑게 다가옵니다. 보수동 책방골목 - 주소: 부산광역시 중구 대청로 67-1 - 문의: 부산광역시 관광정책과 051-888-5187 지하철역에서 조금 걷다 보면 엄숙한 분위기의 공원이 시야에 들어왔는데요. 멀리서부터 나부끼던 국기들은 이곳이 지닌 의미를 간접적으로 나타내 주었습니다.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아픔 이면에, ‘국제전’으로서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기에 이번 여행에서 꼭 방문하고 싶었답니다.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이 기습 남침을 감행하자 국제연합(UN)은 결의안 제83호, 84호, 85호를 차례로 통과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공식적으로 유엔군이 6·25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는데요. 당시 거부권을 가진 소련이 해당 회담에 참석하지 못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어요. 전쟁 발발 1년 뒤, 유엔군 사령부가 묘지를 조성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르게 되는데요. 도심 속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경건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묘역 전체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묘역 중간에 놓인 소년상과 영국의 사자 동상은 영면에 든 참전 용사들을 외롭지 않게 지켜주는 것 같았죠. 공원 중앙에는 참전 용사들의 존함이 새겨진 벽 주변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었는데요. 잠시 주변을 돌아보며 잠시 그분들을 위한 추모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도 공원 가장자리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걷는 분들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시민들의 일상 사이로 자연스럽게 녹아든 추모의 공간 그리고 나무들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장막 덕분에 오히려 그 엄숙한 분위기가 고즈넉하게 다가오며 여유로운 순간을 만들어줬답니다. 공원 한가운데 호주군 병사로 참전해 이곳에 모셔진 분들 중 최연소(17세)인 ‘도운트 이병’의 이름을 딴 ‘도운트 수로’가 있었습니다. 수로를 유유히 헤엄치던 붕어들을 보며, 마치 전쟁의 폐허에서 번영을 누리는 우리들이 겹쳐 보였어요. 다시 한번 그분들의 희생이 지닌 가치를 마음 깊이 새겨 봅니다. 유엔기념공원 - 주소: 부산광역시 남구 유엔평화로 93 유엔기념공원 - 운영 시간: 하절기(5~9월) 09:00~18:00, 동절기(10~4월) 09:00~17:00 - 문의: 051-625-0625 | 글, 사진: 이진세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6년 4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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