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흐드러진 봄날의 낭만을 즐길 경북 경주의 참 좋은 방을 모았다. 대한민국의 보물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잠드는 밤. 유서 깊은 기와집과 초가가 그림같이 공존하는 양동마을로 들어서면 언덕을 타고 웅장하게 이어지며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집이 향단(香壇)이다. 그냥 오래된 집 정도가 아니다. 조선의 대학자 회재 이언적의 어머니를 위해 1500년대 초반 중종 임금이 하사한 99칸짜리 집이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규모는 56칸으로 줄었으나 회재 선생을 비롯해 후손이 꼿꼿하게 선비의 가치를 지켰기에 집의 품위는 여전하다. 이난희 대표는 매일매일 모든 기둥과 방과 마룻바닥을 슬고 닦고 쓰다듬는다. 아파트와 달리 채와 채를 오갈 때 신발을 벗었다 신었다 해야 하지만, 이 귀한 집이 생각할수록 고맙고 볼수록 사랑스럽다.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다. 왕의 마음이 담긴 집, 향단의 손님이 되는 경험은 그 옛날 사모하는 벗이나 스승의 댁을 방문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이다. 이 대표는 손이 노는 시각에 맞추어 제철 나물로 전을 부치고 떡을 빚는 등 요깃거리를 만들어 차와 함께 소반에 내놓는다. 안채에 앉아 소반을 앞에 두고 창문과 방문으로 내다보는 풍경도, 이 대표와 나누는 담소도 그대로 행복이다. 좋은 집을 찾아가 머문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새삼 느낀다. 햇살이 드리운 대청마루에 올라서자 발바닥이 기분 좋게 따뜻해진다. 내친김에 햇살을 방석 삼아 깔고 앉아 본다. 처마 너머 하늘이 친구처럼 다정하다. 시멘트 같은 인공 재료 대신 흙과 나무, 돌로 건축한 한옥에서는 집에 있는 시간이 곧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2016년 5월 완공한 소설재는 잘 지은 한옥이다. 자재를 신중히 고르고 설계에도 신경 썼다. 한옥에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한 요즘, 여기 투숙하는 동안이라도 한옥이 어떤 공간인지 체험하길 바랐다. 마루에 앉아 오늘의 경치를 즐기는 일, 방과 창문이 반복하며 그려낸 패턴에 감탄하는 일, 내 발로 앞마당과 뒤란을 걸어 보는 일, 등잔불을 닮은 아늑한 조명에 의지해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 몸에 포근히 닿는 광목 이불을 덮고 엄마 품에 안긴 듯 잠드는 일, 창호지로 스며드는 달빛과 새벽빛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이 이 집에선 가능하다. 아침엔 소설재만의 조식 메뉴, 찰보리떡샌드위치와 호박죽이 빈속을 달래 준다. 입구의 2층 누각 중 1층은 카페로 개방하고 2층은 독채 숙소로 쓴다. 일대가 건축 고도 제한 구역이라 2층에 오르면 기와지붕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스카이라인과 경주역사유적지구, 남산까지 눈에 잡힌다. 대릉원과 첨성대, 계림이 코앞이다. 4월에 벚꽃 처지로 변하는 형산강 변, 가족과 방문하기 맞춤한 호텔이다. 방은 일반 룸과 키즈룸으로 나뉘는데, 키즈 룸에는 아이가 다치는 것을 방지하는 저상 침대와 놀이용 그물 텐트를 가져다 놓았다. 텐트는 아이들이 거기서 자겠다고 할 만큼 열광하는 아이템. 키즈 룸 손님에게는 바로 옆에 있는 히어로키즈파크 입장권을, 일반 룸 손님에게는 대형 스파인 스파럭스 입장권을 준다. 키즈파크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다양한 시설을 구비해 시간이 훅 지나간다. 문을 열자 상쾌한 향기가 먼저 반긴다. 1년 365일 다양한 국적의 손님이 끊이지 않고 드나드는 게스트하우스를 이 정도로 청결하게 관리하는 손길이 놀랍다. 한쪽 벽에 손님이 남긴 메모와 멀리서 보내온 편지가 잔뜩 붙어 있다. 그중엔 작품 수준의 정성스러운 그림도 보인다. 전 객실 문에 번호 잠금장치를 설치해 나 홀로 여행객도 안심. 침대에 개별 블라인드를 두어 프라이버시를 보장했다. 여행지나 맛집을 알려 주는 매니저의 친절함 또한 가슴에 남을 곳이다. 향단 주소 :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길 121-83 문의 : 010-6689-3575 홈페이지 : www.yangdongvillage.com 소설재 주소 : 경주시 포석로 1050번길 46 문의 : 070-7357-7412 홈페이지 : www.soseoljae.com 신라부티크호텔 프리미엄 주소 : 경주시 강변로 200 문의 : 054-624-3366 홈페이지 : www.sillaguesthouse.com 블루보트게스트하우스 주소 : 경주시 원화로 252-1 2층 문의 : 010-2188-9049 홈페이지 : www.blueboat-hostel.com 글 : 김현정 사진 : 장은주 출처 : KTX매거진 2018년 4월호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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