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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흔히 ‘나이 들수록 바다보다 산이 좋아진다’고들 하던데, 나는 여전히 바다에 더 끌린다. 내륙 지역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바닷가에서 살아보고 싶은 로망이 있다. 현실적인 이유로 바닷가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수는 없었다. 당장 떠날 수 없으니 나름의 대안을 마련했다. 마음에 드는 바닷가 마을을 선택해 내킬 때마다 찾아가기로. 그렇게 여행자 모드가 아니라 현지인처럼 강원도 고성 바닷가를 들락거리게 됐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에서 해안 도시가 한둘이 아닌데, 왜 고성에 꽂혔을까? 우선, 바다 빛이 유난히 곱다. 쪽빛, 옥빛, 민트빛, 에메랄드빛, 코발트 블루…. 어느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한 물빛이 매혹적으로 뒤섞이어 있다. 그런 바다를 따라 크고 작은 해변이 이어진다. 동해안 최북단 해변인 명파해변부터 고성군 최남단 해변인 켄싱턴해변까지, 20여 개의 해변이 자리한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이름 모를 해변이 채운다. 고성의 해변은 그 어느 하나, 같지 않다. 같은 바다를 끼고 있지만 해변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고운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지는가 하면, 기암괴석이 신비한 비경을 완성하고,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화보 같은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어디 그뿐이랴. 고기잡이배들이 오가는 작은 어항을 낀 ‘어촌스러운’ 정취부터 감각적인 카페들이 늘어선 감성 어린 풍경까지,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다른 바다를 마주하게 된다.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그 어느 해변도 크게 요란스럽지 않다는 것. N년차, N회차 고성을 방문하면서 포인트를 적립할 정도로 자주 가는 카페도 생겼고, 알록달록 파라솔이 드리워진 피서철부터 인적 드문 겨울철까지 고성 해변의 사계절을 모두 경험했다. 고성 해변 리스트는 이제 동네 단골 카페 메뉴만큼 빠삭하게 꿰어, 그날의 기분과 날씨, 시기에 따라 골라 간다. 어느 해변에 가면 무얼 하고, 무얼 먹어야 할지도 너무나 잘 안다.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름 ‘나만의 고성 해변 활용법’을 완성해 가고 있다. 단골 메뉴처럼 가장 즐겨 찾는 곳은 봉포해변과 천진해변. 천진항과 봉포항 사이 유려하게 뻗은 해안선을 따라 두 해변이 나란히 자리한다. 두 개의 해변은 하나처럼 이어져 사실 구분이 크게 의미는 없다. 굳이 구분하자면 천진은 초승달 모양의 해변이 아늑한 분위기를, 봉포는 긴 해변을 따라 펜션과 카페가 늘어서 휴양지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주 가는 만큼 즐기는 방식도 다양하다. 기분에 따라 원터치 텐트를 치고 뒹굴뒹굴하거나 캠핑 의자를 놓고 음악을 듣는다. 파도가 밀려오는 끝자락을 따라 맨발 걷기를 할 때도 간혹 있다. 점점 게을러지는 요즘에는 주로 카페에서 ‘바다멍’을 한다. 봉포해변 쪽 카페 커피고 야외 테라스에 앉으면 해변이 코앞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훌쩍 떠나와도 해변 피크닉 분위기 내며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춥거나 더운 날 실내에서 편안하고 고요하게 ‘물멍’ 하고 싶을 때 자주 가는 해변은 따로 있다. 가진해변 인근의 작은 해변으로, 공식 명칭은 없다. 여행자들이 찾던 해변은 아닌데 이곳에 2개의 대형 카페, 스퀘어루트와 에이프레임이 차례로 문을 열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스퀘어루트가 문을 연 2018년 무렵 이곳을 처음 알게 됐다. 그때만 해도 해변은 군사 지역에 속해 철조망이 드리워져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았던 덕에 자연 그대로의 청정함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바라보는 이의 마음마저 맑아지는 그런 풍경이 좋아 꾸준히 방문을 이어갔다. 그 사이 대형 카페가 하나 더 생겼고, 해변 앞에 드리워져 있던 철조망도 철거됐다. 초창기보다 방문객은 늘었지만 해변은 여전히 청아하고 평화롭다. 카페에서 통창으로 실컷 바다를 감상하고 내키면 해변으로 나가 거닐어 본다. 조용하고 느긋하게 바다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바다의 세찬 기운이 필요할 때에는 북쪽으로 더 달려 거진항 인근 백섬해상전망대까지 간다. 그간 크게 알려지지 않아 나만의 아지트처럼 아껴두던 곳인데 최근 숨은 스노클링 포인트로 입소문 나면서 여름철에는 꽤나 북적거린다. 2020년 개장한 백섬해상전망대는 앞바다의 백섬과 해안도로를 연결하는 총 137m 길이의 해상 덱과 25m 높이의 전망대로 이뤄진다. 덱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왜 여기가 스노클링 명소로 인기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물빛이 비현실적이리만큼 영롱하고 투명하다. 굳이 스노클링을 하지 않더라도 풍경 감상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해상전망대에 오르면 일렁이는 바다와 물결치는 겹겹산, 그리고 그 사이로 미끈하게 뻗은 해안도로가 한눈에 담긴다. 기운차게 갯바위로 내달려 하얀 포말을 뿌리고 스러져 가는 파도까지 두 눈 가득 담는다. 