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군산은 가혹한 수탈의 아픔이 칼바람처럼 스쳤던 현장이었고, 이에 맞선 민초들의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진 저항의 무대였으며, 오늘날은 그 모든 상처를 보듬고 생명과 공존을 노래하는 평화의 터전입니다. 군산의 골목 구석구석에 깃든 '수탈, 저항, 평화'라는 세 가지 시간의 궤적을 따라 가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 군산 역사 감성 여행지 ✿ - 동국사(군산):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본식 사찰 -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차가운 철창도 가두지 못한 민초들의 뜨거운 기록을 살피는 배움터 - 군산평화박물관: 수탈과 분단의 아픔을 넘어, 생명과 공존의 내일을 품는 공간 군산 근대 역사 여행의 첫걸음은 월명산 자락 아래 조용히 자리 잡은 ‘동국사’에서 시작합니다. 1909년 일본 승려가 세운 이곳은 해방 이후 가슴 아픈 식민지의 잔재라 하여 헐어버릴 뻔도 했으나, 우리가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치욕의 역사를 증언하는 '네거티브 문화재(Negative Heritage)'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의 보호를 받는 소중한 배움터가 되었습니다. 골목 끝에 서서 우측의 현대식 아파트와 좌측의 100년 전 일식 '범종각'을 한눈에 바라보면, 아픈 상처를 품은 채 오늘날 도심의 일부로 상생하며 보존되는 군산의 역사적 현주소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마당 안쪽으로 들어서면 대웅전이 장엄하게 서 있습니다. 한국 사찰의 부드러운 곡선 처마와 달리, 일본 양식을 따라 처마 경사가 아주 가파릅니다. 단청 없이 날것의 육송나무 재질을 그대로 노출해 엄숙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서까래 끝단마다 목재의 부식을 막고 시각적 리듬감을 주려고 하얀색 사각형으로 말끔히 마감해 둔 일본식 디테일도 돋보입니다. 동국사는 구조적으로도 독특합니다. 독립된 전각들이 마당을 두고 떨어져 있는 한국 사찰과 달리, 이곳은 전각들이 지붕 아래 '엔가와'라는 내부 복도를 통해 기차처럼 하나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면 눈비에 젖지 않고 사찰을 둘러볼 수 있어 일본식 사찰 특유의 독창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대웅전 내부로 조심스레 발을 디디면 보물로 지정된 '군산 동국사 소조석가여래삼존상'이 눈부시게 빛납니다. 1650년에 조성한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불상으로, 일본식 공간의 중심에 우리 전통 불상을 모신 점이 이색적입니다. 머리 위로는 일본식 격자 구멍 조각 장식인 '란마'가 어우러져 동아시아 불교 미술의 오묘한 조화가 느껴집니다. 종각으로 발길을 돌리면 에도시대 건축의 특징인 겹처마 구조와 곧은 보가 인상적인 범종각이 눈에 들어옵니다. 1919년에 일본 고유 양식으로 지은 이 종각 내부에는 교토에서 만든 범종이 걸려 있죠. 범종 표면에는 조동종 창시자의 글귀와 함께 당시 군산에 살던 일본인 기부자들의 이름이 빼곡해, 일제강점기 군산의 인구 구성을 연구하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습니다. 범종각 아래 야외 광장에는 방문객들이 남긴 오색 소원 리본과 기와들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수탈의 아픈 상처가 깊은 군산에서, 평화와 상생의 희망을 바라는 다정한 마음들이 모여 따뜻한 소통의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범종각 옆에는 일본 조동종이 조선의 정체성을 말살했던 전위대 역할을 공식 참회하며 발표한 반성문을 음각한 '조동종 참사문비'가 차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앞에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군산 시민들이 힘을 모아 세운 '평화의 소녀상'이 나란히 서 있죠. 수탈의 상징인 범종각을 당당하게 마주 보는 소녀상과 참사문비의 만남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엄숙한 가르침을 선물합니다. 