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장흥에서는 서두를 까닭이 없다. 정남진의 남쪽 바다가 펼쳐지고 사방의 산세가 푸르러 술렁인다. 키조개, 바지락, 표고버섯 등 제철 먹을거리도 입맛을 돋운다. 선학동 유채에서 하늘빛수목원의 튤립과 제암산 철쭉까지, 봄날의 꽃나들이도 한창이다. 유유자적한 봄날의 매혹이 가득하다. 서울 광화문 정동쪽에 강릉 정동진이 있다면 정남쪽은 장흥의 정남진이다. 정남진 장흥물축제가 열려 여름에 찾는 이가 많다. 그렇다고 장흥의 제철이 여름이기만 할까. 겨울에는 매생이 맛을 잊을 수 없고 가을에는 천관산 억새가 그립다. 이맘때는 초록빛 생기와 유채, 철쭉 등의 꽃망울이 어울려 아름답다. 어디로 떠날까 고민할 이유조차 없다. 장흥읍의 억불산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수인산, 남쪽에는 천관산, 서쪽에는 부용산, 동쪽에는 제암산과 사자산이 맞이한다. 어디를 가든 막 피어난 연둣빛과 완연한 청록이 어울려 길 위의 발자국마저 푸르다. 느슨한 유랑만으로 계절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달리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등을 길러낸 문학의 땅일까. 그 사이로 철에 맞는 꽃무리를 찾아 슬며시 발길을 낸다. 회진면이 무난하다. 《해산 가는 길》 《아제 아제 바라아제》를 쓴 한승원의 한재공원과, 《서편제》 《당신들의 천국》을 쓴 이청준의 선학동 유채마을이 반긴다. ‘한승원 소설문학길’은 한재공원의 할미꽃 군락지를 지난다. 회진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한재공원 지나 한승원 생가와 신상리 ‘해산한승원문학현장비’까지 7km, 약 3시간 거리다. 그 가운데 한재공원은 약 10만 m²에 이르는 할미꽃 군락지로 3월부터 4월 초순까지 할미꽃이 무리지어 핀다. 아쉽게도 지금은 다 졌다. 다만 공원이 산자락에 있어 자연스레 전망대 역할을 한다. 회진면 일대와 노력도, 멀리 완도의 섬과 바다가 일품이다. 할미꽃과 무관하게 걸음을 내볼 만하다. 한재공원에서 회진면 쪽을 바라보면 노란색이 어른거리는 선학동 유채마을이 보인다. 이청준 생가가 있는 진목마을 근처로 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무대다. 회진버스터미널에서 3~4km 거리다. 마을에 이르기 전, 길가의 낡은 집 한 채가 눈길을 끈다. 집 주위로 철쭉과 유채가 띠를 둘러 한 폭의 그림 같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 세트장이다. 임권택 감독은 한승원, 이청준 등 장흥의 작가들과 연이 깊은데, 특히 이청준과 각별하다. 그의 소설 《서편제》 《축제》 등을 영화화했다. <천년학>은 이청준의 또 다른 작품 《선학동 나그네》가 원작이다. 소설은 실제 선학동이 무대다. 세트장 마루에 앉아 남동쪽을 바라보면 선학동마을과 뒤편으로 공기산이 보인다. 소설에선 ‘관음봉’이라 칭했던가. 예전에는 선학동 아래쪽까지 바다였다. 물에 비친 공기산의 음영이 마치 학을 닮아 선학동이란 이름이 붙었다. 세트장 뒤편으로는 너른 갯벌이 펼쳐진다. 눈을 맞춰 머물 만하다. <천년학> 세트장을 보고 나서 선학동 유채마을로 이동한다. 마을 뒤편 언덕의 유채꽃밭 사이로 난 ‘이청준 소설문학길’을 걸으며 돌아보면 좋다. 소설의 문구를 적은 나무판의 글씨는 색이 바래 내용을 알 수 없지만, 문장이 없어도 소설의 장면을 그려보는 건 어렵지 않다. 유채꽃밭 사이로 회진의 바다와 들녘이 아름답다. 발아래 옹기종기한 마을의 생김 역시 정감이 넘친다. 원두막에 머물며 한갓진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봄이란 찾아가는 게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근 진목마을은 이청준 생가가 자리한 시골마을이다. 다녀올 계획이라면 해안으로 돌아가는 선자마을 방면을 추천한다. 바다와 섬을 안고 달리는 길이라 해안 드라이브를 겸할 수 있다. 선자마을 앞 바다에는 탱자섬이 떠 있는데, 학의 먹이가 되는 섬이라 해 모래 채취를 금하는 등 귀하게 여긴다. 외딴 섬인 큰 대구도와 작은 대구도, 그 너머의 고흥반도도 시야에 찬다. 꽃구경이 우선이라면 시골 마을의 정취보다 하늘빛수목원과 제암산이 낫다. 하늘빛수목원은 지난해 여름 장흥읍과 경계를 이루는 용산면에 개장했다. 15년 동안 6만 6,000㎡에 300여 종의 수목과 야생화를 심어 조성했다. 명품정원, 야생화단지, 편백숲, 카페테리아 등을 갖췄다. 원색의 화려한 튤립이 수목원을 장식한다. 