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 했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고민에 고민이 쌓여 머릿속은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켰다. 그럴 때 문득 당기는 것 중 하나가 '매운맛'이다. 떡볶이, 짬뽕, 비빔냉면 등 주변에서 매운 음식 찾기는 쉬운 편이다. 좀 더 특별한 '매운맛 여행'에 어울리는 장소를 물색해보니 대구가 꼽힌다. 분지 지형을 이루는 대구는 여름마다 우리나라 최고의 더위가 내려앉는다. 따라서 상하기 쉬운 음식에 강한 양념을 가미해 보관했고 자연스레 타지방보다 자극적인 맛의 음식이 발달했다. 그런 대구에서 탄생한 '찜갈비'가 이번 젓가락의 목적지다.
찜갈비? 갈비찜? 헷갈린다. 찜과 갈비의 순서만 바뀐 명칭이지만 각각 개성이 뚜렷해 비교가 어려운 두 음식이다. 갈비찜은 간장 위주의 양념으로 조린 후 달금한 맛을 더한 고동색 음식이다. 반면에 찜갈비는 기름기를 제거하고 간만 맞춰 쪄둔 갈비를 고추와 마늘을 위주로 매콤하게 조리한 적갈색 음식이다. 설명만으로도 찜갈비의 화끈함이 전해진다. 대구의 열기가 음식에 녹아든 것처럼. 음식에도 태어난 고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의정부의 부대찌개, 백암의 순대국, 부산의 밀면, 나주의 곰탕 등이 있다. 이 음식들은 특히 고향에서 본맛을 보여주는데, 그 이유를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토속음식이란 단순히 재료를 조리한 결과물이 아닌, 고향의 땅·사람·공기·물 등 해당 음식을 둘러싼 상황과 적당히 맞물려야 진미, 즉 살아있는 음식 때문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찜갈비 또한 그렇다. 대구광역시 중구 동인동의 한 골목길, 찜갈비의 고향을 찾았다.
동인동에서 전해지는 찜갈비의 유래가 각양각색이다. 여러 유래 속에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1960년대 허름한 술집에서 탄생했다는 배경과 안주라는 태생이다. 한 유래는 대포집에서 매콤한 안주를 해달라는 손님의 요구에 있는 재료로 만든 것이 찜갈비의 원형이라고 전한다. 또 다른 유래는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만든 안주가 찜갈비라는 서민적 이야기다. 그렇게 탄생한 찜갈비가 지금까지 이어져 대구를 대표하는 10미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북동쪽으로 약 200m, 도보 5분 거리에서 동인동 찜갈비 골목 입간판을 찾을 수 있다. 100m 남짓한 거리 양옆으로 찜갈비 전문점이 즐비하다. 어디를 가야 할까 고민이지만, 대구에 들를 때마다 돌아가며 맛볼 계획에 마음 편히 한 곳을 찍어 들어갔다. 찜갈비를 주문하고 약 20분 지났을까. 꽤나 고난을 겪은 듯 보이는 양푼이 냄비에 김이 모락모락 피는 적갈색 찜갈비가 모습을 드러낸다. 조리과정에서 센 불로 조리기 때문에 항상 저어주니 양푼냄비가 본 모습을 유지하기 어렵다. 상처와 굴곡진 흔적 만큼 찜갈비가 이 냄비를 거쳐 갔을 것이다. 찌그러지지도 않고 내구성도 좋은 냄비들이 많지만, 양푼냄비를 고집하는 이유는 60년대 찜갈비가 담기던 그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동인동 골목집의 고집과 제맛을 내는데에는 양푼냄비가 큰 몫을 하기 때문이다. 구수한 고기냄새와 약간 맵싸한 향으로 순식간에 입맛이 돈다. 갈비에서 부드럽게 발라지는 살집이 기분 좋다. 첫맛은 달큼하면서 미진하게 매운맛이 돌고, 몇 번을 씹으니 매운맛이 기지개를 켜고 슬슬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렇다고 무조건 맵기만 한 음식과 찜갈비는 비교하지 말자. 일단 입안에서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갈비의 식감부터가 비교불가다. 갈비는 다른 부위에 비해 부드러우면서 적당한 기름기가 있어 특히 인기 있는 부위다. 그래서 갈비하면 조금은 느끼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찜갈비는 맵싸한 양념으로 느끼함을 줄이고 오히려 시원한 맛을 보여준다. 넉넉하게 씹히는 고기에서 육즙과 양념 맛이 우러나 감칠맛이 돈다. 더불어 마늘이 다량으로 들어 톡 쏘는 듯한 칼칼함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이 칼칼함 때문에 찜갈비를 찾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찜갈비에 박한 점수를 주는 사람들도 있다. 주문할 때 마늘 양과 매운 정도를 취향에 맞게 주문해 자기만의 맛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갈비 하나 뜯었을 뿐인데 밥그릇의 1/3이 비어 있다. 찬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상추, 깻잎, 밥 등 어디에도 궁합이 좋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은 엔돌핀 분비를 촉진한다'라는 상식을 알지만, 동치미 국물과 미역국으로 조금 진정이 됐을 즈음 젓가락은 어김없이 찜갈비를 향했다. 마지막 코스, 남은 양념과 밥을 비벼 먹자. 맛을 보기 시작해 마지막 한 숟가락을 먹을 때까지 땀은 물론, 입안에서는 침이 흥건히 고여 있다. 밥을 다 먹으니 찜갈비 태생이 안주 아니랄까 봐 시원한 막걸리가 절로 생각난다. 찜갈비와 시원한 한판을 마치고 다시 골목길로 나왔다. 땡볕을 쏟아내던 여름의 기세가 반의반도 못 미치는 듯 가렵기만 하다. 화끈한 열기로 재충전된 심신엔 괜히 힘이 들어간다. 맛 여행을 마치고 되돌아가는 길도 아쉽지 않다. 언젠가 가슴이 답답해지면 다시 대구 동인동을 찾아와 화끈한 한판을 벌이면 되니 말이다.
취재협조 : 월성찜갈비 (053-424-6942) 1.찾아가는길 북대구 IC / 동대구 IC → 국채보상공원 방면 → 동인네거리 → 동인동찜갈비골목 2.동인동 찜갈비 골목 주변 음식점 낙영식당 : 053-423-3330 대왕찜갈비 : 053-427-1430 동해찜갈비식당 : 053-425-0047 명가찜갈비 : 053-254-0528 벙글벙글찜갈비 : 053-424-6881 유진찜갈비 : 053-425-7184 풍성찜갈비 : 053-424-6931 3.숙소 대구그랜드호텔 : 수성구 범어동 563-1 / 053-742-0001 팔공산온천관광호텔 : 달서구 두류동 1196-1 / 053-985-8080 히로텔 : 중구 동인2동 52-2 / 053-421-8988 그랜드모텔 : 북구 칠성동 2가 302-207 / 053-424-4114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 ahn856@gmail.com ) ※ 위 정보는 2013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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