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창평 삼지내마을의 돌담길은 달짝지근한 냄새로 가득하다. 바람과 햇살과 세월이 만든 아름다운 길을 걷다 보면 마을 명인들이 만든 전통 먹거리가 발길을 세운다. 집집마다 풍기는 조청 고는 내음이 향기롭고, 오랜 정성으로 만든 쌀엿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바삭하고 달콤하다. 세상의 시간을 내려놓고 손과 마음으로 만드는 슬로푸드, 쌀엿과 함께 삼지내마을의 가을 주전부리를 만나보자.늦가을 삼지내마을은 곱디곱다. 소박한 돌담길에 알록달록 물드는 담쟁이덩굴이 한없이 사랑스럽고,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정겹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조청 만들기가 시작된다. 지금은 언제나 먹을 수 있는 쌀엿이지만, 옛날에는 겨울 한 철 만들어 먹던 귀한 주전부리다. 긴긴 겨울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밤새 조청을 고아서 만든 쌀엿은 슬로푸드를 대표하는 전통 먹거리다. 예부터 비옥한 곡창지대인 창평은 겨울이면 엿과 한과를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는 정이 좋았다. 창평면에서 쌀엿을 만드는 강순임 슬로시티 마을 명인은 지금도 이웃과 쌀엿 만드는 품앗이를 한다. 14번째 순서를 기다린다는 강씨는 부업으로 쌀엿을 만든 지 30년이 훌쩍 넘었다. 시어머니한테 배운 손맛을 딸에게 전하는 쌀엿 조리법은 3대의 끈끈한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식혜를 만들 때처럼 엿기름으로 쌀을 삭히고 가라앉은 물을 받아 가마솥에 고면 조청이 된다. 조청은 아궁이 앞에 앉아 불을 조절하며 세 시간 이상 저어야 한다. 엿을 늘이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몇 사람이 둘러앉아 힘을 조절하며 엿을 새기다 보면 맑은 조청이 하얀 쌀엿이 된다. 엿 늘이기 작업은 ‘식인다’ ‘새긴다’고 한다. 적당히 식은 갱엿을 쭉쭉 늘이면서 엿에 공기를 넣는 작업은 맛과 모양에 가장 중요하다. 명인의 손길에 따라 엿에 구멍이 뚫리는데, 구멍이 많을수록 바삭바삭 씹는 맛이 좋다.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엿치기도 구멍 크기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맛있는 주전부리로 알콩달콩 재미까지 누렸으니 옛사람의 여유로움은 지금도 유쾌하게 이어진다. 겨울에나 만들던 쌀엿을 사계절 만들 수 있는 것은 강순임 명인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도한 결과다. 특허를 낸 명인의 오방쌀엿은 하얀 엿 외에도 울금으로 노란색, 댓잎으로 초록색, 블루베리로 분홍색, 자색고구마로 붉은색을 낸다. 직접 농사지은 참깨와 생강가루를 넣어 특유의 향과 맛을 내고, 창평산 콩가루를 묻혀 고소하게 마무리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만드는 쌀엿은 명인의 정성과 땀으로 탄생하는 슬로푸드다. 쌀엿 늘이기 체험이나 쌀엿 제조 과정 견학을 원하는 사람은 방문자센터나 달팽이가게에 문의하면 당일 체험이 가능한 곳을 알려준다. 삼지내마을 중심에 자리한 면사무소 맞은편에는 붉은 벽돌 건물에 ‘달팽이가게’가 있다. 슬로시티 창평을 소개하는 책자나 지도 등을 구할 수 있고, 시원한 효소차와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달팽이 가게에는 슬로시티 마을 명인이 만드는 담양의 대표적인 공예품과 먹거리, 주전부리가 가득하다. 간식 구경에 나섰다면 ‘강순임슬로푸드’에서 만든 오방쌀엿과 ‘모녀삼대쌀엿공방’에서 만든 쌀엿 외에도 조청에 조린 약과, 바삭한 쌀엿강정과 쌀강정 등 수제 한과도 다양해서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겨울이 오면 난로에 데워 먹는 옛날 도시락과 달고나 등을 준비해서 추억과 낭만이 있는 카페로 운영할 계획이다. 운영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토요일 오후 7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무. 창평 오일장은 끝자리 5·10일에 열린다. 오일장이 열리지 않는 날에도 국밥집과 한과 가게는 문을 연다. 마을 명인이 만드는 유과, 조청, 엿강정 등 다양한 주전부리에서 콩엿과 쌀엿강정이 눈에 띈다. 쌀엿에 견과류를 넣어 고소하고 씹는 맛도 좋다. 조청에 튀밥을 섞어 바삭하게 굳힌 쌀엿강정은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수정한과’는 장날이 아니라도 조청이나 콩엿, 쌀엿강정을 사러 오는 단골로 늘 붐빈다. 창평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국밥이다. 오일장 최고 메뉴로 사랑받던 국밥은 이제 평소에도 먹을 수 있다. 국내산 돼지고기로 끓이는 ‘황토방국밥’은 누린내가 나지 않고 담백한 맛으로 유명하다. 20년 내공을 자랑하는 이 집은 돼지고기 부위에 따라 순대국밥, 머리국밥, 선지국밥 등 7가지 메뉴를 낸다. 콩나물과 양파, 깻잎, 찹쌀, 선지 등으로 만드는 순대는 두툼한 막창과 아삭아삭 콩나물 씹히는 맛이 별미다. 창평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보리밥도 빼놓을 수 없다. 벽오동은 1년밖에 안 된 식당이지만, 식사 시간에는 대기 필수. 보리밥과 쌀밥 중에 고르면 밥상에 나물과 반찬이 가득 차려진다. 전라도 밥상답게 홍어삼합, 가자미무침, 꽃게무침, 불고기 외에도 맛보기 냉면이 올라와 입을 즐겁게 한다. 토란 들깨탕, 된장찌개, 동치미에 달걀찜과 삼치구이까지 다 먹을 수 있으려나 싶어도 젓가락을 놓지 못하는 마력의 밥상이다. 갖가지 나물에 고추장과 들기름을 넣고 쓱쓱 비빈 다음 싱싱한 채소에 싸 먹는 맛도 일품이다. 입에 착착 붙는 밑반찬까지 오감 만족 보리밥정식이 행복을 선물한다. 강순임슬로푸드 주소 :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경동길 12-23 문의 : 061-382-8371
달팽이가게 주소 :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돌담길 8 문의 : 061-381-3873
http://www.slowcp.com/
1.주변 음식점
벽오동 : 보리밥정식 /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의병로 41 / 061-382-6665 황토방국밥 : 국밥 /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사동길 14-7 / 061-381-7159 전통식당 : 한정식 /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고읍현길 38-4 / 061-382-3111
2.숙소
고택 한옥에서 :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돌담길 88-9 / 061-382-3832 소나무언덕 :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경동길 12-1 / 061-382-8171 담양한옥민박 :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14-40 / 061-383-8283
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5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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