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을 떠난 배는 유유히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기를 1시간. 목적지인 삽시도 밤섬선착장에 닿는다. 배에서 내린 사람과 차는 제각기 목적지로 향한다. 북적대던 선착장은 물 빠진 갯벌처럼 금세 고요해진다. 고요함이 섬을 잠식하지만 적막하지 않은 분위기를 가진 삽시도가 외부인의 출입을 허락한다. 삽시도에는 섬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창업한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같이삽시도가 있다. 전국에 있는 320여 개의 주민사업체 가운데 도서 지역을 베이스로 하는 유일한 주민사업체다. 섬 여행을 그만큼 매력적으로 풀어낸 공간이라는 의미일 터. ㈜같이삽시도에서는 섬에서만 가능한 것뿐 아니라 섬이기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선보인다. ‘조개 체험’과 ‘둘레길 탐방’ 등이 대표적이다. ㈜같이삽시도의 송재명 대표는 외지에서 섬으로 들어왔다. 대전에서 생활하다 장인이 운영하던 펜션 일을 거들면서 삽시도와 인연을 맺었다. “장인어른이 삽시도에 펜션을 오픈하신 게 2000년이었습니다. 삽시도 1호 펜션이었지요. 민박밖에 없던 시절이었으니 객실에 화장실과 주방 시설을 갖춘 펜션의 인기는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펜션들도 생겨났고요. 2층짜리 건물을 새로 들여 공간을 확장한 건 그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송재명 대표는 펜션 운영 못지않게 삽시도를 세상에 알리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삽시도의 아름다움을 보다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2022년 도서 지역 최초로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두레에 선정될 수 있었던 건 그런 노력의 결과다. ㈜같이삽시도는 섬이라는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주민사업체와 긴밀하게 협업을 진행한다. 기상 악화로 인한 결항으로 입도가 불가할 경우에는 보령시의 다른 주민사업체를 통해 숙소와 식당은 물론 보령 여행을 위한 코스를 설계해 준다. “보령에는 삽시도 외에도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많습니다. 그만큼 주민사업체도 다양한 콘셉트로 운영 중이고요. 독불장군식으론 살아남기 힘들죠. 서로 협력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때, 보령 관광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관광두레의 취지이기도 하고요.” 보령시에는 ㈜같이삽시도를 포함해 여행, 펜션, 공방, 전통주 등 다양한 콘셉트로 운영 중인 주민사업체가 11곳에 달한다. ㈜같이삽시도는 삽시도의 보석으로 불리는 진너머 해변에 자리한 펜션을 거점으로 한다. 펜션을 사업체의 중심으로 정한 건 당일 여행이 쉽지 않은 섬의 특수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펜션에는 단실로 구성된 객실 4실과 복층으로 꾸민 객실 3실 등 모두 7실의 객실이 마련돼 있다. 모든 객실에는 샤워 시설을 갖춘 화장실과 취사 시설이 있고, TV와 냉장고, 에어컨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복층 객실 앞에는 개별 테이블이 마련된 널찍한 덱이 마련됐다. 바비큐장과 전망대를 겸한 쉼터 등 부대시설도 매력적이다. 미끄럼틀과 포토 존이 있는 잔디마당은 아이들이 공놀이 하기에도 넉넉할 정도로 넓다. 섬에서 할 수 있는 ‘조개 체험’은 진너머 해변이나 술똥선착장 인근 갯벌에서 진행된다. 펜션과 짧은 계단으로 연결된 진너머 해변에서는 비단조개가, 술똥선착장 인근 갯벌에서는 바지락이 많이 나온다. 진너머 해변에서는 바닷물이 빠지면 언제든 체험이 가능하다. 반면 술똥선착장 인근 갯벌은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 만큼 정해진 시간에 모두 함께 움직인다. 출발 시간은 물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사전에 담당자에게 확인하는 게 좋다. 삽시도에는 무료로 조개체험을 할 수 있는 갯벌 외에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유료 체험장도 있다. 펜션에 비치된 장화와 호미, 바구니 등 체험 도구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조개 체험이 삽시도의 바다를 만나는 시간이라면 둘레길 탐방은 삽시도가 품은 산을 즐기는 시간이다. 전체 5.5km로 조성된 삽시도 둘레길은 펜션이 있는 진너머 해변에서 출발해 붕구뎅이산을 돌아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이중 백미는 진너머 해변과 면삽지를 잇는 편도 2km 남짓의 코스다. 