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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겨울, 푸른 잎사귀들이 팔랑대는 숲길을 걷는다면? 마법의 세계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일이 우리나라 동백동산에서 펼쳐진다. 제주도 선흘마을 곶자왈 지역에 형성된 동백동산은 태곳적 제주의 풍경과 마주하는 곳이다. 일 년 내내 초록빛 싱그러운 기운이 넘쳐흐르며 바위 틈새를 비집고 자라나는 나무들이 경이로움마저 불러일으킨다. 수십만 년 전 땅속으로 흘러들어간 용암이 만든 만장굴도 감탄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제주도를 형상화한 미로 속을 신나게 내달리고 호숫가 위로 철새들이 날아오르는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제주도가 조금은 다르게 다가온다. 1일 차 : 동백동산(습지센터) → 9.4km, 약 14분(승용차) → 만장굴 → 816m, 약 2분(승용차) → 김녕미로공원 → 14.7km, 약 27분(승용차) → 하도 철새도래지 2일 차 : 올레길 19코스(조천~김녕) 동백동산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곶자왈 지대(선흘곶) 안에 있다. 곶자왈은 제주도에만 나타나는 독특한 생태 지형으로 나무와 덩굴, 암석, 수풀 등이 뒤섞여 숲을 이룬 천연림이다. 곶은 숲, 자왈은 덤불을 가리키는 제주 방언이다. 오랜 세월 깨지고 부서진 용암 암석과 돌무더기 틈새에 나무와 덩굴, 수풀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지금 같은 숲이 만들어졌다. 토양이 부족한 환경에도 울창한 숲을 이룬 자연의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동백동산은 한겨울에도 푸릇푸릇하다. 울퉁불퉁한 돌길 위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온통 초록빛이고, 푸른 이끼로 뒤덮인 바위 너머로는 마른 낙엽들이 쌓인 오솔길이 이어진다. 숲속에 들어선 순간부터 신비로운 풍경의 연속이다. 4차원 속에 빠진 듯 계절이 뒤섞인 숲길을 걷다 보면 도틀굴과 만난다. 도틀굴은 제주4·3사건 때 인근 마을 주민들이 숨어 지내던 곳이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다. 탐방길은 지루할 틈이 없다. 용암이 만든 바위 언덕을 오르고, 고요한 숲의 정취에 취해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먼물깍에 닿는다. 작은 연못 같은 먼물깍은 점성이 낮은 파호이호이 용암(pahoehoe lava) 지대에 형성된 습지다. 보통 곶자왈 지역은 비가 많이 내려도 땅속이나 바위 틈새로 모두 스며들어 물이 고이지 않지만 동백동산은 독특한 용암 지형으로 인해 크고 작은 습지가 여러 개 있다. 동백동산 습지는 보존 가치가 높아 2011년 제주에서 네 번째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먼물깍에는 긴꼬리딱새와 비바리뱀, 곤충류인 물장군 등 희귀한 야생동물이 산다. 먼물깍을 지나면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진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듯 거닐다 보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탐방코스는 총 5.1km. 한 바퀴 둘러보는 데 약 1시간 30분~2시간 정도 걸린다. 탐방 전에 동백동산습지센터를 방문하거나 해설사와 동행하면 곶자왈과 동백동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동백로 77 (동백동산습지센터) - 문의 064-784-9445(해설 예약), http://ramsar.co.kr 만장굴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이 만든 용암동굴 가운데 유일하게 일반에 개방한다. 전체 길이가 7.4km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며, 이 중 1km 구간만 관람이 가능하다. 세월이 오래 흘렀음에도 내부 형태와 지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탐방을 하는 동안 용암이 흐른 자국인 용암유선과 용암종유석 등 다양한 동굴 생성물을 관찰할 수 있다. 동굴 안은 일 년 내내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바깥보다 따스하게 느껴진다. 땅이 푹 꺼지며 드러난 동굴 입구는 나무뿌리들이 수염처럼 늘어져 있어 신비롭게 느껴진다. 지하로 향한 계단을 내려서면 용암이 흐르던 통로를 따라 탐험에 나서게 된다. 