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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도의 역사는 꽤 오래돼서 고림(高林) 또는 달을신(達乙新)으로 불리다가 고구려 때 처음으로 고목근현이 됐고 신라가 세력을 넓혔을 때부터 교동현으로 불렸다. 이웃 강화도와 석모도가 간척으로 현재의 해안선을 가졌듯이, 교동도 역시 마찬가지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화개산·수정산·율두산이 만드는 삼각점 사이의 갯벌과 바다를 메워서 넓은 농경지를 얻었다.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한땅 황해도 연백군과 마주보는 최전방 섬이기도 하다. 강화도 창후리선착장에서 카페리에 올라 교동도 월선포선착장까지는 15분이면 닿는다. 물때가 좋은 날은 15분, 그렇지 않은 날은 수심문제로 멀리 돌아야 해서 1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선착장을 벗어나 시계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교동면 소재지로 방향을 잡는다. 그저께 내린 눈 때문인지 길이 온통 빙판이다. 서울처럼 큰 도시라면 즉시 제설작업이 이뤄졌겠지만 이런 시골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읍내리 부근 갈림길에서 만난 비석무리를 지나쳐 교동향교를 찾는다. 교동향교는 1127년(고려 인종6년)에 국내 최초로 세워졌다. 공자와 함께 국내 유학자 18현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 명륜당, 삼문, 제기고 등으로 이뤄져 있다. 대성전에 모신 공자의 초상은 1286년 안향이 원나라에서 들여와 봉안한 것이다. 대성전에 들어서는 문이 매우 낮아서 머리를 찧을 뻔 했다. 오랜 세월동안 동양권의 정신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공자가 아니던가. 최고의 지성을 만나는 자리니 머리를 숙이라는 뜻이라고 안내하는 관리인이 설명한다. 교동향교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공자를 모신 향교여서 매해 유림들이 찾아와 제향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교동향교 뒤편 화개산 중턱에 자리한 전통사찰 화개사에 들렀다가 교동읍성으로 향한다. 1629년(인조7년)에 쌓았다는 읍성은 나지막한 언덕을 둘러서 성벽을 쌓고 동·남·북 세 곳에 문루를 세웠다고 하는데, 현재는 남문(유량루)만 남아있다. 그나마 1927년에 불어 닥친 거센 태풍에 누각이 무너져 지금은 석축과 홍예문이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다. 성 안에는 민가와 경작지가 들어서 길이가 430미터라는 성벽은 원형이 많이 훼손된 상태다. 하지만 교동읍성 부근은 조선시대 여러 왕족이 귀양 와 살다가 쓸쓸히 생을 마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위시해 안평대군·임해군·능창대군·숭선군·익평군 등...... 더 멀리로는 고려 때 최씨 무신정권에 쫓겨난 희종이 유배된 역사도 있다. 당쟁에 희생된 정치인들이 도성과 멀리 떨어진 해남이나 제주도 등지로 유배 됐던 반면에 왕족은 가까운 절지로 유배해서 계속 감시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었던 탓이다. 교동도는 주변 바다의 조류가 급하고 접근이 어렵다는 조건을 갖춰 왕족의 유배지로써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고 할까? 교동읍성이 옛 교동의 중심지였다면 면소재지가 있는 대룡리는 현재 교동도의 번화가(?)이자 중심이다. 대룡시장은 왠지 향수를 자극하는 특유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몇 해 전에 어느 방송국 인기TV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많은 이들이 찾게 된 곳이지만, 겨울철에는 그저 찬바람이 맴도는 쓸쓸한 골목길일 뿐이다. 좁은 골목길 양쪽에 늘어선 조그만 상점들과 이발소같은 건물은 척 보기에도 무척 오래 돼 보인다. 마치 오래 전 어느 순간 시간이 멈추고 그 모습 그대로 전해져오는 것만 같은 골목길을 10분 넘게 서성이건만 인적이 없다. 한참 만에 겨우 할아버지 한 분과 마주치니 “이 추운 겨울에 뭐 하러 왔소?”라며 말을 건네신다. 그리곤 낯 선 방문객을 위해서 이런저런 옛 이야기를 해 주신다. 전쟁 때 황해도에서 건너온 일, 잠시 피난해 있다 보면 곧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여겼건만, 평생을 고향 땅을 지척에 두고 바라만 봐야했던 지난 세월에 대한 이야기들... 교동도 북단 율두산에 실향민들이 명절 때 차례를 지내기 위한 망배단이 있는 연유가 거기에 있다. 