생태폭포 주변이 가장 화려하다. 지난 4월 23일까지 튤립축제가 열렸다. 생태폭포 옆에는 편백숲으로 난 산책로가 있다. 편백숲에서는 해먹에 누워 피톤치드의 청량감을 누린다. 축제기간에는 성인 입장료가 4,000원이다. 5월 초순 이후에는 야생화가 수목원의 주인공이다. 제암산도 5월 7일부터 철쭉제로 맞이한다. 사자산 미봉에서 간재산삼거리, 곰재산, 곰재를 잇는 약 6km 구간에 걸쳐 남도 제일의 자생 철쭉이 산자락을 수줍게 물들인다. 제암산은 소나무가 많아 짙은 초록과 진분홍의 대비도 철쭉의 기품을 더한다. 정남진 장흥키조개축제도 철쭉제와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 5월 3일부터 7일까지다. 키조개는 제철이 없다고는 하나 산란기 직전인 5월에 살이 올라 맛이 좋다. 축제장까지 가기가 번거롭다면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을 찾으면 된다.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은 장흥읍내에 위치한다. 정기 오일장인 끝자리 2, 7일 외에 매주 토요일에도 열린다. 무엇보다 장흥삼합의 명소다. 장흥삼합은 장흥에서 난 한우와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을 이른다. 제철 키조개는 물론이고 봄가을이 제철인 표고버섯을 더해 계절의 맛과 향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게다가 장흥 한우다. 장흥은 사람보다 소가 더 많을 만큼 한우가 이름났다. 생산이력제와 생산자 판매 시스템으로 관리도 철저하다. 한우와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의 넉넉한 육즙이 어우러져 입안에 풍미가 넘쳐난다.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은 정육점에서 한우를 구입한 뒤 식당에 삼합 상차림비를 내고 구워 먹을 수도 있다. 한우를 좋아한다면 한우된장물회나 한우육회비빔밥도 좋다. 바지락회도 빠질 수 없다. 바지락 또한 산란기를 앞둔 5월까지가 제철이다. 바지락회무침은 비빔밥으로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탱글탱글한 식감이 일품이다. 식사 후에 후식처럼 즐기는 시장 나들이도 흥미롭다. 5월 초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이 있어 가족여행을 떠나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이의 체험교육을 겸한다면 장흥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추천한다. 관련 웹사이트 주소 - 한재공원 http://www.jangheung.go.kr/tour/attractions/nature?mode=view&idx=389 - 선학동 유채마을 http://www.jangheung.go.kr/tour/attractions/main_areas/Seonhak_village - 제암산 http://www.jangheung.go.kr/tour/attractions/main_areas/royal_azalea - 정남진 장흥토요시장 http://www.jangheung.go.kr/tour/amusement/shopping/saturday_market -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http://www.jangheung.go.kr/tour 주변 음식점 -황손두꺼비국밥 : 장흥삼합 / 장흥군 장흥읍 토요시장3길 15 / 061-863-7818 -싱싱회마을 : 물회 / 장흥군 장흥읍 동교3길 25-1 / 061-863-8555 -명희네 : 한우물회 / 장흥군 장흥읍 토요시장2길 3-6 / 061-862-3369 숙소 -수문리조트 : 장흥군 안양면 수문용곡로 193-33 / 061-862-7000 http://www.soomoonresort.com/ -천관산자연휴양림 : 장흥군 관산읍 칠관로 842-1150 / 061-867-6974 http://andanteresort.com/ -스파리조트 안단테 : 장흥군 안양면 수문용곡로 270 / 061-862-2100~3 http://andanteresort.com/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8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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