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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대게에 대한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지식’, 그 기초부터 시작한다. “아빠! 이 게는 왜 ‘대게’라고 불러요? 커서요?” 땡~! 아니다. 게의 몸통에서 쭉 뻗은 다리가 ‘대나무’ 같아서 대게라고 부른다. 예전엔 ‘대게’ 하면 당연히 ‘영덕대게’를 떠올렸는데, 언제부턴가 ‘울진대게’를 연상하게 됐다. 그리고 덧붙이는 한마디, “울진대게가 원조라면서?” 울진대게를 오감으로 체험하고 알아둬도 딱히 쓸데는 없지만, 그래도 알고 싶은 울진대게에 대한 잡스러운 지식을 찾아 호기심 많은 초딩 아이들과 함께 우리 가족은 울진대게 로드로 향한다. 울진대게 로드의 시작은 대게 최대 거래처인 울진 죽변항이다. 대게 경매는 오전 8시 반~9시쯤 시작한다. 이 시간에 맞춰 죽변항에 도착해 대게 경매장으로 가보자. 귀하신 몸 대게가 뭍으로 올라와 처음 가격이 매겨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게 경매가 여느 경매보다 늦게 시작하는 이유는 너무 추우면 대게의 다리가 떨어져 상품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경매장에 줄지어 뒤집혀 있는 대게들과 경매사의 노련한 말솜씨, 상인들의 치열한 눈치작전과 빨라지는 손놀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점심께 죽변항에 도착했다면, 항구의 끝부분에 있는 죽변등대(죽변항로표지관리소)로 바로 올라간다. 이곳에서는 울진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경상북도 기념물 제154호인 울진죽변등대는 울진·영덕에서 유일한 유인등대라고 한다. 이곳 지명은 죽변곶인데 용의 꼬리를 닮았다고 용추곶으로도 불린다. 등대에서 나와 해안 암초 사이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용의 꿈길’로 들어간다. 대나무숲길로 내려가는 순간 드넓은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까마득한 수평선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탁 트인다. “사진 한 장 찍고 가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산책로는 SBS에서 방영된 <폭풍속으로>의 세트장 ‘어부의 집’으로 이어진다. 드라마는 2004년에 종영하여 기억조차 없지만, 그때의 세트장은 드라마 제목과 함께 계속 남아 오늘도 방문객을 맞고 있다. 어부의 집에서 보는 해안선, 일명 하트 해변은 전국 해안선 중에서도 손가락 안에 들어 시쳇말로 ‘예쁨 주의’, ‘멋짐 폭발’의 절경을 자랑한다. 전망대 구실을 하고 있는 어부의 집 안에서 동해바다의 멋진 풍경을 충분히 감상하고, 마음이 동하면 계단을 따라 해안으로 내려가 보는 것도 괜찮다. 이제 울진대게를 입으로 즐길 시간이다. 죽변항 방파제를 비롯해 죽변항과 후포항 곳곳에 대게 음식점들이 있다. 울진군 최남단 후포항은 울진대게의 최종 복습지로 남겨두고, 죽변항과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대게찜을 맛볼 수 있는 죽변항 방파제로 향한다. 1층 수족관에서 대게를 꼼꼼히 살펴본다. 뾰족하고 야무져 보이는 집게다리 2개를 포함해 모두 10개의 길고 실한 다리와 울퉁불퉁하고 두툼한 등딱지! 수족관에서 대게를 꺼내자 아이들은 신기해서 소리를 지르며 난리다. 울진대게는 시가로 판매되며 가게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주인장 말이 “4인 가족이면 2kg 정도는 먹어야 한다”는데 가격이 만만찮다. 대게로만 배를 채울 게 아니라면 대게와 홍게를 섞어 주문하거나 대게 1kg에 물회나 회덮밥을 곁들이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우리 가족은 대게 1kg에 회덮밥과 물회를 주문했다. 대게 1kg이면 큰 것은 2마리, 중간 것은 3마리 정도가 된다. 미온수에서 기절시킨 대게를 찜통에 넣고 15분 정도 찐다. 대게를 찌는 동안 큰아이가 중요한 질문을 한다. “아빠! 대게는 어디서 잡아와요?” 울진대게를 잡는 곳은 울진에서 23km 정도 떨어진 ‘왕돌초’라는 암초지역이다. 왕돌초는 맞잠, 중간잠, 셋잠의 세 봉우리가 있는 바닷속 커다란 바위산이다. 수심은 40~60m이며 봉우리의 수심은 5m 정도다. 암초지대의 길이는 6~10km, 폭은 3~6km다. 왕돌초에는 대게를 비롯해 120여 종의 해양생물이 살고 있다. 우리 가족의 알쓸신잡 울진대게 편은 계속된다. 