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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악착같이 번 돈을 사기당해 모두 잃었다면 어떤 심정일까. 한 전통사찰에 전해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강화도 전등사 이야기다. 옛날, 대웅전을 다시 짓기 위해 전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목수를 선발해 공사를 시작했다. 고향을 떠나온 이 목수는 매일 일이 끝나면 근처 주막에 들러 술 한 잔으로 외로움을 달랬다. 그러다 주모와 정이 들었고, 목수는 대웅전 공사가 끝나면 고향으로 가서 결혼하기로 주모와 약속했다. 목수는 번 돈을 꼬박꼬박 주모에게 맡겼다. 마침내 공사가 끝나 주막을 찾은 목수는 주모가 돈을 갖고 도망간 것을 알고 망연자실했다.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주모를 찾을 수 없자 목수는 복수하는 의미로 알몸의 주모를 조각해 대웅전 공사를 마감했다. 그 조각이 대웅전 추녀 네 귀퉁이에서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의 나녀상이다. 알몸인 것도 부족해 무거운 지붕을 떠받치는 고통까지 안겼다. 이 나녀상은 불법을 수호하는 야차(夜叉)라는 신이지만, 주모처럼 나쁜 짓 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또한 죄를 지은 사람은 대웅전에서 열심히 참회해 죄를 씻어라는 이야기도 담고 있다. 나아가 돈 벌기도 힘든 세상에 번 돈을 잘 지키라는 또 다른 교훈일 수도 있겠다. 이 나녀상은 전등사에서 유심히 관찰해야 할 여행 포인트다. 전등사는 서기 381년 아도화상이 진종사로 창건했다는 오래된 사찰이다. 고려 제25대 충렬왕은 태자 때 첫 부인으로 정화궁주와 혼인했지만 원나라의 압력으로 쿠빌라이칸의 막내딸 제국대장공주와 또 혼인하면서 정화궁주는 제2비로 밀려났고, 온갖 핍박을 받았다. 몽골에서 온 새로운 왕비에게 수모를 겪으며 한 많은 세월을 보내던 정화궁주는 진종사에 옥등(玉燈)을 시주하며 자신의 소원을 빌었다. ‘옥등을 전했다’ 해서 전등사(傳燈寺)로 이름이 바뀌게 되었다. 사찰은 정화궁주의 한을 위로해준 것이다. 사찰에서 ‘등(燈)’은 불법을 밝히는 등불을 의미한다. 전등사는 당시 약소국 왕비의 애환이 서려 있는 사찰로, 이후 목은 이색 등 고려 문인들이 정화궁주의 한을 노래했다. 아름다운 섬 강화, 그곳의 전등사에는 체험형과 휴식형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있다. 체험형은 첫날 오후 1시에 시작하며, 사찰 예절, 공양, 108배, 좌선에 이어, 다음날 예불과 스님과의 차담으로 이루어지며 점심 공양 후 끝난다. 휴식형은 첫날 12시에 시작해 사찰 예절, 범종 타종, 예불에 이어 이튿날 예불, 울력(운력), 점심 공양 후 종료한다. 대구 팔공산 깊은 산속 동화사에는 한때 금괴가 묻혀 있다는 이야기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2008년 탈북한 어떤 사람이 북한에 살 때 남한 출신 양아버지로부터 6·25 한국전쟁 때 동화사 대웅전 뒤뜰에 금괴 40㎏을 묻어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발굴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양아버지는 전쟁이 끝나면 찾아갈 생각이었지만 북한에 가서 살게 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전문가 입회와 함께 안전사고 대책 마련을 조건으로 허가했지만 탈북자는 이행하지 않고 사라져 발굴이 무산됐다. 당시 24억 원의 가치를 가졌다는 금을 노린 것인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 수는 없다. 묻었다는 뚜렷한 근거가 없지만 이후 두고두고 전설 같은 이야기로 남아있다. 동화사는 신라 시대 창건한 전통사찰로, 약사여래와 인연이 깊다. 약사여래는 중생의 질병을 고쳐준다는 부처님이다. 손에 약함을 들고 있는 약사신앙의 주인공이다. 봉황문 앞에 통일신라 시대 조성한 마애약사여래좌상이 그 기원을 알려주고 있다. 자연 암벽에 새겨진 불상의 규모도 높이 4.2m에 이른다. 이 약사신앙의 전통을 이어받아 지금의 동화사의 랜드마크도 1992년 조성한 높이 33m의 통일약사대불이다. 그 앞에 선 중생은 한없이 작아 보인다. 이 거대한 약사대불 앞에 서면 어떤 생각이 들까. 팔공산은 후삼국 시대 왕건과 견훤의 전투, 6·25 한국전쟁 등 유난히 큰 전쟁으로 사상자가 많았던 곳이니 약사신앙의 성지로도 부족함이 없다. 익산 황등석 1만 2000톤으로 만든 통일약사대불은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대화합을 표방하는 불상이다. 