동국사(군산)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동국사길 16 - 이용 시간 [하절기] 08:00~19:00 [동절기] 08:00~18:00 - 문의: 063-462-5366 동국사에서 나와 등록문화유산들이 밀집한 원도심 골목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과 만납니다. 지난 2019년에 문을 연 이곳은 수탈의 상징이었던 군산항 인근에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항일의 역사를 후대에 전하는 든든한 교육 거점 역할을 수행합니다. 1층 상설전시실로 들어서면 '수탈과 저항의 도시 군산' 전시가 펼쳐집니다. 일제강점기 호남평야의 쌀을 일본 본국으로 유출하기 위해 거점 항구로 수탈당했던 군산의 아픈 역사와, 이에 맞서 옥구 농민 항쟁과 한강 이남 최초의 3·5 만세운동을 일으키며 격렬하게 저항했던 군산 사람들의 흔적을 유물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죠. 한편에는 흑백 사진 속 토막촌 풍경과 투박한 옹기, 소쿠리를 배치해 화려하게 개발되던 일본인 거주 구역의 그늘에 가려 굶주려야 했던 우리 민초들의 고달픈 생활사를 고스란히 재현했습니다. 이어서 마주하는 서대문형무소 수감자들의 수형기록표 사진 앞에는 차가운 철창 모형을 덧대어 일제의 탄압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동시에, 철창으로도 결코 가둘 수 없었던 선조들의 결연한 눈빛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2층에서는 군산역사관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협력하여 선보이는 <나라를 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기획 전시가 펼쳐집니다. 임시정부의 수립과 활약상을 깊이 있게 다룬 이번 전시는 2026년 10월 11일까지 열립니다. '1부: 대한민국 임시정부, 하나로 세워지다' 구역에서는 1919년 3·1운동 이후 각지에 산재했던 임시정부들이 민족의 역량을 모아 상하이로 통합해 가는 과정을 역사 공문서로 생생하게 증명합니다. 이어지는 2부 구역에서는 입법·사법·행정 체계를 갖추고 임시헌장을 반포하며, 광복군 창설을 통해 일제에 조직적으로 항거했던 '대한민국' 법통의 기원으로서의 발자취를 엄숙하게 보여줍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3부: 그대들 돌아오시니' 구역에 들어서면 1945년 8·15 광복 이후의 긴박했던 국제 정세와 환국의 내막이 펼쳐집니다. 27년 간의 타국 망명 생활을 끝내고 꿈에 그리던 조국으로 돌아오는 백범 김구 주석 등 요인들의 여정을 연표로 웅장하게 서술하죠. 미군정의 방침에 따라 정부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귀국해야 했던 비장한 상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군산 등지에서 전개된 뜨거운 환국 대환영회의 역사적 순간들을 날짜별로 보여줍니다. 벽면 한편에 새겨진 정지용 시인의 환영 시를 가만히 소리 내어 읽어봅니다. 평생을 바쳐 투쟁하다 마침내 고국 땅을 밟은 독립운동가들을 눈물과 환희로 맞이하는 문학적 감성이 마음속에 잔잔한 울림을 안겨줍니다. 역사의 온기를 직접 체험하는 공간들도 기다립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오래된 격언을 화선지에 먹으로 직접 찍어내는 탁본 체험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의 굳건한 숨결이 손끝으로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어린이 체험 테이블에서는 시대별로 형태가 달랐던 옛 태극기들의 변천사를 직관적으로 익히고, 나만의 독립운동가 명함을 꾸며보며 역사를 주체적으로 배웁니다.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무리 벽면에 관람객들이 직접 그려 붙인 형형색색의 태극기 그림들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선조들이 피땀 흘려 지켜낸 태극기의 가치를 오늘날까지 계승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수탈의 아픔을 이겨낸 저항의 도시 군산에서, 선조들의 숭고한 나라 사랑에 물들고 올바른 역사의 소중함을 마음에 깊이 새기는 여정은 우리에게 가장 의미 있는 치유의 시간을 선물합니다.