대게를 쪄주는 직원에게 대게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본다. “대게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잡아요?” 대게 어획기는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다. 대게는 2월이 지나면서 살이 제대로 오르기 시작해 2월 말∼3월 초에 절정에 이르고, 4월까지 유지되다가 급격히 살이 빠진다. 울진대게축제가 2~3월에 열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4월 이후에는 속초에서 러시아산 수입 대게를 들여와 판다고 한다. 주인아주머니는 수입대게도 살이 꽉 차서 맛이 좋다고 인정한다. 대게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게살 자체의 독특한 풍미와 식감도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게살의 함량이다. 대게가 유명하고 또 비싼 이유는 살이 꽉 찼기 때문이고, 홍게가 대게에게 밀리는 이유는 살이 덜 찼기 때문이다. 즉 크기에 비해 먹을 게 없는 것이다. 찜통에서 대게를 꺼낸 후 주인아주머니의 현란한 가위질이 이어지고, 대게 다리의 마디를 잘라 천천히 잡아 빼자 토실토실한 게살이 쏘옥 빠져나온다. 이렇게 중간 크기 대게 3마리를 잘라서 접시에 담으니 수북한 게 먹음직스럽다. 여기에 물회와 회덮밥을 더하니, 근사한 대게찜 한상이 차려진다. 아직 해산물의 참맛을 모르는 아이들도 맛있는 것을 아는지, 아니면 비싼 것을 아는지 어른 몫을 먹는다. 이어 쫄깃쫄깃한 횟감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폭풍 흡입한다. 그리고 밥에 파와 마늘, 깨와 참기름을 넣고 볶은 후 게딱지에 꾹꾹 눌러 담은 게딱지 볶음밥을 얼큰한 매운탕 국물과 함께 먹으며 대게찜의 대미를 장식한다. ‘아, 너무 많이 먹은 거 아닌가?’ 새해 들어 결심한 다이어트는 안드로메다로 간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맛있으면 0칼로리니까. 대게도 흡족하게 먹었겠다, 이제 울진대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울진의 해안절경을 갈무리하기 위해 후포항으로 향한다. 울진의 최남단 후포로 가는 길, 문뜩 ‘울진대게는 왜 영덕대게로 유명해졌을까?’ 궁금해졌다. 지금이야 3시간 30분이면 서울에서 울진에 닿지만, 충주에서 영주를 거쳐 울진을 잇는 36번 국도가 생기기 전에 울진으로 가는 방법은 강원도 삼척에서 내려가거나 반대로 영덕에서 올라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영덕 역시 경북의 오지였지만 울진보다는 나았다. 울진에서 잡힌 대게는 영덕 강구항에서 집하되어 안동, 포항, 대구 등 경북의 주요 도시로 나갔다. 파는 사람이야 대게가 영덕에서 왔으니 영덕대게라 했고, 먹는 사람이야 대게의 본적까지 알고 먹을 이유가 없었으니 울진대게는 자연스레 영덕대게로 불렸다. 울진군은 좀 억울하겠지만, 사실 영덕에 모인 대게가 모두 울진에서 온 것은 아니니 영덕대게라는 말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다. 왕돌초에서 잡힌 대게가 죽변항이나 후포항으로 가면 울진대게가 되고, 남쪽 강구항이나 축산항으로 가면 영덕대게가 되는 것이다.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맛만 좋으면 되지”라고 말할 수 있지만, 생계가 걸려 있는 지역 주민에게는 민감한 사안이리라. 현명한 외지인이 택할 수 있는 모범답안은 양시론자가 되는 것뿐인 듯하다. 죽변항에서 후포항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황금울진대게공원이나 울진대게 유래비는 울진대게의 명성과 사연을 알리기 위한 울진군의 노력이자 두 곳 모두 관광객에게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기성망양해수욕장 옆에 있는 황금울진대게공원 주변에는 오징어 거리가 있어 품질 좋은 동해안 오징어를 싼값에 살 수 있고, 울진대게 유래비가 있는 거리에서 후포항까지 4km 남짓의 ‘울진대게로’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걷거나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한적한 해안도로다. 울진대게 홍보전시관은 후포여객선터미널 2층에 있다. 6섹션으로 구성된 전시실에는 게의 종류, 울진대게의 생식활동, 대게를 맛있게 먹는 방법 등 다양한 울진대게 관련 지식과 정보, 체험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스탬프와 각종 시청각 자료가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 현장체험학습 장소로 제격이다. 