사람마다 얼굴과 생각이 다른 개성이 있듯, 사찰마다 각각 독특한 정체성을 갖고 있으니 사찰여행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동화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2박3일의 체험형과 1박2일의 휴식형이 있다. 체험형은 첫날 오후 1시 20분에 시작해 사찰 예절과 108배에 참여하고 이튿날엔 새벽 예불과 좌선 수행, 오전 오후 강의, 발우공양, 걷기 명상 등을 하며 마지막 날엔 새벽 예불과 차담, 소감문 작성, 그리고 점심 공양 후 하산한다. 휴식형은 첫날 2시 30분에 시작하며 오리엔테이션과 불전사물 연주를 관람한다. 이튿날엔 새벽 예불과 좌선, 개인 포행(산책), 소감문 작성 후 점심 공양으로 마친다. 지리산 남쪽 해발 800m 고지대의 볕 좋은 곳에 자리한 칠불사는 현대 과학문명을 선도하는 전설을 품고 있다. 2000년 전, 가락국 김수로왕은 인도 아유타국 허황후와 혼인했다. 허황후는 오빠 장유화상과 함께 인도에서 온 만큼 불교를 전파한 인물이기도 하다. 왕과 왕비는 출가한 일곱 왕자를 보고싶어 지리산에 찾아왔지만 장유화상은 왕자들이 수도 중이라 만날 수 없다며, 그래도 꼭 보고싶다면 연못 영지(影池)를 만들어 물 위에 비친 왕자들의 얼굴을 만나보라고 했다. 왕과 왕비가 그렇게 해 만났다 하니, 무려 2000년 세월이 흘러 오늘날 비대면 원격화상 회의의 원조가 바로 이 연못이 아닌가. 오래전부터 전해내려 오던 이야기가 현대 과학문명으로 구현되었으니 가히 놀랍다. 해발 800m 천상의 사찰 칠불사에 그 연못이 있으니 2000년 전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겠다. 지금의 상상이 먼 훗날 현실이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전통사찰 여행은 우리에게 무한 상상의 폭을 넓히게 해준다. 일곱 왕자가 수도해 성불했다 하여 사찰 이름이 칠불사(七佛寺)다. 칠불사는 건축사적으로도 유명한 일화를 갖고 있다. ‘아자방’이라는 건축물이다. ‘아자방’은 방이 한자 ‘亞(아)’자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1100년 전 신라 효공왕 때 담공선사가 만든 선방으로, 한 번 불을 때면 방바닥의 온기가 100일 간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특히 방바닥이 높고 낮게 설계되어 있지만, 높낮이에 상관없이 온도가 똑같다고 한다. 한 번 불을 때 한겨울 석 달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면 난방비 걱정은 안 해도 될 성싶다. 이 신비로운 온돌방 기술은 1979년 <세계건축사전>에 등재됐을 정도로 획기적인 건축기술이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남긴 선조들이 자랑스럽다. 우리의 전통사찰은 종교를 떠나 사람이 살아가며 필요한 많은 일에 대한 지혜와 교훈, 그리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길러주니 과연 최고의 여행지가 아닐까. 게다가 신비로운 감성은 덤으로 얻는다. <당일 여행 코스 > (전등사) 전등사 → 강화루지 → 고려궁지 → 강화전쟁박물관 & 갑곶돈대 (동화사) 동화사 → 청라언덕 → 계산성당 → 동성로 →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칠불사) 칠불사 → 쌍계사 → 화개장터 → 박경리문학관 & 최참판댁 <1박 2일 여행 코스 > (전등사) 첫째 날 : 전등사 → 마니산 → 동막해수욕장 → 강화루지 둘째 날 : 고려궁지 → 용흥궁 →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 강화전쟁박물관 & 갑곶돈대 (동화사) 첫째 날 : 동화사 → 대구 방짜유기박물관 → 신숭겸 장군 유적지 둘째 날 : 청라언덕 → 계산성당 → 동성로 →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칠불사) 첫째 날 : 칠불사 → 쌍계사 → 화개장터 둘째 날 : 화개동천 야생차밭 → 박경리문학관 & 최참판댁 → 청학동 삼성궁 '이야기가 있는 사찰' 시리즈가 궁금하다면? 여행기사 모아보기 ☞ Click .linkbox_t { font-weight: 800;} .linkbox_t > a{ color: #2d8251; } 글, 사진: 남민(인류문화사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3년 4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mo{display:none;} @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mo{display:block;} .pc{display: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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