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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여름에 맞는 길이 있다.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숲속 오솔길도 멋스럽지만, 아무래도 철썩이는 파도 소리 들으며 탁 트인 바닷가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 여름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그것도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가며 걷는 길이. 힘은 들어도 드넓은 바다와 벗하며 호연지기를 느낄 수 있는 남성다운 매력이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남 무안에는 여름에 어울리는 멋진 길이 있다. 그 이름은 낙지길이다. 낙지길이란 이름은 무안과 잘 어울린다. 무안이 자랑하는 청정 갯벌을 상징하는 것도 같고, 대표적인 먹을거리인 낙지도 자연스레 홍보하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이름도 재미있어 쉽게 기억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안 사람 중에 낙지길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무안 낙지길이 어디예요?” 하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읍내 낙지골목을 이야기한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길이 조성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이즈음 낙지길을 찾아가는 이유는 해안선을 따라 바다를 곁에 두고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기 때문이다.낙지길은 무안군 해제면 생태갯벌센터에서 물암마을을 거쳐 홀통해변으로 이어지는 7.1km 구간의 해안길이다. 동북쪽으로는 함해만의 갯벌습지보호지역과 마을을 연결하고, 남서쪽으로는 탄도만의 섬과 바다를 이어준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무안의 갯벌, 황토, 생태 그리고 사람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다. 시작점인 생태갯벌센터에서 홀통해변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왕복 3시간 거리이니 크게 힘들지도 않다. 걷다 힘들면 언제라도 신을 벗어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갯벌의 생태와 그 소중함에 대해 함께 공부할 수 있어 체험학습장으로도 제격이다. 1990년대까지 갯벌을 쓸모없는 땅이라 여겨 간척에 힘쓰던 때가 있었다. 갯벌보다는 간척사업으로 땅을 넓혀 이용하는 것이 이롭다고 여겼다. 영산강 간척사업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목포에 영산강하굿둑이 생기면서 바닷물의 소통이 막히자 갯벌이 죽어갔고, 그러면서 갯벌에서 나던 세발낙지, 조개류도 자취를 감췄다. 다행인 것은 무안 지역은 주민들의 갯벌 지키기 운동으로 1998년 영산강 간척사업이 취소되었다. 갯벌에서 나는 해산물이 중요한 수입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갯벌이 생태학적으로, 자연환경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 결과 무안갯벌은 2001년 한국의 갯벌습지보호지역 제1호, 2008년 전라남도가 자랑하는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세계가 인정하는 람사르 습지 1742호로 등록되었다. 무안의 갯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낙지길의 출발점인 생태갯벌센터다. 3000여 년 전부터 퇴적과 침식을 거듭하며 형성된 무안갯벌의 생태와 역사를 볼 수 있다. 전시실에서는 갯벌에 어떤 생물들이 사는지, 사람들은 갯벌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등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갯벌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배우고 느낄 수 있다. 전시실 밖에는 물이 빠진 뒤 훤히 드러나는 갯벌이 인상적이다. 붉은 칠면초가 아름다운 색감을 더하고, 갯벌 위에는 작은 게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가벼운 발걸음 소리, 작은 카메라 셔터 소리에도 ‘후다닥’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다. 새끼 짱뚱어도 갯벌 위를 미끄러지듯 날렵하게 뛰어다닌다. 생태 보호를 위해 직접 들어갈 수는 없지만, 나무 데크를 설치해 갯벌 생태를 편안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생태갯벌센터에서 바다 너머 보이는 가입리를 향해 오른쪽으로 난 생태관찰로를 따라 걷는다. 짙은 회색 갯벌에 내려앉은 파란 하늘을 길동무 삼아, 때로는 해무가 내려앉아 그윽한 분위기 속으로 걸어간다. 1차 목적지는 물암마을이다. 물암마을에서 도로를 건너면 물바위가 있는 해변이 나타난다. 생태갯벌센터 앞이 넓은 갯벌인 데 비해 물바위 해안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해안가에 작은 어선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이 조용한 어촌에 와 있음을 실감케 한다. 바다 풍경은 단조롭지만, 끊임없이 들고나는 파도와 무심한 듯 자리를 지키는 어선들이 있어 심심하지 않다. 오히려 허전한 듯하면서도 여유가 느껴진다. 이런 것이 바닷가의 매력이 아닌지. 물바위해변의 명물은 물바위다. 물바위는 ‘물에 잠긴 바위’라는 뜻이다. 가난한 집안을 먹여 살리고자 무역상을 따라 중국 남경으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와 자식들의 넋이 바위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무엇보다 물바위가 관심을 끄는 것은 평소 밀물에는 잠기지 않다가 나라에 큰일이 생기면 물에 완전히 잠긴다는 것이다. 마을 어른들 말씀으로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바닷물이 바위를 덮었다고 한다. 또 바위가 물에 낮게 잠기면 흉년이 들고, 깊이 잠기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물바위는 길가에선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바닷가에 내려서서 잘 찾아봐야 한다. 물바위에서 해안을 따라 내려가면 홀통해변으로 이어진다. 홀통은 유리병의 목처럼 생긴 지형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모래사장이 길게 펼쳐져 있고, 바다에는 작은 배들이 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풍경이다. 낮은 파도에 잔잔히 움직이는 배를 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진다. 홀통해변의 진짜 매력은 해변 끝자락에 있는 홀통해변유원지에 가야 느낄 수 있다. 물바위 해안이 눈으로 보는 바다라면, 홀통해변은 몸으로 즐길 수 있는 바다이기 때문이다. 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얕아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개방하는 곳인 만큼 바다에 뛰어들어 한여름 무더위를 말끔하게 씻을 수 있다. 소나무 우거진 숲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편안한 휴식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 함평JC → 무안광주고속도로 → 북무안IC → 현경면 → 24번 국도 → 수암교차로 우회전 → 무안생태갯벌센터 * 대중교통 서울→무안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2회(07:30, 16:20) 운행, 3시간 40분 소요 용산역→무안역 : 무궁화호 하루 4회(07:05~17:10) 운행, 약 4시간 40분 소요 무안→생태갯벌센터 : 무안버스터미널(061-453-2518)에서 해제행 농어촌버스를 타고 물암 정류장 하차. 1일 16회 운행 2.주변 음식점 도리포횟집 : 생선회 / 무안군 해제면 송석리 1 / 061-454-6890 / http://mliving.kr/4546890 갯마을횟집 : 생선회 / 무안군 해제면 만송로 838-13 / 061-454-7448 수한횟집 : 생선회 / 무안군 해제면 만송로 838-15 / 061-454-7645 수암가든 : 한식 / 무안군 현경면 현해로 1198 / 061-452-7370 홀통토박이바다횟집 : 생선회 / 무안군 현경면 홀통길 189 / 061-453-8375 3.숙소 바람의바다펜션 : 무안군 현경면 신정길 101 / 011-9608-0700 / http://www.holtong.co.kr/ 무안비치호텔 : 무안군 망운면 톱머리길 36 / 061-454-4900 갯벌센터 캠핑장(카라반) : 무안군 해제면 용산길 140 / 061-454-5632 / getbol.muan.go.kr/camping 풍경펜션 : 무안군 현경면 현해로 1057 / 061-453-5347 / muanpension.com 윈드빌아카데미아펜션 : 무안군 현경면 홀통길 65 / 061-452-6525 / www.windvil.co.kr -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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