둘레길 대부분이 바다를 품은 붕구뎅이산 허리를 따라가는 코스로 구성된 만큼 걷는 내내 서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우거진 나무 사이사이, 틈으로 언뜻 비치던 풍경 조각은 탐방로 전망대에 다다랐을 때 한 장의 풍경으로 오롯이 완성되어 펼쳐진다. 이어지는 두 번째 전망대에서는 면삽지가 내려다보이는데, 멀리서도 암석으로 이루어진 해안지형이 손끝에 만져질 듯 선명하다. 삽시도의 절경 가운데 하나인 면삽지는 하루 두 번, 조수에 따라 삽시도에서 떨어졌다 붙었다 하는 신기한 섬이다. 밀물 때는 이곳이 삽시도에서 떨어져 또 다른 섬이 되기 때문에, 삽시도를 ‘면(免)’ 한다는 뜻에서 면삽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망대에서 면삽지까지는 248계단을 내려서야 하지만, 썰물 때 드러난 모래톱과 연결된 면삽지는 들인 발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멋지다. 보는 각도에 따라 바깥 풍경이 달라지는 해식동굴도 면삽지에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삽시도의 또 다른 명물인 물망터는 썰물 때 드러나는 신비한 샘물로 샘터로 면삽지 전망대에서 1.6km쯤 떨어진 곳에 있다.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길이 험해 초행자가 혼자 찾아가기는 쉽지 않다. 면삽지와 물망터 등 삽시도 둘레길이 품은 명소를 꼼꼼히 그리고 알차게 즐기고 싶다면 ㈜같이삽시도에서 진행하는 둘레길 탐방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둘레길을 걷는 내내 송재명 대표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은 덤이다. 삽시도 조개 레진아트’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같이삽시도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삽시도 조개 레진아트는 보령시 주민사업체 가운데 하나인 소예공방과 ㈜같이삽시도가 의기투합해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소예공방은 레진아트에 필요한 소품과 교육을, ㈜같이삽시도에서는 레진아트의 기본이 되는 조개껍질 제공을 담당한다. 준비한 조개껍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펜션 앞 진너머 해변에서 손수 조개껍질을 구해와 체험에 참여해도 된다. 레진아트와 조개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아이들에겐 일석이조의 재미를 선사한다. 삽시도 조개 레진아트는 최소 2인부터 참여할 수 있으며 체험 시간은 40분 정도. 체험 비용은 1인 1만 5,000원이다. 미리 신청해야 체험이 가능하니 방문 전 담당자에게 문의하자. ㈜같이삽시도와 함께한 삽시도 여행은 진너머 해변의 해넘이로 마무리 된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와 그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섬 그리고 모든 공간을 붉게 물들이는 태양. 삽시도를 찾은 사람이라면 보고만 있어도 가슴 뜨거워지는 광경이다. 진너머 해변의 일몰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신발을 벗고 해변을 잠시 거닐어 보는 것도 좋다. 살랑살랑, 발등을 치고 지나는 여린 파도와 그 파도에 실려 일렁이는 일몰의 여운이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같이삽시도 - 장소 :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1길 83-23 - 문의 : 010-3482-1254 - 이용요금 : 삽시도 레진아트 체험 프로그램 1인 1만5000원, 사전 신청 필수 / 펜션 이용료 주말 기준 단실 10만 원(기준 2인, 최대 4인), 복층 17만 원(기준 6인, 최대 8일), 바비큐용 숯, 그릴 대여 2만 원, 펜션 이용 시 조개체험 및 둘레길 탐방 무료 / 그 외 별도 문의 - 같이삽시도 :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1길 83-23 / 010-3482-1254 - 금솔펜션 :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3길 60-1 / 010-6672-4504 - 해당화펜션 :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1길 95-30 / 010-3112-2656 - 글로리식당 : 콩국수 /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1길 159-8 / 010-4401-0768 - 삽시도회식당 : 바지락칼국수 /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1길 168-36 / 010-5431-6390 - 한일횟집 : 우럭매운탕 /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1길 / 010-2885-3764 (글/사진) 정철훈 여행작가 ※위 정보는 2023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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