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동국사길 21 - 이용 시간 [하절기(3~10월)] 09:00~18:00 (입장 마감 17:30) [동절기(11~2월)] 09:00~17:00 (입장 마감 16:30) ※ 매주 월요일, 설·추석 연휴 당일, 1월 1일 휴무 - 이용 요금: 성인 1,000원, 청소년·군인 700원, 어린이 500원 ※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참조 - 문의: 063-467-0815 역사관을 둘러본 뒤 근대 골목의 한적한 길목으로 향하면, 또 다른 깊은 울림을 품은 대안적 역사·문화 공간 ‘군산평화박물관’에 닿습니다. 시민 단체 '평화바람'이 중심이 되어 시민들의 따뜻한 후원과 참여로 정비한 곳이죠. 화려한 실내 꾸밈 대신 단출한 하얀 외벽을 취해 근대 역사 골목의 서정과 자연스럽게 상생합니다. 박물관 전면에는 이 박물관의 상징물인 '평화바람 트럭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평화바람 활동가들이 전국을 누비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던 실제 이동식 방송 트럭의 모습을 외벽 마감에 위트 있게 이식한 설치 미술로, 삭막할 수 있는 기지 이야기를 따뜻한 생태 서사로 풀어내려는 박물관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박물관을 들어서면 한편에 풍요로운 수라갯벌 생태계 회화가 걸려 있고, 천장에 매달린 아름다운 목조 모빌들이 잔잔하게 흔들립니다. 호주와 시베리아를 오가며 군산 새만금 갯벌을 중간 기착지로 삼는 도요새와 물떼새들을 형상화한 조형물로, 인간의 개발로 서식지를 잃어가는 생명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을 표현했습니다. 군산의 마지막 갯벌인 수라갯벌을 지키려는 마음이 담긴 야생동물 세밀화 기념품들과 책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대자연과 공존하는 것이 곧 평화의 시작이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잔잔하게 스며듭니다. 이어서, 군산시 옥서면에 위치한 군산미군기지의 토지 점유 변천사를 보여주는 전시가 눈에 들어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비행장 수용으로 시작해 오늘날 미군기지로 이어지면서, 옥서면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이 군사기지로 편입된 격동의 과정을 입체 지도를 통해 증명하죠. 특히 군사기지 확장으로 대대로 살던 고향 땅을 잃고 강제 이주해야 했던 원주민들의 아픔과 기지가 차지한 거대한 토지의 규모를 나무로 깎아 만든 옥서면 지도가 생생하게 증언합니다. 기지 확장 저지를 위해 오체투지 행진을 벌였던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땀방울이 기록된 역사 다큐멘터리 벽면 앞을 거닐며, 군산의 시민 평화운동이 동아시아 평화지대 구축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엄숙하게 헤아려 봅니다. 마지막 길목에는 마음을 울리는 소리 방이 기다립니다. 작은 나무 의자에 앉아 헤드폰을 귀에 대면, 평화바람 활동가들이 수십 년간 생생하게 기록한 현장의 소리들이 흘러나옵니다. 수라갯벌을 스치는 맑은 바람 소리와 새소리, 평화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역동적인 육성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평화의 진정한 가치가 온몸으로 느껴지죠. 소리 체험을 마치고 나오면 시민들과 활동가들이 언제든 모여 세미나를 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시민 공유 공간이 다정하게 펼쳐집니다. 평화의 메시지를 오늘날 끊임없이 이어가며 시민사회와 굳건하게 연대하는 열린 사랑방의 온기가 가슴을 든든하게 채웁니다. 수탈의 아픔을 넘어 평화와 상생의 희망을 노래하는 군산에서, 지친 일상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인권과 생태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은 여행자에게 가장 완벽하고 다정한 마음의 쉼표를 선물합니다. 군산평화박물관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동국사길 3 - 이용 시간: 10:00~17:00 ※ 매주 월요일~수요일, 공휴일, 12월~2월 휴무 - 문의: 0507-1495-1447 ※ 위 정보는 2026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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