동굴 안이 어두운 데다 바닥이 울퉁불퉁하므로 걸을 때 조심해야 한다. 입구에서 조금만 들어가도 햇빛이 전혀 닿지 않아 지상과 완벽히 차단된 기분이다. 순식간에 시간을 뛰어넘어 원시 제주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동굴은 화산 폭발로 분출된 용암이 통과해가며 남긴 흔적들로 가득하다. 벽면에 층층이 선을 그어놓은 용암유선을 비롯해 천장 암석들이 떨어져 돌무더기를 이룬 낙반과 제주도 형태로 굳은 용암표석들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탐방로 끝에 거대한 돌기둥처럼 서 있는 용암석주가 인상적이다. 용암석주는 천장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굳어져 형성된 것이다. 만장굴의 용암석주는 약 7.6m 높이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설 프로그램(상시 운영)을 이용하거나 만장굴 홍보관을 방문하면 더욱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길 182 - 이용시간 09:00~18:00(입장마감 17:10) - 휴무일 매달 첫째 주 수요일 -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 문의 064-710-7905 만장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철 푸른 김녕미로공원이 있다. 1995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미로공원이다. 제주대학교를 퇴직한 더스틴(F.H. Dustin) 교수가 직접 나무를 심어 가꾼 것으로 유명하다. 상록수인 렐란디 나무로 이뤄진 미로는 사시사철 싱그러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미로를 따라 렐란디 나무 특유의 깊고 진한 향기가 은은히 배어난다. 붉은 화산송이가 깔린 미로는 잘 가꿔진 산책길처럼 그저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김녕미로공원 디자인은 ‘제주 역사의 기행’이란 독창적인 콘셉트로 꾸며졌다. 더스틴 교수와 세계적인 미로 디자이너인 에이드리언 피셔(Adrian Fisher)가 3년간 공들여 만든 미로 안에는 제주도를 상징하는 형상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가장 먼저 출구를 찾아 종을 울리는 쾌감 못지않게 미로 속 숨은 그림을 찾는 일도 무척 흥미롭다. 미로를 탈출한 후 두 번째 미션으로 즐기면 재미가 두 배로 커진다. 출구 쪽에 설치된 전망대에 오르면 미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미로는 크지 않지만 탈출하는 일이 만만치만은 않다. 입장한 지 10분 만에 종을 울리는 이들도 있지만 1시간 넘게 헤매는 경우도 있다. 입장할 때 나눠주는 팸플릿을 참고하면 출구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길 122 - 이용시간 09:00~18:30(입장마감 18:00, 계절에 따라 다름) - 휴무일 연중무휴 - 입장료 어른 4400원, 청소년 3300원, 어린이 2200원 - 문의 064-782-9266, www.jejumaze.com 하도해수욕장 인근에 철새도래지가 형성돼 있다. 하도 철새도래지는 제주도에서 손꼽히는 철새 관찰 명소다. 매년 10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매년 30여 종의 철새가 겨울을 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이 기간에 혹부리오리, 넓적부리, 논병아리를 비롯한 수많은 철새가 관찰되며 희귀종인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도 종종 날아든다. 북쪽에 둑을 쌓아 바닷물 유입을 제한한 철새도래지는 마치 고요한 호수처럼 보인다. 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있어 게, 조개, 파래, 숭어 등 철새들이 좋아하는 먹잇감도 풍부하다. 물가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난 갈대밭은 철새들의 보금자리로 안성맞춤이다. 철새도래지 주변에 설치된 탐조대에서 고배율 망원경을 통해 철새들의 생태를 자세히 살필 수 있다. 오렌지 빛깔 노을이 번져가는 하늘 위로 철새 떼가 비상하는 장면은 언제 봐도 감동적이다.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53-66(하도 철새 탐조대) 제주도의 21개 올레 중 동백동산과 가까운 구간은 19코스다. 19코스는 조천만세동산부터 김녕서포구까지 해안과 산간을 넘나드는 산책길이다. 19.4km에 이르는 꽤 긴 코스지만, 난이도가 높지 않고 편의시설이 많아 누구든 도전할 만하다. 