지금의 골목길 주변 낡은 건물들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 나라로부터 지원받은 건축자재로 지은 것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몇 십년간 별다른 변화 없이 이어져온 것이 현재의 모습이라고 하신다.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나갔어.” “다리가 놓이면 나아지겠지.” 할아버지의 이야기에는 교동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혼재돼 있다. 느릿한 걸음으로 할아버지가 골목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옮긴다. 대룡리와 지석리 사이에 들판을 보며 광활한 느낌을 받는다. 간척으로 얻은 땅 덕분에 교동도는 전국에서 가구당 경작면적이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한다. 조금 전 들렀던 교동향교 관리인 아저씨도 “교동도 쌀 맛있다.”고 자랑하실 정도로 교동도는 섬이면서도 주민 대부분이 고기잡이가 아닌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드넓은 들판을 경작하기 위해서 섬 동쪽과 서쪽에 각각 큰 저주지가 두 개 있다. 양쪽 모두 바다를 막아 만든 인공저수지다. 서쪽 난정저수지에 이르는 길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다. 아무래도 인적이 덜한 곳이라 제설 필요성이 덜한 모양이다. 오토바이로 가기에는 무리여서 방향을 반대편으로 돌린다. 고구저수지는 주변에 민가가 많은 덕분에 어느 정도 제설이 이뤄진 모습이다. 저수지에서 놀던 물새들이 갑자기 나타난 내 기척에 놀랐는지 푸드덕 날아오른다. 그리곤 저수지 너머 철책과 바다 위를 날아서 멀어져간다. 어쩌면 바다 건너편 황해도 연백의 어느 저수지로 날아가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니 건너편 북한 땅이 참으로 가까워 보인다. 섬의 동쪽 끝자락에 이르자 작고 볼품없는 산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름만은 거창하게도 봉황산이다. 산이라기보다 좀 큰 언덕 정도로 보이는데 무려 봉황이라니?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조선시대에 인조반정으로 왕위에서 쫓겨난 광해군을 비롯해서 많은 왕족이 교동도에 유배돼 첫 발을 뗀 곳이 근처 바닷가라고 전해진다. 유배 온 이들은 필시 배에서 내리자마자 건너온 바다를 뒤돌아 봤을 터이다. 다시 육지에, 도성에 돌아갈 수 있을지......? 도성에서 누리던 호사로운 세월을 두고 무엇 하나 넉넉지 않은 궁벽한 섬에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들 대부분은 교동도를 벗어나지 못한 채 병사하거나 사약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송림고개를 지나서 처음 도착했던 선착장에 돌아오니 딱 맞춰서 배가 들어온다. 배에 올라 강화도로 향하면서 마무리공사가 한창인 교동대교를 바라본다. 이제 꽃 피는 봄이면 교동도를 배가 아닌 다리를 이용해서 건널 수 있게 된다. 먼 옛날 조각배로 바다를 건넜던 이들의 한숨과 기억도 옅어질 것이다. 대신 섬을 빠져나갔던 주민들이나 여행객 등, 새롭게 섬을 찾는 이들에게는 한결 수월한 길이 열리는 셈이다. 나 역시 그때는 배가 아닌 다리 위를 달려서 다시 한 번 교동도를 찾을 것이다. 강화군 문화관광과 032-930-3625 www.ganghwa.incheon.kr 교동면사무소 032-932-5001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48번 국도 → 강화군청 → 인화리 → 창후리선착장 → 화개해운 → 교동도 월선포선착장 * 대중교통 신촌에서 3000, 3001번 버스를 타고 강화군청에서 하차, 35번 버스로 환승 후 창후리 입구에서 하차 2.주변 음식점 서해복집 : 복지리 / 강화군 하점면 창후로 314-18 / 032-933-7515 서울횟집 : 밴댕이회 / 강화군 내가면 해안서로 917-2 / 032-933-6461 황토갯벌민물장어 : 장어구이 / 강화군 길상면 해안남로 362 / 032-937-7768 3.숙소 해피빌리펜션 :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2506 / 032-937-8346 http://happyvilly.co.kr/ 호박펜션 :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2297-16 / 032-937-7139 http://www.pumpkinps.com/sub/reser.asp 초지너머 : 강화군 불은면 해안동로 331-17 / 010-5545-6397 http://www.chojipension.com/ 글, 사진 : 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6년 7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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