전시관을 나와서 후포등대가 있는 등기산으로 간다. ‘후포’라는 이름은 ‘비단처럼 빛나는 포구’라는 의미의 휘라포(輝羅浦)에서 왔다. 후포등기산공원은 그 이름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나무데크를 따라 등기산으로 오른다. 해발 10m 남짓의 등산으로 최고의 절경을 선사받는다. 멀리 갓바위가 보이고, 해안선을 따라 해안도로가 멋지게 나 있다. 때마침 지나가는 차 한 대가 후포항 관광 홍보사진 한 장을 만들어 낸다. 좀 더 올라가면 등기산 정상에 외딴 등대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후포등대가 서 있다. 울진은 바다는 물론 숲과 계곡, 동굴과 온천 등 다양하고 우수한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는 ‘관광 강군’이다. 울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름마저 럭셔리한 ‘금강소나무’다.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은 북면 두천리에서 금강송면 소광리까지의 산길을 6개 구간으로 나누어 조성했다. 미인송이라고도 불리는 아름드리 금강송의 호위를 받으며 폐 속 깊은 곳까지 진한 소나무 향을 담을 수 있다. 아! 그러나 숲을 보호하기 위해 산불 예방기간인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출입이 금지된다. 현지상황을 고려하여 개방기간이 변동되니 사전 확인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또 탐방기간에도 하루 탐방인원을 80명으로 제한하며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울진에는 이에 버금가는 숲이 많다. 그중 한 곳이 ‘구수곡자연휴양림’이다. 아홉 계곡의 물이 한 계곡으로 모인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심심산골의 휴양림에는 1km의 등산로와 함께 금강송 군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가 있다.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통나무집 숙소와 야영장도 마련되어 있으니 금강송 가득한 숲속에서 하루 묵고 간다면 금강소나무숲길을 걷지 못한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구수곡자연휴양림 가까이에는 울진금강송문화관이 있다. 금강송의 특징과 금강송을 이용한 목공예품을 전시하고 있어 명품 소나무로 만든 명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 -기간 : 매년 2~3월 경 -장소 : 경북 울진군 후포항 일원 -문의 : 울진군축제발전위원회 054-789-5485 http://www.uljin.go.kr/crab/index.uljin 주변 음식점 -죽변 방파제7호횟집 : 대게, 자연산활어회, 물회 / 경상북도 울진군 죽변면 죽변중앙로 236-8 / 054-783-9713 -왕돌회센타 : 대게, 자연산활어회, 물회 / 경상북도 울진군 죽변면 죽변항길 173 / 054-782-0104 -대게&쿡 : 대게, 킹크랩 /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면 후포로 178-3 / 054-788-7878 숙소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 경상북도 울진군 온정면 온천로 129-13 / 054-787-7001 http://www.hanwharesort.co.kr/ -덕구온천리조트 :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덕구온천로 924 / 054-782-0677(호텔), 054-783-0811(콘도) http://www.dukgu.com/dg/ -구수곡자연휴양림 :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십이령로 2721 / 054-789-5470 https://www.foresttrip.go.kr/indvz/main.do?hmpgId=ID02030073 -아라누리펜션 : 경상북도 울진군 기성면 망양로 123 / 010-9289-0863 http://aranurips.com/ 글, 사진 : 이병유(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0년 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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