보통 6~7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자신의 체력을 감안해 여유롭게 일정을 짜면 좋다. 올레 19코스 출발점은 조천만세동산이다. 제주 3대 항일운동 가운데 하나인 조천만세운동이 벌어진 곳이다. 1919년 3월 21일 신천과 조천, 함덕 주민들이 함께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만세동산을 지나는 길에 제주항일기념관도 들러보자. 제주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리본과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이내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바람결에 실려 온 바다 향기가 상쾌하다. 들뜬 기분에 정신없이 걷다 보면 금새 함덕서우봉 해변에 닿는다. 함덕서우봉 해변은 제주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바다다. 시시각각 변하는 물빛과 눈부신 백사장이 그려낸 하모니가 그야말로 예술이다. 올레길은 해변과 맞닿은 서우봉을 넘어 북촌마을로 이어진다. 제주4·3의 아픔을 품은 작은 포구다. 마을 입구에 너븐숭이 4.3기념관이 자리해 있다. 북촌마을을 거친 올레길은 일주도로를 건너 동복리와 김녕리로 이어진다. 곶자왈 숲길을 지나면 시골마을 정취가 물씬한 김녕농로가 이어진다. 추운 겨울에도 푸릇하게 올라온 새싹들이 기특하다. 조용한 시골길을 한가롭게 걷다 보면 때때로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벗이 되어준다. 긴 산책길은 김녕서포구에 이르면 끝이 난다. 돌아서는 발걸음, 추운 겨울바람에도 마음은 따스함으로 물든다. - 문의 064-762-2190, www.jejuolle.org ✔ 여행 팁 제주 관광지 순환버스(810-1, 810-2번)를 이용하면 동백동산을 비롯해 동부 지역 중산간 명소들을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 대천환승센터를 기점으로 거문오름과 다희연, 동백동산습지센터, 비자림, 용눈이오름 등 유명 관광지를 양방향으로 순환한다. 1회 승차 시 어른 1150원, 청소년 850원, 어린이 350원이다. 1일 정액권은 각각 3000원, 2000원, 1000원이다. 정액권을 구입하면 어디든 자유롭게 승하차가 가능하며 관광지 입장료도 할인받는다. 첫차 08:30, 막차 17:30이며 배차 간격은 30분~1시간이다. 문의 064-746-7310, www.jejutouristshuttle.com ✔ 추천 여행코스 당일 여행 : 동백동산(습지센터) → 만장굴 → 김녕미로공원 → 하도 철새도래지 1박 2일 여행 : 동백동산(습지센터) → 만장굴 → 김녕미로공원 → 하도 철새도래지 → (숙박) → 올레길 19코스 ✔ 자가운전 정보 제주국제공항 → 용문로 → 동문로 → 거로사거리에서 성산·삼양 방면으로 좌회전 → 연삼로 → 신촌진드르교차로에서 성산·김녕 방면으로 우회전 → 조천우회로 → 북촌서교차로에서 선흘 방면으로 우회전 → 북선로 따라 2.9km 이동 후 11시 방향 → 중산간동로 따라 944m 이동 후 덕천 방면으로 좌회전 → 동백로 따라 768m 이동 후 좌회전 → 동백동산(습지센터)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제주국제공항에서 101번 급행버스 승차 후 함덕환승정류장 하차, 704-4번 간선버스 환승 후 동백동산습지센터 정류장 하차. 제주국제공항에서 121번 급행버스 승차 후 대천환승정류장 하차. 길 건너 맞은편 대천환승센터(제주 관광지 순환버스 탑승지). 문의 제주버스정보시스템 http://bus.jeju.go.kr ✔ 숙소 동춘스테이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김녕로2길 15 / 010-3470-5529 / www.dongchunstay.com 크리스마스 리조트: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2030-8 / 064-784-1224 / http://christmasresort.kr ✔ 주변 음식점 찜이야기 : 문어아구해물찜·멍게비빔밥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세평항로 45-9 / 064-782-9969 선흘곶 : 쌈밥정식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동백로 102 / 064-783-5753 상춘재 : 문어비빔밥·부추비빔밥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선진길 26 / 064-725-1557 글, 사진 : 정은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0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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