막힌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특히 코끝 알싸해지는 시기에 방문하면 극강의 상쾌함을 맛볼 수 있다. 말랑말랑한 팬심으로 찾아가는 곳은 삼포해변. 한창 빠져 지내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풋풋한 수학여행 장면이 촬영된 현장이다. 파란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 초록 소나무의 파스텔톤 색감 조합이 개인적 취향에 딱 들어맞아 원래부터 좋아하던 해변인데, 드라마 촬영 이후 애정이 깊어졌다. 드라마가 끝난 지는 꽤 됐지만 아직도 이곳에 가면 ‘그 날의 바다는 퍽 다정했었지’라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드라마 속 감성에 이입된다. 삼포해변에 가면 팬심 담아 방문하는 장소가 또 있다. 오랜 시절 〈빨강머리 앤〉 팬으로서 방문할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앤트리 카페다. 애니메이션 속 초록 지붕 집과 교회를 재현해 카페로 운영 중인데, ‘싱크로율 100%’에 가깝다. 놀랍게도 소설과 애니메이션의 실제 모델이 된 캐나다 PEI 주 소재 초록 지붕 집(Green Gables Heritage Place)보다 앤트리 카페 건물이 우리 기억 속 그림과 더 일치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애니메이션 제작팀은 당시 캐나다에 머물며 현장을 스케치해 작품화했고, 앤트리 카페는 애니메이션 속 그림을 모델로 최대한 유사하게 건물을 지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갈 때 준비물은 딱 하나, 〈빨강머리 앤〉 책이다. 책 속으로 빠져든다는 말을 몸소 경험하게 될 것. 바다는 보고 싶은데 할 일이 밀려 있는 날에는, 노트북을 챙겨 교암리해변 쪽으로 향한다. 엄밀히는 교암리해변에서 천학정 너머에 있는 이름 없는 해변이다. 이곳에 워케이션 최적지 맹그로브 고성이 있기 때문. 한적한 해변 앞에 자리한 맹그로브 고성은 오래된 펜션을 리모델링한 4층짜리 건물로, 업무 공간과 객실을 갖추고 몰입과 휴식의 시간을 선사한다. 1층에 워크 라운지, 2~4층에 객실이 위치하는데, 일하는 공간부터 자고 쉬는 공간까지 모두 오션 뷰를 제공한다. 워크 라운지에는 개방형 테이블, 파티션을 갖춘 1인석, 창가 앞 소파형 좌석 등 다양한 형태의 업무 공간이 있어 각자 취향껏 이용 가능하다. 동네 작은 책방인 북끝서점에서 큐레이션한 서가와 바다 전망의 아담한 명상룸 등 업무 중 머리를 식힐 공간도 마련했다. 워크 라운지는 투숙객 경우 24시간 무료로, 일반 방문객은 일일 이용권(20,000원)을 구매해 입장할 수 있다. 〈당일 여행 코스〉 천진해변&봉포해변→삼포해변→백섬해상전망대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천진해변&봉포해변→아야진해변→맹그로브 고성 둘째 날 / 천학정→능파대→삼포해변→송지호관망타워→백섬해상전망대 <여행정보> ○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고성군 문화관광 : www.gwgs.go.kr/tour/index.do ○ 문의 전화 - 고성군 관광과 033)680-3356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간성,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10회(06:49~21:1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서울-거진,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9회(06:49~21:10) 운행, 약 2시간 5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터미널 1688-5979 / 시외버스 통합예매시스템 : https://txbus.t-money.co.kr / 고성군 대중교통정보 : www.goseong-pti.com ○ 자가운전 정보 서울양양고속도로 → 속초톨게이트 → 속초IC에서 속초 방면 오른쪽 고속도로 출구 → 교동지하차도사거리에서 고성(간성) 방면 좌회전 → 봉포교차로에서 봉포항·천진리·봉포리 방면 오른쪽 방향 → 봉포해변 ○ 숙박 정보 - 맹그로브 고성 : 토성면 교암길, 033)635-1212, https://mangrove.city/locations/goseong - 송지호오토캠핑장 : 죽왕면 동해대로, 033)681-5244, https://gwgs.pubcamping.kr/ -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 : 토성면 동해대로, 033)631-7601, www.kensington.co.kr/rdh - 서로재 : 죽왕면 봉수대길, 033)632-7442, https://seorojae.kr/ ○ 식당/카페 정보 - 커피고 by MOHB : 커피·빵, 토성면 토성로, 0507-1372-2242, www.instagram.com/coffeego.mohb - 스퀘어루트 : 커피·빵, 죽왕면 가향길, 033)681-0604, www.instagram.com/gajin_squareroot - 에이프레임 : 커피·빵, 죽왕면 가향길, 033)681-1229, www.instagram.com/aframe_cafe - 앤트리카페 : 커피·빵, 죽왕면 자작도선사1길, 0507-1436-0552, www.instagram.com/annetree_cafe - 고식당 : 해물 모둠 즉석 철판 요리, 토성면 교암길, 0507-1335-7859 - 천진식탁 : 대게장 김밥, 토성면 토성로, 0507-1369-7606, www.instagram.com/cheonjintable - 장미경양식 본점 : 돈가스, 거진읍 거진길, 0507-1317-2084 ○ 주변 볼거리 오호! VR 해양모험관, 송지호, 서낭바위, 청간정 등 ※ 위 정보는 2025 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 사진 ,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 글 · 사진 : 김수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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